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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산신령님의 노여움 속에 종주를 하다

올린이 : 박용현 , 2002/12/17(올린날)
게시판 :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북한산 산신령의 노여움 속에서(종주기)
◈ 산행일자 : 2002. 12. 15 (일요일)
◈ 산행시간 : 7시간10분
◈ 코스 : 불광동--향로봉(523M)--비봉--사모바위--문수봉--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
--동장대--북한산장--용암문--위문--백운대(836.3M)--백운산장--깔딱고개--백운대 매표소
◈ 일행 : 나. 인천 사시는 최구석씨 부부(50대) 와 함께

어제밤 늦게까지 망년회를 한다고 취기가 가지 않은 몸을 일으켜 세울때만 해도 산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하니 아직도 속은 울렁거렸다.
그놈의 술이 뭐가 좋다고 주거니 받거니 이기지도 못하면서 마셨는지 후회를 해봐도 이미 저질러진 일이 아닌가?
더욱이 산신령님이 알면 뭐라고 나무랄지 모를 일 아닌가?
그런데 진짜 산신령이 노했는지 아침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니 버스가 오지 않은게 아닌가?
축령산과 서리산을 간다고 가족들이 잠자는 모습을 보고 나왔지만 산행이 산악회의 사정으로 취소되어버렸으니 큰일이 났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집에 가자니 무슨 핑계를 대야 할지 생각도 나지 않았고 또 한달에 한번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서울 근교산을 오르기로 마음을 먹고 지하철로 향했다.
관악산으로 갈까, 북한산으로 갈까 고민하다 북한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갑자기 정하고 보니 북한산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어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매번 승용차로 삼천사 계곡이나 진관사 계곡을 통해 사모바위와 비봉으로 올랐는데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는 처음이다.
5호선을 타고 공덕에서 불광역으로 가는 지하철로를 바꿔 탔다.
인연이었을까? 내가 탄 차속에 등산복 차림의 두분이 있었다.
길을 모르면 따라 가라고 역에서 내려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올라야 할지도 모르고 도무지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른 수퍼에 들러 빵2개를 베낭에 넣고 뛰어갔다.

빌라 사이로 난 작은 길을 오르니 북한산 자락이 빼꼼이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산으로 올라 서면서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이리로 오르면 어디로 가는 거죠"
"처음인가 봐요" "예"
"어디까지 가는데요"
"종주 할려고요" 얼떨결에 말을 하고 말았다.
"북한산을 많이 다녔나 보죠"
"아니예요, 2002년도에 비봉과 백운대만 2번씩요"
아저씨는 웃으면서 "난 10년을 다녔어요, 지금은 바위타기를 즐기지요."
"그럼 저는 아저씨만 따라 갈께요"
아저씨는 묵묵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40여분 오르니 향로봉이다.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목숨을 걸고 바위를 타다
아저씨가 나에게 물었다.
'향로봉을 돌아 갈 것인지 바위를 탈 것인지 물었다.
나는 호기심이 돌았다. 지난번 도봉산 포대능선에서 바위에 올라가 얼마나 고생을 해서 싫었지만 바위타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데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향로본 위에 올라서니 도저히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돌아 갈려면 한참을 내려가야 하기에 엉금엉금 기다 시피 바위를 탔다. 손 짚는 법과 발을 옮기는 법을 하나씩 지도 받으며 바위를 타기 시작했다. 내려오는데 다리가 떨리고 몇번씩이나 발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가르쳐 주어도 몸과 마음이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 두렵기도 하고 돌아 갈 것하고 후회도 했지만 이미 바위 중간에서 서 있는 것을.
아저씨는 릿찌화를 신은 탓인지 평지를 걷듯 내려가고 있었다. 10여분을 소요했을 것이다.
등어리에 땀이 흘렀다.

