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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 아내의 두번째 종주기-기백,황석산 종주.

올린이 :진맹익 ,  2002/12/02 (올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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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 아내의 두번째 종주기 - 아! 고지가 바로 저긴데 ...
(기백 , 황석 ㄷ자 종주)

해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컴컴한 새벽, 군용 랜턴을 등대 삼아 휘적 휘적 도수골을 한참오르는데
골 끝 벚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에서 갑자기 어마지두의 멧톳이 어금니를 드러내고 사납게 달려든다.
너무놀라 비명도 못지르고 억억 그리는데 순식간에 식은땀이 후줄근하다.
번쩍 눈을 떠니 도수골이 아니라 우리집 거실 ...
작년 단지봉 산행때 이넘이재에서 그놈한테 혼나고 자주 그놈이 꿈에 밟힌다.
그래도 돼지꿈은 돼지꿈인디 뭔 좋은일이 있을라나.

시간이 벌써 새벽 4시가 되었다
한잠든 아내를 깨워 밥하고 도시락 챙기고 아이들 깨워 밥멕이고 집에서의 금기 및 주의 사항을
몇번이고 당부하고 옷입고 나서니 6시가 넘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 된것 같아 조바심이 났으나
어쩌랴 . 용추사 주차장에 도착해 군말없이 보따리 짊어지고 나서니 아내도 제몸 만한 보따리
둘러메고 따라나선다.

나중 아내의 종주기 사진첩을 만들어 줄 요량으로 중요 포인터마다 카메라로 기록을 해두었다.
오늘도 예외없이 도수골 입구 등산로 안내판을 배경으로 첫번째로 찰칵!
도수골의 완만한 능선을 오르는데 아내는 벌써부터 힘들어 한다. 왠일일까 ?
비슬산에선 날라가더니....
긴막대기를 하나 줒어 나는 끌고 아내는 잡고 따라온다.
두번째 계류에서 잠시 휴식, 아내의 짐에서 조금덜어 내배낭으로 옮기고 다시 출발, 얼마가지않아
황금빛 찬란한 햇볕이 온산을 환하게 밝힌다.
하늘은 어찌나 푸르고 맑은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것만같다. 아! 참으로 좋을시고...

꿈에 멧톳에 받혔던 장소에 닿으니 산사태로 사면이 많이 뭉글어졌다.
흔히 남들이 얘기하는 산삼이란게 돼지꿈과 인연이 될라나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살폈으나
평생을 나만 생각하고 남에게 적덕 한적이 없으니 설사 있다 한들 어찌 내 눈에 뜨이리요.
쓴 입맛을 다시며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안내판이 선 주능선 삼거리이다.
많이 힘들어 하는 아내에게 내가 초보때 (지금도 초보이긴 매일반 이지만 ) 애용했던 "10초 휴식법"을 강의했다.

무슨 법법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실제 별것 아니다.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오를때 잠깐 멈춰서서 마음속으로 열을 센다.
그리고 또 걷고 힘들면 또 열을 세고 ......
하잘것 없는 것 같지만 효과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속도는 빠르지 않더라도 절대 탈진해 주저앉진않는다. 처음부터 건각, 철각은 존재 하지 않는다. 단지 만들어 질 뿐이다.

저 위로 꼭 인공으로 만든 성문같은 누룩덤이 자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
파아란 하늘과 어울려 어느 잃어버린 도시의 입구 같기도 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축물을 연상케도 한다. 그럭저럭 정상에 올라서니 언제나처럼 돌탑2기와 정상비가 반갑게 장맞이 해준다.
하도 맑은 하늘 탓에 멀리 덕유 능선과 저짝에 황석산이 지척에 있는것 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일년 산행을 통털어 오늘같은 멋진 산행이 과연 몇일이나 될까?
간단한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금원산으로 길을 재촉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 누룩덤은 다음을 기약하고 부드러운 능선을 걷노라니 남덕유에서 월봉산으로 꿈틀대며 밀려오는 힘찬 진양기맥의 줄기가 갈수록 더 우람하고 장해진다.

