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8일 (수요일)

 

◈ 산행일정
남부터미널(23:00)
고성터미널(02:49)
추계재(04:27)
천황산(05:04)
절골고개(05:23)
송전탑(06:39)
백운산(07:02)
문고개(07:37)
부련이재(07:48)
양전산(08:24)
봉대산(08:55)
사거리안부(09:41)
310.0봉(10:04)
임도(10:51)
감나무과수원(11:13)
돌장고개(12:01)
무선산(13:31)
봉전고개(13:50)
170.1봉(14:40)
감나무과수원(14:55)
거리재(15:07)
고미동고개(15:47)
진주터미널(16:05)
남부터미널(20:55)

 

◈ 산행시간
약 11시간 20분

 

◈ 산행기

 

- 천황산
심야버스에서 정신없이 잠을 자다가 고성을 막 떠나려는 차를 가까스로 세우고 허겁지겁 내리기는 했지만 아차 잘못했으면 통영이나 거제까지 갔을테고 아마 정맥산행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텅 빈 터미널의 나무의자에서 잠을 청하다가 읍내 편의점으로 나가 컵라면 하나를 먹고 전에 이용했던 택시를 불러 추계재로 향한다.
시커먼 고갯마루에서 쓰러진 나무들를 밟고 능선으로 올라가니 대나무숲이 나오고 울창한 잡목들을 뚫으며 370봉에 오르면 시커먼 정맥의 실루엣이 눈앞에 나타나고 마을의 불빛 몇개가 반짝거린다.
완만해진 숲길을 따라서 바위지대들을 지나고 암봉을 휘돌아 천황산(342.5m)에 오르니 돌무더기위에서 나풀거리는 측량깃발이 괴기스럽고 서늘한 밤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너럭바위에 서서 말없이 잠들어있는 세상을 바라보고 직진하는 넓은 길로 잘못 내려가다 되돌아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마루금을 찾아간다.


- 백운산
이리저리 휘는 급경사 진흙길을 조심해서 내려가고 벌목지대와 무덤들을 따라 시멘트도로가 지나가는 절골고개로 내려서니 서서이 여명이 밝아오며 반사경뒤로는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에 거슬린다.
고개를 넘어 무덤가를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잘 보이고 잡목들을 헤치며 무덤들을 지나서 넓은 임도를 건넌다.
희미한 야산길이 이어지고 봉우리를 넘어 곳곳에 쓰러져있는 나무들을 통과하니 잡목들은 빽빽하고 등로는 있는듯 없는듯 희미하다.
송림이 우거진 봉우리를 넘고 전에 불이 났었던듯 죽은 나무들이 고사목처럼 서있는 봉우리를 지나니 막 꽃을 피우고있는 억새군락들이 나타나며 길이 어지러워진다.
송전탑을 지나고 삼각점처럼 반듯한 돌덩이가 놓여있는 봉우리에 올라 백운산으로 착각해 잠시 쉬어 보지만 오른쪽으로 꺽어져 계속 올라가면 글씨없는 삼각점이 풀섶에 숨어있는 백운산(391m)이 나오는데 벌목이 되어있고 넓은 정상은 잡목들만 차있어 황량하다.


- 양전산
잡목들을 헤치며 내려가다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지폐 몇장을 발견하고 정맥종주자의 것이기는 하지만 놓고 올수는 없어 차비에 쓸 요량으로 줍는다.
너덜이 깔린 작은 암봉을 지나고 시멘트도로가 지나는 문고개로 내려서서 다시 석축묘 3기가 있는 봉우리를 넘어서니 왼쪽으로 아담한 봉곡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깍아지른 절개지를 만나 새로 포장한 2차선도로가 지나는 부련이재로 내려서니 한적하기는 하지만 차량통행도 이따금씩 있고 마을이 가까워서 식수보충을 하기에 적합하다.
고개를 올라가면 길이 좋아지며 무덤들을 연달아 지나고 벌목된 봉우리를 넘어 크고 잘 조성된 무덤이 있는 양전산(310.9m)을 넘는다.
작은 폐무덤이 있는 봉우리를 넘고 송전탑 두곳을 연달아 지나면 까시덤불들은 기승을 부리고 해가 떠오르며 날이 무더워진다.
잡목들만 꽉 차있는 봉대산(409m)을 넘고 바람 살살 불어오는 소나무 밑에 앉아 삼각김밥으로 아침을 먹다가 나른한 몸을 애써 일으킨다.


