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에 올려진 산행기 입니다.


영축산, 배내령 종주기.

올린이 :진맹익 ,  올린날 : 200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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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한 왕초아내-영취산 배내령 종주기.

결혼한지 10년이 됐건만 변변한 동창회 한번 없었다며 이번엔 꼭한번 참석하고 싶다고 종주먹을 들이대며 성화를 부리길레 무친김에 제사 지낸다고 심불산 억새나 함번 보자 싶어 언양으로 길을 잡았다.
좋아라 동창회에 간 아내는 일찍 들어올테니 내일 산행 준비나 해 놓으란다.
그려려니 여기고 보따리 챙겨 놓고 아내를 기다리는데 시간은 12시가 넘었는데도 강원도 포수가 되여 소식이 없네 . 최소한 12시안에는 들어와야 좀 쉬고 내일 산행을 할 수 있을텐데 .......
오호라 그러고 보니 동창 회장 녀석이 상당한 호남에 달변이라더니 에구에구 마누라 뺏겼다.
12시 좀 넘어 까지 기다리다가 이러다간 나까지 산행에 지장 생기겠다 싶어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는 언제 왔는지 단잠에 빠져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별 수 없이 혼자서 보따리 둘러메고 버스터미널로 터덜터덜 통도사 입구까진 버스로 가고 극락암까진 택시를 이용했다. 참고로 택시비는 5000원이래요.

청량한 기운이 감도는 극락암엔 웬 승용차들이 즐비해 묘한 이질감을 준다.
하긴 나도 택시로 여기까지 왔으니 오십보 백보 인것 같기도하고 .......
경내엔 나 말고도 이제 막 배낭을 챙기시는 점잖은 노부부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니 반가워요 하며 온화한 미소를 베어 물어신다. 아내는 산행때 만나는 노부부를 보면은 자기도 마음이 따뜻하고 저절로 행복해진다던데 어제 동창회 회장 녀석의 꾐(?)에 빠져 오늘 산행을 포기한 댓가로 지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행복을 놓치고 말았다.

그나저나 지난번 비슬산 산행의 날씨를 교훈 삼아 이것저것 좀 많이 넣었더니 이거 배낭 무게 가 장난이 아니다 . 45리터 배낭이 꽉 차네 .
집사람이 더더욱 그립고 한편으론 더 얄밉다. 동행 했더라면 3/1은 짐을 줄일 수 있는데....
누군가가 아내는 가장 편한 존재가 아니라 가장 편리한 존재라고 설파한 것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가일층 수긍이 더해진다. 이건 저의 개인적 견해는 절대로 아닙니다. 진짜루..

비로암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였다. 영축산 안부에서 비로암으로 떨어지는 길이 있던데 저리로 한번 가볼까나 어쩔꺼나. 그러나 함박등의 절경을 놓치기 싫어서 왼편으로 꺾어 백운암 길로 오른다. 페부를 가르는 서늘한 아침 공기가 기운을 용솟음치게하고 두다리의 근육을 불끈불끈 세운다. 백운암 갈림길에서 또 잠시 망설였다. 백운암의 물맛과 빼어난 조망을 보자니 가보지 못한 오른쪽 능선이 너무 아리고 능선을 택하자니 백운암이 눈에 선연하다.
결국 백운암 물맛은 다음을 기약하고 오른쪽 능선으로 접어들었다 .

미지의 산길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법 . 그러나 그러나.... 그 미지의 산길에대한 동경은
10분도 채 안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되고 급경사를 오르느라 멧돼지의 콧김과 땀을 철대방죽으로 뿜고 흘려야했다. 그 불끈 불끈 용솟음치던 다리 근육은 그 새 진이 다 빠졌는지 후둘후둘 불불 거리고 짊어진 보따리는 천근만근이다. 아이고 나죽네 ...

진짜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의 술 철학은 좀 특별한 데가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음주와 주흥을 이유로 들지만 이친구는 폭주뒤의 지독한 숙취를 즐긴댄다.
그 친구와 비교하면서 나는 아직은 술꾼이 아니다라고 자탄했었다.
산꾼의 가장 초보 단계가 무거운 짐과 오르막의 고통을 즐길수 있어야 한다고 늘 생각 했었는데 역시나 나는 초보의 경지도 이르지 못했나보다.
혼자 궁시렁 끙끙 거리며 젖 먹던힘을 다하는데 저기 참나무위의 까마귀가 응원인지 비웃음인지 깍깍거리며 설레발을 친다.

