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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소금강
26일 09시55분, 가벼운 운동을 하기 위하여 경주 황성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옷매무시에 겨울이
달려 들고, 무척산을 오르기 위하여 회원들과의 약속 장소로 택한 이곳 소나무 숲머리 위로, 구름 한점 찾아볼 수 없는 청명한 하늘이
펼쳐지며 늦은 아침을 새김질 하고있다. 10시 10분, 경부고속국도 경주 나들목을 통과하며 성에가 낄 정도로 창너머 세상은 초겨울 속으로
빠져 들지만, 햇빛 한움큼 베어 실은 실내는 회원들의 기대와 화기로 정겨움이 가득 차 있다. 허물 벗은 뱀처럼 고속국도는 흰살결
꿈틀 대고 있으나, 도로변 따라 해바라기하는 농가들은 겨울잠 속으로 취해 들어간다. 언양을 지나며 올려 본 가지산 도립공원의 기암
봉우리와 능선은 근육으로 뭉쳐진 지평을 이루고, 구름 한점 남김 없이 녹여버린 초겨울 푸른 하늘이 날선 서슬로 눈빛을 태우고 있다.
10시 45분, 경부고속국도에서 가지뻗은 551번 남양산 분기점을 지나 마산`구포 방향으로 진입 한다. 검푸른 청동빛 머금은
낙동강 물잇살의 은빛 파편이 눈조각 달라붙 듯 차창으로 쏟아지고, 강어귀에 매달려있는 나룻배는 따사로운 햇살에 연신 코방아 찧는다.
10시 53분, 대동 나들목을 내려 55번 고속국도를 버리고 우회전, 69번 무척산`상동 방향의 지방도를 타고 있다.
11시, 덕산 마을 덕산교에서 60번 생림을 가리키는 지방도를 타고 땅고개를 넘어 선다. 곳곳에 도로 확장 공사(부산 대구간
고속국도 공사)로 인하여 건설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있는 지방 도를 11시 06분, 상동 농협`주유소를 좌로끼고 8번 도로(지방도 인것
같은데 네모진 흰표지판에 표 시) 상동`생림 방향으로 달린다. 생림면에 들어서며 삼거리 마다 우측으로 표시하는 무척산 이정표 따라
11시 21분, 사촌리(상사촌) 에서 감노`여차 방향 60번 지방도를 우측으로 버리고 밀양`삼랑진 방향으로 직진하고 있다. 11시
30분, 생림 초등 학교를 지나 마현 고개를 넘어서며 무척산을 오르는 들머리 이정표를 만나 산행은 시작 되고 있다. 억새풀이
바람없는 공간을 제모습 뽐내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쏟아지는 햇빛은 그모양을 놓치 지 않으려 따라다니며 야살거린다. 누이 속치마
가리우 듯 저만큼 막아선 들머리 숲이 무척산 발칫께를 감돌며, 능선 기암을 타고 흐르 는 높푸른 하늘은 이녁의 풀어헤친 머리를 빗질해
내린다. 김수로왕이 모친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전설을 가진 모은암으로 오르는 오름길 좌우로 소나무 숲 이 치장하고 있으며, 머리위
내리 누르는 기암의 위용에 두눈이 맑아 옴을 맛본다. 바람 없어 수상쩍다 생각할 새, 일행들의 드날숨이 바람을 일으키고, 어머니 자궁속
같은 아늑함 느낄 새, 이름모를 산새의 지저귐이 발길을 밀어 올린다. 12시 03분, 장군바위 한팔 정수리에 퍼질러 앉는다.
