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산행기 - 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에 올려진 산행기 입니다.


대둔산에는 흙이 없더라...

올린이 :인자요산 ,  올린날 : 2002/11/24
게시판 :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1. 일시 : 2002.11.23 11:30~14:30

2. 산행형태 : 원점회귀산행
→ 매표소(11:30) → 마천대(13:00도착, 13:30 출발) → 주차장(14:30)

3. 산행자 : 김규용과 장옥자

4. 산행기
집사람이 내가 쓴 산행기를 보고는 자기도 산행기를 쓸테니 타지역 등산을 가잔다. 덜컥 약속한 것이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대둔산과 홍성 광천에 소재한 오서산을 1박2일 일정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토요일이니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서둘러 출발한 것이 9시 정각,
우리집에서 경부고속도로는 지척이라 이내 톨게이트에 도착하니 고속도로가 제 이름값을 한다.
대전을 지나 대진고속도로를 따라 조금가니 이내 추부 인터체인지다.
고속도로 근무자에게 대둔산을 물으니 좌회전하라고 한다.

추부 읍내를 지나 30여분을 가니 배티재가 나오고 집단시설지구가 나온다. 주차비 2,000원.
매표소를 지나 정상을 보니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다.
마천대까지 거리는 1.7km, 그런데 매표소를 지나 오르는 길이 경사가 35도는 되는 것 같다.

대둔산은 다른 산과 달리 전적비나 탑이 많은 것 같다.

등산로 초입에서 처음에 마주한 것이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봉준, 김개남 등의 지도자가 체포된 이후에도 나머지 지도급 동학군은 투항을 거부하고 끝까지 항전을 계속하며 접주급 이상의 동학군 26명은 대둔산 정상으로 피신, 요새를 설치하고 3개월 동안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나 힘에 밀린 동학군은 어린 소녀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이곳 대둔산에서 목숨을 바친 역사적 사실을 간직한 동학농민혁명대둔산항쟁전적비,

둘째가 6.25당시 무장공비 20,000여명이 은거하여,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관 및 애국청년들이 장장 6년 동안이나 치열한 토벌작전을 전개하다 산화한 경찰관과 애국 청년 1,376명의 구국 정신을 길이 후세에 전하는 대둔산 승전탑(수락계곡 소재),

셋째가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자연을 여러사람에게 쉽게 보여줄수 있다고 하여 개척탑이라고 하였는지 아니면 권위주의 정권 시절 어느 기관장이 자기의 이름을 알리려고 세웠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유 없는 건조물로 하루빨리 철거하였으면 마천대가 더욱 빛날것 같은 개척탑.

이외에도 중간 중간에 있는 휴게소는 유흥지의 위락시설지구에서와 같이 막걸리에 파전, 그리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쿵쾅거리는 노래소리, 이 모든 것들이 당초 대둔산에서 느끼고 싶었던 자연의 오묘함이나 신비함을 송두리째 뺏어 가 버린 것 같다.

매표소에서 20여분 올라가니 첫번째 휴게소가 있고 이를 지나니 가파른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산행자 전체가 힘들어 하며 오르는데 젊은 여자 하나가 엉덩이로 돌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다리가 아픈건지, 아니면 장애자로 극기훈련을 나선건지, 몸이 아픈 상태라면 도움을 주려고 관망하고 있는데 동료로 보이는 남자가 힘내라는 수화를 하는 것 같다.

극기훈련 확실히 하고 삶에 대한 용기를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르니 이내 원효대사가 이 바위를 보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바위 밑의 굴에서 3일간을 머물렀다는 동신바위다. 동신바위에는 등산객들이 쉬어 갈수 있도록 정자와 시멘트로 의자가 만들어져 있다. 집사람이 너무 힘들어 하여 10분간 휴식.

