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19차 구간 종주 산행기(2)

1.산행일정 : 2002. 6.29-6.30(1박2일)
2.산행구간 : 제25/26소구간(피재-댓재-백복령 : 51.0Km)
3.산행친구 : donkey only
4.산행여정
- 6/30 : 제26소구간(댓재-두타산-박달령-청옥산-연칠성령-고적대-이기령-상월산-백복령:27.0 Km)
05:28 댓재 출발
06:55 통골 정상(목통령)
08:01 두타산(1,352.7m)
09:07 박달령
10:00 청옥산(1,403.7m)
10:34 연칠성령
11:25 고적대
12:43 갈미봉(1,278m)
14:20 이기령
14:43 상월산(970m)
15:41 원방재
16:48 1,022봉
17:30 987.2 봉
18:51 백복령
(총 산행시간 : 13시간 24분)

5.산행기
- 老 대간 선배님의 열정
다섯 시가 넘어 눈을 떴다. 다른 때 보다 갈 길이 멀어 네 시에는 출발하려고 했는데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휴게소 주인과 약속한 대로 아침 밥은 준비되어 있었지만 밥과 식은 국물로 대충 먹어 치우고 댓재 고개마루로 나간다. 온다던 비는 안 오고 짙은 구름만 끼어 있다. 산신각 옆으로 난 대간 길을 오른다.

통골정상(목통령)을 지나니 두타산 아래에는 온통 짙은 운해가 깔려 있다. 큰 소나무사이로 산자락에 두텁게 펼쳐진 천상의 이부자리처럼 펼쳐진 구름바다는 그야 말로 장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개는 산자락을 타고 오른다. 서울에서 버스로 왔다는 프리랜서산악회의 백두대간 종주대를 앞서 보낸다. 인원이 많다 보니 삼삼오오 능력에 맞게 쭉 퍼져 있다. 배낭도 무겁고 오른쪽 발목도 시큰거린다. 제발 아무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미 옷은 땀으로 다 젖었다. 청옥산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기로 하고 목이 마를 때 마다 마셔 대는 물이 땀으로 다 나오는가 보다. 힘겹게 안개에 휩싸인 두타산을 오른다. 중간에 큰 묘지가 하나 버티고 있다. 멀리 푸른 동해 바다가 있을 텐데 안개 때문에 보이질 않는다. 먼저 올랐던 서울 종주대가 출발한다. 넓은 공터에는 군데 군데 바위와 큰 돌들이 적당히 있어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다람쥐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겁도 없이 가까이 다가온다. 땀이 식으니 춥다. 아침밥이 모자랐는지 배가 고파 미숫가루를 한통 타 먹는다. 꿀맛이다. 간편하게 타서 쭉 마시면 되는 미숫가루는 비상식으로 정말 좋은 것 같다.

쉬고 있으니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한 분이 올라 오신다. 오자 마자 수첩을 들고 이런 저런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으며 왔다 갔다 한다. 사진을 찍어 달래서 찍어 준다. 할아버진 아까 출발했던 서울의 백두대간 종주대와 같이 오셨단다. 이미 지난 98년도에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지금은 산행기를 정리 중인데 이 구간 산행기를 적으려고 하니 수첩에 아무 것도 적혀져 있지 않고 생각이 나는 것도 아무 것도 없어 다시 답사하려 오셨단다. 얼핏 들은 함자가 신기철옹으로 연세는 올해 일흔이란다.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두타산에서 청옥산으로 향한다. 할아버진 그 때 이 구간을 지나면서 너무나 짙은 안개로 등산화 코만 보고 걸었단다. 오늘도 안개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무엇을 다시 갖고 가시는지 모르겠다. 죽기 전에 산행기라도 정리해 놓고 싶은 욕심에 대간 종주대를 따라 왔단다. 오늘은 연칠성령에서 무릉계곡으로 내려갈거라면서 나보고 앞서 가란다. 건강하시라면서 혼자 청옥산을 향해 걷는다.

청옥산 정상 못 미쳐 왼쪽으로 내려 서면 청옥산 샘터가 있다. 샘터에서 물을 보충한다. 청옥산(1,403.7m) 정상은 헬기장이 있고 사방이 나무로 갇혀 있다. 안개가 청옥산 정상을 타고 넘는다.

