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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태백산행
백두대간의 한 종주구간인 태백능선 구간을 밟고
돌아왔다. 소문수봉(1,465m)-문수봉(1,517m)-부쇠봉(1,546m)-영봉(1,560.6m)-장군봉(1,566.7m)
 문수봉에서 본 태백산 부쇠봉,영봉,장군봉
태백산에 대하여 일일이 설명을 하는 것은 어리석게 여겨진다.
왜냐하면 태백산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추에 위치한 산으로 일찍이 영산으로 여겨져 왔다. 우리나라의
젖줄인 한강과 낙동강, 동으로 흐르는 오십천의 발원지이면서 소백산맥을 분기시키는 지점이기도 하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신라 때 이
태백산이 오악 중 북악으로 일컬어졌었다고 한다. 참고로, 오악이라 함은 중국의 <동악 태산> < 남악 형산>
<서악 화산> < 북악 항산> <중악 숭산>을 일컫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삼각산(지금의
북한산), 지리산을 말하며 신라 때는 토함산, 태백산, 계룡산, 지리산, 부악(지금의 대구, 팔공산)을 오악이라 하였다. 암벽이 적고 경사가
완만하여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육산으로, 알려진 산치고는 뛰어난 계곡이나 절경이 없어 볼품은 없으나 중후하고 웅장하게 이어지는 능선이 보기
좋은 산이다.
나는 오래 전에 단체로 마지못해 백단사 쪽에서 천제단까지 올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 생생한 것은 정상 주변에
자생하고 있는 주목들의 고고한 모습들과 돌을 둥글고도 크게 쌓아 만들어 놓은 천제단과 몹시도 바람이 많이 불어 매우 추웠던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태백산을 오르는데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뿐더러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을 것을 고려하여 등산로를 크게 설정하고
비잉 돌기로 하였다. 내가 태백산 주정문이면서 주차장이 있는 당골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산행을 하기엔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눈이 하얗게 수북히 쌓여있고 나뭇가지에는 고드름들이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주차장에서 입장료를 치르고 직진하여
계속 오르면 문수봉으로 가는 산제당골 등산로가 있었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천제단으로 직접 오르는 등산로가 있었다. 산제당골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눈길이 뽀드득뽀드득 이를 갈았다. 날씨는 포근하였고 파랗고 맑은 하늘, 반짝거리는 설경은 눈이 부셨다. 나는 잠바를 벗고
배낭에 집어넣어 버렸다. 얇고 붉은 상의와 빨간 모자가 남들의 눈에 확 띌 것 같았다. 내가 올라가는 길엔 올라가는 사람은 없고 내려오는
사람들만 있었다. 내가 남들과는 반대로 산행하고 있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산제당골은 커다란 바위나 절벽, 풍부한 물이 흐르는 것도 아니었다.
계곡이 아닌 그냥 골인 것이다. 쭉쭉 뻗은 낙엽송 숲을 지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미로를 따라 묵묵히 걸어 올라갔다. 주변엔 눈 더미 사이를
뚫고 푸릇푸릇한 산죽들이 손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물바가지가 놓여 있는 웅덩이에서 물을 마시고 병에 물을 채웠다. 35분 정도 걸려 오르니
소문수봉과 문수봉으로 갈리는 갈림길이 나왔다. 생각지 못한 갈림길이라 잠시 망설였다가 소문수봉 쪽인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눈길이 좁아졌고
눈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다. 방향을 돌리자마자 샘터가 나왔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등산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비인기
등산로인 것 같았다. 이런생각 저런생각에 시간 가는 줄 힘든 줄 모르고 올랐다. 다른 산들에 비하여 경사가 완만하여 다리가 아프다거나 숨이
목까지 차 오르지는 않았다. 서서히 능선이 눈에 들어왔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제당골엔 능선에 오르기까지 소나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하얀 자작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서 하얀 눈과 하얀 자작나무의 외피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12:28
소문수봉으로 가는 능선(해발 1,350m)에 올랐다. 약 4km를 걸어 올라왔다. 반대쪽으로 산줄기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능선을 따라 어느 정도 가다가 오르막을 만났다. 능선위의 등산로는 바람 탓인지 상당히 두텁게 쌓여 있었다. 약 20-40cm정도,, 능선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에 근접할수록 바위가 많은 너덜지대가 나왔다. 그 봉우리가 바로
소문수봉이었다.
