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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더 무서워지는 야영 (치악종주)
일 시 : 2002.5.24(금) -25(토) 인 원 : 나
혼자 코 스 : 성남리- 상원골- 상원사- 남대봉- 향로봉- 곧은치 (텐트일박) - 약수4거리- 비로봉- 배너미재- 세렴폭포-
구룡사- 신흥동 준비물 : 텐트와 기타등등
요즘 집주변과 사무실 주변에 새로운 공사를 하느라 보통
시끄러운게 아니다. 시끄러운게 싫어 얼른 산으로 가고 싶었다. 근데 새삼스레 산에서 혼자 자면 무서울 것 같은 생각이 마구 드는
것이다. 어쨌건 목요일 베낭을 꾸릴때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평상시에 늦게 자는 것이 버릇이 되어 있다 보니 금요일 일어나는
것도 9시가 훨씬 넘어서였다.
고속터미널에서 원주행 11:30 버스에 올랐다. 사업과 투자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깜박 들었다. 군대 있을때 한번 그리고 10년전쯤에 학교 동기들과 치악산에 가느라 한번 왔던데라서 그런지 원주가 낮설지는
않았다. 성남리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다섯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일단 신림면까지 가서 내 전공인 히치하이크를 하기로 맘
먹었다.
그런데 엉뚱한 생각을 한참 하다보니 왼편으로 상원사로 간다는 갈림길이 지나가고 있었다. 바로 거기서 내려야 되었는데
버스가 혹시나 돌아갈 줄 알고 기다렸더니 엄청나게 큰 재를 넘어서 한참을 멀리 와버렸다. 나중 알고 보니 황둔인가 어디로 가는
버스란다. 버스에 내려 돌아갈 걸 생각하니 답답하다. 10대가 넘는 차가 지나갔지만 서는 차는 하나도 없고.
그러나
꼭 나쁜것이 나쁜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전화위복, 새옹지마란 말이 있지 않은가? 내가 좋아하는 도덕경의 한구절인 長短相較란 말처럼
장점과 단점은 서로 교차되는 것이다. 단점이 장점이 되고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다. 어쨋거나 투덜투덜하면서 걷고 있는데 뒤에서
경적소리가 크게 난다. 조그만 승용차가 운전이 약간 미숙한지 턴을 제대로 못해 길을 가로막아 트럭 기사가 경적으로 화풀이를 하는
모양이다.
어쨋건 그 조그만 승용차를 얻어탔다. 엄청나게 이쁜 아가씨다. 타자마자 하는 말이 운전을 엄첨 못하니 책임질 수
없단다. 미인과 함께라면 사고를 두려워 할 필요가 있겠는가? 고향이 춘천이고 원주에 직장이 있는데 직장의 차라고 한다. 그냥
운전연습겸해서 나온 모양이다. 난 춘천에서 군대생활을 해서인지 그쪽보고는 오줌도 안눈다는 이야기를 하며 신림재라고 하는 큰 재를
넘었다.
상원사로 가는 갈림길이 보일때 또 염치좋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염치는 없지만 기왕태워다 주시는 거 오른쪽으로 팍
꺽어서 성남리 버스종점까지 좀 태워다 주세요. 크!!! 역시 춘천출신의 아가씨 성격도 좋아. 그러죠. 뭐. 가볍게
응락이다. 운전역사상(엄청 짧은 것 같지만, 초보운전) 처음으로 낮선사람을 태워 보는 것이란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저는 수백번도
더 얻어 탔습니다.
그렇게 해서 친절하신 춘천아가씨 덕분에 거까지 편하게 왔습니다. 답례로 양갱하나와 초코바하나를
건넸습니다. 나중 생각하니 사진도 한장 찍고 e-mail주소를 받아 사진을 보내줄걸 그랬다 하는 생각이 마구마구 떠오르더라고요.
그때가 벌써 오후 3시쯤이었을 겁니다. 매표소에서 1,300원을 내고 터덕터덕 가는데 배가 고파서 견딜 수가 없는 것입니다. 뭐
먹을 것도 없고 해서 그냥 가고 있는데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니 어떤 아주머니 세분이 식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절 부르더니 그 큰 베낭에 나물을 하나 뜯었느냐고 묻더군요? 첨에는 얼른 이해를 못했지만 나물뜯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고 그분들도 나물 뜯으러 오신 것입니다. 염치 좋게 거기에 끼어드니 큰 도시락 하나를 내놓으시면서 많이 먹으라면서 소주도 한잔
주시는 것입니다. 이제 막뜯은 "곰치" "치나물" "곤드레(?)"에다 밥을 놓고 된장을 듬뿍 발라 먹으니 그 맛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큰 도시락과 그 많은 나물을 순식간에 뱃속으로 넣고 염치좋게 인사를 했죠. "이거 이렇게 잘
얻어먹고 보답할 길이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대신에 저도 조그많게라도 베풀려고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라고 맘 먹으며 상원사로
올랐죠.
쌍룡수인가 하는 약수터에서 야영때 밥해먹을 물을 가득 채워넣고 상원사에 올라 그 유명한 꿩의 보은 설화를 남긴
범종각을 보니 그 나그네의 어리석음에 마구 화가 나는 것입니다. 아니! 꿩의 생명만 소중하고 구렁이의 생명은 소중하지 않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결과적으로 구렁이도 죽이고 꿩도 죽이지 않았습니까? 그냥 구렁이를 쫒기만 했어도 되었을걸... 왜 하필 구렁이를
죽였단 말입니까? 그 구렁이 각시는 그 긴 인생을 어이 홀로 보내라고... 결국은 꿩도 죽었고... 그래도 그 이야기를
비석에까지 새겨서 남겨놓은 것을 보면 우리들 마음에 구렁이는 악. 꿩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편견이 굉장히 강하게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남대봉을 거쳐 치악평전에 도달하니 거의 해가 넘어가려고 하였습니다. 근데 갑자기 막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입니다. 텐트를 치려면 거기에 자리를 잡아야 겠는데 무서워서 도저히... 시야가 막힌 곳이라서 그랬을까요. 예전에는 무덤가에도
계곡가에도 암데라도 텐트치고 잘만 잤는데... 왜 갑자기 겁이 왈칵 낳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향로봉으로...