조그만 돌탑이 있는 연칠성령을 지난다. 동쪽으로 내려 가면 무릉계곡이다. 무릉계로 내려가는 부부가 좋은 산행이 되라고 인사를 한다. 고적대로 가는 길은 정말 힘이 많이 든다. 바위투성이의 가파른 경사로 기다시피 오른다. 오르다 허리 굽혀 선 채로 쉬노라면 흐르는 땀이 장마철에 낙숫물 떨어 지듯 한다. 무거운 배낭을 멘 채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무릉계가 있을 계곡으로 내려다 본다. 안개가 발아래 자욱하다. 안개 위로 솟은 산봉우리들이 마치 천상의 세계에 와 있는 듯 하다. 햇살이 안개를 뚫고 힘없이 비친다.

-모래주머니 달고 간 백복령
고적대(1,353.9m)의 정상은 좁은 바위 공간이다. 동쪽의 무릉계곡 급경사의 암석지가 돌을 쌓아 놓은 것으로 보여 붙여 진 이름이란다. 배낭을 내려 놓은 채 퍼져 앉아 아무런 생각없이 쉬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다. 모든 것이 정지 된 듯이 적막하다. 아직 채 절반도 가지 못했는데 종아리는 쥐가 날려고 하고 힘이 들어 쉬는 주기도 빨라 졌다. 갈미봉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 진다. 한 달만에 나온 탓일까? 목 마른 갈증은 계속되고 물은 있는 대로 계속 마셔 댄다. 마신 만큼 땀으로 나오고 땀은 짜지도 않고 밋밋한 물 맛이다.

'왜, 이 힘든 대간을 한답니까?' 대답없는 공허한 질문을 한다. 나뭇잎에서 물방울이 떨어 진다. 안개가 더욱 짙게 숲속을 드리운다. 한 낮인데도 숲속은 어둑어둑하다.

영동의 동해 삼화와 영서인 정선 임계를 잇는 고개 마루인 이기령(耳基嶺)이다.
오늘 백복령까지 갈 수 있을까? 공연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도를 들고 이기령과 상월산 지나 원방재로 자꾸만 눈이 간다. 혹시 비상탈출이라도 염두에 둬야 하는 건 아닌지..? 비는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고 다리는 아프고 갈 길은 아직도 먼데...

이기령을 지나 상월산(970m)을 오른다. 좋은 소나무들이 숲속을 채우고 있다. 상월산에 오르니 드디어 비를 뿌린다. 배낭카바를 꺼내 배낭에 씌운다. 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 그대로 원방재로 내려 온다. 비에 젖은 내리막 산길이 미끄럽다. 원방재를 지난다. 바지가랑이로 타고 내려 온 빗물이 등산화 안으로 들어 간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다리가 이젠 모래주머니를 단 느낌이다. 발을 옮길 때 마다 신발 안에서 물이 출렁인다. 배낭은 어깨를 짓누르고, 다리는 천근 만근이다. 1,022봉으로 가는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다리를 옮겨 놓기가 힘 든다. 헬기장이 있는 1,022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걷고 또 걷는다. 안개마저 짙게 끼인 비오는 숲속은 곧장 어두워 질 것처럼 어둑어둑하다. 내리막이다 싶으면 언제 또 오르막이다. 비 맞은 나뭇잎을 훑고 지날 때 마다 물은 얼굴이며 가슴으로 파고 든다.

정선군수가 세워 놓은 삼각점관리표찰이 서 있는 987.2봉에서 배낭을 정리 한다. 먹을 만 한 것은 다 먹고 마실 물만 남겨 놓고는 다 쏟아 버린다. 먹다 남은 불은 누룽지는 버리고 대신 미숫가루를 타서 마시고 남은 과일 캔도 따서 먹는다. 마지막 몇 차례의 오르내림 끝에 안개비 내리는 백복령에 내려 선다. 힘들었던 오늘의 긴 여정이 끝을 맺는다.

어둠은 금방 찾아 오고 안개사이로 지나는 차량의 불빛은 나를 못 알아 보는지 그냥 무심히 지나친다. 택시를 불러 동해로,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강릉에서 심야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집사람을 불러 울산에 도착하니 새벽 5시다.(終)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영주-통리(기차 15,100), 통리-피재(택시 10,100-식사 대기 포함)
- 복귀로 : 백복령-동해(택시 40,000), 동해-강릉(버스 2,500), 강릉-부산(버스 28,100)

7.제20차 구간 종주 계획
- 일정 : 2002. 7. 7(일)
- 구간 : 백복령-삽당령(17.0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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