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에 올려진 산행기 입니다.


(18)앗차!! 싶었던 눈내리는 조령산, 그리고 백설의 탄항산(18회차 18구간.

올린이 : 이찬영 , 2002/12/20(올린날)
게시판 :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18)앗차!! 싶었던 눈내리는 조령산, 그리고 백설의 탄항산(18회차 18구간. 이화령-하늘재)

● 일시 : 2002년 12월 7일 ~12월 8일
● 날씨 : 맑음
● 동행 : 이찬영
● 구간 : 백두대간18(이화령→조령산→신선암봉→조령3관문→마폐봉→평천재→탄항산→하늘재)

● 산행시간

- 12월 7일 토요일
20:45 = 집 출발
21:42 = 동대문 도착
22:10 = 동대문 주차장 출발(금강관광버스)

- 12월 8일 일요일 (총 산행시간 : 11시간. 도상거리 22㎞)
03:30 = 이화령 도착
03:55 = 산행시작
04:44 = 첫 헬기장
04:55 = 조령샘
05:15 = 조령산
07:05 = 신선암봉 갈림길
07:24 = 923바위 전망대
09:25 = 아침식사
09:50 = 821.5 깃대봉 갈림길
10:10 = 조령3관문
10:55 = 마폐봉
11:15 = 북암문 이정표
12:30 = 동암문
12:50 = 부봉 갈림길
13:20 = 주흘산 갈림길
13:40 = 평천재
14:20 = 탄항산
14:55 = 하늘재 도착. 산행 끝.
15:20 = 하늘재 출발
18:35 = 강남역 도착
19:30 = 집 도착

● 산행기
토요일 회사 동료가 상을 당해 문상하고 나니 초등학교 친구가 교통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달되어 급히 또 문상길에 나선다. 그리고 아직 구만리 같은 삶과 어린자식을 남겨두고 떠난 친구의 가련한 인생이 애닯아 하루 문상을 더 하고 나니 연이어 3일 저녁을 문상으로 보낸다.

찬바람을 쏘여서인지 갑자기 감기 기운이 몰려와 더럭 긴장한다. 요즘 독감이 대단하다는데...... 감기로 고생하다보면 대간출정에 지장이 올 것 같아 증세가 보이는 순간 병원으로 내달린다. 병원은 내과가 아니고 이비인후과로 직행, 호흡기 질환치료로 감기를 다스리고 대간출정을 기다린다.

이번 산행은 3주만의 출정이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꼼곰하게 읽어본다. 만만치 않은 구간임에 틀림없는데 이 구간을 겨울에 어떻게 지나갔다는 산행기를 못찿겠다. 즉 심설 산행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겨울에는 산행을 자제하는 구간이지 싶은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절기상으로 대설이기는 하지만 일기예보는 강원 산간지역의 폭설을 알린다. 이번구간은 강원 산간지방은 아니니까..... 하고 별일이 없을 거라고 자위하면서 아이젠을 4발과 6발짜리 2개를 챙긴다. 장갑을 로프용과 스키용 그리고 목장갑까지 추가하고 스팻치와 우의, 여벌옷과 윈드쟈켓을 더 챙긴다.
뜨거운 물을 인삼차와 함께 보온병에 챙기고, 식사는 겨울산행식으로 최종결정을 본 주먹밥(찌그러지지 말라고 케이스에 넣어줌)을 배낭에 여며 넣고 집을 나선다. 눈 많이 온다는데 조심하라는 아내의 훈시 겸 당부를 단단히 들으면서.

3주만에 만나는 반가운 대간동지들과의 수인사 후 곧바로 취침에 든다. 체질상 차안에서의 수면을 거의 못하는 체질인데 잠에서 깨어보니 어느덧 수안보에 당도해 있다. 그리고 얼마후 이화령에 도착하여 산행준비에 들어간다.

차창 밖으로는 물기가 많은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고어텍스 오버트라우저로 무장을 하고 스팻치, 배낭커버 씌우고 헤드랜턴을 비추며 보무도 당당하게 조령산을 오른다. 바닥엔 앏게 눈이 덮여있다.

도계 표지석을 뒤로 하고 옆으로 난 오르막 길로 접어 든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능선 오른쪽 사면으로 올라 주능선에 접속한다. 폐타이어로 축대를 쌓은 잘 정돈된 넓직한 헬기장이 나온다. 얼마 안오른것 같은데 갑자기 능선이 나타나고 갈림길이다. 오른쪽 길은 조령관문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샘이 나타난다. 산중턱의 샘치곤 수량이 제법 많다. 사시사철 물줄기가 시원하게 뻗친다니 그것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한조롱 받아 마시니 시원하다. 멋진 글귀가 있었으나 미처 기록을 못한다. 정신없이 진행하는 분위기에 편승한다. 이정표를 본다. 조령산 1km, 40分. 조금 더 올라가니 또 이정표가 나온다. ↓이화령 2km, ↑절골(촛대바위), ←조령산 1km 능선은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널은 아스팔트길 같은 능선을 정신없이 오르다 보니 갑자기 나타난 조령산(1,017m) 정상.
어둠속에서 정상 표지석을 한바퀴 돌아 둘러보고는 이정표를 일별한다. 희양산 넘어 배너미 평전에서 만났던 서원대 산악부의 "故 지현옥 산악인의 추모비"가 신새벽의 산꾼을 맞이한다.

