다도해의 일출산행 - 천관산 (2005.04.16)


이번 멀리 전남 장흥의 천관산이다. 단독산행으로는 벅찬 거리라 회사 산우회원 40여명과 함께한다.

산행코스 및 시간은 매표소(05:00) -> 장천재 -> 금강굴 -> 대장봉(07:20) -> 억새능선 -> 연대봉(정상)(07:30) -> 봉황봉 -> 매표소(09:20)

만만치 않은 거리라 무박산행이다. 회사에서의 출발시각은 금요일 오후 12시...
평일 같으면 막 잠자리에 들기 직전의 시간이다.

무박산행의 부족한 잠을 메우기 위해 30여분전에 도착하여 생맥주 한잔으로 몸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러나 술이 조금 부족했는지.. 버스에서는 자는 둥 마는 둥하며 몽롱한 상태로.. 잠과 씨름을 한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버스는 어느새 산 입구에 도착한다.

새벽 5시.. 산행을 시작한다.


어둠속의 선인봉


40여명이 한꺼번에 등산로에 들어서서 빠른 걸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주위는 아직 깜깜해서 랜턴을 사용한다.
주변 경치는 감상하지도 못하고 앞사람만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능선까지의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고.. 이어서 평탄한 길을 지나 다시 오르막 능선길...
아직까지는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이다.
40여분을 올랐을까.. 전망좋은 바위가 나타나고.. 주위가 서서히 밝아 온다.
앞으로는 선인봉인 듯한 바위가 있고.. 뒤돌아 보니 동쪽의 바다가 벌겋게 물들고 있다. 곧 해가 뜨려나 보다.

조금 더 오른다.
드디어 바다속을 뚫고 해가 떠 오른다. 정확히 6시.. 올 초 능경봉에서의 해돋이보다 감동은 덜하지만 구름없는 맑은 하늘에 잔잔한 바다에서의 해돋이가 아름답다.
잠시 해돋이를 감상하며 숨을 돌린다.

이어.. 선인봉과 종봉을 지나 금강굴에 도착한다.


다도해로 먼동이 튼다..


일출


금강굴


금강굴에서 친구가 건네는 약수 한사발로 목을 축이고.. 노승봉을 지나 구정봉에 오른다.
천관산의 능선은 육산의 능선이다. 육산의 능선에서 중간중간 솟아 오른 바위의 모습이 신기하다. 하늘의 조화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런 모습이..
구정봉에서 본 천관사 능선의 모습도 장관이다.

구정봉의 모습에 빠진 사람들이 사진찍기에 정신이 없다.
이어 구정봉에서 대장봉으로 향하는데.. 앞선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준비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한다.


노승봉과 구정봉


구정봉에서 본 천관사 능선


대장봉에서 멀리 월출산


대장봉에서는 동서남북 전망이 확 트인다.
사방으로 주변의 산과 다도해 섬들의 모습이 들어 온다.
북쪽으로는 월출산이.. 서쪽으로는 두륜산이 시야에 들어 온다.
그리고 남동쪽으로 연대봉까지의 억새능선은.. 억새가 한창인 가을에는 이곳이 억새가 얼마나 장관일지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연대봉까지의 부드러운 억새능선..
바닷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인지 군데 군데의 작은 소나물를 제외하고.. 나무는 거의 없다.
억새만이 남아 있는데.. 이미 억새꽃은 겨울바람에 모두 잘리고.. 줄기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갈대는 강한 비바람에도 자신의 몸을 구부려서 부러지지 않는다고 하더니.. 꽃이 모두 떨어져 나간 억새가 스산한 늦가을의 느낌을 준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곧 초록색으로 다시 자라 멋진 신록을 자랑하겠지..
억새능선을 따라 10여분.. 연대봉이다.


대장봉에서 연대봉(정상)으로의 억새능선


억새능선에서 봉황봉 능선


연대봉(정상)에서..


연대봉에는 고려시대에 만들었다는 봉화대가 있다.
연대봉은 바위 하나 없는 부드러운 능선의 정상이다.
천관산이 723m 라는데 높이를 의심할 정도로 다도해의 섬들과 해변마을이 코앞에 내려다 보인다.

시간은 이제 겨우 7시 30분.. 내려가는데 길어야 1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고..
아무리 일출산행이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정상에 올라왔다.
모처럼 먼길을 왔는데.. 이렇게 일찍 산행이 끝나는 것이 아쉽다. 나 혼자라면 근처의 작은 산이라도 하나 더 오르고 싶다.


연대봉에서 대장봉과 구정봉


연대봉에서 봉황봉 능선과 다도해 섬들


양근석


책바위


이제부터는 여유다.
다른 이들도 그랬지만.. 발걸음을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시간 보내기 산행...
봉황봉 능선으로 하산하는데.. 군데 군데 진달래가 피어있다.

안내책자에는 진달래가 장관이라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사진을 찍으려 해도 한그루 이상은 카메라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군데 군데 피어있다.
오늘 산행은 다도해의 일출과 육산의 바위를 본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아쉬움을 달래 주기라도 하듯이 꽂꽂한 양근석이 부동자세로 배웅을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