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에 올려진 산행기 입니다.


가지산 석남사에서 영취산 통도사까지...

올린이 : 이충호 , 2002/12/21(올린날)
게시판 :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12월14일. 토요일 아침 5시 반 정도에 잠이 깨었다. 냉수한잔을 마시면서 아파트 창문 밖을 삐끔 내다보니 아직 까맣지만,
날씨가 맑다는 표시로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ㅎㅎㅎ...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비실거리며 웃었다.

배낭을 꺼내놓고 주어담기 시작했다... 생수2병,연양갱 1개, 자유시간 1개, 현미밥 1공기, 김치, 파래김, 간장종지,
후래쉬 1개,건전지 2개, 쿨파스 1팩, 양말,긴소매 면T-셔츠, 두꺼운 면바지,수건...

배낭을 꾸리고나니 아내가 일어난다. ㅎㅎㅎ..괜히 미안혀가지고, 오늘 산에 좀 갔다올께하니...너무 멀리는 가지말란다.
아내가 어제 저녁에 끓여놓은 북어콩나물국을 데워서 현미밥 말아서 고추장 풀어서 맛나게 아침밥을 먹고나니 힘이 솟는다.
아내가 주는 만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5장을 들고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탓다.

시외버스정류장까지 가서 언양가는 버스를 탈까하다가...그냥 중간에서 기다렸다가 타기로 하고는 큰길로 걸어갔다.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 대여섯명이 서있었다. 한 10여분 기다리니 언양가는 좌석버스가 왔다.( 고속도로 경유)
버스에 앉아서 눈을 감고 오늘은 어디서 어디로 걸을까 생각하는 동안 졸음이 온다. 꾸벅거리다 깨어보니 벌써 언양입구다.

저기 멀리에 눈내린 가지산과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이 능선을 이으며 한눈에 들어온다.

ㅎㅎㅎ...쳐다만 보아도 뿌듯해지는 산봉우리들.... 기지개를 켜다보니 언양 버스터미널 이다.

터미널 매점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오르는 오뎅을 팔길래 300원 주고 하나 사먹었다. 국물맛이 끝내줘요.ㅎㅎㅎ 강추.

터미널 밖에 줄서있는 택시 한대에 다가가 운문령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미터기 요금대로 받는단다.

전번에 석남사 입구에서 운문령 고개까지 걸어서 갔더니 거의 1시간이나 걸렸기에...시간 절약상 택시를 탓다.

가는 동안 택시기사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금새 운문령 고개마루에 도착했다. 그런디....

택시비가 1만원 하고도 3천원이나 나왔다. 오매...ㅎㅎㅎ. 택시비를 내고나니 호주머니에 달랑 2천원이 남는다.

운문령 고개에는 먹거리를 파는 포장집 식당들이 대여섯개 있는데,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문을 아직 안열었다.

시개를 보니 8시 정각이다. 임도를 따라 조금 오르니 등산로를 알리는 리본이 왼쪽으로 보인다.

눈이 녹지않고 발목높이 정도로 쌓여있고, 등산객들의 발다짐에 다져저서 미끄런 얼음이 된 곳도 있었다.

호젓하다 못해 바람소리만...겨울바람 소리만 들리는 산길을 걷는디...조금은 외론 느낌이 들다가...

나무 사이로 삐끔히 보이는 하늘색이 파래서...너무 파란 하늘이라서리...야아 ~ 하고 고함을 질러본다.

뚜벅 뚜벅 한걸음 한걸음 천천이 이 생각 저 생각 하민서 오르다보이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난다. 그리곤 헬기장 이다.

조망이 탁트인 헬기장에서 바라다보니 오늘 걸어가기로 작정한 산능선이 참 예쁘게도 보인다. 새파란 겨울하늘.구름한점없는.

배낭에서 생수통을 꺼내 파란하늘 쳐다보미 물한모금 마시곤 다시 오르는디...비탈이 조금 가파라진다.

고개 푹 숙이고 뚜벅 뚜벅 눈길을 오른다. 이윽고 다시 임도가 나타난다. 전번 두번의 종주에서 한번은 임도로...
한번은 등산로로 각각 가보았는데, 오늘은 탁트인 조망이 보고파 임도를 선택했다.

