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에 올려진 산행기 입니다.


달빛 그리고 빙.설화와 함께한 대간(덕산재-궤방령)

올린이 : 윤기웅 , 2002/12/26(올린날)
게시판 :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백두대간 7구간(덕산재-궤방령)

1. 일시 : 2002년 12월 22일,일요일

2. 인원 : 홀로산행

3. 산행개요 : 눈,바람이 오후에는 조금 나았으나 하루종일 햇빛을 못보다.
기온은 영상 10도이하로 산행에는 쾌적하였음
1000미터급 산이 말그대로 산 넘어 산
눈발 때문에 달은 가렸지만 헤드랜턴 없이도 산행가능
삼도봉이후로 눈이 많았고 삼마골재 이후에는 선행 발자국이 없어
내내 부옇던 하늘은 조망권을 전혀 주지 않았고 ...

4. 산행코스 : 덕산재(해발640m)-853.1봉-부항령(680m)-1070.6봉-삼도봉(1176m)-밀목재
-1175봉→화주봉(1207m)→우두령(해발720m)-985.3m(삼성산)-바람재-형제봉-
황악산-궤방령

5. 거리,소요시간 : 도상거리 37.1km,소요시간 약 15시간 34분(am 1.56-pm 5.29)

6. 산행기 :

대전을 출발하여 덕산재에 도착하니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12시에 집을 나섰으니 늦어도 1시30분이면 도착하리라 생각했으나 무에 홀렸었는지 곧장 신풍령밑까지 갔다가 설천쪽으로 되돌아오느라 시간이 많이 허비되었다.처음 계획은 대간을 같이 시작한 김홍식씨와의 릴레이 종주였는데 일정이 맞지않아 그는 토요일인 어제 빼재-덕산재를 부인과 함께하였고 나는 언제나처럼 혼자 길을 나선 것이었다.

차를 나서는데 하늘에서 눈이 조금씩 떨어지므로 입고 있던 짚티를 벗고 방풍스트레치티로 바꿔입었고 고어바지를 꾸리니 배낭의 무게가 평소보다 더 무거워졌다.이럭저럭 준비를 마치고 덕산재(640m)표지를 찍고 다시 건너가 들머리에서 좌표를 찍은 뒤 산길로 접어드니 쌓인 눈이 없어 진행에는 별반 어려움이 없다.(1.56)내리는 눈은 조금씩 정도를 더해가지만 만월에 가까운 달빛때문인지 훤해보여 어둠이 눈에익자 등산로가 아주 잘보인다.

제법 땀이 날 무렵 고도 826m를 지났고 다시 얼마를 가자 길이 왼쪽으로 휘어져 떨어지면서 눈이 트이는 제법 너른 공터가 나타난다.옛날 석영광산임을 말해주듯 하얀 돌멩이 무더기가 여기 저기 널려있고 길은 절개지 위로 이어지는구나.(2.22)몇분 뒤 다시 왼쪽으로 떨어지는 제법 가파른 길을 내리는데 앗차하는 순간에 미끄러지자 벌써 엉덩이는 땅에 붙었고..만져보니 검은 부엽토 섞인 진흙이 묻었지만 별 문제는 없는데 아마도 먼길을 서두르지 말고 조심하라는 뜻이리라.

서릿발 처럼 일어난 땅 껍데기와 낙엽 그리고 그 밑의 얼음등이 뒤섞여 아주 미끄러우므로 재차 스틱을 죄고 조심조심 나아가니 다시 경사가 눕는다.안개도 약간 끼고 눈발이 조금씩 날리지만 가리워진 달빛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잘보였고 사면에 남아있는 띠모양의 잔설은 길 모양새와 방향을 알려주므로 달빛산행을 즐기려 아예 헤드랜턴을 꺼본다.역시 오늘같은 월광소나타가 좋아~~숲사이의 헬기장에 발을 내딛으면 부항령은 지척이며 곧 코팅표지가 달려있는 안부에 도착한다.(3.30)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도로에 다니는 차는 보이지 않고 나트륨등만이 길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잠시 숨을 골라본다.이제부터는 제법 오르막이 계속되고 약 30분 걸려 926봉에 다다르니(3.57) 바람이 아주 시원하게 느껴지며 안부에서 갈림길이 나오자 오른쪽의 사면길을 버리고 능선길에 오른다.곧 대간상의 여느 무덤보다는 관리가 되어 보이는 달성서씨 묘를 지나서 급경사를 오르자 묵묘가 있는 960봉 정상인데,더 거세진 바람을 맞고 다시 내려서면서 우회길과 만난다.(4.04)