거기에도 딱 텐트하나 칠 장소가 있던데 도저히....
그나마 달이 굉장히 밝더라고요. 에이 그냥 가자. 비로봉부근에
가서 텐트를 치지 뭐. 11시쯤이면 도착할텐데. 이렇게 맘을 먹고 그냥 전진... 곧은치에서도 도저히 무서워서 텐트를 못
치겠더라고요. 근데 곧은치에서 한 십여분 올랐을까. 탁트인 곳이 나오는데 딱 여기다 싶더라고요. 원주시의 야경이 기가 막히게 멋지게
보이고. 이렇게 멋진곳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렇게 무서웠었나? 할 정도로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곳에 텐트를 쳤죠. 그때가
9시쯤이었을 겁니다. 밥해먹고 나니 10시. 도데체 산속의 밤은 너무 길단 말입니다. 평상시에도 새벽3시가 되어서야 잠을 자는데
그렇게 일찍 자려니 잠이 와야 말이죠. 그래도 겨울에 비하면 엄청 늦은 시간인데. 겨울에는 한참자고 이제는 새벽이려니 하고 시계를
보니 인제 저녁8시일때도 있더라니까요.
온갖 잡동사니 생각을 다하고 2시가 넘어서니 이제 슬슬 잠이 들었습니다. 워낙
명당자리에 누워서인지 겁나는 것도 덜하더라고요. 근데 어찌된일인지 갈수록 겁이나죠? 세포분열이 왕성하지 못해서 그런가? 아주 편안히
잠을 잤죠. 그러다 새벽녁에 잠깐 자리가 불편해 뒤척일때 잠깐 깨고는 또 열심히 꿈나라 여행을... 그러다 어디서 "어! 누가 여기서
야영을 하네" 하는 소리에 깨어보니 세분이 비로봉쪽에서 오시는 것이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그때가 7시더군요.
엄청
부지런하신분들이 많으시다니까. 텐트에서 나가려고 부시럭거리는데 또 한말씀 "신혼부부신가 보죠?" "아니 혼자입니다." 이런데서 신혼방을
차리는 분들도 계신 모양이죠? 한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분들은 가시고 난 얻저녁 끓인 찌개에 라면 하나 넣어서 먹고 나니
또 한분이 올라오시더라고요. 한동안 또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은 먼저 비로봉으로 가시고 난 베낭을 꾸려서 9시쯤
출발했죠.
어찌나 멋진 야영지던지 혹시나 그쪽에서 야영하실 분들은 꼭 그곳을 이용하세요. 정말 원주시의 야경이
끝내줍니다. 어쨋거나 비로봉 밑 약수사거리쯤에 가니 아침에 만났던 분은 벌써 비로봉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시더라고요. 곧은치 밑에쪽에
사신다고 하시던데. 전국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는 비로약수터를 지나칠수가 없어 시원한 물 몇 바가지 마시고 비로봉을 거쳐
천지봉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근데 도데체 그길은 별로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으신가 보더라고요. 표지기도 별로 없고
안내판은 전혀없고. 한참에 한참을 가다 보니 갈림길... 녹음이 우거져 방향도 잘 보이지 않고. 왼쪽에 표지기가 매여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길인가 보다 하고 그 길로 접어들었죠. 한참을 가다 보니 아무래도 천지봉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 같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에이... 다시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계속 전진. 근데 정말 그길은 거의 이용을 안하는 길인가
보더라고요. 낙엽이 엄청 쌓여 있었습니다. 두번 넘어졌죠.
계곡에 다달으니 갑자기 목욕을 하고 싶어서 발가벗고 물에
들어갔죠. 윽! 넘 추워 10초이상 발을 담글수는 없더라고요. 얼른 머리감고 수건에 물 적셔 대충 목욕을 했죠. 작년 여름 화엄사
계곡에서도 발가벗고 목욕한번 했는데... 아예 베낭 내려놓은 김에 물끓여 컵라면에 햇반하나 먹고나니 몸도 개운하고 배도
든든하고... 한참을 내려오니 입산금지. 통제된 등산로라고 밧줄이 매여 있고 거기가 바로 세렴폭포더라고요.
구룡폭포가
있는 곳에 아직도 동전이 많이 떨어져 있데요. 십년전 학과 동기들과 왔을 때 그 동전 줍는다고 한 친구가 윗통벗고 잠수 열심히
했었는데 그 생각도 나고... 매표소 지나 버스타고 나와 원주역에서 새마을호 타고 돌아왔습니다. 참. 제 목욕사진 보시고 싶으시면
저희 "산을 찾는 사람들" 홈페이지 사진첩을 보세요. 물론 특별히 볼것은 없지만서도.
나중에는 신흥동에서
토끼봉-투구봉-삼봉-비로봉-천지봉-매화산 -여우재 코스로 한번 가야겠어요. 비로약수터쯤에서 일박하고... 혹시나 이 글 보시는 분들
중에 신흥통에서 토끼봉 오르는 들머리 아시는 분은 좀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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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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