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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의 태백산
일시 : 2002. 12. 22 (05:50 - 23:30) 실제 산행시간 11:25 - 15:50 (4:25
- 휴식 및 산신제 포함) 일행 : 명산회와 더불어 홀로 코스 : 화방제 - 유일 삼거리 -장군봉 - 천제단 - 주목군락지 -문수봉
-당골
몇 년 전에 태백산을 갔다가 태풍으로 인해 돌아온 적이 있었다. 지난여름에는 몸이 퍼지는 통에 태백산 당골까지 갔다가
일행들만 올라가고 차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산을 오를 때마다, 집에서 하고 가야 하는 숙제처럼 나의 머리에서 태백산에 대한
미련이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옛날에 산행했던 기억이 가련히 남아 있어서 더욱 더 그랬는지 모른다. 이해가 가기 전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다짐했던 약속도 지키고 싶었다.
5시50분에 집을 나섰다. 6시 출발 전차를 타고 동대문역에 내려서 "명산회" 산악회 버스를 타고
7시10분에 출발했다. 명산회 대장님의 지나가는 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밖에 풍경을 구경하다보니 차는 어느 듯 영월을 지나 고씨 동굴 입구를
지나고 있었다. - 10 : 22. 지난 여름에 태백산에 왔다 갈 때에는, 강에서 불어난 물로 아스팔트까지 황토 흙으로 엉망진창으로 변한 거리와
강과 마을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 내기기도 했는데, 바로 앞에 웅장하게 서 있는 산과 맑은 물이 강을 감사고 돌고있었다. 고산 지역으로
오르다 보니 산 정상에 하얀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도 눈이 내렸다고 한다. 상동을 지나 화방제에 도착하니, 제법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챙기고 복장과 배낭을 마무리 해서 LG주유소 우축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 11 : 25. 유일사나 백단사
입구 보다 화방제를 선택해서 산행을 시작하는 이유는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라는데 의미를 둔다고 했다. 나의 생각도 이왕에 산행을 하려면 화방제를
선택했을 것이다. 어쩌든, 조그마한 고개를 올라서니 고랭지 채소 밭이 나온다. 아직 수확하지 못한 배추들이 눈과 추위에 얼어서 굳어 있었다.
고랭지 밭을 지나면서 바로 가파른 고개를 오르기 시작한다. 10여분 올라서니 평지가 나오고 토속신앙의 인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제를 모시는 당이 있고, 직선으로는 공군 부대장의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보인다. 왼쪽으로 러셀된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소죽(작은
대나무)들이 어제 내린 눈을 얼싸 앉고 파란 목을 내미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양쪽에서 사열하는 듯이 겨울의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태백산은 그래도 1,500m가 넘는 높은 산이다. 고산인 까닭에 낮은 산에서 볼 수 없는 여러 식물들과 야생풀들을 가끔 식은 볼 수
있고, 제주 한라산에서 만날 수 있는 주목 나무들도 멋있는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행은 바람 한 점없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정상 근처에는 어떤 일기의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태백산의 겨울치고는 최고의 날씨라고 한다.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95년도 백두산을 산행할
때에도 가이드가 최고의 날씨라고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솔모가 먹이를 찾아 나온 모양이다. 눈위에서 먹을 것을 찾아 주위를
누비고 있다. - 12:08. 지나가는 일행들 소리 때문에 순간적으로 나무 가지로 올라간다. 굉장히 빠른 동작이다. 하얀 눈길을 조금
내려가니 갈림길이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올라와서 유일사 쉼터로 올라가는 길이다. 쉼터로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닌 길이라서
제법 빙판이 돼있다. 언덕을 올라서니 다시 암길이 나온다. 제법 눈이 많이 내린 암석길이다. 그리고 양쪽에 나무 가지마다 눈꽃송이가 장관을
이룬다. 제법 50cm정도는 될 것 같은 소죽(대나무)들이 눈꽃속에서 파란 지조를 자랑이나 하듯이 서있다. 갑자기 "남자는 의리, 여자는
지조"라는 말이 생각났다.
11시26분에 유일사 매점을 통과해서 천제단으로 올라가는 길도 암길이다. 제주 한라산의 성판악 코스와
너무 흡사하다. 양쪽으로 빽빽히 들어선 여러 잡목들과 그사이에서 눈에 익혀있는 주목과 고목(천년 주목,천년 고목이라는 말이 생각난다.)들.
