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과 죽령옛길 |
올린이 : mt털보,
2002/05/27 (올린날)
게시판 :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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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맘때 철쭉제 때이다. 모처럼 집사람과 중3짜리 아들놈을 꼬드겨 멎진 철쭉꽃을 보여주겠다며 김밥(아침,점심5인분)과 얼음물과 각종
간식거리등 가방하나 가득실고 소백으로 향했다.
일주일전 갔었던 도락산에서 엄청난 더위에 시달리고 일주일내내 한발 일찍 찾아온
여름더위에 허덕이던 것을 상기해 식구들이 반바지와 반팔로 중무장(?)을 하고 죽령고개에 도착한 시간이 03시30분. 고갯마루엔
엄청난 바람이 불고있었다.
아차싶었다. 여벌옷을 하나도 챙기지 않았던 것이다. 실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나름대로
백두대간을 혼자완주하는등 꽤 오랜 산행경력(?)을 자부하다가 아내와 아들에게 실수를 인정할 수는 없었다. 별로 오고싶진 않았는데 반
강제로 꽃을보러온 아내와 아들이 상당히 걱정하는 눈치지만 걷다보면 열받고 그러면 춥지도 않을거라며 강행군을 하기로했다.
따끈한
라면국물과 커피로 몸을 조금이나마 덥힌다음 긴바지와 방풍옷등으로 무장하고 축제를 같이하러 전국에서모인 많은 등산인들의 걱정어린 눈길을
뒤로하고 우리식구들은 04시경 반바지와 반팔차림으로 용감히 어두운 죽령길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그날 바람은 정말 지독했다.
06시30분 천체관측소에 오르기까지 우리식구들은 힘이들어도 오래 쉴수가 없었다. 서 있으면 너무 추워서.... 힘들게 오른
허허벌판인 천체관측소엔 겨울바람같은 무시무시한 바람이 불고있었다. 결국 가족의 안녕을 지키기위해 먹을것으로 가득찬 베낭은 풀지도 못하고
내려오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은 해가 올라오면서 바람도 덜해지고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올해 작년의 한을 풀고자 5월26일
다시 소백을 찾았다. 이번엔 죽어도 혼자죽자고(?) 뜨거운물을 채운 보온통과 컵라면, 약간의 간식과 작년의 실수를 떠올리며 방풍옷을
챙기고 이천 집에서 02시30분 출발해서 제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풍기를 거쳐 희방사에 도착한시간이 04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산행계획은 희방사에서 정상을 오르고 하산은 죽령고개로 하여 죽령옛길로 내려와 희방사로 다시오는
원점회귀산행이었다.
희방사매표소에서는 다른 매표소보다 돈을 더 받고있었다. 희방사에 문화재가 있어서란다. 절 우측으로 등산로가
있기 때문에 절은 쳐다보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국립공원마다 이런일이 벌어지는데 좀 씁쓸하다. 어찌됐던 매표소 바로 위 주차장에
차를대놓고 (나중에 다시올때 좀 쉽게가기위해) 산행을 시작한시간이 04시30분 희방폭포밑 주차장에 도착할때쯤 어둠이 벗어지고
있었다. 05시30분 숨을 몰아쉬며 단숨에 오른 깔딱고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먼저오른 가족들중에는 어린아이들도 몇명
보인다.
여기부터 많지는 않지만 간간히 철쭉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간에 상당히 많이 핀 꽃나무 아래서 중년부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참 좋아보인다. 인사를 건네자 들고있던 사과를 한쪽 베어준다. 아기자기한 길을 따라 천체관측소위 갈림길에 오른시간이
06시30분. 벌써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었다. 이곳에는 철쭉꽃이 아주 보기좋게 많이 피어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상당히
좋을것같다. 하지만 아직 이른탓인지 비로봉은 구름에가려 봉우리만 살짝보인다. 그것이 더 환상적인것같다.
잠시 숨을돌리고 다시
연화봉으로 향한다. 연화봉까지는 조금내려왔다가 긴 계단을 따라 올라야한다. 소백산 철쭉은 이곳부터 진짜가 아닐까 생각된다. 갈림길에서
보았던 비로봉쪽 구름은 거짓말처럼 벗어지고 파란하늘과 푸른초원으로 감싸인 비로봉이 손에 잡힐듯이 다가온다. 정상에는 벌써 많은사람들이
모여있다.
