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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 (용화산)
2002년 12월22일(일) 맑음
일행 : 우리가족(다섯명)
산문(동구광장) 14:30분
발 용화사 14:35분 착 미륵봉(정상) 16:08분 착 16:15분 발 도솔암 16:40 착 관음사 16:50
착 동구광장 17:10 착 총 산행시간 2시간40분. (건장한 성인이면 한바퀴 일주하는데 2시간이면 족할 듯)
오늘
오전에 비가 온다는 어제 일기예보를 믿고 오랜만에 늦잠을 잣겠다. 헌데 아침부터 날씨가 쾌청한 것이 일기예보가 빗나간 것
같다. 아들녀석(열살)을 꼬셔보았더니 오늘 하루는 쉬고싶단다. 이 녀석이 친구들하고 놀고싶어서 잔머리를 굴리는구나. 둘째
녀석(여덟살)에게 은근히 기대를 갖고 산에 가자고 했더니 반응이 시원찮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산에 갔다가 놀이동산에 가자고
하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가자고 한다. 아들녀석과 막내녀석(여섯살)까지 가자고 난리다. 등산을 무지 싫어하는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오늘따라 아내까지도 따라간단다. 이렇게 해서 온 가족이 실로 오랜만에 산행에 나서게 되었다.
정오가 다 되어서 출발을
했으니 늦은 출발이다. 통영에 도착하여 오른쪽으로 충렬사를 지나 충무교를 건너니 고교때(197?년. 20몇년전의
일이다.) 수학여행왔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충무교를 걸어서 건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근처여관에서 잠을 잔 기억도 난다.
해저터널은 걸어서 통과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잘 기억이 안 난다. 시내를 지나가는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꼭 전남
여수시내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구불구불한 길, 계속되는 비탈길, 바다 등. 두 도시가 공통점이 많은 도시라서
그런가보다.
미륵도에 들어서 얼마안가니 미륵산 들어가는 사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해서 경사진 길을 5분쯤 올라가니 "산문폐쇄
회차지점"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산문이란 미륵산 들어가는 입구(동구광장)에 있는 넓은 문이더라.
산문에는 미륵산 케이블카설치 반대표시로 각종 게시물과 유인물들이 빼곡이 들어서서 차들의 진입을 막고 있는지라 차를 돌려야만 했다.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아보았다. 동구광장안에 보기에도 왕대포집같은 분위기의 초라한 보리밥집이 한군데 있기에 들어가 봤더니
주인이 없다. 한정식집과 아구찜식당같은 비싼 식당이나 술을 먹으려는 단체손님들 받는 식당만 몇 군데 보일 뿐,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은
눈을 씻고 보아도 보이질 않는지라 식당(백반, 설렁탕, 육개장, 갈비탕, 비빔밥, 국밥, 곰탕을 파는 한식당이 하나 있으면 아주 잘될 것 같다.
명예퇴직하고 이곳에 식당이나 차릴까보다.)을 찾아 시내로 내려가던 중 대룡관인가? 하는 한식당 현수막이 눈에 들어오더라. 얼른 차를 돌려
들어가 보니 돌솥 산채비빔밥이 제일 만만한지라 세그릇을 시켜놓으니, 주인아주머니인지 일하는 아주머니인지는 몰라도 "어디서 왔느냐? 잠잘곳은
있느냐? 애들이 예쁘게 생겼다." 등등 아주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기분 최고다. 반찬이 전라도식당처럼 제법 많이 나오고 맛도 괜찮은
편이지만, 비빔밥은 아주 맛있다고는 볼 수 없어도 그런 대로 먹을만하더군.
동구광장에 들어서면 시멘트로 포장된 왼쪽길(용화사코스)과
오른쪽길(관음사코스)이 있는데, 어느 쪽으로 올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 원점회귀코스이니 아무 데나 선택해
오르면 될 것이다. 5분 정도 오르니 용화사가 나온다. 뒤로 처지기 시작하는 아내를 채근하며 오르다보니 시간이 많이걸릴것 같다.
막내녀석보다도 더 산을 못타니 쯧쯧..... 저렇게 운동이 부족한 사람이 뱃살 많이 나왔다고 집안에서 뱃살타령만하다니....
큰 녀석보고 엄마모시고 오라고 하고 막내 손을 잡고 오르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등산로가 무지 넓어 내려오는 사람들과 부딪칠
염려가 없어 좋다. 그만큼 등산로가 많이 훼손 되었다는 얘기다.
엄청 넓은 사거리에 이르러 이정표를 (용화사1km, 미래사
1.3km, 미륵산정상0.8km) 보니 오른쪽으로 가야 미래사다. 얼마를 가니 첫 번째 약수터겸 운동시설이 나온다. 아침마다
여기까지 와서 운동도하고 약수도 먹을 수 있는 통영시민이 부럽다. 이곳에서 서쪽 가파른 길로 오르면 정상인 미륵봉으로 갈 수 있는 코스가
보인다. 약수 한잔씩을 마시고 미래사쪽으로 방향을 틀으니 여기서부터 갑자기 등산로가 좁아진다.