이후 시작되는 암릉길, 미끄럽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이젠 착용시의 불편함 때문에 그냥 더 진행해 보지만 몇 차례의 가벼운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이젠을 착용한다. 어둠속에서 눈은 퍼부어 대고 미끄럽고...... 산행길이 점점 예사길이 아니다. 능선 날등을 타고 양쪽으로는 절벽!!

조령산 정상을 지나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기를 두어번 했을까? 하얀 알미늄 기둥에 119 긴급구조 전화번호가 기재되어있는 안내판과 함께 이정표가 서있다. ←신풍 2.9km, →새재주막 2.0km, ↑제3관문 4km 퍼붓는 눈과 물기가 있는 장갑 때문에 기록을 하기가 여의치 않다. 위치를 가늠하지 못하면서 앞사람 랜턴 불빛을 따라 정신없이 가다 보니 6시쯤 되었을까? 아직도 주변은 깜깜 절벽인데 일군의 무리가 바위 위에서 지껄하는 소리가 들린다.

○○산악회 대원들이다. 버너를 피워 놓고 불을 쪼이고, 일부는 컵라면을 끓여먹고, 일부는 웅성웅성 거리고 무슨 문제가 생긴 거 같다. 새벽 2시30분에 이화령에서 출발했다는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암릉구간에서 로프가 끊어져 대원 한 분이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슬랩지역을 오르다가 부상자가 내려온다며 오름을 제지하여 30여분 이상을 지체한다.

부상자가 다 내려오고 난 후 ○○산악회에서 부상자 때문에 로프를 회수해 간다고 너무 야속해 하지 말란다. ○○산악회는 대원 전체가 신풍방향으로 탈출한다는데...... 내심 오늘 산행이 잘되려는지 사실 긴장이 되어지는 순간이다.

지체한 시간을 만회하고자 사고구간을 통과하여 빠르게 로프구간을 벗어나니 이번엔 대슬랲 옆 사면을 통과하는 구간이 나타난다. 오른쪽으로는 암벽이 천길 낭떠러지기. 왼쪽의 암벽에 바싹 달라붙어 랜턴 불빛을 발 아래로 집중하여 진행한다. 이렇게 암릉을 넘고 오르고, 내리고 조심하면서 진행한다. 그리고 날이 어슴프레 밝으면서 랜턴을 끈다. 눈발은 계속 그치질 않는다.

6시 50쯤 되었을까. 어디쯤 구간인지 가늠이 안 되는 지점에서 뒤따라온 대원과 합류하여 암릉길을 로프를 잡고 내려오는데 악!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대원 한 분이 바위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는 장면이 목격된다. 약 2미터 정도의 높이가 아닌가 싶다. 쿵~~ 하고 소리가 산을 울린다. 달려가 보니 신음소리를 내는데 아무래도 사고가 아닌가 싶다. 순간 당황되고....... 어떻게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괜찮으냐고 물어보니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배낭을 벗기니 다행히 배낭은 가벼웠다. 허리를 양쪽에서 꾹 눌러본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일어나 걷는데 천천히 걸을 수 있단다. 다행이었다. 후미그룹과 후미대장이 멀리있지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그분은 탈출해야 될 것이므로 후미대장이 조치를 하겠지 하는 생각과 대원 한 분이 부축하고 출발하는 것을 보면서 먼저 출발을 한다.

크고 작은 직벽 암릉구간이 수없이 나타나고, 눈은 계속 퍼부어 대고, 로프 조차도 얼어서 미끄러운 상태라 바짝 긴장을 하고 운행을 계속한다. 탈출하는 산악회에다 바위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는 상황을 목격하고 나니 위험구간에 당도할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 진다.

어디쯤 왔을까? 그냥 앞만 보고 뚜벅뚜벅 발길을 재촉한다. 조령3관문만 지나면 괜찮을 거야 하며 자위하면서....... 소나무에 하얀 상고대도 나타나고 눈덮인 산하의 겨울 산행 풍광도 나타나지만 진눈깨비 처럼 날리는 눈으로 하여 시계가 거의 제로 상태이다.