07시20분 바로 앞에있는 작은봉우리를 지나자 천상화원이 펼쳐져 있었다. 사실 작년 고생했던것 말고도 그전에
철쭉제때만 두번을 더왔었던 경험이있다. 친구들과 같이 구인사에서 넘어왔던 어느해인가는 계산을 잘못해서인지 꽃이 다 떨어져 고생은
죽어라하고 꽃은 구경도 못했다는 엄청난 푸념읕 아직까지 간간히 들어야 했고 다시 찾은 어느한해는 구름이 잔뜩끼어 근처에있는 꽃만보면서
다녀온적이 있었다.
일단은 정상을하고 보자고, 한달음에 겹겹이놓인 다리를지나 08시10분 정상에 섰다. 87년도 겨울에
올라와보고 지금에야 다시 와 본것같다. 정상은 아주 많은사람으로 씨끌벅적했다. 일년중 가장많은사람이 오를때가 아닐까? 어찌됐던 맑고
화창한날씨에 모든사람들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좌 우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점 막힘이 없는 정말 멋진풍경이였다.
얼른 집에있는
아들에게 전화를했다. 「여기 오늘 너무좋다. 너 안데리고온걸 후회한다. 내년에는 꼭 같이오자.」 내년에 어찌될지는 그때 가봐야 알
일이지만.. 어찌됐던 오래있을수는 없고.. 아침을 먹자니 분위기가 너무 산만하고.. 해서 잠시 쉬었다가 오던길에 봐둔 연화봉근처
조용한곳(?)으로 밥을 먹으러 출발한다.
돌아오는갈은 쉬엄쉬엄 구경도 해 가면서 천천히 온다. 정말 너무 멎진풍경이다. 앞으로
이런광경을 또 볼수있을란가? 09시20분 다시 연화봉으로 돌아와서 내려가는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 바로 우측숲속에 멀리 제2연화봉과
송신소, 그뒤로 저멀리 도솔봉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바위에서 컾라면으로 아침을 때운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후 09시50분경 행사준비로 부산한 천체관측소로 출발한다.
10시30분 천체관측소에 도착하자 행사준비로 난리가
아니다. 푸짐한 고사상도 차려졌고 특히 철쭉아가씨선발도 있단다. 시간만 있으면 좋은구경(?)이 될텐데.... 11시부터
시작한단다. 그중에서도 모시멘트회사 산우회여러분들께서 막걸리를 한잔씩 대접을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밥을 먹은지 얼마안돼
배가부르긴 하지만 그 정성(?)을 생각하여 두잔이나 해치우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그분들께 다시한번 고마운 맘을 전하고
싶다.
터덜터덜 내려오는길은 정말 짜증스럽다. 시멘트길,다리도 아프고, 이런길이 죽령까지 계속될텐데 멀고도 지루한 하산길이다.
흙밟고자 온 산인데 여기서도 시멘트냐.. 어찌됐건 12시가 좀 넘어서면서 드디어 죽령고개에 도착했다. 오늘산행도 멋지게
끝낸것이다. 이제 차를가지러 희방사로 돌아가기만하면 된다. 계획했던 죽령옛길로...
옛날옛날 고래짝에 다녔다던 죽령옛길은
죽령주막 바로건너편에서 시작된다. 그곳에는 친절하게도 초소가있고 공원에서 관계자도 나와있었다. 길도좋고 시간도 얼마 안걸린다는 말에
무조건 접어들었다. 아주 조용한 숲속오솔길로 경사도 심하지않고, 또 곳곳에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도 있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오던중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얼마나 가면 됩니까?」물음에 그 아주머니께서는 「한30분 정도면
갑니다.아저씨는 한20분 정도면 갈수있을겁니다.」「고맙습니다.」 인사까지하고 내려오는 길은 이제 곧 도착해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하고
집으로 갈것이라는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20분이면 갈수있을거라는 거리는 그 두배가 훨씬 지나서야 희방사역에 도착할수
있었다.
깜짝놀랐다. 착각을 했던것이다. 이제껏 이길이 끝나는곳은 희방사밑 주차장이 될줄알았는데 역으로 나오게
된것이다. 희방사역 앞에서 정면을보면 소백산 산자락이 가로막고있는데 그중에서 제일멀리 보이는 골짜기가 희방사입구이다. 족히 30분도
넘을것 같은거리다.
지친다리를 달래며 혼자 궁시렁궁시렁거리며 희방사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2시가 다되어있었다. 드디어
산행을 마친것이다. 새벽4시30분부터 오후2시까지 장장9시간30분동안의 일이다. 간단한 스트리칭으로 몸을풀고 차에올라 집에도착한
시간은 오후4시가 넘어있었다. 힘들고 긴 산행이었지만 무사히마친 재미있었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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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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