낙동강이 심연 속으로 흘러 들고, 생철`안양 마을이 수렁 속으로 한없이 잦아 든다. 어깨를 누르는 기암이 갖은 상념을 앗아가며,
세월을 묶어 둔 그의 자태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곤 약한 마음으로선 찾을 길 없구나. 장군바위를 뒤로하고 가파른 오름 길을
오른다. 암벽만을 고집하는 전문 암벽 등반인께만 길을 터주던 기암이, 가당찮게 올려보는 눈길을 빼앗으며 비끌어 매고, 가을을 깔아
놓고 있는 폭좁은 오름길 마저 들뜬 발길을 잡아 챈다. 고요함에 잠겨있는 생철리를 들깨우는 개짖는 소리가 심해 속을 뚫고 나오 듯
아득하게 귓바퀴를 맴돌고, 나신 드러낸 들판은 그을리며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등에 들러 붙는 칙칙한 솟을땀이 허리를 파고들어
기쁨으로 아우성치며, 코끝을 스치는 상큼함이 더 할 나위 없이 걸음을 가볍게 한다. 지난 계절 즐겼던 활엽 초목들이 아쉬움 떨치지
못하는 듯, 공기보다 투명한 햇살 머금고 무척산 자 락을 불태운다. 오름 길은 그들의 노님에 들킬 새라 조용히 엎드려 있고, 그를
헤치고 걷는 발길은 사뭇 긴장이 감 돌며, 자칫 눈빼앗기는 날에는 열어 주지 않을것만 같아서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오금 펴지
못한 다. 그렇거나 말거나 발길엔 기쁨이 스며 들고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번지며 오름 길 쉼없이 밟는다. 기암 괴벽 사이에
갇혀 급한 물길을 열고있는 계곡은 제몸 마음대로 뒤채지 못하고, 등산인들의 발 길에 짓이겨진 낙엽은 오름 길을 마냥 사랑으로서 덮고 있다.
12시 35분, 폭포 바위에 올랐다. 떨어진 물을 고드름으로 줄을 놓고, 솟구치는 냉기는 무척산 향기를 흠씬 배어 내려보는 온몸을
무 아지경의 구렁텅이 속으로 꼬다 박는다. 12시 40분, 천지못에 섰다. 천지못은 수로왕의 국장 때 장지에 물고임 막기위해
팠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구름 없어 하늘 내려 있는 줄 모르고, 바람 없어 물바닥 젖게할 수 없다. 오름길 숲 억새떼에 싸락눈
엉켜있 듯 하얀 서리 혀물어있고, 앙상한 가지사이를 피한 초겨울 빛은 걷는 걸음 앞으로 사정없이 냅다 꽂힌다. 13시 10분,
703미터 무척산 정상에 올랐다. 낙동강 하류 남쪽에 솟은 이이는 천태산과 마주 보고 있으며 김해의 소금강이라 불리울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동으로 멀리 금정산을 두고 있으며, 신어산과는 한줄기를 이루고 북동으로 발아래 굽이치는 강건너 토곡산을 형으로
섬긴다. 내려 보이는 산하는 엷은 대기를 흩고서 침묵속에 헤어나지 못하며, 티끌 조차 의지할 곳 없는 투명 공간 너머로 11월
하순의 터질 듯한 긴장감은, 일행들의 산울림 소리에 스르르 깨어난다. 13시 55분, 정성이 듬뿍 담긴 일행들의 맛깔스런 점심을 먹고난
후, 정상에서 30여 미터 되 내려 백 학교`백운암 방향으로 내림길 잡았다. 완만한 능선 숲속 뻗은 내림길 따라 걷는 발길을
천상으로 띄움에, 오를 때 피로함이 풀려 지며 걷 는 즐거움으로 취해 간다. 구불대며 내리 쏟는 길 모퉁이마다 몸얹어 천지사방 둘러
보고, 줄 잡고 내리는 목 만날 때는 의지 한 두팔로 그의 맥을 짚는다. 14시 20분, "마음에 번뇌와 욕망을 모두 떨쳐 버리면
생사를 초월한 도인이 된다"는 부처님 말씀을 가슴에 간직하고 백운암을 지나 내려 본 계곡은, 겨울 살을 베어 문 영근 감이 노랗게 계곡
속에 박 혀있어, 무릎아래 탱탱하게 뒹굴다가도 가까이 갈수록 손길을 거부한다. 14시 55분, 용성 마을 갈림길을 버리고 포장된
길을 15시 05분, 백학 마을에 내리며 돌아 본 그는 오후 햇살에 실눈을하고 안녕을 빌어 준다.
_ 안 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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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 11, 26. -
_eaolaji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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