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산행기 - 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에 올려진 산행기 입니다.


100대 명산 대구 비슬산 종주기

올린이 : 브르스황 , 2002/12/16(올린날)
게시판 :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2002년 12월 15일(일) 맑음

일행: 어른 네명, 초등생 한명.
10:55 유가사 주차장 발
11:00 유가사 입구 착
11:05 유가사 착
12:50 대견봉(정상) 착
12:50∼13:30 휴식 및 점심식사
14:50 대견사터 착(10분 휴식)
16:35 유가사 착(5분 휴식)
16:50 주차장 착
총 산행시간 : 5시간 55분

주차장을 출발하면 바로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 내산 마을로 들어가는 척치교와 오른쪽 유가사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로 나뉘어지는데 왼쪽 계곡에 장승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일주문을 지나니 시멘트도로 재포장공사를 엊그제 끝냈는지 비닐을 덮어놓고 차량통행을 막고 있었다.
조금만 오르면 유가사라고 써있는 돌비석이 나오고 돌계단을 1∼2분 정도 오르면 유가사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도성암으로 오르려면 유가사로 들어가지 말고 왼쪽으로 시멘트 포장도로를 계속 오르면 될 듯싶다. 도성암이라는 이정표가 없으니 주의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일행은 지도에 나와있는대로 유가사에서 왼쪽으로 도성암 오르는 길이 있는줄알고, 유가사로 들어가니, 사천왕문 오른쪽으로 넓은 길이 있는데 비슬산 정상가는길이라는 안내판과 수많은 리본이 매달려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길로 오를 것이다. 도성암쪽으로 가려면 이 길로 가면 안 된다는 말씀.
이 길은 비슬산과 조화봉 중간의 능선 삼거리로 가는 길일 것이다.
유가사로 들어가 오른쪽 찻집으로 가는 길이 있어, 옳거니 이 길이 도성암 가는 길인가 보다 하고 찻집 뒤로 오르기 시작하였겠다.
주위의 등산객들에게 물어보니 모두들 초행인지라 그들도 도성암 가는 길인줄로 착각하고 무작정 오르더라.

한 30분쯤 올랐을까 왼쪽 길은 뚜렷한데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은 희미한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정표 하나 없다.
선두에 섰던 문 선생님이 왼쪽으로 안내하기에 무작정 오르다보니 대견봉(비슬산 정상)이 산행 내내 왼쪽에 보이는 것이다.
지도를 꺼내 나침반으로 현재위치를 파악해보니,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정상으로 바로 직진해서 올라가는 최단코스인듯하다.
도성암 가는 길이 아닌 것이다.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 이미 너무 많이 올라왔으니 다시 되돌아서 갈 수도 없는 일이다.

응달진 곳에는 아직도 잔설이 많이 남아 있다.
정상 바로밑 거대한 암릉이 바로 코앞에 잡힐 듯 웅장한 자태를 들어내기 시작한다.
거대한 고드름도 보인다.
그 암릉을 왼쪽으로 보면서 가파른 바위골짜기를 올라서니 또하나의 거대한 바위가 우리를 반긴다.

왼쪽으로 돌아 오르기 시작하니 큰 나무는 없고 작은 나무들만이 있는 마치 지리산 능선 같은 곳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빠진 듯, 경사가 아주 완만한 정상일대에 들어선다.
산불감시 초소 안에는 감시인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은 보이질 않고, 바람과 추위를 피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담배연기로 속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 좋은 산에까지 와서 몸에도 좋지 않은 담배를 피우는 나약함은 무슨 심보일까?
산행하는 날 하루만큼이라도 담배를 갖고 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안 피울텐데.....
오늘따라 산행 내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무척 많이 보인다.
다른 산에서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거의 볼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담배를 26년 피우다 작년에 끊은 나도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잘 안될 때가 있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을 이해하려고 할는지 모르겠다.

하늘에 수백마리의 까마귀들이 날고 있다. 이렇게 많은 까마귀떼를 보기는 처음이다.
감시초소 바로 왼쪽 10여m쯤 서쪽에 정상표지석이 우뚝 솟아 있다.
정상은 두사람이 겨우 설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는 뾰족하고 좁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촬영을 하려고 디지털카메라를 켰지만 배터리가 다 닳아서 작동이 되질 않는다.
이런 낭패가 있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 되던데.
다행이 문선생님의 디지털 카메라로 몇 컷트 찍을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여분의 배터리를 가지고 다녀야 겠구먼.
이 아름다운 산을 많이많이 사진기에 담아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바람이 적은 양지바른 곳을 잡아 초등생인 우리 아들에겐 보온물병의 물을 컵라면(아들녀석이 컵라면을 무지 좋아한다.)에 부어 먹게 하고, 어른들은 보온도시락의 따끈한 밥을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으~~ 역시 겨울에는 김밥이 무리야. 따뜻한 밥이 최고지.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조화봉쪽을 향해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삼거리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삼거리에서 988봉(월광봉)쪽으로 오르는데 일행들이 다들 오른쪽 우회로로 가는 게 아닌가.
앞서가던 아들녀석을 불러 되돌아서 월광봉 정상으로 오른다.
조망만 조금 좋을 뿐 별 의미가 없는 봉우리이다. 그나마 오르는 길은 제법 뚜렷하지만 조화봉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희미한 게 잡목이 우거져서 등산로로서의 기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불편한 코스이다.
그러니 굳이 월광봉을 오르려하지 말고 서쪽의 우회로로 그냥 지나쳐서 가면 좋을 것이다.

