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에 올려진 산행기 입니다.


낙엽에 풍덩 빠져 목욕한 산 ..명지산행후기..

올린이 :깨비 ,  2002/12/03 (올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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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산 ▒

경기도 내에서 화악산 다음으로 높은산이며 군립공원으로 지정됨. 높이 - 1267m

▒ 산행인원 - 4명


♬ ... 후 기 글 ... ♪~♬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8시 20분에 대원들을 만나 명지산을 향해 출발~~!!

날이 포근해 겨울산행의 맛을 볼 것인가 못 볼 것인가 점칠틈도 없이,
낙심 반 기대 반에 마음은 이미 비어진 지 오래고..
익근리 마을 쉼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낭을 메니 산행준비 완료~~!!

5분정도 걷자 승천사 입구가 보이고 양 갈래의 길이 나오더군요.
왼쪽은 폭포길.. 오른쪽은 능선길..
능선길로 올라 폭포길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선택했습니다..

세상에~~우릴 기다리고 있을 낙엽이 그리 많을줄이야 꿈엔들 생각 못했습니다..ㅎㅎ
틈만 나면 나무들이 흩뿌리는 낙엽들 구경하느라 집 옆의 공원으로 발길을 돌리길 수차례..
이렇게 빠스락대는 낙엽에 파묻힐 줄 알았더라면 평소에그리 청승떨지 않았어도 좋았으련만..

어떤이가 산행후기에 이렇게 쓴 걸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요..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밟는 지겨움을.. 니가 알긴 뭘 알어.."

정상을 향한 길은 끝도 없는 오르막이었습니다..
그것도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을 디디기가 무섭게 미끄러지기 일쑤..
어찌나 잘 부서지던지 햇빛이 충분히 비추는 곳을 오르고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처음엔 그나마 낙엽이 좋아 마음까지 설레며, 올가을 낙엽산행 제대로 하는구나 했지만..
웬걸요..
그 낙엽이 하산길엔 원수가 될 줄이야~~ 이그그~~~!!!

발에 온 힘을 기울여 오를라치면 낙엽에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그러길 수차례..
가도가도 오르막은 끝이 없고..
쥐약 먹은 것처럼 깨비 한없이 쳐지니, 산우들 눈치껏 뒤쳐져 말동무 해 줍니다..^^
역시 山友들~~!!
가다 보니 무덤도 보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오르다 쉬고 오르고 또 오르고..
별 볼거리도 없는 밋밋한 능선길이었습니다..
비코스를 가고 있는 대원들..
아무 불평없이 오르고 있지만 급경사길에 놓인 발이 낙엽에 미끄러질때 기분은 어땠는지 묻고 싶네요
ㅎㅎㅎ..

한참을 올랐을까요?
칼바위 같은 곳이 나타나더니 그곳을 기점으로
왼쪽엔 따사로운 햇볓에 익은 낙엽의 수북함이..
그리고 오른쪽엔 흰눈이 덮인 산이 한 눈에 들어 왔습니다..
남과 북?.. 절묘한 조화였습니다..^^

정상을 바로 앞두고 발견한 평평하고 널직한 바위에 자리를 펴고 점심 먹을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별 준비를 못했는데,
다른 분들의 가방에서 튀어 나온 다양한 메뉴들 속엔
마치 우리더러 산행의 재미보단 여기서 포식하고 가는것도 좋다는
산신령의 희미한 미소가 서려 있는것만 같았어요..ㅎㅎ

11시에 오르기 시작해 식사를 시작한 시간이 1시 44분..
식사를 마친 시간은 3시..
식사하면서 우리들은 밋밋한 명지산에 대해 내내 이야기 했답니다..
진달래와 철쭉, 단풍이 아름답다는 산인데..
또한 명주실 한타래가 다 들어갈 정도로 깊은 물을 담고 있는 명지폭포도 유명하다던데..

겨울엔 5시만 넘어도 컴컴해 지기에 하산을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중간중간에 많이 쉬었다는 평과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는 평을 서로 던지며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30-40분을 더 오른 후,
하산길에 진입..

온통 낙엽으로 덮인 곳을 택하고 미끄러지다시피 내려갔는데..
웬 큰 돌들이 발 디딜때마다 그리 많이 뒹굴어 내리떨어지는지..
자칫 실수하면 다치기 쉽상인 낙석들이었어요..
게다 그 큰나무들에 손을 대기가 무섭게 똑~ 똑~ 부러지는 거예요..
그 명랑한 소리에 산토끼 한마리 질겁하며 도망가더이다..ㅎㅎ

무릎까지 푹~ 푹~ 빠지는 낙엽 속에 파묻혀 하산하는 기쁨에 몸을 말아
때굴때굴 굴러 내려오고 싶었지만,
낙엽에 가려진 큰 돌들과 나무가지들 때문에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더군요..
발길 닿는대로 낙엽 속에 추락하는 행복함이란..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에구~~ 시몬 니가 낙엽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는 지겨움을 알기는 해??
우리들 모습.. 마치 밀림 속을 헤치고 가는 전문산꾼처럼 보였을 겁니다.. ㅎㅎㅎ

한분은 계곡길로 계속 하산하시고..
저를 포함한 나머지 분들은 낙엽에 파묻혀 형채를 분간할 수 없는 계곡이 겁이 나
능선길을 택해 내려왔어요..

조금의 지체함도 없이 열심히 내려 오는중 계곡 쪽으로 하산한 대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길처럼 생긴 평지가 나타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헤드렌턴을 착용후 눈이 덮힌 하얀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내려 왔어요.

계곡의 물소리는 제법 커 수량이 풍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 오니 왼쪽에 철문이 떡~ 하니 서 있었는데, 여유로운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어요
마치 뭔가를 제대로 갖추고 그것도 합격이란 도장을 받아야만 입장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우리들의 험한 모습이 사진에 어찌 비춰졌을지 궁금하기만 합니다..ㅎㅎ

익근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6시 10분경..
집에서 길러진 듯한 고양이 한마리가 사뿐이 남자대원 품을 파고 들더니만
차가 멀어질 때까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우릴 지켜 보고 있었어요..
그 분과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정코스, 특히 바위와 친한 대자연님..
낙엽에 빠지는 하산은 사양하셨지만
산행의 추억은 오래도록 기억되실테죠?

그리고 묵묵하지만 한마디 던질때마다 듣는이가 즐겁기만 한 푸름님..
오늘 산행 어땠어요?

대장님 고생 많으셨구요..

저는 덕분에 즐거웠답니다..^^
하산후 땀이 식어 차 안에서 떨긴 했지만요..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 소개하고 물러갑니다..

♠♤ ... 낙 엽... ♠♤

시몬, 숲으로 가자 ; 나뭇잎은 져서 ;
오솔길을, 이끼와 돌을, 낙엽으로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아하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 ?

낙엽은 아주 부드러운 빛깔, 아주 엄숙한 소리를 내고,
너무나도 연약한 표착물들로 대지 위에 흩어져 있다 !

시몬, 너는 좋아하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 ?

황혼이 질 때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 슬프고,
바람이 휘몰아칠 땐 낙엽은 정다운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아하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 ?

발에 밟힐 때, 낙엽은 영혼처럼 울고,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낙엽은 낸다 :

시몬, 너는 좋아하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 ?

가까이 오라 ; 우리도 언젠가는 가엾은 낙엽이 되리라.
가까이 오라 ; 밤은 벌써 내려 우리를 바람이 휘어 감는다.

시몬, 너는 좋아하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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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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