이화령에서 하늘재 구간.
암릉과 슬랲 그리고 로프. 스릴 만점의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많이 보아왔고, 출발전에도 실전 백두대간을 꼼꼼히 읽어보고, 지세를 익히기 위하여 5만분의1 세밀 지도를 눈여겨 검토해 봐도 그리 위험구간이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분명 스릴만점의 멋진 구간일 것임엔 틀림이 없다. 로프 타고 오르는 암릉, 그리고 슬랲을 지나 암봉에서의 멋진 조망은 가히 생각만 해도 멋지다. 그러나 지금의 이 광경은 너무나 재미없는 상태이다. 시계도 제로상태고 바닥은 온통 미끄러워 아이젠을 바닥에 꼭꼭 꽂으면서 안전 운행을 하고 있다. 로프조차도 얼어 있고 눈에 젖어 미끄럽기만 할 뿐이다.

잠시 쉬어 물 한모금을 마신다. 그리고 곧장 이어지는 급경사길.
아래를 내려다 보니 거의 직벽 수준의 암릉이다. 밤티재 구간이 어떻고, 대야산 구간이 어떻고 하나 이 조령산 구간은 전체가 이러한 직벽 암릉이 수시로 나타난다. 스틱을 먼저 밑으로 슬쩍 떨어트린다. 슬슬 미끄러져 잘도 내려가 저 아래의 위치에 제대로 닿는다. 급경사 암릉 중간에 참나무가 한그루 V자 형으로 질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저 참나무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이 길을 지나는 산꾼들에게 사시사철 시달릴 참나무를 보며 천천히 조심하여 암릉을 내려온다.

50여미터의 가파른 경사길을 로프에 잘 의지하여 중간쯤 내려왔을 때였다. 로프를 잡고 발바닥의 아이젠을 바위 크랙에 접지 시키려 몸의 체중을 팔에 실는 찰나 으아 앗~~~!!!!!! 로프가 얼어 로프용 장갑을 끼었음에도 불구하고 손바닥의 힘이 빠지면서 미끄러진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사고구나 하고 뇌리를 스친다. 비명을 지르며 1.5m 정도 뚝 떨어지면서 눈이 번쩍한다. 정말 천둥번개 칠 때의 그 번개같은 느낌이었다.

몸은 V자형 참나무에 턱 걸쳐져 아주 안전한 자세가 되어 있었다. 휴~~~ 한숨을 크게 쉬고 정신을 벌떡 차려본다. 왼쪽 눈에서 느낌상으로 무엇이 흐르는 것 같아 장갑을 벗어 왼쪽눈 눈고리 언저리를 만져보니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모자에서 흘러내린 눈녹은 물기였다.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다시 장갑을 끼고 조심하면서 내려온다. 내려와 위를 올려다 보니 소름이 끼친다. 저기서 그냥 추락을 했다면........ 생각을 하기 싫다. 생명의 끈을 잡아준 참나무가 너무나 감사다.

이후의 운행은 속도 위주의 보행에서 안전위주의 보행으로 전환하여 천천히 진행한다. 주머니의 비닐봉지에서 귤을 한 개 꺼내 먹으려 손을 집어 넣으니 비닐봉지가 물로 가득차 있다. 꺼내보니 밀감쥬스가 되어 있었다. 아까 떨어질때 나무와 부딛혀 다 깨어지고 부서져버린 것이었다. 봉지째 들고 귤을 마셔버리는 상황, 우습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고 거~ 참! 왼쪽 눈은 통증과 함께 시야가 뿌옇게 안개낀 것 처럼 나타난다. 왼쪽 눈에 뭔가 이상징후가 있음이야.

시간상으로 아침을 먹을 시간이 상당히 지나 있었다. 보통 7~8시 사이에 식사를 해야 하는 데 시간이 9시를 넘어가고 있어 출출하다. 정상적인 산행이라면 이화령에서 출발하여 제령3관문에서 아침식사를 하면 적당한 산행이 될 것이지만 커버가 씌워져 있어 배낭을 열기가 마땅치 않아 간식을 별로 먹지 못했다. 우유를 꺼내니 아직도 온기가 있어 마시기에 차지가 않다. 연양갱도 하나 꺼내 먹는다.

봉우리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이 어느덧 깃대봉 갈림길 직전 조그만 봉우리에 도착하여 아침식사를 한다. 주먹밥으로 요기를 하고 대원이 끓여준 라면 국물을 마시니 시원하기 그만이다. 땀이 식어 추위가 오기전에 출발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깃대봉 갈림길에 당도한다. 이정표를 만나고 ←조령산 4km, ↑깃대봉 1km, →3관문 1km 산행길은 우측으로 크게 휘어진다. 20분 정도 급사면을 내려서니 조령3 관문에 당도한다.
조령샘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샘터의 멋진 문구를 메모하지 못해 안타깝다. 지도를 꺼내 보니 겨우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그리고 이젠 사지를 벗어난 듯한 느낌에 안도한다.

