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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평의 노래

올린이 : 애오라지 , 2002/12/16(올린날)
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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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평의 노래

14일 10시, 경부고속국도 경주 나들목에서 올린 차량은 10시 16분, 언양 나들목을 내려 24번 밀양
방향 국도를 탄다.
회원들의 기대 만큼이나 구름 한점없는 하늘은 한겨울 볕을 거침없이 쏟아 붓고 있다.
지나간 계절 무던히도 분주했던 들판은 한시름 놓으며 늘어져 있고, 흰꼬깔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가지산은 일행들의 마음을 엿보기라도 한듯 미소를 머금고 있다.
10시 30분, 궁근정 삼거리에서 좌회전 석남사를 우측에 버리고 석남 터널로 올라선다.
가지산 암봉과 쌀바위`귀바위는 투명한 거울속으로 제몸 박아놓은 듯 한점 부끄럼 없고, 뚜렷이 대
비된 푸른 하늘과 능선이 조각가의 예기에의해 빚어 놓은것 같은 아름다움은 목울대를 타고 오르는
감탄에 어찌할 바 모른다.
석남 터널을 지나 10시 53분, 고개 아래 밀양시 산내면 남명 검문소를 좌회전, 얼음골 입구 주차장
에서 등산은 시작 된다.
산내천을 가로지른 아아치형 다리 건너 천황사로 오르는 길은, 늦은 오전 빛이나마 삼키지 못하고
능선 그림자에 갇혀 몸부림 친다.
한톨 바람은 없으나 싸늘한 냉기는 소매 속으로 파고 들고, 볼에 와닿는 이이의 향취에 걸음은 가벼
워 진다.
11시 16분, 계곡을 붙들고있는 천황사 앞 기암으로 둘러쳐진 오름길은, 얼어 붙은 돌계단 길로서 자
칫하면 미끌어지기 십상이기에 조심스러워 오금 저리며, 간신히 비켜선 잎잃은 활엽 초목들이 살기
도는 푸른 하늘을 달고 겨울 속으로 무작정 파고 든다.
숨죽인 바람은 부대낌 조차 민망스러운지 그들을 잡고 있으며 계곡은 흐름을 팽개쳐 둔 체 침묵속으
로 빠져 든다.
11시 25분, 천연 기념물 제224호(70,4,24)로 지정 된 얼음골 돌바다에 올랐다.
얼음골은 4월에서 7월 까지 얼어있으며 8월 초부터 녹기 시작하여 정작 겨울 철에는 온기마저 느낀
다.
얼음 돌무덤 터에서 좌측 가마불 폭포 방향으로 오른다.
시간이 하얗게 멈춰져 있다.
숱한 계절, 하늘 쏟던 추억은 어디 두고 물기둥 한아름 빚어 놓고서 웃음만 흘리고 있는가,
두줄기(암가마불과 숫가마불) 한곳 엉켜 산내천으로 잉태하고, 패이고 잘려진 기암은 숨가쁨 아랑곳
않는다.
되돌아 건너 보이는 운문산이 푸른 하늘 장막 걷어내며 솟구쳐 나래 펴고, 오름길 버티고 있는 기암
절벽은 능선을 요동 치게 하며, 기슭에 흘러 내린 바위는 떼지은 군사들로 웅장한 강을 이룬다.
갈라진 암벽이 흘린 눈물은 고드름되어 정을 나누고, 그 정 죽자사자 받아 먹으려는 천년송이 사랑
으로 그림 그린다.
열두폭 기암 병풍에 둘러 싸인 오름길이 일행들의 환호작약하는 발길에 깨어나며, 오롯이 눈담요를
덮고있는 너덜 바위들은 누군가하고 저마다 고개를 갸웃 거린다.
흔들림없는 계곡 숲을 판에 박은 듯 잡고있는 파란 하늘이 가슴 저리도록 해맑게 웃고있고, 발길에
채여 길 가장자리로 밀려나 미련없이 한몸 썩히는 낙엽의 심성을, 쉬 눈치채지 못하는 마음이 부끄
러워 오름길을 애써 외면함에도 불구하고 저만큼 앞서며 가슴 열어 젖힌다.
천년 세월 흐르는 동안 제몸 뭉텅 잘라낸 기암 절벽은, 발칫께 자반콩 흩듯 와르르 돌쏟아놓고, 숱
