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산행기 - 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에 올려진 산행기 입니다.


못다 부른 노래.....(기백산)

올린이 :이송면 ,  2002/12/08 (올린날)
게시판 :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기백,금원,거망산기

일 시 : 2002년 12월 5일 목요일
위 치 : 경남 거창군 안의면
기 상 : 흐리고 오후에 가랑비.
산행코스 : 용추사 일주문 - 도숫골 - 기백산 - 금원산 - 수망령 - 거망산 - 지장골 - 용추사 일주문
이동경로 : 대구 - 거창 - 안의 - 용추사 - 원점회귀
이동수단 : 자가차량

후기 :
4일 산행계획을 잡았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취소를 하고 다시 5일을 산행 일로 잡았다.
지도상으로 보아도 거의 10시간을 넘게 걸어야 할 길이었기에 새벽에 출발을 하여야 할 것 같은 생각으로 있었다.

그런데 새벽 검은 그림에 홀로 산기슭을 오른다는 게 좀 꺼려졌고, 그래서 밝음 속에 걷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어둠 속에서는 걸음밖에는 다른 게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이다.
달 밝지 않아 상념도 없을 테고 괜히 잠 깨울 산짐승이나 나나 서로 불편할 것 같아서 이다.

대신 늦으면 전등불 친구 삼아 늦은 하산을 하자고 생각을 하고 집을 나선 게 새벽 5시...
깔깔한 입에 식빵 한 조각을 물고 나왔다.
습기 먹은 싸늘함이 새벽 하늘에 묻어있다.

칠흑 같은 어둠이다.
새벽을 달려 거창을 지나 마리면 검문소가 있고 ..
눈에 익은 길을 달려 어느새 유동마을을 지난다.
유동마을에서 거리계를 본다.
용추사 일주문까지 3 킬로미터.
이곳으로 하산을 하여 3킬로미터를 걸어서 다시 용추사 일주문으로 가야 하는가보다.
지도상으로 4킬로이던데...
어쨋거나 유동리로 하산을 해서 대략 한시간 정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차를 한다.

등산화로 갈아 신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가 보니 어느새 7시가 넘는다.
일주문을 뒤로하고 걷는데 이런...
빗방울이 하나둘씩 얼굴에 차가움을 준다.
어제뉴스에 오늘 날씨가 맑다고 했는데 ...
위에는 윈드쟈켓으로 가리면 되고 아래가 문제다.
도수골 입구에서 다시 길을 돌아 나왔다.
차에 실린 오바트라우져를 다시 배낭에 챙겨 넣고 다시 출발...

다행이 비는 오지 않을 모양이다.
이러다가 파란 하늘이 나오겠지...
일기예보 믿고 가보자. 어제 {날씨와 생활} 기상캐스터가 한 말을 믿자하고...

물소리가 시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만나 건너야하는 물길...
손으로 물을 떠 입에 넣는다.
너무 시원하다. 서너 모금을 더 마시고 일어선다. 이정표가 있고 ...
다시 걸어 찬바람이 가슴속에 묻혀 들어온다.
안부다.
이제 거의 다 왔구나 하고 생각을 하니 작년 눈길에서 걷던 기백산이 생각이 난다.
그때 여기 까지 오느라고 힘이 꽤 들었는데...
오렌지하나 옷을 벗겨 입에 넣는다.
상큼한 오렌지 냄새가 좋다.

쉴까... 말까.. 조금만 더 가자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오늘은 아무생각 없는 산행이 되겠구나...
멀리 조망을 보니 아무 것도 없는 구름 속이다. 바람은 불고...
지도를 펼쳐 들고 나침반을 재어본다.
지도상 가늠으로 저쪽이 거망. 황석 덕유가 있을거고..
금원산이 이 길로 쭉~ 일 것이고...
온통 회색 빛 구름이다.
오늘 가야 할 거망, 황석은 아예 이불 덮은 꼴이다. 그것도 아주 머리까지 푹....

춥다.
다시 길을 잡는다.
몇 발자국 가지 않아서 그대로 슬라이딩....
엉겁결에 뒤로 넘어지고 ... 덕분에 오른쪽 팔꿈치가 벗겨지고 곧바로 퉁.. 붓는다.
이런... 굉장히 미끄럽다.
눈이 아니고.. 어제 온 비로 해서 진흙탕이다. 조심해야지 ..
그때부터 발걸음이 조심된다. 발목은 좋아진 것 같은데.. 행여 다시 염좌로 ....
새소리도 없다. 고요하기만 하다.
팬텀 두 대가 아까부터 오르락 내리락 새소리를 대신한다.