관문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출발. 군막터 안내판을 지나 북쪽 성벽을 따라 올라간다. 성터를 따라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쉬지 않고 오르니 마폐봉이다(925m). 정상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판과
비석모양으로 세운 정상 표시가 헷갈리게 한다. 마역봉과 마폐봉이라는 표지가 두개 설치되어 있다.

방향은 동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 왼쪽으로 축조되어 있는 성곽의 돌위로 눈이 소복이 내려 쌓인다. 성벽을 따라 내려서니 북암문이다. 지릅재로 내려서는 길과 이정표가 보인다. ↓마패봉 0.7km, ←동화원 1.3km, →지릅재 1.7km, ↑부봉 3km, 여기서 다시한번 지도를 꺼내어 방향을 확인한다.

북암문에서 완만한 능선을 따라 동암문에 도착한다. 동암문 인근에 이르렀을때 인파의 소리가 들려 앞서가는 우리 일행이 부봉에서 내려오는 줄 알았으나 다른 일군의 산꾼들이 라면을 끓여먹고 있다. 산꾼의 끈끈한 인정이 뜨거운 라면 국물을 마시고 가라고 반강제로 권유하나 갈길이 멀다고 호의를 뿌리치고 계속 진행한다. ←미륵리 2.9km, ↑주흘산 4.1km, ↑부봉 1.3km, →동화원 1.4km, ↓제3관문 3.9km

부봉쪽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은 성벽을 따라 이어진다. 옛 성터의 모습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나 눈에 쌓여 정확하게 성곽을 볼 수가 없고 윤곽만이 나타난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부봉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누군가 알미늄 이정표에 백두대간 진행방향을 긁어 표시를 해 놓았다. 대간길은 부봉을 거치지 않고 왼쪽으로 돌아서게 되어 있다. 부봉에서 보는 조망이 기막히다는데...... 올라갈 시간과 기력도 많이 떨어졌지만 종일 뿌려대는 눈발로 전망이 없을 것이다.

주흘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지도상으로 959봉이라고 하는데 달리 표시석도 없고 이정표만 덩그만이 있다. ←하늘재 3.2km, ↓제3관문 4.7km, ↓부봉 1.3km, ↑주흘산 2.6km, 하늘재 1시간 30분. 이제 다 온듯한 느낌이다. 대간길은 왼쪽으로 뚝 떨어지는 심한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을 따라 20여분 정도 진행하니 안부에 도착하는데 평천재임을 알 수 있다.

평천재를 지나 다시 고도를 높여 오르니 어디서 오는 등산객인지 복장이 겨울 산행에 부적절한 중구난방의 산행인파를 만난다. 4~50명은 족히 될 거 같다. 수십명이 커다란 소리로 알 수 없는 구호를 외친다. 어느덧 갑자기 나타난 백두대간 탄항산(炭項山. 856m. 2002. 11. 18)이라고 각인된 새까만 오석에 새긴 정상석을 만난다. 날씨 탓인지 주변 경관이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 질 못한다.

이제부터는 계속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하늘재 못미쳐 고개마루에서 올려다본 눈덮인 탄항산의 모습이 어딘지 썰렁하고 을씨년스러운 것은 오늘의 산행이 고생스러웠음을 반증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야 오늘의 산행이 끝나게 되는 안도의 느낌인지. 백설의 탄항산이 고즈녁하기만 하다.

순탄한 길을 내려오다 보니 우측으로 넓직한 헬기장이 보이고 그 주위로 철조망이 쳐져 있다. 철조망 옆의 등산로를 따라 내려서니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인 하늘재에 도착된다. 525m의 하늘재. 문경읍 관음리와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로 넘어가는 고갯길로 현세에서 미래로 즉 관음세계에서 미륵세계로 넘어가는 불교색이 물씬 풍기는 고개이다.

다음 구간의 들머리에 문경시에서 세운 '계립령(鷄立嶺)유허비'에 내리는 흰눈을 보면서 눈덮인 포암산을 응시한다. 그리고 11시간의 너무도 긴긴 산행을 마무리 한다.(끝)

에필로오그
이번 산행이 끝난후 추락시 부딛힌 충격으로 왼쪽눈에 부상이 발생하였다.
눈이 빨갛게 충혈이 되어 병원에 가니 눈고리 부분의 안구에 혈관이 터졌다는
진찰결과가 나와 병원치료를 받고있다. 당분간 강한 찬바람을 쏘이지 말라는 의사의 권유이다.
게다가 나의 산행을 성원해 주는 아내의 걱정이 말이 아니다.
날 풀리면 가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아내의 성화를 어떻게 잘 극복해야 할지?
또 하나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홈으로 | 가나다순 | 지역별 | 산행기 게시판

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수정, 보완, 추가할 내용이나 접속이 안되는 것을 발견하시면
E-mail 로 보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