- 돌장고개
가파른 능선을 따라 한구석에 묘지가 있는 돌무더기봉을 오르고 오른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면 죽곡리의 저수지와 푸른 전답이 내려다 보여 기운이 난다.
쓰러진 나무가 막고있는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바위들이 널려있는 음침한 숲을 올라가니 석축으로 쌓은 옛 참호같은 시설물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310.0봉에 오르면  억새들이 꽉 차있어 심각점은 볼수 없으며 이후로 시종일관 지루한 숲길이 이어지고 낮은 봉우리들이 연신 나와 진땀을 흘린다.
임도를 만나 임도따라 잠시 내려가다 숲으로 들어가니 마루금은 점차 동쪽으로 휘어지고 어디선가 기계음이 웅웅거리며 들려온다.
감나무과수원을 지나고 잡목들을 헤치며 밤나무과수원으로 들어가 온갖 까시덤불들을 뚫으며 봉우리를 올라서니 임도가 나오는데 밑에는 채석장이 보이고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산을 울린다.
다시 숲으로 들어가 까시나무에 찔려가며 길도 없는 능선을 힘겹게 따라가면 앞에 진주-통영 고속도로 공사현장이 나오고 절개지를 건너 1002번 지방도로상의 돌장고개로 올라선다.


- 무선산
도로를 건너 문화재로 지정된 두문리 이정표석을 보고 가파른 능선을 오르다 무덤가에 앉아 골아버린  참외 한개를 까 먹고  김밥을 꺼냈다가 쉰 냄새에 그냥 집어 넣는다.
완만한 숲길을 따라가다 작은 무덤이 있는 봉우리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꺽어지는데 무심코 낙엽송숲으로 들어갔다가 한참만에 되돌아 나온다.
무덤들을 지나서 까시덤불들이 밀림을 이룬 봉우리들을 잇달아 넘으면 등로도 희미하고 한여름에는 선답자들의 표지기가 없으면 방향감각도 잊어버릴 그런 험로가 이어진다.
봉우리 몇개를 지그재그로 넘고 마지막 봉우리인 무선산(277.5m)에 올라 허리를 구부려가며 간신히 정상까지 가보지만 까시덤불이 완전히 덮고있어 삼각점은 찾아볼 엄두도 낼수 없다.
무선산 밀림지대를 빠져 나오면 시야에는 더 이상 높은 봉우리가 안 보여 안심이 되고 맑디맑은 가을하늘은 끝없이 펼쳐져 슬며시 힘빠진 산객의 동심을 자극한다.


- 거리재
2차선 도로가 지나가는 봉전고개를 건너고 뙤약볕을 받으며 송전탑으로 올라가니 사방에서 까시들은 찔러대고 넝쿨들은 발목을 감아 고행의 정맥길이 계속된다.
억센 억새들이 가득찬 봉우리에 오르고 완만해진 능선길을 따라가면 드디어 진주시가지의 아파트군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농가들은 평화스럽게 보인다.
밋밋한 170.1봉을 지나며 삼각점은 찾을 생각도 못하고 전망이 트이는 무덤가로 내려가니 녹색으로 굽이치는 영천강과 너른 벌판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오랫만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다시 감나무과수원을 만나고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다 낮은 철망에 걸리는데 목장도 아닌 곳에 웬 전기가 흐르는지 허벅지가 찌릿찌릿해 온다.
밤나무단지의 그물울타리를 따라 정촌면계 표시판이 있는 거리재 포장도로로 내려서면 진주축협 생축사육장이 있고 놀고있던 농장의 개떼들이 일제히 몰려든다.


- 고미동고개
정맥은 도로 양쪽으로 조금씩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지만 그냥 도로따라 걸어가다 반사경이 있는 커브길에서 다시 산으로 붙는다.
가파른 잡목숲을 오르고 왼쪽으로 꺽어져 낮은 야산길을 이어가니 무덤들이 나오고 물탱크 두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곧 감나무과수원으로 들어가  노랗게 익어가는 감나무들을 따라가다 이어지는 야산지대를 겨냥해 왼쪽으로 꺽어져 내려간다.
시멘트도로를 타고 2차선 포장도로로 내려가면 고미동에서 진주시내를 잇는 고미동고개인데 문산읍이정판이 서있고 차량통행이 잦다.
아직 시간도 남아있어 가운데재까지 갈것인지 생각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빈택시 한대가 지나가고 차를 세워 물어보니 진주는 멀지않다고 한다.
엉겹결에 택시를 타고 개양역 뒷길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고 있으니 송전탑들과 더불어 낮게 이어지는 정맥의 마루금이 손짓하듯 가깝게 지나간다.
아직 지리산은 시야에도 안 들어오고 오늘도 여전히 충분한 구간을 다하지 못했다는 실망감을 가진채 진주시내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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