12:40 소문수봉(1,465m)에 도착해 보니 커다란 바위들이 봉우리를 덮고 있었다.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
이 소문수봉은 나처럼 가끔 와 주는 사람들이 반가웠던지 차가운 바람으로 나를 맞았다. 나는 표석을 사진에 담았다. 쓸쓸한
소문수봉,, 소문수봉으로 떠나 문수봉을 향했다. 내리막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가니 문수봉과 당골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계속해서 능선을 차고
나갔다.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 만에 만나는 사람들이었다..이럴 때 인사하는 기분이 그만이다. 나는 빨간 티 하나만 걸치고 있는데
반하여 그들은 잠바에 모자, 마스크까지 쓴 그야말로 완전무장상태였다. 선그라스만 끼었다면,, 두 사람이 지나갔다. 반갑다고 인사하니 그들도
인사를 받아 주었다. 한동안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다. 정상부에 자라는 신갈나무들만이 바람에 조금씩 움직일 뿐, 갑자기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능선 위에 솟아있는 저 봉우리가 뭔가 있는가 싶었다. 나뭇가지를 헤치고 눈에 미끄러지며 정상에 올라서니 까아만 등산복을 걸친
등산객들이 북적거렸다.
12:55 문수봉 정상 도착
 문수봉 정상(돌탑)
일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이 봉우리에서 자기 수양을 하는 말총머리를 한 처사가 돌을
옮기며 탑을 쌓았다는데 상당히 크고도 우람하게 완성해 놓았다. 모두 네 개였다. 난 어떤 아주머니에게 부탁하여 돌탑과 표석이 함께 잡히는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다. 문수봉은 소문수봉처럼 큰 바위들이 봉우리를 덮고 있었고 네 개의 대형 돌탑이 인상적이었다. 문수봉은 신라의
화랑인 원술랑이 이곳에서 무술을 수련한 곳이라 해서 원술봉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하였다. 문수봉에서 부터는 마주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산행재미가 덜하였다. 눈길이 좁아 서로 비껴갈 때면 시간도 지체 될 뿐 아니라 자꾸 신발과 바지에 눈이 들어왔다. 차츰 양말이 젖는
느낌이다. 13:05 문수봉, 천제단, 당골로 가는 갈림길 도착 13:20 문수봉,천제단,망경사로 가는 갈림길 도착 주변엔
차츰 주목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제 뱃속을 모조리 후벼내고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며 꿋꿋하게 살아있는 것이 무척이나 경이로웠다.
13:35 소백산맥으로 분기되는 부쇠봉(1,546.5m)에 도착하였다. 13:40 부쇠봉 주변엔 주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멋드러진 한 나무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지나가는 붙들고 들어와 셔터부탁을 했는데 다들 바쁜 걸음이라 사진 하나 직는데도 힘이 들었다.
천제단이 있는 태백산 영봉이 바라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울긋불긋한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내리막으로 내려가니 묘지하나와 돌로 쌓아
만든 제단이 잇고 그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식사와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비탈을 걸어올랐다. 사람들이 많이 다닌 탓에 길이 미끄러웠으나
아이젠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천제단 앞..태백산임을 알리는 대형표석,,, 13:40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 사진하나 찍기가
힘들었다. 구도가 잘 잡힐만한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식사들을 하고 있어 기분이 상했다.. 조금 떨어진 외진 곳에서 식사를 하든지..쉬든지..하면
좋았을 텐데.. 대충 조리개를 맞춘 후 옆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여 사진을 찍은 후. 천제단 우측으로 돌아 태백산의 주봉인 장군봉을 향하여
나아갔다. 13:50 장군봉(1,566.7m) 도착 천제단은 돌을 원형으로 쌓아 만든 제단인데 반하여 장군봉의 장군단은 사각형으로
만든 단이었다. 이 장군단은 천제단과 함께 중요민속자료 제 228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는 사진을 찍은 후 발길을 돌렸고 천제단이
있는 영봉으로 가서 당골로 직하산하는 망경사를 향하여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눈길에 익숙하지 않은지 아이젠을 신었으면서도
쩔쩔매었다. 나는 펄펄 날아 미끄러지듯 가뿐히 하산을 하였다. 단종비각을 지나 망경사에 들러서는 해발 1,470m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높은 샘인 용정에서 물을 마시고 난 뒤 오르막에 옹달샘에서 채웠던 물을 버리고 병을 새로 채웠다. 매끄러운 눈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비닐을 깔고
앉아 미끄럼을 타며 내려갔다...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어렸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난 비료푸대에 지푸라기를 넣어 푹신하게 만든 후 경사진 눈
위에서 미끄럼을 타곤 했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일렬로 하산을 하는데 그들의 걸음이 너무 느려 답답하였다. 14:45 피재를 거쳐
우측 경사로로 하산하여 주차장에 도착 완료.
당골주차장-산제당골-소문수봉(1,465m)-문수봉(1,517m)-부쇠봉(1,546m)-영봉(1,560.6m)-장군봉(1,566.7m)-영봉-단종비각-망경사-반재-단군각-당골주차장 총
3시간 15분 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