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으로
불빛이 환한 마을을 가리키며 김천시내를 두고 황악산으로
전진한다. 연일 이어지는 음주로 인하여, 술로 찌든 산행은
거친 숨소리와 동반하는 고통 뿐...
그러나
어이하랴, 20년을 넘게 항상 술과 함께 하던 인생이 아니더냐
약
1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삼성산에 도착한다. 그러나 거센
바람으로 정상에서 휴식을 취한다거나 후미를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산행으로 바로 이어진다. 어둠을
비추는 랜턴은 추위에 배터리가 얼어 불빛이 희미해진다.
그러나 추위에 배터리를 갈아 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불빛으로 산행을 한다.
얼굴은
얼어붙고 풀어진 스패치 사이로 한줌의 눈이 등산화 안으로
들어온다. 그 들어온 눈은 녹아 물이 되어 발바닥을 적신다.
1030고지를 넘어 바람재로 가는 길은 긴 여정의 산행길의
거리를 더해 준다. 어둠에 눈 쌓인 대간의 마루금은 길조차
흔적이 없어, 이곳에서 빼앗긴 1시간은 갑자기 나를 지치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임도가 나타난다. 바람재가 가까워짐을
알 수 있었다. 임도를 따라 약 1km 정도를 내려가다 왼쪽의
대간길로 들어서자 헬기장 이 나오고 바람재 안부에 도착한다.
과거에도
수많은 혹한기의 겨울산행이 있었지만 이번 산행의 추위는
특히 더한 것 같았다. 얼굴이 얼어붙는 것은 물론 산행
중에도 추위를 느껴 다시 오버트로즈를 껴입고도 추위를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랜턴의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 황악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대간 능선은
아침여명이 일기 시작한다. 가쁜 숨으로 형제봉에 오르고
나니, 날이 완전히 밝아오고 있었다.
선두를
앞으로 보내고 뒤로 조금 처진다. 알바로 인한 심리적 부담
때문일까? 무척이나 지치고 힘이 든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어 황악산 정상으로 향한다. 능여계곡 입구의 삼거리가
나온다. 오전 8시경, 안간힘을 쓰며 오른 황악산 비로봉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두 개가 서 있었다.
그
옛날 집사람과 결혼하기 전에 열차를 이용해 이곳을 산행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여름장마가 막 끝나고 맑은 날씨에
고추잠자리가 많았었는데 오늘의 이곳 산행은 혹한과 강풍으로
얼굴이 얼어붙는 날씨다.
선두그룹은
벌써 정상을 벗어났고 나도 이내 길을 재촉한다. 30여분을
하산하여 벤치에 도착하니 선두에 나선 일행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나도 이곳에서 멈추어 섰다. 배낭을 내리고
, 컵라면을 꺼내 뜨거운 물을 붇는다. 그러나 차가운 날씨로
라면은 제대로 익지 않고....
김치를
꺼내서 덜 익은 라면을 그냥 먹는다. 그래도 막은 일품이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며, 길을 나서자고 재촉한다.
백운봉과
여시골산을 통과하고 10시 15분경 궤방령에 도착하여 막걸리
파티가 이루어진다.
앞에
보이는 가성산은 대간꾼들의 기를 꺽기에 충분해 보였다.
궤방령에서 보는 가성산은 그 자태가 매우 웅장하여 710m의
산으로 보기는 시각적으로는 무리가 있는 듯 하였다.
그러나
어이하랴! 대간 마루금이 그리 쉽게 나에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을!
심기일전하여
가성산으로 안간힘을 쓰며 발길을 옮기어 간다.
지루하고
지쳐간다. 황악산 쪽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었으나 이곳에는
눈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많이 지쳐있는 발길은 산행 속도를 아주 더디게 만들었다.
더구나
궤방령을 출발한 후부터 왼쪽발목이 시끈거려 오고 있었다.
같이
가던 선두의 일행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발길을 옮기며
주위를 들러본다.
아직
오지 않은 후미의 일행이 많은데 너무 바쁘게 움직일 필요도
없는 것 같았다.
작은봉우리
몇 개를 넘고 가성산으로 오르는 마지막 오르막길에서 홀로
잠시 휴식을 가진다. 뒤에서 인기척이 일더니 대장님의
모습이 보인다. 궤방령에서 후미를 기다리다 이제야 오는
모양이다.
12시
30분, 지루하였던 가성산을 오르고 나서 약간 안도의 한숨을
쉰다. 궤방령부터 왼쪽발목이 시끈거려서 산행이 자연스럽지
못했는데 최대의 고비를 넘긴 것 같았다.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눌의산으로 향하여 간다. 가파른 경사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기 시작한다. 한참을 내려서다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들어
가뿐 호흡으로 606봉인 장군봉에 올라선다.
특징도
없이 그냥 밋밋한 장군봉을 지나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
683m봉을 지난다.
눌의산으로
가는 길은 편평한 길을 지나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다시 올라야 한다.
14시05분경에
홀로 외로이 눌의산 정상에 도착하여 물 한모금을 마신다.
사방의
시야가 확 트여 조망이 아주 좋아 보인다. 멀리 경부고속도로가
보이고 추풍령의 마을도 보인다. 정상 헬기장을 뒤로하고
추풍령을 향한 하산길이 시작된다.
급경사의
길을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잡고 내려서기를 30여분, 선두로
산행하던 일행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선두권에서 이탈한
일행이었다.
양보
받은 길을 서둘러 내려서니 송리 마을의 포도밭이 나타난다.
고속도로가 눈앞에 빤히 보이는데 발걸음은 여전히 마음
같지가 않다. 포도밭 옆으로 나있는 길을 지나 고속도로
아래로 나 있는 굴다리를 지나 15시00분, 경부선 철로를
건너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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