얼마 뒤 헬기장(1030m/4.31)을 지난 뒤 방향을 틀어 내리고 한참을 가다 다시 헬기장을 만난다.여기가 1170.6봉 이렸다.(5.39)쉼없이 눈보라를 일으키는 바람이 주위를 삼킬 듯 불어오는 가운데 헬기장을 넘어서자 황량하게 왼쪽 아래로 흐르는 묵밭지역을 지났고(목장지대라 표기)임도에 올라서자 아직 녹지않은 눈이 발목이상으로 차이므로 서둘러 스팻츠를 착용한다.얼마를 걸었을까?문득 앞쪽에서 창백한 불빛이 번쩍이는 느낌과 말소리도 들리듯 싶다.얼마 뒤 만난 이들은 삼도봉쪽에서 올라오는 대간팀이었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 길을 가고 대기가 푸른빛을 띌무렵 내쳐 도착한 사거리에는 튼실한 이정표가 서있다.(7.11)

거기에는 이렇게 써있다.`해인리 1.5km,중미마을 5 km, 삼도봉 0.5km,석기봉 1.5km` 라고..가까울듯한 정상을 오르려면 제법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데 대기가 뿌옇게 흐려있어 산정이 보이지 않더니 어느순간 검은 여의주가 보이고-오늘 저건 내것이다!-올라선 `삼도봉`산정에는 삼도화합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7.20)지리산에서 시작하여 오늘까지 삼도봉을 세 번이나 지나쳤는데 산에 이런 조형물만 세워놓으면 삼도화합이 잘되리라 생각하는 단순한 사람이 많은가보다.

몇년전 여기에 처음 왔을때는 우리 세식구는 무주쪽에서 길도 잘 나지않은 산길을 뚫고 올라와 민주지산,석기봉으로 해서 예까지 왔다가 하산길을 무주쪽 아닌 반대로 잘못들어 해인산장까지 들게 되었고 산장주인 김용원씨를 만나 맥주도 대접받고 또 다른 산꾼의 차를 얻어타고 지례까지 나와서 무주로 되돌아갔던 고마운 기억이 나는데 그땐 사거리 안부에 이정표도 없었지...아마...대간길은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끝없이 내리는 경삿길의 나무계단은 얼어붙어있어 발길을 더디게 한다.

이곳 삼마골재 사거리에는 황룡사 방향의 이정표가 서있고 영동 물한계곡으로 내려갈 수도 있는데 바람에 실려온 독경소리가 은은하다.(7.56)다시 나선 길앞에는 누구도 밟지않은 순백의 눈길이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남기는 족적이 뒤에 올 사람들을 인도하는 올바른 길이 되기를 바라며 꾸준히 걷는다.도중에 1123.9봉으로 생각되는 제법 큰 봉우리를 우회하였고 길은 좌우로 방향을 바꾸며 마음을 한시도 놓지 못하게 하는데,잔설이 남아있는 길에는 적게는 발목이요 많게는 허리쯤까지 쌓여있어 약간은 크러스트 되었다하나 헤치고 나가기가 힘이 더들고 이를 피할라치면 주변의 잡목이 배낭이며 몸을 잡아끌므로 아주 성가시다.