임도에는 눈이 다 녹은 부분이 많았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햇빛을 받으며 걷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 터벅거리다 보이,,

귀바위 앞이다.ㅎㅎㅎ...귀바위 밑에서 쉬 한번하고 돌아다보니....아...저기 머얼리 동해 바다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문수산이랑 나란히 선 그 산 이름은 모리지만, 꼭 예쁜 여자젓가슴을 연상시키며 울산시내를 바라다보고 있다.

물한모금 마시고 다시 뚜벅뚜벅 걷는다. 그냥 기분이 좋다. 적막함..자유...자연...추억들...생각나는데로 생각하미 걷는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쌀바위가 보인다. 쌀바위 능선에서 오른쪽을 보면 청도 운문땜이 보인다. 조망이 좋아요.

쌀바위 밑에 오이 강아지 두마리가 반갑게 달려든다. 쌀바위옆 포장집 아저씨가 꽁지머리에 더부룩한 수염으로 인사를 한다.

오늘은 갈길이 멀으니까 담에 포장집 주인이랑 소주한잔 하면서 산이야기를 들어봐야것다고 다짐을 해본다.

쌀바위 약수의 물통을 열어보니 물이 반쯤 차있다. 생수통 2개에 쌀바위 약수를 담았다.물맛이 좋았다.

쌀바위를 돌아서 올라가는 동안에도 강아지들이 계속 따라왔다. 느그들 집에 가라 하면서 손짓을 해도 따라오길래..

매정하게도 눈을 뿌렷다. 미안 혔다. 나 좋다고 따라오는 넘들을 쫓아버리야 하다니..담에 같이 놀자....맛있는 것도 줄께..

가지산 정상쪽으로 붙을수록 눈길이 미끄러워졌다. 아이젠이 생각났다. 조심 조심 ,,,미끄러지면 다치지 하면서 올라갔다.

드디어 가지산 정상바위에 올라섰다.1240 m. 맑은 날씨 덕분에 온사방으로 출렁거리는 산줄기들이 파도치는게 훤하게보인다.

동쪽으로 울산앞 바다가 반짝거리고...아마도 돌고래떼들이 솟아오르는기 반짝거리는 갑다. 맛있는 장생포 고래고기, ㅎㅎㅎ.

북서쪽으로는 청도, 경산,,지나서 아마도 대구 팔공산,,갓바우 부처님 웃는 얼굴이 보이는 것 같기도하고....ㅎㅎㅎ.

남서쪽으론 능동산 너머 배내봉, 간월산,신불산, 영취산 너머너머 양산 물금너머.....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것 같기도허구...

하여튼 조용한 토요일 아침에 가지산 정상에 혼자서서 구비구비 펼쳐지는 우리의 산하를 바라다보면서 참 행복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하에 태어나게 해주셧고,,이렇게 오를수있는 튼튼한 몸을 주셧고,,감사할줄아는 마음의 여유를 주셧고...

시계를 보니 10시다. 시간 계산을 해본다.석남터널 건너 능동산줄기 타고 배내고개 건너 배내봉까지 3시간..오후 1시.

배내봉에서 간월산 정상거쳐 간월재 고개마루까지 2시간..오후 3시. 간월재 고개마루에서 신불산 정상거쳐 영취산 정상까지

1시간30분..오후 4시30분...하산하는디 적어도 2시간...오후 6시30분...해 지는 시간이 .....아고 시간이 없네...

가지산 정상에서 물한잔 마시고 다시 출발..서둘러 능동산 쪽으로 내려가는디..웽..이쪽은 얼음이 많네..미끄러버서...

내리막 길에 미끄러운 눈이 다져져서...조심조심 내려갔다. 조금가자 등산객들이 올라오면서 마주쳐갔다. 반갑습니다..

우쨋든간에 가지산 내리막길은 미끄럽고 질척거리고 고생길 이었다. 석남터널 지나 능동산 줄기로 건너서야 발자국이 뜸했다.

