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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밤티재

올린이 : 애오라지,  올린날 : 2002/11/22
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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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밤티재

20일 10시 25분, 경부고속국도 건천 나들목을 뒤로하고 화악산을 오르기 위하여 청도 방향 20번
국도를 질주 한다.
은빛 물비늘 조각을 털고있는 운문호를 지나 대천`동곡 삼거리에서 청도 20번 국도를 내쳐 달린다.
11시 20분, 청도읍 범곡 사거리에서 풍각 방향 20번 국도를 2분쯤 진행 후, 화양읍을 가리키는 이정
표를 따라 20번 국도를 버린다.(y자형 진입로 좌측 방향으로)
100여 미터 주행, 동천교 앞에서 동천 슈퍼를 왼쪽으로 끼고 좌회전 남산골 방향으로 들어간다.
남천을 우측으로 흐르게하고 신둔사로 향하는 시멘트 포장 길 따라 남산골을 파고든다.
11시 50분, 신둔사에 도착 차를 버리고 그니와의 산행은 시작 된다.
11월 하순의 햇살이 소나무 숲을 파고 들지 못해 사각 이루며 오름 길에 부서져 내리고, 남산골 바
위 틈새를 비집고 흐르던 맑은 물소리는, 재잘거리는 이름모를 새소리에 묻혀 흐름 잊은 듯 목청을
가다듬는다.
정오를 너머서며 가녀린 햇살을 받아먹고 있는 오름 길에, 녹슨 바늘 뭉텅이를 깔아 놓은 듯 낙엽
된 소나무 잎이 발목을 찌르고, 투명한 공깃살이 밀리는 만큼 송진 냄새가 코끝을 파고 든다.
조릿대 숲속에서 수런거리던 어스름 침침함은, 살같이 쏟아 꽂는 몇 안되는 햇살에 혼비백산 자빠지
며 댓잎 뒤로 숨어들고, 멀어지다 다가서기를 일삼던 남산골의 아우성은 벌렁이는 가슴을 방망이 질
한다.
빼앗겨 버린 시간 되 찾으려, 오그라든 조막손 펼치려는 단풍잎의 안스러움에 계절 때가 덕지덕지
덮여있고, 남천으로 쏟김하는 계곡 물길은 급한 능선 길과 동무 하자길래 그의 손길 벗어나지 않으
려 죽자사자 따라 온다.
오름 길에 서성이던 바람결도, 걷는 발길에 채여 나뒹구는 한줄기 빛살도 가슴을 파고 들어, 열려진
가슴은 닫힐기미 보이지 않고 그들의 장단에 맡겨질 따름이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뚫린 하늘이 쏟아져 내리며, 여지껏 떨어 내리지 못한 오그라진 단풍잎에 걸린
햇살이 오름 길 뒤틀며 곤두박질 친다.
옅게깔리기 시작하는 회색 운무를 앙상한 팔로 흩고있는 참나무의 짓궂은 장난에 걸음은 가벼워 지
고, 한뼘 서릿발은 흰잇살 곧추세워 오름 길 들뜨게하여 구름다리 타듯 기쁨으로 빠져 들게 한다.
앞선 그니 발에밟혀 소리치는 낙엽 등쌀에 오름 길은 절구 질 해대고, 숲의 정적에 갇혀있던 서늘한
냉기가 얼굴에 끼얹혀지며 등산모 챙을 들어 올리게 한다.
13시 05분, 한재 고개에서 동봉으로 향하는 봉수 능선을 버리고 정상으로 향한다.
좌`우 깎아놓은 능선 길 타고 오르며 건너 뵈는 화악산이 희부연 대기로 눈화장 하고있다.
삼면봉(청도군 각남면`화양읍`청도읍)이 늘어뜨린 밧줄을 잡고 오르는 길은 기암으로 앞을 막고 있
으며, 괴벽 틈새를 파고든 소나무의 반김을 입맞춤으로 화답하지 않고는 오를 수 없다.
13시 12분, 삼면봉에서 남산으로 향하는 길을 버리고 밤티재로 내려선다.
키작은 소나무 숲에 묻힌 능선 길 따라 내려 본 청도읍 평양리와 은지리는 심연 속으로 미끄러져 들
어가고, 화악산 최고봉에서 철마산으로 흐르는 능선이 까무룩 지평을 그리며 하늘에 매달려 있다.
13시 25분, 밤티재로 쏟아져 내리는 급한 길에는 빼곡하게 밤나무가 들어차 있으며, 산행 들머리가
서로 다르다 할 수 있는 화악산 오름 길이 여기서 시작 되기도 한다.