임도와 만나는 넓은 공터가 나온다. 작년에 여기까지 오기 전에 시영골로 내려서는 바람에 금원산까지 못 와봤는데 오늘은 이곳을 보는가 보다 하고 반가웠다.
허기가 지고 아침을 먹어야겠기에 일단 라면을 하나 꺼내고 ... 면이 삶기는 동안에 캔 맥주 500밀리 짜리를 마신다. 갑자기 들어 마신 터라 배가 찌릿하다....

한 삼십분 잘 먹고 잘 쉬었다. 바람도 잘고...
지금 저 아래는 일과 시작으로 하루가 바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능선을 오른다.
동봉이 보이고 금원산이다.
다시지도 정치를 하지만 역시 구름 속이다. 종일 길만 보고 가는구나..
다리도 점검을 하고 팔꿈치를 만져보니 엄청 아프다.
하나 괜찮으니 하나가 고장이구나.
수망령 길을 내려가는데 거의 10번 넘게 넘어졌을 거다.
결국 엉덩이와 오른쪽 다리를 진흙 팩을 하고...
장갑은 구멍이 나고...

수망령에서 용추사 쪽으로 임도가 끊겨있는 듯하다.
임도가 있을 터인데 길을 볼 수가 없다.
리번이 달린 경사 길을 치고 오른다.
왼쪽 발목고장으로 한동안 산을 오르지 못한 턱이 나타난다.
도무지 힘이 붙지 않는다.
하지만 발목은 이제 정상을 찾은 듯 하다.
이제 힘만 좀 올리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을 한다.
시간은 벌써 12시가 넘고 ..

가슴까지 자란 참꽃가지와 싸리 가지가 자꾸 잡아챈다.
이쪽 길은 아직은 사람의 발길이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하다.
은신치 봉우리에서 한 개 남은 캔을 마저 마신다.
하루종일 새소리 하나 없는 산 능선에서 그저 걷기만 한다.
그저 모든 상념들을 오르기 전에 다 벗어 던지고 온 듯하다.
머리 속이 텅 빈 듯한 이상한 기분으로 그냥 걷고만 있다.

푸릇푸릇 하늘이 비치다가 이내 검은 구름융단이다.
오늘은 상쾌한 날이 아니로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힘겹게 몇 번 오르내린다.
아침부터 그르렁 거리 던 팬텀은 종일 구름 속을 드나들고...
거친 숨소리가 멎고...
거망산이다. 첫 번째 거망산...
조금 더 가면 또 정상비가 있다던데...
지도를 보니 1200고지가 눈앞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10분...
앞으로 3시간 여...
황석산에서 해가 질 거고...
진맹익 님이 말씀하신 북봉을 가면서 황석산의 놀은 오늘은 틀린 거고...
날씨가 절대 도와줄 것 같지 않고..
종일 실컷 걸었고... 사람도 없고 ... 산짐승도 없고... 하늘도 없고.. .
없는 것 투성이에 머리속도 없고...
제일 중요한 힘도 없고..
아침 7시 넘어서부터 지금 까지 ... 갑자기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지장골 쪽으로 리번이 날린다.
어서 오란 듯이..
가자
깜깜한 산 정상에서 미끄러운 길 가다가 사고 나면 도와줄 사람 없고.
휴대폰 잘 안 터지고..
오늘은 혼자라는 게 영 가슴에 걸린다.
동지가 지나고 다시 해가 길어지면 그때 오자.
저번 지리산 종주도... 이번 종주도 .. 결국 못다 부른 노래가 되었구나.
그리 생각하면서 내려서는데 또 철퍼덕....
아이고... 아침에 올라설 때는 먼지 나지 않아서 좋다 했는데... 꾸덕하게 얼은 흙이
낮 동안 풀리니 눈길보다 더 하구나...

어느 정도 경사를 내려오니 계곡 물이 맑다.
허기가 진다.
배낭을 내리고 하나 남은 라면과 밥을 정신없이 먹었다.
펫트병 2개 가득 계곡 물을 담아서 배낭에 넣고 ....

늦은 점심을 먹고 밍기적 거린 바람에 어느새 날이 어두워진다.
빗방울은 떨어지고..
허우적대며 내려서니 용추계곡 바윗돌들이 하얗게 보인다. ...
머리와 얼굴에 물을 뿌리고 발목을 점검을 하니 90%정도 나은 것 같다.
반가운 일이다. 이제 조심하면서 산행을 하다보면 완전히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도숫골출발 07시 20분
기백산 정상 09:00
정상출발 09:25
임도도착:10시
아침 10;30
금원산11:10
금원산 출발 11;25
수망령 도착 12;10
거망산 도착 15;10
하산 (점심식사포함)지장골 - 용추사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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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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