산만 파헤치고 제구실도 못해보이는 임도를 지난 길은 바위와 참나무와 산죽이 어우러진 선경을 연출하고 등로도 널찍하게 새로이 정비해 놓았다.
헬리포트를 지나 금원평전을 오르는데 아내는 완만한 경사임에도 힘들어한다.
동봉 정상에는 새 이정표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삐까 번쩍한 노란 스테인레스판이 보기에 참좋다. 요구르트와 빵으로 참을 들고는 동봉을 거쳐 수막령으로 쏘아 내려간다.
초입은 키작은 관목으로 진행이 성가시지만 조금만 내려가면 걷기좋은 길로 바뀐다.
아내에게 큰목재를 가리키며 저기로 올라가야된다고 하니 아내는 월봉산으로 잘못 알아듣고 기겁을 한다. 얼마를 내려왔나? 가지 떨군 참나무에 탱자목 같은 겨우살이가 기생하는 모습이 이채를 띈다. 지리산 ^^골에 무지하게 많이 있던데 여기 금원산에서는 처음본다. (몸에 좋다는 겨우살이가 수난을 당할까봐 장소를 안밝혔시우)

수막령에 당도하니 아내는 발목과 관절이 아프다며 조심스레 하산할뜻을 내비친다.
산행하기전에 다리가 많이 아프면 언제든 하산하겠노라고 공약한것이 있어 갑자기
입장이 떨떠름해지는데 어떻하든 산행을 이어갈 요량으로 손수 아내의 바지를 걷어올리고
에어 파스를 뿌려주고 어설픈 안마사의 흉내도 연기하는 등 최선을(?) 다하는데 아내는 그만 하산했으면 하는 마음이 표정에 역력히드러난다.
그래서 여기 고갯길을 타고 내려도 3시간은 가야하고 산으로 가도 서너시간이면 족하다고 하니
그러면 산으로 가잰다. 마음속으로 은신치까지만 이어볼 생각으로 아내의 생각이 변하기전에
후다닥 보따리 둘러메고 큰목재 초입으로 들어섰는데 차라리 여기서 하산했더라면 아내의 눈물은 보지 않았을텐데 .......

길은 완만한 구릉을 넘어서 된비알을 내놓으며 땀 좀 흘리라 한다 .
아내가 힘들지않게 더더욱 천천히 오르는데 의외로 아내는 용하다 싶을만큼 잘 따라온다.
초입의 급경사 구간을 지나면 능선은 약간 순해지면서 무리없이 큰목재로 닫는다.
신경수님의 말씀같이 고개라기보단 봉우리라해야 무리가 없을것 같다.
월봉산에서 달려오는 길과 삼거리를 이루고 월봉산,금원산의 우람한 덩치가 두드러지는 곳이다.
길은 큰목재에서 5,6분 거리의 무명봉을 왼편 직각으로 꺽어 이어진다. 이곳 무명봉은 전망이좋아
휴식장소로는 제격이다. 워낙이 잡목이 무성한 구간이라 은신치까지는 제법 땀품을 팔아야한다.
반대로 그만큼 싱싱한 자연미가 살아있는 곳이다.
녹음기엔 잘 뵈지않던 은신암을 친구삼아 은신치로 내려서니 한무리의 산꾼들이 은신암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꼭두새벽에 육십령에서 출발 남덕유를 거쳐 예까지 왔단다.
아내의 마음이 흔들릴것을 염려해 쉬지않고 곧바로 언덕을 추어오른다.