조화봉 못 미쳐 삼거리에 다다르기 전부터는 양쪽이 온통 진달래 숲이다. 숲이 아니라 평원이다.
어느 곳은 사람키 보다도 훨씬 크다.
진달래꽃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중에 하나로 꼽히는 산이니 봄에 오면 실로 장관일 듯 싶다..
조화봉과 대견사터로 갈라지는 삼거리(이곳의 안내판이 대견사터와 조화봉 방향을 서로 바꾸어서 그려놓았다.)에서 일행이 기다리기에 조화봉까지 갔다오자고하니 다들 난색을 표하며 다음기회에 오르자고 하기에 할 수없이 대견사터로 발길을 돌렸다.
비슬산 정상에서 대견사터까지는 조화봉만 오르지 않는다면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비슬산에 오면 반드시 이곳(대견사터)은 들려야만 후회를 안할것이니, 이 천하의 명당을 반드시 보고 내려가도록 강력히 추천하는 바임(보는 사람에 따라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제눈에는 제법 볼거리가 되는걸 어쩔까나).
대견사터로 내려가는 길(서쪽)과 올라가는 길(동쪽)이 따로 따로 철난간 나무계단으로 잘 되어있다.
약간 좁아서 혼자서 일방 통행할 수밖에 없는 게 약간의 흠이다.
조금만 넓게 만들었다면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지정하지 않아도 되어 혼잡한 일도 없을 텐데.....

뭐 이런 데가 다 있노? 참으로 기이한 곳이 아니더냐!
산꼭대기(해발 1000m)에 이렇게 넓은(200평은 족히 될 듯 싶더라.)
절터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마냥 신기할 뿐이다.
북으로는 기이한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저있고, 남으로는 탁트인 시야가 게다가 남쪽 벼랑 끝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흐트러져있던걸 현대에 복원했지만)삼층석탑(유형문화재42호)이 우뚝 솟아있고, 서쪽 바위 군에는 조그마한 굴도 있다.
일부 등산객들이 눈싸움을 하느라 약간 소란스럽다. 그 소리가 싫지 않다.

다시 하산을 서둘러 팔각정에 이르렀다.
일행들보고 잠시(2~3분) 기다리라고 하고, 1034봉에 올라(바로 밑에서 한무리의 등산객이 컵라면에 김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본 후 팔각정에서 일행과 합류하야 본격적인 하산에 들어갔다.
여기서부터는 북쪽능선이라서인지 눈이 평균 20cm는 쌓여있는지라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960봉에서부터는 깎아지른 비탈길이라 다들 거북이 걸음에 때론 네발로 기다시피 내려간다.
어떤 이는 몇 번인가 엉덩방아를 찧기도 한다. 아들녀석은 일부러 눈밭으로만 내려가려한다. 양쪽 가랑이가 다 젖어 있어도 마냥 재미있는 모양이다.
하산 내내 우리일행 이외의 사람들은 보지를 못했다.
이 코스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인 듯 싶다.
등산로도 좁고 가파른데다가 많이 다닌 흔적이 없고, 때론 등산로가 희미해서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초보자는 이 길을 피하기 바람.

급경사를 15분 정도 힘들게 내려오니 경사가 완만해지기 시작하는데, 등산로가 희미해서 리본을 찾으며 내려오다 보니까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수성골이다.
계곡이 변변한 폭포하나 없고 수량도 많지가 않은데다 깊지도 않으니, 계곡만큼은 흡사 화순의 모후산 같다. 화순의 모후산(919m)도 전남에서는 네 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산의 풍치와 계곡이 별로 여서 산악인들이 잘 찾지 않는 산이다.
비슬산은 산 높이에 비해서 계곡의 수려한 맛은 없다.
풍치가 빼어난 산이라고는 볼 수는 없지만 정상일대의 넓은 지역과, 암릉지대, 결코 짧지 않은 능선, 드넓은 진달래평원, 독특한 대견사터는 어느 산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비슬산만의 비경이다.
지지난주(12월 1일)에 갔던 전북 장수의 장안산(1237m. 장안산은 가을 단풍 철에 가면 볼만할 것이다. 산이 온통 활엽수림으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산이다. 특히 참나무가 주종이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멋진 산이다.

얼마인가를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까 처음에 오르던 길로 접어들었다.
유가사가 얼마 남지않은 모양이다.
드디어 유가사 도착.
약수 한 모금으로 산행의 피로를 씻은 후 주차장에 들어서니 오늘의 산행 끝.
일행 모두에게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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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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