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에서 계속)
천길 단애, 절벽 위에 선 정상표지판 앞에서 기념 사진을 박았다. 좌우를 살펴보니, 앉을 자리도 곤란하게
협소한 정상이었다. 그만큼 가장 높은 위치에 전망이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눈발이 굵어져서 마구 얼굴을
간지른다.
순백의 세계---얼마나 기다렸던 겨울산인가??? 운무가 스치면서 내려다 보이는 대안의 능선에는 전나무와
소나무가 바위에 걸린 선경이 보인다. 이 때다싶어 카메라를 들이대고 한컽 건져본다. 하지만 워낙 날이 잔뜩 흐려서 필름이 잘
현상될지 의문이다....
정상에 자리를 깔고,산장에서 가져온 친구의 정성어린 시레기국물과 간식을 먹었다.,,, 그런데,
허허...뭔가 허전하다. 뭔가 빠진 것 같다. 한 친구가 술---하니깐 그제서야 귀가 번쩍 뜨인다. 흐흐...츠ㅡ츠...이럴
수가..단단히 챙긴다는게 바로 술을 안 챙긴 것이다.누구를 원망하랴...서로 쳐다보기만 한다.
이런 때...입속에서 침이 살살
넘어가게 마련이다. 10여년 전에 수락산엘 유원지쪽(마당바위)에서 추운 겨울 함박눈을 맞으며 올라가 쪼그리고 앉아,눈과 바람을
피해서 김밥을 먹으며 술을 준비 안 해서...혼이 난 일이 생각난다. 그때, 큰형부는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먹는 걸
보고 '소주 한병에 만원이오...'하며 구걸(?)했던 기막힌 추억이 있었다.
한참동안 잡담을 하면서 시계를 보니 오후 1시가
가까워졌다. 어이쿠--- 빨리 하산해야 한다. 추위에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지만, 다시 오던 길로 원점산행하기로 한 이상, 쉽게
달려 가면 될것 같다. 하지만, 밥을 먹고 금새 일어나서 급경사를 만나니,,,허리와 목과 다리, 배에서 자꾸만 가지 말라고
한다.(여러번 경험하지만)
마음은 날 것 같은데, 몸은 천근만근이다. 잠시 나무를 붙들고 쉬고, 숨을 고른 후 오르고 오른다.
어디 등산이 그리 쉬운 건가 하고 자위해보지만, 이런 경우---시간은 없고, 배는 불러오고-- 진퇴양난이 된다. 힘들게 아주 힘들게
하산을 시작했다. 시간은 자꾸만 가는데,,,가도 가도 쉽게 안 내려가진다.
이곳 정상 바로 밑에 있는 갈림길은 오대천(
나전)에서 올라오는 제법 긴 종주코스가 있다.(나전--졸드루--석두골---새미골--- 안부갈림길---절골---숙암리, 약 10K)
우리일행은 그대로 직진했다. 왔던 길이라 발자국이 선명하다. 우리 외에는 한사람도 올라온 사람이
없으니까....
정상부근 바위밑에 '영천'이란 석간수가 흐른다고 하는데 우리는 갈길이 멀어 그냥 지나친다. 다시 정상과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를 여러군데 지났다. 그런데 분명히 육안으로 확인한 정상은 돌아오는 길에 길게 남으로 뻗은 삼거리 근처인 것
같았다. 다만 참나무에 둘러싸여 전망이 안 좋다는 것뿐... 나중에라도 정상 위치와 높이 확인을 다시 하려고 표시기를 달아
놓았다.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에 위치한 백석봉은 부근에 1000m이상의 산군으로 백적산,잠두산,중왕산,가리왕산을 사방에 끼고
있는 오지중의 한 봉우리다.그만큼 산악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명산이며, 오늘 같이 좋은 날,정선이나 태백,삼척,동해시에서
찾아오는 산악인이 한분도 없었다.
우리는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겨우살이군락지를 지나고,다시 소나무
군락지,철쭉군락지,칼바위능선 등을 스르르 엉덩이 썰매를 타기도 하며,콧노래까지 불렀다.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초등,중, 고등
학생시절같이 눈속에서 딩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생긴 키 작은 전나무 옆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백색의 화원을 걷는 기분---천상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쉬엄쉬엄 쉬어가며,발길을 서두르며 제2쉼터를
지나갔다. 눈이 녹아서 미끄럽다. 바닥이 온통 너덜지대,,,구들짝같은 돌이 깔린 길을 1시간여 내려간다. 앞에서 먼저 가는 사람이
힘이 배가 들었다. 허리와 배가 조금 아프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더 자주 쉬고 휴식을 취하며. 샘터에서는 맑은 물로 목을
축이기도 했다.물맛이 하도 달아서 가져간 물통을 다 비우고 샘물로 갈았다.
드디어 2시간만에 하산, 입구 물레방아 매표소에
닿았다. 이제는 아스팔트길,주차장이 보인다. 휴--- 힘든 러셀산행이었지만, 초등코스를 무사히 마치는 순간 희열감은
배가된다. 양 어깨가 배낭 무게에 눌려서 팔과 목이 뻐근하다. 양 손을 높이 쳐들고 내려가 항골산장에서 하산을 완료했다. 총
산행시간 6시간만이다.
산장에 남아있는 신혼부부가 정성들여 준비한 술상을 받고 앉으니,이 얼마나 고맙고, 정다운가!
우리는 힘들었던 장거리산행의 스트레스와 고생을 잊고 이집에서 자랑하는 토종 산복숭아 술로 거나하도록 취했다. 이번 오랜만의
강원도 원정산행은 송년회모임처럼 생각되었다.
정선의 산친구여...고맙네...내년에 또 다시 만나세!!!
12/11 오후
일죽 산사람
(제2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