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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0
(수요일) |
갑사에 도착한 것은 7시 쯤, 아직 다 물러가지 않은 어둠이 인적을 끊어 놓고 있는데, 아침 밥 먹을 식당을 찾아보니,
영락없이 아침은 굶게 생겼다. 이른 아침이고, 평일이니, 문을 열고 있는 집을 찾을 수 없고, 인적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고 오는 건데, 잘못 생각했구나, 후회해봐도....., 그렇다고 유성까지는 나갈 수도 없고, 한참을 돌다보니, 어느 집 식당에 불이 켜 있다.
찾아가 물어보니, 천만 다행히도 아침을 먹을 수 있단다. 갑사에 전화 선로 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유숙하며, 일나가려고 아침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 일도 오늘이 끝이란다.
"하마트면, 아침 못 먹을 번 했습니다."
"그러지유, 지난 주까지만 헤도, 사람들이 워떡게나 많은지,눈코뜰 새가 읎었는디, 시방은 단풍이 져서 그런지,
한산허구먼유."
주인 아저시는 방금 잠자리에서 일어난 것처럼, 머리에 까치집이 북덕이질을 했는데, 세수나 하셨는지, ..원....반찬 그릇
날라다 놓고,
"즈의 집이서 농사 진 쌀이구먼유, 밥두 많이 드시구"
밥 한그릇을 여분으로 갔다 놓는다.
"청국장도 즈의 집이서 많들었슈, 맛있게 드시유..."
아저씨 모색을 보니, 밥맛이 달아난다.
그래도 어쩌랴, 투가리보다 장맛이라고 음식은 그런대로 맛이 있었다. 인정도 넉넉하고...그리고 인스탄트지만 커피까지 담아
놓고,
"물은 여기 온수통에 있구먼유, 지는 나갈 테니께, 진지 드시구, 마시구 가시유, 그리고 찰랑은 우리 마당에 대놓고
올라가시면, 주차료 물 것도 웁슈, 쬐끔만 빨랐으면, 입장료도 안 무는디...."
집(은평, 신사동)에서 4시 반경에 출발했다. 지지난주 내장산으로 단풍산행을 간다고 갔던 아내가 관광 버스에서 내려보지도 못하고
돌아 왔다고 투덜대길래,
"이제는 부지런 하지 않으면, 사람 걸려, 차 걸려 돌아 다니도 못해, 내가 산행기 읽어보니까 산에 다니는 사람들 모두가 꼭두
새벽에 일어 나드만......"
못을 밖아서 그런지 3시에 일어났는데도 별로 불평이 없다. 올림픽대로 들어서면서부터 이슬비가 내려 와이퍼를 작동하던 것이
경부고속도로 들어서니, 점차 속도를 높여야 했다. 화물차 곁이라도 지날 양이면 제법 물보라까지 뒤집어 쓰니, 날은 어둡고 운전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더구나 날씨가 나쁘면 어떻게 산행을 하나, 초행인데, 어제 저녁 인터넷으로 지도를 뽑고, 산행기를 읽고 했는데 산행길이 감이
잡히질 않는다.
친구가 갑사에서 올라 산을 일주하고 갑사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여러 곳을 찾아보아도 이 코스로 산행한 사람의 기록이
없다. 대부분은 동학사에서 산행 기점을 잡은 것이 많다. 갑사로 갈까, 동학사로 갈까, 유성에 다 올 때까지 못 정했다. 아니, 동학사 입구를
지날 때까지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결과는 만족이다. 동학사는 가보지는 못했지만 갑사 코스를 잡은 것이 나중에 산에 올라보니, 잘 한 것
같다. 쌀개봉, 천왕봉(어차피 통행금지구역)만 못보고 산을 거의 종주 했으니까. 산에만 오르면 욕심을 부린다고 아내가 늘 못마땅해 하지만 나는
어떻하든지, 산에 오면 볼 수 있는 곳은 다 오르고 싶다.
매표소 1인당 2,600원, 매표소 지나면서 갑사로 오르는 길, 양편으로 느티나무 벗나무 등과 잡목들이 길과 운치있게 어우러져
있다. 더구나 오늘 아침 스님 두 분이 길을 깨끗하게 쓸기까지 해서 기분 만점이다. 길만 보아도 모든 스트레스 아니, 번뇌가 말끔히 씻어내리는
듯하다. 갑사 아랫길로 지나서...., 갑사도 스님들이 청소를 하느라 분주하다.
갑사 마당앞 감나무에 감꽃(?)이 빨갛게 피어있다. 자잘한 감들이 어떻게나 많이 매달렸는지 잎이 진 앙상한 가지에 꽃이 핀
것처럼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갑사 지나면서 길이 양편으로 갈라지는데, 두 표지판에 모두 '관음봉, 금잔디고개'라 씌여 있다. 조금가면 만나는 길이겠지 했는데
내려 오다보니 전혀 엉뚱한 길이다. 원점회귀하는 길이니, 어느 쪽으로 가든 '관음봉과, 금잔디고개'를 거치게 돼 있다. 다만 왼쪽길은 곧바로
'금잔디고개'로 향하는 길이고, 오른 쪽은 '연천봉'으로 올라 '관음봉'거쳐 '금잔디' 고개로 가는 길이다. 때문에 표지판에도 '연천봉'이라
덧붙여 있다. 어느 곳으로 가든 별 문제는 없다. 우리는 왼쪽 '금잔디 고개'길로 올랐다. 이 길로 넘어가면 곧바로 '남매탑' 거쳐서 '동학사'
가는 길이다. 잎이 진 오솔길로 낙엽을 밟으며, 오르고 올라 한시간 반 정도 지나 드디어 '금잔디고개'(갑사2.3k,동학사2.4k,
남매탑0.7k) 헬기장이 있고, 정자도 있고, 큰 집 마당만한 공간이 나타났다. 물도 마시고, 과일도 까먹고 숨을 돌려서, 4백여미터 더 진행
'삼불봉고개,(해발 675m) 사실 계룡산은 여기까지 오르면 다 올라오는 것이다. 제일 높은 '관음봉'이 816m이니, 그리고 산행길
중 오르고 내리는 능선길은 힘이 훨씬 덜 든다. 경관을 감상하며, 숨을 돌리며, 오르고 내리는 묘미가 있어서 인가 보다.
