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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친구들의 강원도 정선 항골산장 외박기
이번 산행은 지난주 양평의 백운봉 종주를 하면서 약속하게 되었다. 같이 산행을
오랜 만에 한 산친구가 지난 달 결혼한 여자친구가 있는 정선엘 가자고 해서 흔쾌히 승낙했다. 그곳은 산악인인 선남선녀가 정선의 항골
산장마당에서 나이 40이 넘어 늦깎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나도 가보고 싶었다. 서울에서만 만나다가 멀리 강원도 정선
오지에서 희소식이 온 것이다.산사람은 잊지 않고 찾아주는 따스한 의리와 아름다운 가슴이 있다고나 할까....
한주일 동안
강원도 오지의 숨은 산을 가기로 해서 이곳 저곳 인터넷과 등산 책을 찾아 보았으나,어디에도 소개된 적이 없는 산이 백석봉이었다.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토요일 오후 모임에 참석하고 곧바로 아파트로 돌아와 배낭을 급히 챙겨서 청량리역 시계탑 앞으로 나갔다. 저녁
7시 약속시간에....맞추기 위해
요 며칠 12월날씨가 봄날 같아 영상 10도가 넘었다. 어둑해진 광장에서 친구 1명을
태우고,다시 차를 몰아 두번째 약속장소인 상봉터미널 역에서 또 픽업하고, 구리시 돌다리역 앞에서 마지막 1명을 태우고 ,7시 30분
중부고속도로를 빠져나가 영동고속도로.문막휴게소에 깜깜한 밤 9시경에 도착했다.
잠시 요기를 하고 남 원주, 새말을 거쳐서
장평,둔내,평창을 거쳐, 하진부 인터체인지에서 유턴해서 나갔다. 갑자기 차들이 서서 꼼짝을 안해 알아보니 지금 대관령쪽은 폭설로 인해
교통이 두절된 상태란다. 우리 일행은 중도에 빠지는 정선방향이라 불행중 다행이었다. 산행은 일기, 교통,돌발상황에 따라 재수가 많이
좌우되는 것이다.
콧노래를 불러가며 진부읍에서 정선으로 꺾어지자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59번 도로는 싸래기 눈이 하얗게
내렸고,어둠속의 길은 번쩍거리며 시야가 매우 안 좋았다. 밤 11시 30분 드디어 북평초등학교 담을 끼고 좌회전, 정선
직업전문학교 입구를 지나 목적지인 항골산장(033-562-1888)에 도착했다. 멀고 먼 장거리 운전이었지만, 야간이라 그런지 금방
도착한 것 같았다. 종일 기다리던 주인 내외의 환영을 받으며 미리 준비한 따뜻한 밥상을 받고, 밤 2시까지 오랜만에 정담을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참나무 장작불을 때주어서 훈훈한 황토방에서 잠을 잘 잤다. 고마운 산친구들의 외박---그 자체가 행복한
순간이었다.
일요일 새벽 5시경 꼬꼬댁---하고 암닭이 울어 얼른 일어나보니 날이 샌건지, 아니면 밤새 눈이 내린 건지 창밖이
훤하게 밝았다. 다시 드러누웠다가 6시에 일어나 보니 웃방에서 먼저 일어나 아침 식사준비를 한다. 마당 한편에 주차한 내 차를
보니 온통 허옇다. 밤새 싸래기눈이 내려 차를 덮어버린 것이다. 먼저 빗자루를 구해 지붕과 앞유리를 치우고 돌아와 아침 식사를 간단히
시레기국으로 해치우고 아이젠과 스패츠,스틱,픽켈,방한모,장갑 등등 등반준비를 했다. 무거운 건 다 빼고 겨울 등산복으로 무장한
후, 산장 주인은 따스한 국물을 보온병에 담고 점심밥까지 챙겨주었다.
8시에 산장에서 나와 주인이 미리 지정해준 등산
코스를 찾아나섰다.눈발이 점점 굵어진다. 오늘 산행은 행운의 여신이 손짓하는 것같다. 룰루 랄라---기분이 날아갈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아스팔트 길을 10분가량 오르니 황골가든이 보이고,민박집이 많다. 최근 정선군에서 이곳을 백석봉등산 유원지로 개발했다고
한다. 드디어 매표소가 나오고 대형주차장까지 만들어 놓은 입구에 도착, 돌탑과 장승지대,물레방아를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넌다.