도중에 배가 고파와 아침을 먹지않았음을 생각해내고 길가에 퍼질러 앉아 흔들컵에 집에서 닳인 배즙과 생식1포 그리고 단백질을 넣어 신나게 흔든다.걸쭉한 내용물이 뱃속에 들어가자 짐짓 기운이 살아나는데 다시 일어나 내닫다보니 어째 이상하다.분명 내 앞을 지난이가 없었는데 거꾸로 온 발자국이 계속 보여 문득 멈춰 발의 크기와 창의 모양을 맞춰보니 내것이 분명하니 이거 또 거꾸로 가는게 분명하네!푸하하!길과 주변은 온통 설화로 가득하고 빙화도 보이는데 시계는 트이지 않고 보이는 것은 온통 하얀색 천지라 `화이트아웃,whiteout`처럼 감각이 무뎌진 탓일까?

약 1km 정도를 허튼짓하고 되돌려 얼마를 걷다보니 산사면을 가는것도,주변의 바위도 아까 지나며 본 것같은 착각이 드는데 얼마 뒤 별로 힘들이지 않고 바위봉에 올라섰고 고도를 확인하니 1175봉이 맞는군.이곳에서도 역시 시계는 않트이고 정상을 호위하듯 서있는 나무 몇 그루와 거기 붙은 대간기마저 얼어 붙었다.(10.38)다시 내려서야 하는 남동쪽의 암릉은 절벽이 무색한 경사로 버티고 있어 온몸을 이용하여 끌어안고 잡고 만지고 하여 무사히 안부에 내려온다.다시 오름짓을 계속하여 화주봉에 다다르면 조망이 좋을 약간 터진곳을 지나 바로 정상의 끝.(11.17)

여느 맑은날이면 정말 끝내줄 조망을 즐겼을텐데 이태껏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저 어림짐작뿐이니 오늘은 조망권을 아예 하나님께 넘겨드린 날이다.내림길은 비교적 부드럽게 이어지고 잔설이 적은 대신 낙엽이 제법 미끄럽게 하는데 좌측으로 내리면 헬기장이고 다시 낙엽길을 부지런히 내려오면 우두령을 잇는 도로가 보이지만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더니 드디어 철조망이 나오고 그 옆으로 이상한 소리와 냄새를 피우는 고압선 철탑을 지나서 바로 포장도로인 우두령이다.(12.18)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군을 연결하는 도로를 건너서고 그 너머에 대기하고 있는 산악회 버스를 지나쳐 산불조심 입간판 옆으로 이어지는 들머리에 들어서니 곧 헬기장을 지났고 계속 오름길인데 눈 대신 두텁게 낙엽이 깔려있어 오름짓을 더디고 힘들게 하고있다.묵묘가 있는 봉우리 하나를 지나고 다시 힘을 제법 쓴 끝에 지나는 봉우리에는 삼각점이 빼꼭이 모습을 드러내고..그러면 삼성산이라 부르는 985.3봉이구나.

이제는 지칠때도 되었지만 언제부턴가 어깨를 짓누르던 배낭의 무게를 거의 느끼지 못했고 삼성산 이후로 능선상에 다시 펼쳐지는 환상적인 빙화들의 모습으로 힘이 난다.바람은 설화를 흔들어 길위에 흩어주고 녹아가는 빙화에선 물이 똑똑..오르내림을 거듭하다가 한번 솟구쳐 내려선 임도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다 도로를 따르지 않고 왼쪽의 작은 봉우리로 올랐다 내려오니 임도와 다시 만난다.건너편을 보니 황악산군쪽으로는 햇빛이 조금들지만 8부능선 이상은 여전히 부옇게 흐려있고 오른쪽 김천쪽의 산밑은 보기 흉하다.대간은 꼬분고분 임도를 따르지 않고 밑으로 내리뻗는 급경사를 통해 바람재에 안착한다.(2.31)