한 영겁 들씌웠는지 이끼 낀 미소 잃지 않고 활개치며 반기는구나.
허공 거침없이 노닐다 제 살붙인 양 너덜품에 안겨 어리광부리는 눈의 애살 궂음에 미끄러지던 발길
눈웃음 치고, 오를 수록 계곡은 깊어 기암 절벽의 숨결은 가까워 온다.
12시 30분, 의사 허준의 집념이 서려있는 동의굴에 올랐다.
그의 넋이 전설인 양 살아나 만인의 사랑을 암굴 속으로 불러 들인다.
기암 절벽의 와가 추녀 끝처럼 파먹어 들어간 날개마다 한뼘 고드름이 주저리주저리 열려있고, 갑갑
해하는 낙엽이 눈이불 들춰내며 가쁜숨 몰아 쉰다.
제힘껏 암벽 틈을 갈라 뿌리내린 외솔은 비틀어진 몸 위태하게 걸쳐놓고 카메라 눈동자 뒤로 숨어
드는 앙증맞은 모습에는 가슴이 얼어 붙는다.
13시, 안부에 오른 후 재차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닳아 빠진 발바닥을 거부하길래 아이 젠을 채웠다.
잎 쫓아버린 앙상한 가지 사이로 높푸른 하늘은 열려있고, 볕의 끝없는 열정에 이기지못한 눈밭이
옹송거리며 녹아 내린다.
13시 20분, 사자평 능선 길에 올랐다.
허리 휜 억새가 하얀 모시 이불 펼쳐놓은 사자평 대지 위에서 철이른 아이처럼 짓 까불어 대며, 취
서`신불의 낙동 정맥이 불끈 솟은 근육을 자랑하며 온몸 흔들어 대고, 능선 아래 얼음골이 힘차게
쫓아올라 내려보는 눈을 아찔하게 잡아 챈다.
13시 40분, 1189미터 재약산 사자봉(천황봉이란 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일제 때 이름 지어 졌다 함)
에 올랐다.
순백색 평원이 널브러져있고, 사자머리 모습을 한 기암이 갈기 세우며 천하를 호령한다.
이이는 밀양시 산내면과 단장면, 울산 광역시 상북면을 경계로 수미봉을 지척에 두고있으며, 영남
알프스 산군(7대산:가지`운문`고헌`간월`신불`취서산)에 둘러 싸여 사랑을 받는다.
14시 10분, 내림길은 한계암으로 잡고 회원들께서 알뜰히 준비해 온 늦은 점심 식사를 한 후 15시,
급격히 깎아내린 능선길 타고 쉼없이 내린다.
검수리 발톱에 채여 발리어졌나, 건너 뵈는 재약 수미봉 능선이 검붉은 핏덩이를 흘리며 하늘 창을
갈갈이 찢고, 동면 속으로 빠져 든 참나무 가지는 싸늘한 냉기 속에서도 떨림없이 금강 계곡을 팬
필봉 기암 절벽을 훑어 올라간다.
15시 43분, 금강동 계곡 은류 폭포에 내렸다.

계곡 뚝 꺾어 발치에 버려 놓고,

내려 보는 눈빛 애써 외면하며,

이지러지게 마음 아픈 척 몸 비틀지만,

빼앗아간 눈길 돌려주지 않으려 하길래,

발길 떼려는 가슴은 아름아름 멍울 져 간다.

한계암을 지나 왼쪽으로 떨어져 내린 금강 폭폭에 발길이 묶인다.

살결은 말라 붙어 잇몸만 드러내었고,
흐름을 잊을리 없는데 바람만 쏟으며,
소리로서 살찌웠음 익히 아는데도,
올려보는 마음만 심란 케 한다.

16시, 내원암으로 갈라지는 내림길에 폐부 깊숙히 송진 냄새가 달려들며 가슴을 아릴 때, 머리 속이
맑아지며 티끌 한점 없는 눈동자가 열린다.
16시 10분, 표충사에 내렸다.
신라 무열왕 원년(654년) 원효 대사가 창건, 청동함(국보 제75호)과 3층 석탑(보물 제467호)을 간직
하고 있다.
훗날, 또다시 찾아서 이이의 넋에 묻어 둔 나의 정을 펼쳐 보리라.

_ 안 녕 _

- 2002, 12, 14. -

_eaolaji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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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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