안내판 지도를 보니 제1쉼터---제2쉼터---약수터---동굴---안부-- -철죽군락지---겨우살이
군락지---갈림길---정상으로 나왔다. 해발 1170m. 꽤 높은 산이다.바로 뒤편은 더 높은 상원산(1412m)이 있다. 9시
항골계곡으로 들어서니 산판도로가 넓게 잘 닦여져 있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좌우에 선 나무들이 흰모자를 쓴 것같다. 기온은 영상이지만
녹지않은 채 눈꽃이 매달려 있고, 하늘은 회색이다.
계곡길을 올라 쉬지않고 오른다.군데 군데'백석봉등산로'라고
큰 표지목이 잘 안내를 해준다.개울을 한번 건너고 등산로는 바닥이 온통 까만 바위조각들...너덜지대가 이어지는 협곡을
지난다. 우리는 조심조심 앞에서 러셀을 하면 뒤에서 따라가며,교대로 앞장을 섰다. 어느 곳은 지난 여름 홍수피해로 무너진 길도
나오고 점점 깊은 계류를 따라 경사진 길을 땀을 닦으며 올라갔다.
1시간을 오르니 왼편으로 산자락이 온통 너덜바위지대가
보인다. 잠시 서서 휴식을 취하며 물을 마신다. 정선의 좋은 공기와 물소리에 잠시 힘든 줄을 잊으며 담소를 나눈 후 다시 출발,이제는
제2쉼터를 통과한다. 급경사가 시작되고,다래넝쿨와 단풍나무가 많다. 길은 협소해지고 어느게 길인지 잘 분간하기 힘들다. 지난
여름 홍수때 쓰러진 소나무와 전나무,참나무가 즐비하다.
올해의 정선 폭우는 100년만의 기록적인 수치.하루에 800mm이상 내린
것이다. 읍내 시가지가 물 속에 잠기고 시가지 도로와 정선다리는 유실되어 지금도 피해복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엄청난
재해를 입은 산이 바로 백석봉이다. 그래서 우리는 졸드루(좃도로)방향 종주코스를 포기하고 원전회귀산행하기로 결정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아는 길로 일찍 하산하는 것이 겨울등반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샘물(약수터)를 지나고 안부에
도착,다시 휴식을 갖는다. 삼거리에 안내표지판이 반갑다. 매표소 60분,정상 120분. 겨우 3분의 1을 온 것이다.눈이 내려
미끄러지면서 간신히 올라온 능선인데 아직도 많이 가야 한다. 하지만 일행은 서서히 걷히는 안개 바라보며 희망을 갖는다. 여기서부터
각자 아이젠을 차고 오른다. 칼바위 능선이 이어진다. 발을 헛디디면 바로 미끄러지는 위험지대를 통과했다. 100년 이상된 큰 소나무가
눈을 덮어 쓰고 하늘을 가린다.
소나무군락지를 지나니,참나무군락지,그중에는 겨우살이(1000m이상에 만 열리는 곰팡이류)가
여러군데 매달려 노란 열매를 맺고 있다. 봉우리를 여러개 오르고 내리고 하며 남서능선으로 달리니,점점 더 눈이 세차게 내린다. 일본
소설에 나오는 설국이 바로 이런 곳이란 느낌이다. 온통 하얀 백설이 뒤덮은 산들이 눈앞에 엎드려 있다.
2시간만에 길은
우측능선으로 꺾인다.억새밭을 지나 다시 내려가는 길이 나오고 멀리 희미하게 오대천 방향 산자락이 보인다.왼편은 백석폭포가 숨어 있는
나전 졸드루 방향이다.우리는 그대로 직진,이제 마지막 20분이 남았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 모아---젖먹던 힘까지 다 소모한
다음에 드디어 정상표지 철판이 보였다. 야호---- 야호----만세...1170m. 눈을 맞으며, 눈발과 싸우며,발목까지 눈에
파묻히며 올라온 고난의 길이 순간에 사르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산행시간 3시간이 걸린 것이다.
(제2편에
계속) 12/10 새벽 1시 일죽 산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