바람이 많아 바람재인가?일부러 청소한 듯 깨끗한 헬기장 한켠에 기분도 상쾌하게 누워본다.참호건너 다시 나선 형제봉오름길은 경사도 경사지만 두터운 낙엽이 길을 덮어 한발 한발 힘주어 내딛게 하고 경사가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하는 사이 쉼없이 두번의 갈림길을 지나고 형제봉이 어딘지도 모르게 지난 것 같은데 또 갈림길이 나오자 김홍식씨와 문학기형님께 전화를 하며 가는데 문득 표지기와 정상석이 보인다.올라온 비알에 비하면 "어쩜 이렇게 쉽게 만난다냐" 하면서 바라보는 황악산 정상은 작은 돌탑1기와 "백두대간 황악산 1111m"라고 새긴 정상석과 또 하나의 정상석이 있는 몇평가량의 평지이다.

지피에스좌표를 찍는데 고도가 정확히 1111이네!빙고!!잠시 머물다 내려가는데 길은 신작로만큼이나 넓어지고 헬기장옆 전망바위도 생략한채 우로돌아 곧 케언하나 서있는 봉우리를 지나지만 조망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잔설이 발목을 적시는 내림길에서는 누비옷과 털신으로 무장한 스님 여섯분을 스쳐 지났고 조금을 더 내려가자 불거진 바위에서 일단의 무리가 떠들고 있다.계속되는 하산길은 등산로 이외에도 마치 봅슬레이 코스처럼 골이 크게 파이고 군데군데 나무뿌리가 들어나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파도타듯 경사가 완급을 반복하며 내리는 길에는 이정표가 500미터마다 있었고 백운봉쯤에서 다시 허기를 면한다.침목계단을 내려 얼마 뒤 안부에 도착하면 운수봉과의 갈림길로 오른쪽으로는 직지사로 내리는 고속도로이고,황악산에서 여기까지는 2260m를 내려온 것이다.계속 직진하면 숲길로 들어서고 잠시 뒤 운수봉에 도착하며 계속 고만고만한 봉을 오르내린다.도중에서 황학산군을 바라보면 높기가 아득하기도 하지만 육산이라서인지 큰 덩치가 유순하기도 믿음직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길 왼쪽에 나있는 깊은 굴은 그 옛날 여시골산에서 살았다던 구미호의 보금자리는 아니었을까?왼쪽 앞으로 어촌저수지의 물결이 빤짝이고 다시 능선 중간에 허물어진 터를 지났어도 고도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더니 어느순간 왼쪽의 가풀막으로 급강하 하게 되는데 흙길이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어서 다시 엉덩방아를 찧는다.다시 완만해진 길은 밭의 가장자리를 따라 오른쪽으로 완만히 이어지고 철조망이 끝나면 완만한 숲길을 지나고 마지막으로 참호를 넘어서면 궤방령.(5.29)

금새 날이 저물고 어두워 히치를 하지만 도통 않되어 택시를 불렀고 다시 행여나 하는 마음에 다시 손을 들자 트럭 한 대가 앞에선다.고맙습니다!바로 택시를 취소하고 가는데 직지사쪽에 사신다는 이분은 영동쪽에서 송어회를 사오시는 길이었는데 일부러 버스를 타는 곳까지 태워 주셨고 또 버스기사는 차비를 50원 깎아 1000원만 받으신다.전날 `반지의 제왕` 2편을 가족과 함께 심야영화로 보느라 밀렸던 잠이 쏟아지고 그대로 떨어진채 김천에 도착하였고,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7시 5분버스를 타고 거창에는 8시13분에 도착한다.

택시로 덕산재를 가자고 하니 기사가 잘 모르는듯 여러 사람에게 물어물어 1시간이나 걸려 덕산재에 도착하였고 차비는 40,000원이 나온다.이미 버스속에서 숙면을 하였음인지 대진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오는길 내내 상쾌한 기분으로 대전 집에 도착하니 10시 10분이다.땀에 젖어 불어터진 발을 제외하고는 심신이 아주 편하였고 오늘도 대간길에서 많은이들의 도움으로 한 구간을 무사히 마무리하게 되었음을 감사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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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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