또 한참을 가니 두 번째
약수터가 나온다. 이곳은 약수가 수도꼭지(한 개 밖에 없더군)를 틀어야만 먹을 수 있게 해놓았다. 약수도 먹고 간식도 먹으며 잠시
휴식. 여기서도 바로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더군. 애당초 우리는 미래사에 들렀다가 정상을 오른 후 관음사로 하산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시 미래사쪽코스로 발길을 옮겼다. 5분쯤 걸었을까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정상가는 표시만 있고 달리 이정표가 없다. 아마도 아래쪽이 미래사
가는 길인가 보다. 아내가 피곤해하기에 미래사 가는걸 포기하고 그냥 정상으로 발길을 돌렸다. 산행 내내 울창한 나무숲 때문에
한려수도의 경치는 볼 수는 없다. 정상 못미처 암릉지대를 지날 때에야 비로소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넓은 암릉에 올라서니 한려수도
동, 남, 서쪽에 점점이 흩어진 섬들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동쪽의 큰 섬이 그 유명한 한산섬인듯하다.
북서쪽 암릉을 타고
조금 더 오르니 미륵봉 정상(461m)이다. 사방이 탁 트인 게 말로만 듣던 한려해상 국립공원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날씨가
좋아서 멀리 아주 작은 섬들까지 보인다. 북으로 보이는 통영시내와 항구, 아치형의 충무대교등이 꼭 외국의 한 항구도시를 보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까마귀가 제법 많이 보인다. 올 겨울에는 내가 그 동안 평생 보아왔던 까마귀보다 훨씬 많이본것 같다.
오르는 산마다 웬 까마귀들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도솔암쪽으로 하산을 하는데 암릉구간이 많아서 막내가 약간
힘들어한다. 아주 위험한 구간이 아니면 그냥 혼자 내려오도록 밑에서 지켜만 보았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조그만 녀석이 제법 잘
내려온다. 밥만 잘먹으면 나무랄 데가 없는 녀석인데 도무지 밥을 안 먹는다. 끼니때마다 이 녀석 밥많이 먹이려고 실랑이를 벌인다.
평균 두 숟갈이 전부다. 과일은 조금 잘먹지만 그 외에는 간식도 잘 안 먹으니 키도 또래아이들보다 훨씬 작아서 엄마, 아빠를 항상
안타깝게 하는 녀석이다. 간식도 주지 말고 한끼 정도 굶겨보라고 아내에게 가끔 얘기해보지만 아내는 안타까워서 그런지 지금까지 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
암릉구간을 지나니 제법 잘 닦인 등산로가 나오고, 조금 더 가니 사거리고개가 나온다. 동쪽
내리막길 관음사 쪽으로 내려가니 등산로 양쪽이 온통 맥문동군락이다. 이렇게 많은 맥문동을 보기는 처음이다. 이상한 것은 산행 내내
춘란은 단 한 촉도 보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도솔암입구 이정표(미륵산 정상 1.3km, 용화사광장 0.7km)가 나오고 왼쪽으로 암자가
살짝 보인다. 10분 정도 거리에 관음사가 우릴 반긴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멀찌감치 내려가는지라 간간이 불러서 위치를 확인해야만
한다. 아내가 다리가 아프다며 같이 가자고한다. 중년의 부부가 정말이지 오랜만에 손을 꼬옥잡고 산을 내려가고 있다.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내가 무뚝뚝한 사내의 손을 잡고 내려갈 수 있는것은 주위에 등산객이 우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저수지가 보이고
곧이어 동구광장이 나온다. 별탈없이 산행을 마친 우리아이들이 대견스럽고 기꺼이 동행해준 아내가 고맙기만하다.
명성에 비해
그다지 빼어난 산은 아닌 듯하다. 산의 높이가 낮은 탓도 있지만 수려한 계곡이나 폭포, 기암괴석이 없으니 명산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일.
정상에서 한려수도를 볼 수 있다는 것만 빼고는 산행 내내 한려해상의 경치를 도무지 볼 수가 없다. 다른 섬에 비해 동백나무가 거의
없는 것 또한 특이하다. 남해안 대부분의 섬들은 동백나무를 비롯해 상록활엽수림이 주종인데 말이다. 미륵산은 소나무가 무척 많은 게
삼림욕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고성의 연화산이나 이곳 미륵산이 어떻게 해서 지난 시월 산림청이 지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뽑혔는지 약간의
의구심이 생긴다. 많은 산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전남을 예로 든다면 고흥 거금도의 적대봉, 나로도 봉래산, 담양의 산성산이 오히려 100대
명산에 들어가야되지않을까 싶다. 왜? 그곳의 경치가 훨씬 빼어나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