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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하는 작은 산행길

올린이 :강정주 ,  올린날 : 200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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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몇 주에 걸쳐, 청계산을 시작으로 동네의 대모산과 구룡산을 올랐고, 조금 떨어져 있는 운길산, 그리고 북한산도 올랐다.

북한산도 백운대가 아니라 그 아래 원효봉을 올랐다. 이제 그 산의 정상을 밟지 않으면 뭔가 산행을 하다만 것 같은 아쉬움은 없어졌다.
북한산의 위용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원효봉의 전망도 백운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지난 주, 관악산 가는 길엔 흰 눈이 펄펄 내렸고, 이제 산을 오르며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생각이 아프게 스쳤다.

시간, 우린 시간을 무심히 보낼 때가 대부분이지만, 어느 순간 그 시간의 흐름이 강하게 감지 될 때가 있다. 우린 메마른 초겨울의 나무들 사이로 내리는 눈을 맞으며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을 걸었다.

나무들은 한해를 보내고 겨울을 지낼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나는 어제와 별 다르지 않은 생각과 행위를 하며 또 한해를 보내는 것 같다. 자연은 변화에 순응하는데 사람은 그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이든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라고. 그러나 어찌 마음이 청춘이어서야 되겠는가. 몸이 늙어가듯 마음도 늙어감의 미덕을 배워가야 하거늘...

오늘 청계산 산행길엔 비가 내렸다. 그야말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 동행하는 친구 하나 옆에 있다. 이 친구 얼마 전까지도 그 힘든산 왜 오르냐며 큰 소리치던 친구다.

하루 종일 집에서 책만보던 친구, 운동은 싫어하지만 꽤 괜찮은 친구, 이렇게 좋은 자연 속으로 함께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 했는데, 자전거로 다리힘을 키우더니 이제 산을 곧잘 따라온다.

나를 대장이라 부르더니, 이젠 내 대장자리를 넘보고있다. 나는 그 친구가 몇시간씩 산을 걷는 것을 보면, 걸음마하는 아기를 대견해 하는 엄마의 마음이 된다. 그리고 언젠가 어린아이는 엄마를 앞설 수 있으리라. 나는 그 친구가 지금보다 더 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본다.

우린 원지동에서 출발하여 옥녀봉을 거쳐 매봉을 올랐는데, 비는 오락가락하고, 능선에서 바라보는 물안개 자욱한 청계산 자락들은 정말 멋있었다.

매봉으로 가는 긴긴 계단을 오르니 이 곳엔 밤사이 눈이 왔나보다. 정상에 올라, 보온병에 담아 온 뜨거운 물로 한잔씩 타 마시는 커피맛은 참 좋다.

이럴 때 나는 주변을 둘러 보고, 준비 없이 올라 온 등산객에게 차 한잔 건네 주는게 좋다. 상대가 정말 선한 마음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내가 즐겁기 때문이다.

매주 좋은 친구와 이렇게 부담 없이 오르는 산행이 오래 오래 이어질 수 있기를, 그리하여 산 속에서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새싹이 움트고, 잎이지는 모습을 보며 늙어 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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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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