겨우 내려오니 왜 바위를 타게 했느냐고 부인이 나무란다. 나는 좋은 경험이었다며 괜찮다고 애써 태연해 했다.
비봉을 향하여 걸어가면서 가능한 작은 바위라도 우회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했다.
처음보다는 겁이 적어졌고 자신감도 조금 생겼다.
비봉의 뒤쪽에서 오를 때는 스릴과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몇번 비봉을 올랐지만 북쪽바위를 타고 오르기를 처음이었다.
그기서 다시 손잡는 법과 발 옮기는 법을 설명하고 직접 시법을 보여주셨다.
보기보다는 팔힘과 요령이 필요했는데 어깨에 메달린 베낭이 방해까지 했다.
몇번의 시도 끝에 오르고 나니 잘했다고 칭찬을 해준다. 말은 안했지만 엄청 겁에 질려 있었다.
비봉에서 사모바위 까지는 평탄한 길이다.

일행은 사모바위 아래 자리를 잡고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드릴것도 없고 따뜻한 차를 한잔 태워 대접을 하였다. 10여분 휴식을 취한 뒤 문수봉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이곳은 눈이 아직도 녹지 않아 길이 미끄러웠다.
사모바위에서 문수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두 번의 바위를 탔다.
문수봉 정상 가까이의 릿찌는 스릴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코스에서는 몇번이나 시도 끝에 성공을 했다. 신발 바닥에 물기가 묻어 자꾸 미끄러지고 바위틈이 좁아 발을 딛기가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봉에서 약 1시간 30분정도 걸려 문수봉에 올랐다.
건너 보현봉이 보이고 멀리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가 눈에 들어온다.
저 산자락 끝에 의상봉도 몸을 숙이고 있었다.
북한산성이 보이고 사진으로만 보아 왔던 대남문이 보인다.
성벽은 잔설에 묻혀 겨울 햇살에 몸을 쬐고 있었다.
대남문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산행지가 다르니 어쩔 수 없었다.
아저씨께 명함 하나를 받아들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멀리 백운대까지는 갈 길이 멀다. 비탈길에는 배가고픈 것도 잊고 산성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 하며 길을 재촉했다.
대성문까지는 별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었다. 대성문에 이르러 양지바른 곳에 지리를 잡고 앉아 빵 하나를 꺼내 먹었다. 얼마나 맛이 있던지 목에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니 빵이 아니라 꿀떡이다.

초행길이라 시간의 계산도 나오지 않으니 또 길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다.
보국문과 대동문을 거쳐 북한 산장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대동문에서 차한잔과 빵으로 시장기를 달래는데 다리에 쥐가 났다. 전날밤의 술에 찌든 몸이 이제서야 말썽을 부리는 것 같았다.
산신령님의 노여움 같았다. 무례한 산행이 경종을 울리는게 아닐까?
앉아서 다리를 주무리고 두드리고 10여분 쥐와 실랑이를 벌렸다.

포기를 하고 진달래 능선을 타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백운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용암문을 지나고 위문을 지나 백운대를 올랐다.
백운대 오르는 길이 어느때보다 쉬운 것 같았다. 아마도 지나온 길에 바위를 타면서 고생한 덕분이라 생각 되었다.
마지막 정상을 오르고 나니 감개무량(感慨無量)했다.
포근한 날씨 탓에 많은 인파가 정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도 정상에서 발아래 펼쳐진 풍경들을 눈과 가슴에 하나씩 새겨 넣었다.
2002년 12월 15일 나의 산행에 이정표가 세워진 날이다.
최초로 북한산을 종주한 한해이기 때문이다.

건너편 인수봉이 유혹을 한다.
꿈은 이루어 진다고 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인수봉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겠지.
비록 오늘 몇 개의 바위를 오르고 내렸지만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는가!
내려오면서 오늘 부족한 준비로 겨울산을 오른 것에 대해 반성을 했다.
산을 오를때는 기본적인 자세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올라야 산에 대한 예의(禮義)인 것을!
백운산장을 거쳐 백운매표소를 지나 버스룰 기다리는데 헬기가 사이렌을 울리며 백운대 쪽으로 날아간다. 산신령의 노여움으로 또 산악사고가 난 것 같았다.
경종! 경종!

버스에 몸을 실으니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바위를 탄다고 필요 이상의 힘을 쏟았고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온 탓이겠지.
아직은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산이 직접 나에게 가르침을 준 하루라 생각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나에게 산행의 새맛(바위타기)을 느끼도록 가르침을 주신 최구석씨 부부에게 이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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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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