다시 호젓하게 산길을 걷기시작한다. 난 이렇게 혼자 걷는게 좋다. 가끔 혼자서 씨부렁거리믄서...모든것은 신의 뜻이고,

신께서 나를 도와주신다. 산신령님 산신령님 ...우리 어마이,장모님 두 늙으이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해주이소..

산신령님 산신령님...우리 두딸래미랑 마누라쟁이랑 모두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해주이소...ㅎㅎㅎ.

능동산 능선길은 무릎까정 눈이 쌓여있었다. 그 눈길을 누군가가 맨처음 밟고 지나갔다. 푹 파인 그 발자국 구멍에 내 발을넣고

한발 한발 옮기면서 누군지 몰라도 고생혓것다는 생각을 한다. 밟지않은 곳의 눈이 바람에 쓸려 모래사막처럼 둥그렇다.

딸래미들이 이 눈을 보면 좋아할긴데 조금 아쉽다. 나중에 가족들이랑 함께 걷는 시간을 만들어야것다.

능동산 능선에 쌓인 눈이 점점 깊어졌다. 무릎이 쑥 들어간다. 아고..처음 이 눈길을 가신 분 정말 고생혓것다. ㅎㅎㅎ 고맙슴다.

드디어 억새평원 사자평 가는 길과 배내 고개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배내고개로 내려갔다. 눈이 녹아 질척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도 미끄런 눈길이고...내리막길은 항상 위험한 길이다.조심 조심 내려간다.

배내고개마루에도 국수랑 막걸리등을 파는 포장집이 두어개 있다. 호주머니에 차비 2천원뿐이라 입맛만 다시고 지나갔다.

배내봉 오르는 등산로에도 눈이 미끄럽고 일부는 얼음이 얼어있었다. 배내봉 정상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오후 1시다.

8시 부터 산을 올랐으니 5시간을 걸었다.배가 고팠다. 배낭을 풀고 도시락을 꺼냈다. 맛있는 점심. 다리도 조금 뻐근했고.

파래김, 간장, 배추김치에다가 현미밥으로 맛난 점심을 먹고 나니 땀이 식어 추어졌다.

오후 4시에는 하산을 혀야 되는디,,,이제 남은 시간은 3시간 뿐이다. 마음이 바빠진다. 안되면 중간에 내려가지하면서..

영취산은 포기하던지 하면서 다시 출발했다. 배내봉에서 간월산 가는 능선길은 눈이 많이 녹아있었다.

오른쪽으로는 배내고개 건너 사자평이 건너다보이고 왼쪽으로는 삼성SDI공장이랑 ,등억온천 동네가 내려다보인다.

한참 가다보이 다시 무릎이 빠지는 눈길이다. 간월산 정상을 바라보며 치고올랐다. 간월산 정상에 올라서자 간월재 고개에

차 2대가 보였다. 간월재 고개는 약 900 고지란다. 900고지까지 차가 올라올 수 있다.(티코도 가능. ㅎㅎㅎ )

부지런히 내려갔다. 아직도 미끄런 내리막길이다. 간월재 고개마루에도 오뎅이랑 소주를 파는 먹거리 포타가 2대 있다.

그냥 한번 쳐다보고 신불산 정상으로 치고 오른다. 다시 땀이 나면서 몸이 풀리는 느낌이 왔다.

신불산 정상에 올랐을 때 생수 2통이 거의 바닥났다. 마지막 한 모금 남겨놓고 아끼며 마신다. 담엔 3통을 준비혀야지...

신불산 정상 비석을 한번 쓰다듬고곤 부지런히 영취산을 바라보며 내려간다. 신불산 정상에도 커피 파는 산지기가 있다.

시계를 보니 3시 20분이다. 4시까지는 40분 남았다. 갈 수있것나 ?..땀을 닦으면서 신불산을 내려가는디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어디까지 가시는 분들일까 하면서 그냥 인사만 하고 마주쳐 내려간다. 신불릿지길에도 샘물이랑 포장집이 있다.

스쳐지나서 영취산을 치고오른다. 바쁜 마음에 이마의 땀을 닦으며 피치를 올린다. 영취산 정상 옆에도 포장집이 있다.

영취산 정상 바우에 올라서서 시계를 보니 정각 4시다. 휴우...땀을 닦으며 마지막 한 모금 쌀바우 약수를 마신다.

