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석룡산-국망봉산행시 보아두었던
반암산능선을 오르기로 한다. 근처의 산들 답지않게 바위가 제법 있어 눈이 많은 겨울산행으로는 적당치는 않으나 요즘은 거의 봄날수준의
날씨이니 큰 걱정을 안해도 된다.
1/100,000도로 지도랑 산행기 한장들고 길을 나선다. 없는것보다는 조금나은 지도는
방향만을 가늠하여줄 뿐 나머지는 감각으로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시계가 좋고 겨울에는 능선 가늠하기가 좋아 감각으로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고 자신 없으면 중간에 접고 내려가면 그뿐이란 편한 맘으로 출발한다.
버스기사에게 반암산휴게소를 물으니 모른단다. 광덕재를
넘어 신경쓰며 우측의 즐비한 계곡가 휴게소와 민박집을 보다가 갑자기 차를 세운다. 고맙게도 2명뿐인 손님덕에 내려주지만 잘못 보았는지
15분이나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잘 모르는 곳을 신경쓰다보니 헛 본것이다.
얼마나 다시 내려가야 휴게소 나올지 난감한데 오늘
광덕재-하오현을 하러온 대간동지회 생각이 나 펀을 해보니 광덕재에 있단다. 부탁을 하니 차로 도와주러 나타나 인사를 하고는 불과
200m정도 내려가니 "번암산 휴게소"가 나타난다. 이 근처에선 가장 크고 주차장도 넓은 휴게소 이다. 멍청한 짓을 하여 30분을
까먹는다.
4사람이 함께 한북 반쪽 구간에 합류할 것을 권하지만 강요는 안한다. 내일 만날것을 약속하고 미련없이
헤어진다. 조금 더 강권했으면 넘어 갈 뻔 했다.
그 큰 휴게소도 아무 인기척이 없어 계곡을 건너려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옹달샘식당이 보이고 인기척이 있어 주인에게 등로를 물어보니 예상대로 모른단다. 그냥 뒷산으로 올라 능선을 따른다. 일반등로 는
아닌듯하지만 그런대로 갈만하다. 바윗길이 나오는데 나무를 붙잡고 올라보니 눈녹은 위에 얼음이 깔리고 경사가 제법 되어 내실력으로는 통과할
자신도 없고 불가능하다. 게다가 혼자인데 구르면 방법이 없다. 좌측으로 내려가 낙엽과 나뭇가지에 의지해 겨우 겨우 올라서니 표지기도 보이고
우측으로 일반등로가 있었다. 이제 일반등로를 찾았으니 별 걱정없이 길만 따르면 될듯하다.
중간중간 커다란 바위가 전망대로
훌륭한 자리인데 갈길이 바빠 대충 보고는 자리를 뜬다. 건너편 능선을 보니 군사용 참호인지 많은 길들이 보인다. 바위 뒤편의 길은
급경사에 얼어 위험한데 걸린줄은 고무줄처럼 늘어지는 재질이라 도움이 안된다. 2m가넘는 벽같은 구조물을 지나 위를 보니 커다란 독수리가
날다가 바위위에 앉아 내려본다. 동물원 말고는 처음 보는 독수리가 멋지기도 하고 이산의 주인행세를 하는듯 하다.
까마귀소리가
사방에서 무성한 길을 따라 오른다. 높고 깊은 산인데도 야생동물의 흔적이 거의 없는게 군인들 때문인지 밀렵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람 흔적
외에는 보기가 힘들다. 바위하나는 넘는데 뛰어 내려야 한다. 배낭을 던져놓고 맨몸으로 뛰어내린다. 이제 양지바른 바위를 붙잡고 넘으니
바로위에 정상이 보인다. 맞은편의 슬랩이 멋진 봉우리가 보이고 백운산의 한북능선이 보이고 뒤로는 수피령부터 복주산 상해봉 광덕산까지 근래
보기드문 뚜렷한 장쾌한 능선 조망이 힘을 내게 하여준다.
조그만 정상석이 있는 반암산 정상에서 간식을 먹고 도마치 화전터라고
적어놓은 남쪽 방향으로 길을 바꾸니 갑자기 육산으로 바뀌며 길이 부드럽고 군인들의 통로로 이용되어 거침없는 길이 된다. 뒤로 보이는
반암산은 봉우리가 3개로 삼형제처럼 나란하다. 간간이 보이는 군시설물사이로 널찍한 능선을 타니 도마치로 넘는 군사도로가 나오고 바로 올려
호젓한 길을 달리면 삐삐선을 따라 잠시의 오름짓에 석룡산에서 넘어오는 능선과 만난다. 응봉과 화악산 부속봉인 석룡산 까지 실루엣으로 멋지게
보인다. 석룡산에서 도마치고개로 이어진 방화선은 마치 스키장 슬로우프 같이 반짝거린다.
지도뒤에 적던 시간기록지를 찾으니 또
없어졌다. 연속 2회 잃어 버리니 어이가 없다. 신경써서 주머니에 넣어 두었는데 다행히 한장 더 있어 다행이다.