얼마나 올랐나 경사가 좀 죽어주면서 왼편아래로 백운암의 당우가 내려다뵌다. 그것만해도 살것같다. 배낭 패대기 치고 내려앉아 파워 에이드 한병을 통채로 벌컥거리거나니 정신이 조금 돌아온다. 아무도 없는 산중이라 폴라티 벗어 보따리 꽁무늬에 달고 시원한 민소매 바람으로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E=mc2 탓인지 급경사를 벗어나니 그저 올라가는것 같다.
급하지 않게 쉬엄쉬엄 올라가는데 처음으로 내려오시는 산꾼 한 분을 만났다. 전주에서 오셨댄다. 참 부지런하기도 하시지 . 영축산 회귀 산행이라 하는데 도대체 몇시에 출발 하셨던겔까?

함박재에 올라서니 원추리가 아름다웠던 암봉에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일망무제의 조망을 제공한다. 헌걸찬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절경의 암봉과 전망이 자꾸만 발길을 잡는데 시간은 기다려 주지를 않는다. 1052봉 멧부리엔 작년엔 없던 조난사한 산꾼의 추모비가 주위를 숙연케한다. 마혁과시 장수는 전장에서 죽고 산꾼은 산의 품안에서 스러지는게 영광일 수도 있으나
가슴에이는 아픔만은 어쩔 수가 없다 . 인간이기에 ....

영취산에서니 어떤 뿐이 묻는다 . "어디까지 가세요 ? " "운문령까지 갑니다" 놀란 눈으로 멍하니 쳐다본다. 되라는 산꾼은 안돼고 나날이 거짓말만 일취월장이다. 왜 그랬냐구?
괴내기를 그리다 범을 그릴순 없다. 범을 그리다 괴내기를 그릴순있어도 . 자고로 스케일이 커야 한다. 낄낄.... 궁색하다.

영축산을 지난길은 젖은 등산로로 인해 조금 불편하다. 그래도 몽고의 대초원을 걷는듯한 아름다운 능선은 지친 마음을 넉넉하게 하기엔 모자람이 없다. 심불재 대피소에 혹시 계실지모를 엄성효님을 함번 뵙고 싶었으나 나 같은 범인들 탓에 님이 피곤할것을 염려해 심불산으로
내쳐걷는다. 심불산 정상엔 이름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이 불도를 닦고있다.(신령님이 불도를 닦는 산이라꼬해서 심불산이라 카데..)
정상 능선 조금 비켜 한적한 곳에 도시락을 풀었다. 아내가 없으니 여기까지 오는 동안 기껏 먹은게 파워에이드 한병이 전부다. 과일도 간식도 손도 대지않고 그냥 무겁게 짊어지고 왔다.
산행기를 쓰는지금 생각하니 안먹으면 다른사람이라도 주지 그걸 왜 짊어지고 다녔는지 회의가 든다. 왕성한 식욕이 출장을 갔나 입맛도 별로다.

간월재로 내려서니 탐승객들의 차로 주차장을 이루었다.
동동주와 오뎅을 파는 포장마차 중에 동금이 엄마가 뉘신지 궁금했으나 알면 뭣하랴 싶어 간월산으로 내쳐 올랐다. 초반의 급경사가 많이 힘들다. 가지산은 차치하고라도 석남터널 까지도 힘들겠다 싶다. 정상을 지나쳐 쉬지않고 아래로 떨어진다. 배내봉까지 얕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능선은 오른편엔 일급의 전망대가 쉬지않고 열린다. 빙설기엔 왼편의 우회로를 타는것이 안전하리라.

배내봉에서면 능동산을 거쳐 석남터널로 이어지는 꿈결같은 능선이 단연 압권이다. 누구라도
밟고 싶은 호승심을 부추긴다. 작년 휴가땐 석남 터널까지 이었었다. 시간도 배내령에서 1시간 30분이면 넉넉하다. 그러나 오늘은 안된다. 다시 합천까지 자가 운전을 해야기에 아랫도리 힘을 다 소비하면 아내에게 혼난다.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손짓한는 능선의 유혹을 뿌리치고
배내령에서 아쉬운 산행을 마무리했다. 다음엔 고헌산까지 가겠다고 맘속으로 뻥을 치면서 ....

#각 구간별 도달거리 (휴식시간 포함)

*극락암....08시00분.
*함박재....09시45분.
*영축산....10시 40분.
*심불산....11시40분.
*간월산.....13시00분.
*배내봉.....14시15분.
*배내령.....14시40 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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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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