삼불봉을 향하여 한참거리 올라 서니, 양옆으로 지붕같은 봉우리 막아서는데, 봉우리 사이 전망이 확 트여 멀리 '천왕봉',
'쌀개봉'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천왕봉에는 철탑이 세워진 군사시설이 있어 통제 구역이란다. 엊그제 내린 눈으로 봉우리마다 쌀까루를 뿌려놓은
듯한데, 산이 높지 않아서 인지 설화는 보이지 않는다. 무지무지한 철계단 올라(계룡산의 전 구간이 붉은 색 철계단 투성이다.) 삼불봉(775m)
올라섰다. 동학사나, 천왕봉에서 바라보면 세 부처님의 모습이라서 '삼불봉'이라 한다했다. 표지판에 삼불봉의 설화 그림을 그려 자랑하고 있으나,
오늘은 기온도 겨울 답지 않게 높고, 바람도 없어 설화는 보지도 못했는데, 산행하기는 마침맞는 날씨다.
삼불봉에서 철계단 내려와 능선길, 아기자기한 바위와 작은 봉우리 들이 천연의 아름다움으로 수 놓고 있는 산이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됬다고 하니, 그 경관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것이다. 꾸벅꾸벅 길 가다가 숨을 돌려 뒤돌아 보면 새로운
그림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오른 편으로 갑사가, 왼편으로 동학사가 내려다 보이는데 깎아지른 벼랑과 우뚝 우뚝 솟아 있는 산세가 만만치
않다.
오늘은 평일이고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우리 부부만 이 큰 산을 걷고 있는지, 한 사람도 만나질 못했다.
燃銷日出不見人(연소일출 불견인)
埃乃一聲山水綠(애내일성산수록)
廻看天際下中流(회간천제하중류)
巖上無心雲相逐(암상무심운상축)-유종원; 어옹중에서-
(연무 걷히고 태양 솟아올라도 사람을 볼 수가 없구나.
어여차 소리에 산수는 푸르러라.
머리 돌려 멀리 하늘가 흘러내리는 곳 바라보니,
바위 위에 흰구름만 서로 쫒고 있구나.)
중국 당나라 시인 유종원의 강에서 고기잡이 나갔다 부른 노래인데, 오늘 산행에 걸맞은 시구 같아 적어본다.
자연성릉 가까워진 곳에서 멀리 두 사람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 너무 반갑다. ' 야~호' 외쳤건만 메아리만 돌아오고, 대답은
없다. 가까이 마주하고 보니, 그 쪽도 반가운 기색이다. 동학사에서 올랐다고 한다. '조심가세요,' 돌아보며
웃음주고........
자연성릉(自然城稜), 천연의 요새지다. 왼쪽(동학사쪽)으로 깎아지른 절벽, 높이가 30여m가 넘는 것 같다. 철난간을 만들어
놓았으나, 고소 공포증 있는 사람은 발길이 후들거릴 듯, 장관이다.
자연성릉 지나면서 앞을 가로맊고 우뚝 솟은 봉우리, 관음봉(816m)이다. 지금 계룡산으로는 주봉이라 할 수 있다. 산의 중앙에
위치하여 웃어른 노릇과 갈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관음봉에서 휴식하는 많은 사람들 만나다.
어떤 이는 만류하고 ,어떤 이는 가라하는데, 안되는 줄 알면서도 금지 산행로 탔습니다. 관음봉에서 문필봉거쳐 연천봉 고개까지,
봉우리 세 개를 넘고 길이 좀 험했습니다. 대신 철 계단이 없어 산에 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천봉 고개에서 가기 싫다고 하는 것을 억지로 끌다싶이 해서 아내와 함께 마지막 정상 연천봉(738.7m)까지 오르고,
컵라면으로 시장기 때우고, 연천고개로 다시 200m 후진 갑사로 내려왔습니다.
6시간 조금 넘어 원점회귀,
아내가 유성에 왔으니, 온천하는게 어떠냐 해서 유성온천으로, 유성시내로 들어 오면서 자연스럽게 우회전 되면서 150m정도
직진, 표지판 잘 보면 유성온천 나옵니다. 삼거리에서 좌회전 몇 불록 지나다보면 표지판에 왼쪽으로 유성온천(바로 좌회전 안되고 150m 더
가서 유턴), 호텔 지하 온천장 요금 4,500원, 몸이 확 풀리는 것이, 속말로 끝내 줍니다. 축구 보려고 마음 조급하게 올라 왔는데 유성에서
4시반 출발 집에 9시 쯤 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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