벌써 해가 뉘엿한 기분이다.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눈이 많으니 눈 녹여 먹지 하면서...ㅎㅎㅎ.

몸이 많이 지친걸 느끼면서 가장 빠른 하산길을 생각했다. 시살등을 거쳐서 자장암으로 하산하면 좋겟는디. 시간이 없어서리...

비로암 표지판 갈림길에서 비로암으로의 하산을 시작했다. 돌밭을 내려가는디..아고 이거 영 고생길 이었다.

삭막한 하산길이었다. 혼자서 내려가는 길이 조금은 으스스했다. 혼자서 내려가는 하산길은 늘 산신령님을 찾게한다.

몸 성히 내려 보내주이소.거의 1시간을 내려와서야 돌밭이 끝나고 솔밭길이 시작되었다. 허리가 뻐근했다.

영취산 보물인 붉은 소나무 등걸에 기대어 쉬었다. 소나무가 얼마나 멋있는지 영취산 소나무는 정말 미인송이다.

힘차게 솟아올라 푸른잎을 파란 겨울하늘에 펼쳐내고들 있다. 영취산의 정기를 느끼게해주는 소나무들이다.

비로암을 지나면서 암자를 보니 조금 엉성하다. 단정한 느낌이 들지않았다. 예산 수덕사 대웅전 옆구리 벽판이 생각났다.

그 옹골차고 반듯한 벽판을 보노라면 참 잘지었다는 감탄이 절로 나는 옛건물이다. 꼭 한번들 보세요. 수덕사 앞 개울다리 건너

초가지붕집에서 30너댓가지 반찬상으로 밥도 드셔보시고요. ㅎㅎㅎ...

비로암을 지나서 내려오는 동안에 스님 2분이 저만치 앞서서들 가신다. 올만에 보는 사람들이다. 이제 다내려왔구나......

이제 어둑어둑해졌다. 산신령님 고맙습니다 하고 중얼거리는디....사람들은 자꾸 변하나봐 라는 노래가 흥얼흥얼 나온다.

내가 변하고 있나 ?...통도사 뒷문 다리 가기전에 벌써 캄캄해졌다. 반달이 밤하늘에 떠있었다.

뒤돌아보니 영축산 산능선이 실루엣으로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통도사 계곡옆 숲속길을 혼자서 걸을 때는 조금 무서웠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소나무그림자가 나에게 무섭지 하는 말을 하는것같았다.ㅎㅎㅎ.소나무님 겁주지마세요.착한일 많이 할께요

통도사 정문까지도 한참을 걸었다.불빛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ㅎ.겁쟁이.

통도사 정문 밖으로 나오자, 러브호텔들의 네온싸인 간판이 휘황찬란하다. 아침부터 시작한 산행을 컴컴해진 초저녁까지 걷고

산밖을 나서는디 휘황찬란 네온싸인을 보니 조금 안 좋았다.깨끗한 곳에서 혼탁한 곳으로 나왔구나 하는...ㅎㅎㅎ.속물술꾼이.

나 자신을 잠시 잊었었나 ? 신평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 30분이다.언양가는 차표를 사곤 털석 주저앉았다.

많이도 걸었다. 10시간 30분의 종주.ㅎㅎㅎ. 언양가는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으니 온몸이 뻐근하다.

신평에서 언양으로 가는 버스길에서 왼편을 보면 달빛에 그림자로 보이는 오늘하루 걸었던 산능선들이 따라온다.

언양에서 울산가는 좌석버스를 타기전에 차표사고 남은 돈으로 300원짜리 오뎅을 하나 맛있게 먹었다. 300원의 즐거움...ㅎㅎㅎ

버스에서 내려 울산집으로 걸어가면서 여름이 오면...햇빛이 길어지면...오늘 보다 더 멀리 걸어보아야지.....ㅎㅎㅎ

운문령에서 신평까지의 영남알프스 종주. 그 뿌듯한 희열을 느껴보세요. 산행의 묘미를 물씬 느끼실수 있을 것입니다.

신평에서 운문령까지의 역종주도 가능하고요...전국의 산사랑님들아 울산으로 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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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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