잠시
질퍽거리는 방화선을 따라 올려치면 한북능선의 넓은 헬기장에 올라서 도마치봉의 암릉을 바라보고 운동장같이 넓은 방화선을 따른다. 여름에는
억새풀이 우거져 그래도 좀 산길 같았는데 모두 깍아놓아 마치 운동장에서 혼자 달리기 하는 묘한 기분이다. 가능하면 쉬지않고 힘을내어 소나무
한그루가 우산처럼 보이는 신로봉에 올라 대간동지회일행과 통화하니 회목현에서 놀고 있단다.
부럽지만 나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일단은 민드기봉에 도착해 생각하기로 하고 길을 재촉한다. 계속되는 방화선의 국망봉능선을 길에서 주은 아이젠을 한발에 차고
두어번 힘들여 기합을 넣어가면서 올려치니 국망봉이다. 바로 앞에 명성산과 광덕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새로 짓는다는 광덕산 정상의
구조물도 보이는 아주 시계가 좋은 날이다.
이제 힘도 정말 많이 빠지고 뱃속에서 연료보충 경고음 소리가 들린다. 바로 앞의
새로 만든 무인카메라의 산불감시 초소에서 마치 사격훈련하는 것같은 소음이 귀를 때린다. 시끄럽지만 정상밑의 안부가 바람도 없고 따뜻하여
참고 점심을 허겁지겁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보따리를 챙기는데 처음으로 한사람이 정상에 갑자기 나타난다. 복장은 고가의
완전 동계복장인데 경력은 일천한 듯 이리로 가면 어디냐 묻는데 갈 의향도 없는것 같아 건성으로 대답해 주고는 자리를 뜬다. 다음 봉우리에서
뒤돌아 보니 몇 명이 더 오른것이 보인다. 역시 경기도 3위봉이란 명성에 찾는이가 많은 인기 좋은 산행지 이다.
무주채폭포에서
오르는 길을 확인하고-몇년전 용수목에서 오르다 길을 잃어 폭포구경도 못하고 견치봉 근처로 올랐었다-계속 잔잔한 봉우리들을 넘나드니 용수목에서
오르는 삼거리인 견치봉에 도착한다. 이제부턴 길도 좁아지고 물푸레나무와 국수나무가 무성해 자주 얼굴을 때린다. 부지런히 발놀림을
하니 민드기봉에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다. 펀을 하여보니 동지회 사람들은 산행마치고 백운계곡을 통과중 이란다. 내일 만나기로 하고 작별인사를
한다. 오뚜기 고개까지 그대로 나아가 포천으로 진행갈까 하다가 가본곳이니 산행기대로 못가본 좌측의 능선을 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예상보다 좋고 뚜렷하고 호젓한 길에 전혀 표지기도 없는 청정산길이라 잘 선택했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내림길이라 체력적
부담도 덜 하다. 그저께 거의 뛰다시피 8시간 산행을 한 뒤라 자주 산행을 못하는 나로서는 엉치도 시큰하고 다리는 빡빡한게 부담이
된다.
130~140도 방향을 잡아놓고 남동쪽으로 대충 따르니 딱한번 10분 알바 한번 하고는 제대로 능선을 따를 수
있다. 부드러운 능선에 가끔 급경사도 나오지만 중간에 어쩌다 걸린 표지기가 안심시켜 준다. 나도 갈림길에 2~3개의 표지기를
붙여둔다.
깊은 낙엽덕분에 푹신한 길을 내려가는데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위치에 삼각점이 나온다. 건설부 삼각점인데 봉우리도
아닌곳에 삼각점이 이상하다. 거의 도로수준인 임도에 도착하니 승덕고개인 모양이다.
힘들게 벌목지를 올라서니 이젠 귀목봉과
고개가 전면에 나타난다. 조금 더 오르면 710봉인 차돌배기산인데 아무런 표시도 없고 특징도 없다. 이제는 길이 희미하여 더욱 집중을
하는데 오x산악회의 표지기가 가끔 나타나 도와준다. 명지산은 가려져 아직 안보이고 해가 귀목봉 꼭대기에 걸려 발걸음을 재촉하게
하여준다.
비교적 완만한 봉우리들을 넘나드니 잘 가꾸어진 묘지 한기가 나오고 앞에 우뚝한 봉우리가 583봉 이다. 작은
봉우리를 거쳐 오르니 삼각점이 있고 측량을 위해 썼던 막대기와 헝겊이 엉망이 된 정상이다. 예상 보다 빨리 오른 정상에서 이제는 위압적으로
올려 보이는 화악산 지척의 명지산을 보며 간식과 마지막 물을 마신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참고하여 반대편인 남쪽(우측)의 논남쪽으로
하산하기로 맘먹는다. 잠시 길이 있는듯 하나 여기도 예상대로 등로는 없다. 조림지이지만 잡목이 더무성한 지역을 빠져 나오니 상당한
급시면이 나와 깊은 낙엽과 잡목에 매달려 지그재그로 내려선다. 가평군 군임지라는 표지석을 지나니 밭이 나오고 빈집만 있는듯한 소락개
마을이다.
논남에서 나오는 인적없는 도로에 내려와 맑디맑은 얼음사이로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하고 도로를 걸어나오니 귀목봉에 걸렸던
해는 어느새 보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