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冠岳山에서 斷想 - - -
시골사람이 서울 근교의 산을 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으로는 시간을 내서 수도권에 있는 산들을
섭렵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요즈음 지리산 주 능선의 입산통제로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서울에 있는 산을 찾는 기회를 마련하여 관악산을 찾는다.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설렘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기분으로 산행 들머리인 관악산 입구에 도착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산불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에서 계절의 흐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포장길을 따라 오르다가 호수공원 옆으로 이어지는 산책길로 접어들면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니 아카시아 동산이 나온다. 조금 더 올라가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접어드니 점차 오르막이
시작된다.
생각보다 가파른 깔닥고개를 힘겹게 올라서 능선 고갯마루에 도착한다. 커피와 막걸리 등을 파는 간이매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특이해 보인다. 산행하는 사람들에게는 편리하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한구석이 왠지 찜찜하기만 하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 연주암을 들러보고 연주대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약간 위험하지만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가기로
한다. 아찔한 곳이 몇 군데 있지만 조심스럽게 다가서니 드디어 정상에 도착한다.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널찍한 바위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행의 묘취(妙趣)를 즐기는 모습들이 너무나
건강해 보인다. 서울 한 복판에 이처럼 아기자기한 명산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뿌연 매연과 흐린 날씨로 시원스런 조망이 어려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山頂에 기상관측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옥에 티가 아닐까?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연주대로 가기 위해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주위 경관과 너무나 앙증맞게
어울리는 암자, 그 앞마당에 엎드려 참배하는 불자의 모습을 바라보니 숙연해지기만 한다. 이곳을 찾아 懇求하는 중생들의 염원은 과연 무엇일까?
부처님은 말없이 자애로운 미소로 답하신다.
관악산의 등산로는 실핏줄처럼 연결되어있다. 그러나 오늘은 사당역으로 내려가는 능선을 타기로 마음먹고 쇠사슬에
의지하여 낭떠러지를 힘겹게 내려선다. 또 다른 간이 매점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그런 대로 길이 괜찮아 여유를 가지고 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이쪽으로 올라오는 산행객이 많아 내려가는 길이 약간 지체된다.
「연주대에 가려면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시간은 얼마 안 걸렸지만 올라가려면 약간 힘들 것 같으니 천천히 올라가십시오.」
과천 방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 근처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학생들이 힘겹게 올라오면서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묻는다. 관악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방금 정상에서 내려왔기에 조심해서 올라가도록 당부한다.
황폐하게 널려있는 군 초소들, 그리고 쉼터가 될만한 전망 좋은 위치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수없이 거처간 흔적들이
생채기로 남아 흉물스러워 보인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산임을 입증해준다.
영겁 속에서 의연하게 자신의 모습을 지켜온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을 수석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관조하면서 산행의 묘미를
만끽한다.
서울대 캠퍼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능선을 한참 내려오니 전망이 좋은 곳에 간이판매점이 또 나온다. 그 옆에
분재처럼 잘 다듬어진 노송 한 그루가 자태를 뽐내면서 주위 바윗돌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너무나 기품이 있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막걸리를 자주 먹여서 老松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은근히 자랑하는 것이 왠지
걱정스러워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연로하신 어르신 몇 분이 모여 앉자 대선 후보를 화제로 서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어느 후보가 어떻고 어떻다는
얘기가 이어진다.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서로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내세우다가 상대방이 가로막자 성질을 내면서 큰소리로 싸우려는 듯 역정을 낸다. 아직도
성숙된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음을 실감케 하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자신의 주장을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기어이 관철하려는 지나친 아집에 사로잡혀있다. 자신의 의견만이 옳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조건 틀리다는 세련되지 못한 사고방식에 의해 갈등이 유발되고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이다.
고루하고 일방적인 사고를 과감하게 버려야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고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면서
절충안을 모색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문화를 창출하는 지름길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건전한 의견을 적극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발길을 돌린다.
갈림길에서 낙성대는 좌측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사당역으로 가는 길은 우측으로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가니 운동시설이
있는 약수터 갈림길에서 앞사람들을 뒤쫓아 내려가니 동네로 들어선다. 사당역으로 가기 위해 한참을 걸어야 한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아주 귀한 것을 하찮게 여길 때가 많다. 우리의 것을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새삼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한나절이었다.
〈발자취〉 o 일 정 : 2002. 11. 23 (토요일) o 코 스 관악산 입구→ 호수공원→
아카시아동산→ 갈림길→ 깔닥고개→ 연주암→ 연주대→ 하마바위→ 약수터→ 원각사 → 사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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