대둔산에는 「낙석주의」라는 경고문이 군데군데 걸려 있다. 이 경고문은 다른 산에서 쉬이 볼 수 없는 문구다. 산세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바위 기둥과 산세의 오묘함은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명성에 전혀 흠집을 잡을 수 없으나 이산의 바위가 편마암 계통으로 바위질은 단단하나 암괴들이 떨어져 낙석의 위험이 많고 협곡은 떨어진 바위돌로 너덜을 형성하고 있어 기동에서 출발하는 산행은 떨어진 암석들로 인해 흙을 거의 밟아 볼 수 없으니, 초행자들은 특별히 주의하여야만 즐거운 산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마천대가 바로 저기인데 길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머리위에 걸린 금강구름다리를 따라가니 흘러간 유행가 노랫가락이 산을 울린다. 너무 시끄럽다. 동신바위에 오르기전 어느 아저씨가 가족과 함께한 등산로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 아저씨 담배 끄세요. 신고하면 벌금이 50만원입니다. 하니 깜짝 놀라며 이내 담배불을 껐는데, 이제 여기서는 산새소리가 아닌 흘러간 유행가를 들어야 하니...

금강구름다리를 오르니 매표소에서 같이 출발한 대학생들이 사진을 찍느라고 시끄럽다. 그런데 젊음의 혈기인지 아니면 잘못 가르친 우리 어른들의 잘못인지 여학생을 놀래키는 장난을 치느라 구름다리를 흔들고 있다. 아주 위험한 행동인데, 오늘 산행은 호젓하거니 바람 소리, 산새소리, 자연음미 그 어느 것도 느끼기 힘든 산행이 될것 같다. 금강구름다리를 지나니 바로 삼선구름다리다.

120여 계단으로 이쪽 봉우리에서 저쪽 봉우리로 연결된 구름다리로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오른다. 이제 짜릿 짜릿한 기분은 다 느낀 것 같다. 능선 안부에 이르니 여기서도 막걸리를 팔고 있다. 완전히 유흥 식당가에 놀러 온 것 같다. 찜찜한 기분을 억누르며 마천대를 향하는데 잔설이 남아 있다. 올해 처음 보는 눈이다.

옛날 원효대사가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이라 하여 붙인 마천대(대둔산 정상)에 오르니 여기서는 전문적인 기념사진사와 등산 기념메달을 새겨주는 아줌마가 기다리고 있다. 단체 등산객의 왁자지껄함을 귓등으로 흘리며 사위를 둘러보니 삼선구름다리, 금강구름다리, 집단시설지구 등등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가 있다. 전라북도, 충청남도도 덧대어 있고...

주차장에서 11:30분에 출발하여 1시간 30분이 경과하였으니 정상적인 보행속도였다. 양지바른 바위등에 앉아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는데 옆에 분들이 정상주를 하고 계신다. 차를 가지고 홍성 광천으로 오서산을 찾아가야 하는 처지이니 정상주를 할 수 없는 것이 섭섭하다. 음주 운전자는 살인자와 같으니...

등산안내도를 보니 집단시설지구를 내려가는 또다른 길이 있다.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능선을 따라 잠시 가니 하산하는 계곡길이 있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낙엽이 쌓인 돌길을 따라 내려오니 미끄러워 위험하다. 한발 한발 걷는데 걸음걸이 속도가 나지 않는다. 차라리 올라가는 길이 쉬울 것 같다. 그런데 이 길은 올라올때와는 전혀 다르다. 등산객을 전혀 만날 수 없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의 등산객소리와 100여m 떨어진 등산객의 목소리 밖에는 없다. 양지바른 바위 밑에서 낙엽을 침대 삼아 오수를 즐겼으면 할 만큼 호젓하다. 많은 물은 아니지만 계곡에서는 물도 흐르고 있고...

이제 인가가 가까워진 것 같다. 옛날에는 인가였을 버려진 집터에 홀로선 감나무에는 아직도 몇개의 감이 달려 있다. 조금더 내려오니 곳감을 말리는 건조장이 있고 인가의 멍멍이가 컹컹거린다. 1시간여의 하산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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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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