억새밭을 거쳐 헬리포트까지 오는동안 아내는 아무 말이없다.
입을 꼭다물고 내발자국만 보고 따라온다. 점심을 먹자니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단단히 골이난 모양이다. 포트를 지나 자그만 봉우리에 앉아 점심 보따리를 풀었다.
많이 힘들었는지 거의 밥을 먹지를 못한다. 억지로 강권해 겨우겨우 시장기 속일만큼 멕였다.
갈길이 먼 탓에 얼마쉬지도 않고 거망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1146봉을 지나면서 아내는 섰다,가다를 반복하며 가쁜 숨을 토해낸다. 보기가 애처롭다.
다소 위험한 암릉 구간을 지나 올망 졸망 걸으면 곧 거망산이 억새 치마를 두르고 정상비를 내놓는다. 이름하여 용자회 정상비이다. 눈앞에 빤히 쳐다보이는 암봉을 추스려 오르면 함양군에서 세운
거망산 정상비가 또하나 있다. 어느게 진짜 거망산인지 .....

지장골 갈림길을 지나쳐 완만한 언덕을 오르면 곧바로 위협적인 암봉이 서슬이 시퍼렇고 길은
어마, 무서 진저리를 치면서 오른쪽으로 우회로를 만든다.
제법 깔딱 거리는 숨질을 어기차게 오르면 아까 얘기한 함양군 거망산이 또 정상비를 내밀며
여기가 진짜 거망산이랜다.
그러거나 말거나 얼마를걸어 965봉 삼거리에 서니 이제 막 지는 석양을 받아 마치 돌불꽃 처럼 환하게 황석산이 타오른다. 참으로 장관이다.
이제껏 말이없던 아내도 넋을 잃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삼거리를 지난길은 내리막으로 접어드는데 아내는 내리막을 거의 걷지를 못한다.
바로 내려 오지를 못하고 게걸음으로 겨우겨우 내려온다 . 비상이 걸렸다 .
이제 황석산까지는 1시간이면 족하고 유동리로의 하산도 1시간 반이면 넉넉하다.
시간이 늦었다하나 랜턴이 든든하니 그도 걱정할것이 아니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탓에
길잃을 염려도 없다. 황석산은 눈 앞에서 더욱 화려하게 빛이 나며 고단한 길손을 현혹 시킨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결국 불당골 갈림길에서 탈출을 결심하고 아쉬운 마음을 접고 하산을 시작했다.
아내는 자기때문에 완주를 못했다며 되려 미안해 한다 . 지 마누라를 감언이설로 유혹해 고생시키는 내가 때려 죽일놈인데...
초입 내려 쏟는 급경사를 아내는 이를 악물고 내려온다 . 가슴이 아리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다.
천천히 불당골 갈림길까지 내려와 계곡 보다는 능선이 시간상으로 유리할것 같아 그대로 직진하니
몇개나 되는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진을 뺀다.
아내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수건을 입에 꼭물고 급경사는 엉덩이 밀이로 내려온다.
잠깐 쉬어가쟈며 바위턱에 몸을 걸치니 아내는 그대로 눈물이 주루룩 볼을 타고 흐른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이나 서럽게 운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에 할말이 없다.

얼마를 내려왔나 ?
용추계곡의 물소리가 선명하고 곧이어 용추사의 당우가 아담하게 내려뵌다.
겨우 안심이 조금 된다. 용추사 안마당의 약수로 시원히 해갈하고 그래도 고생은 했지만 아내가 무사하게 산행을 마친겄이 용추사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것 같아 불사 모금함에 작지만 정성을 표하고
이미 어두워진 용추폭포 앞에서 아내의 모습을 찰칵 하는 것으로 아내의 긴고생길을 마무리했다.

여보 미안해 ! 그리고 ........


#각 구간별 도달시간 (휴식 시간 포함)

*장수문 - 07시 20분.
*기백산 - 09시 20분.
*금원산 - 10시 45분.
*수막령 - 11시 50분.
*큰목재 - 12시 45분.
*은신치 - 13시 30분.
*헬기장 - 14시 05분.
*거망산 - 15시 20분.(용자회 비)
*불당골 갈림길 - 16시 15분.
*용추사 - 17시 30분.
참고 산행기 - 신경수님의 "기백 ,황석산 종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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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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