13시 43분, 청도읍 상리에서 각남면 사리 쪽으로(공사 종사자들이 한재에서 각남까지라 한다.) 깔아
뭉개지는 485미터 밤티재에 내려 화악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로 접어든다.
4단 지층으로 깎여지는 밤티재는 옛 명성 잃고있으며 허공에 그려진 길 찾으려 슬픔을 감추고 있다.
화악산으로 오르는 길에 옅은 구름이 둥근 해를 판에 박은 듯 오려 붙이고 있으며 눈이라도 오려는
지 고요한 기운이 내려 덮인다.
가파름은 머리 위로 춤추고, 오후 늦음 염려해서 그니를 다그쳐 걸음을 빨리 한다.
숲가림에 걸려 보이지 않을것 같은 봉우리는 계절 덕으로 앙상한 가지를 헤치고 어서오라 부른다.
밟고 오르는 이끼낀 바위에 흐르는 땀이 배어들며, 덮혀진 낙엽 사이로 혀 빼어문 부엽토가 심장의
고동을 앗아간다.
14시 30분, 돌모음 탑 봉우리에 섰다.
300여 미터를 남긴 정상 능선 길은 싸리와 진달래가 엉켜있는 놀이 마당이다.
14시 37분, 932미터 화악산 정상에 올랐다.
이이는 경남 밀양시 청도`부북면과 경북 청도군 각남`청도읍을 경계로 북쪽 밤티재 건너 남산을 두
고, 동으로 윗 화악과 아랫 화악을 거쳐 철마산을 이루고 있다.
동쪽 멀리 운문`가지산을 흠모하며 서남쪽으로 화왕`관룡산을 펼치고, 손에 잡힐 듯 북서쪽으로는
비슬산을 올려다 본다.
밀양강 따라 경부선을 안고 돌며, 목마름은 가산 저수지에서 축인다.
15시 05분, 늦은 점심을 먹고나서 내림 길은 되돌아 시간을 쫓는다.
초겨울로 들어서는 산행이라 금시 어둠이 밀려 오기때문에 오후 4시 반 전에는 삼면봉을 넘어가야
만 하길래 그니의 걸음이 따라줄지 걱정이 앞선다.
더구나 눈구름이 지천으로 덮이고있어 서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반은 뛰고 미끄러지며 15시 40분, 밤티재에서 남산으로 치켜 재차 삼면봉으로 올라서는 내림 길에
새삼스레 콧김 불어넣으면서 길을 줄여 나갈 제, 또다시 산행의 맛이 곤두서고 들머리를 달리 했어
야 할 이이의 품들을 진한 감흥으로 맛본다.
16시 45분, 삼면봉에서 잠깐 다리 쉼을 한 후 남산골로 곤두박질 한다.
신둔사에서 화악산 정상까지 왕복 10여 키로 미터를 2키로 미터 남겨 두고 있다.
남서쪽으로 너머가던 태양이 팽팽한 낚시줄 드리우듯 몇줄기 구름 뚫고 쏜 후 남산골로 묻혀가는 등
뒤로 사라진다.
17시를 넘어가면서 계곡 숲에는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기에 재차 그니를 다그쳐 앞서게 한 다음,
양쪽 엄지 손가락에 등산가방 어깨끈을 밑으로부터 걸어 쥐고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인 체, 허리를
숙여 기계적으로 양발을 잽싸게 놀려 뛰어 내린다.
귓바퀴를 스치고 지남이 소나무 줄기요 가슴에 밀리며 나동그라지는 것은 내림 길이라, 땀은 등을
타고 사타구니 사이로 모여 난장질하며 얼굴은 상기되어 두눈을 더욱 밝게한다.
17시 07분, 내려 선 계곡에서 신둔사까지 2~3분 거리는 부처님 전에 피워 올리는 향불에 젖어 발길
을 풀어헤친다.
신둔사는 1173년(고려 명종 3년) 보조국사(1158~1210)께서 창건하여 봉림사라 하였는데 1667년(조선
현종 8년) 상견대사께서 중창하고 1878년(조선 고종 15년)에 다시 중수하여 신둔사라 개칭하였다.
17시 15분, 내림을 끝으로 길을 달리하는 산행을 머리속으로 그려 본다. ^^

- 안 녕 -

_ 2002, 11, 20. _

_ eaolaji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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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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