그리고 철쭉나무들의 왕성한 가지들의 행렬속에서 찬란히 피어오르는 눈꽃의 향연 바로 여기가 별천지~~~~~ 銀世界아닌가?. 가파른 고개를
오르면서도 감상에 젖어있는 자신을 보니, 한 숨을 허덕이며, 떨리는 가슴을 앉고 오르는 고뇌도 잠시 잊어버린 듯 했다. 숨은 막혀오고, 중심은
잡기 힘들정도의 고통이지만, 별천지에서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는 맛보다는 덜하다. 12시 45분에 좀 넓은 지역을 통과한다. 600년된
주목을 옆으로 하면서 지나간다. 주목군락지라 설명하고 있다.
12시 55분에 태백산 정상인 장군단에 도착했다. 1566.7m이다.
바로 직진해서 천제단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늘은 잿빛으로 조금은 막혀있지만, 산길의 러셀을 비교적 잘돼있어서 진행하는 방향으로는 별
진장이 없다. 천제단의 찬 바람을 맞으면서 장군봉보다 조금 낮은 1560m인 천제단 천왕단에 도착했다. 앞쪽으로는 계속 눈보라가 다가와 눈을
잠기게 만든다. 추위는 손가락부터 얼게 만들 작정인 모양이다. - 12:58.
太白山天祭壇에 도착했다. 바로 북동쪽으로 태백산이라는
돌기둥이 서있다. 예로부터 삼한의 명산으로 전국 12대 명산 중에 하나로 토속신앙의 성지로 숭앙되어 왔던 산이다. 천제단은 천왕단, 장군단,
하단으로 구성되어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삼산오악중에 하나인 북악이라 하여 제사를 받들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안내를 하고
있었다. 명산회에서 산제를 지낸다하고 정상에서 하단으로 조금 내려왔다. 보온병을 양손으로 감싸 잡으면서 손을 녹이고 있었다. 따듯한 물이
육신으로 들어오니, 조금은 기온이 올라가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랬는지는 알수 없지만....... 산신제를 지낸 머리고기로
소주한잔을 하고는 재촉해서 먼저 내려가기로 했다.
14시 15분에 호젓한 산행이 될 것 같은 기분을 갖고 문수봉으로 걸음을
돌렸다. 좀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니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고, 추위가 조금은 사라진 듯 했다. 지금부터는 완전한 눈꽃 터널이다. 온통 사방이
눈과 마른나무 가지뿐이다. 겨울 산행에도 가능하면 계속 움직임이 연속만 유지할 수 있다면 추위는 이겨낼 수가 있다. 그래서 산행을 유지하는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산행이 되고 있다. 서있으면 죽는다.....겨울 산행에서 내리막길과 갈림길을 만나면서 계속 문수봉으로
가는 길은 신이 만든 최고의 설경이다. 터널과 가지마다 자기의 생을 다하는 눈꽃들의 향연은 세상의 모든 눈들이 여기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 같은 착각에 들게 만든다.
문수봉 턱 밑에서 오르는 고개는 마지막에 남은 힘을 요구하는 것 같다. 14시 55분에
마지막 힘을 다해 올라선 문수봉 정상(1517m)은 크고 작은 바위들로 정상을 이루고 있고, 그 바위위로 겨울의 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문수봉 정상은 신이 공평하게, 조화를 형성하는 것 같다. 산과 돌과 눈과 바람과 인간이 한 곳에서 조화를 이루게 만든 곳은 문수봉밖에 없으리라
생각이 드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 생각해본다. 천제단의 바람은 문수봉에서는 사방의 나무 숲으로 제구실을 못하리라 생각이 든다. 자연이 준 찬란한
세상을 뒤로 하고 당골로 하산을 시작한다
엄동설한에도 계곡 물은 흐른다. 생명력이 긴 자연을 본다. 16:40에 약수터를
지나 내리는 길은 팟줄을 잡고 길을 내려왔다. 개울가에 겨울의 시원한 물소리를 내면서 경쾌하게 흐르고 있다. 추위와 찬란한 영광 속에서 만나는
소리이다. 개울따라 내려간다. 바로 당골 광장이 나온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을 내릴 듯이 짓푸린 날씨이다. 그래서 겨울의 운치를
간직하는 것 같다. - 15;50이다.
10:45에 동대문역에 버스를 내리고, 전철을 타고 집에 도착하니 11시 25분이다.
마누라님이 좋은 표정도 아니고 싫은 표정도 아니고, 잠자다 만 얼굴을 하고 문을 연다. 긴 외출이 끝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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