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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석시장 같은 신비함이 어린 월출산

올린이 : 현촌, 2002/05/20 (올린날)
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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壽石 전시장 같은 신비함이 어린 月出山

월출산은 지리산, 변산, 내장산, 천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이다. 이들 명산 중에서 월출산 천황봉에 세 번만 오르면 마음속에 품은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생각보다 천황봉에 오르기가 힘들어서 나온 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월출산 천황봉은 810M 정도이지만 천황사에서나 강진 성전 경포대에서 오르든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고 주의를 기우리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생길 정도로 험한 코스가 이어진다.
지난 3월초 지리산 천왕봉에 갔다와서 한번쯤 더 지리산에 가려고 했지만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이 용기가 부족하여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 동안 지리산을 오르지 못했다.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영암에 있는 암자에 가야할 일이 생겨 통제가 해제되었건만 지리산을 가지 못하고 꿩 대신 닭이라고 월출산에 오르기로 했다. 광주를 출발하여 영암에 있는 초라한 암자에 일행을 내려주고 강진 성전 경포대 입구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나니 10시 30분이 되었다.

지난 한 주일 내내 흐리고 비가 내린 탓인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몇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엊그제 내린 비 탓인지 계곡 물소리가 크게 들리는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1Km 정도 올라가니 천황봉에 오르는 두 갈래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가면 바람재를 거처 천황봉, 우측으로 가면 천황사에서 구름다리를 거처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 천황봉에 오를 수 있다. 조금 쉽게 천황봉을 올라가려면 우측으로 올라갔다 바람재를 거처 이곳으로 내려오는 것이 힘도 적게들고 시간도 절약된다. 그러나 요즈음 나를 짓누르는 골치 아픈 일들을 어떻게 하면 말끔히 씻어버릴 수 있을까? 하는 염원을 가지고 조금은 힘들더라도 가슴에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앙금을 다 털어 버리려고 바람재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바람재에 올라 구정봉을 거처 오늘이 부처님 오신날이기에 마애여래불상을 참배하고 다시 바람재로 돌아와 정상인 천황봉에 올라갔다가 통천문을 거처 이곳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작정하고 바람재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바람재로 올라가는 길은 빗물을 머금은 바윗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해야만 한다.

바람재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올라오면서 흐르는 땀이 식어 한기가 느껴져 덧옷을 걸쳐 입고 구정봉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파른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안개가 아직도 다 벗어지지 않아 천황봉은 웅장한 그 위용을 보여주지 않고 수줍은 듯 자꾸만 감추려고만 한다. 바람재에서 10분쯤 올라가다가 베틀굴을 가기 위해서 오른쪽 길로 향한다. 베틀굴은 천연 동굴로 임진왜란 때 이곳으로 피난 온 여인들이 베를 짰다고 한다. 굴속으로 들어가 보면 패어진 바위 틈새가 흡사 여자의 그것과 비슷하여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베틀굴에서 나와 축축한 바윗길을 힘겹게 올라서니 구정봉이다. 지금까지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구정봉 정상에 오르려면 몸이 비대한 사람은 끼어 다니기 어려운 좁은 바위사이를 통과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곳을 월출산 제2의 통천문이라 한다. 부부간에 이곳을 통과하면서 남편이 약간 비대해서 어렵게 빠져 나가자 부인이 다이어트를 강조한다. 커다란 바위 위에 크고 작은 웅덩이가 아홉 개 있다해서 九井峰이라고 한다. 비온 뒤라서 조그마한 웅덩이에도 물이 담겨 있어 9개가 아니라 여러 개라고 하면서 웅덩이 숫자를 열심히 세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가족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은 직접 체험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바로 이 자리에서 해 맑은 웃음을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나 혼자 이곳에 올라와 서있는 모습이 왠지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어서 빨리 건강을 회복하여 다시 산행을 시작해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속으로 기원해본다.

구정봉의 아홉 개의 웅덩이는 영암 구림에 살던 부자가 권세를 이용하여 온갖 오만과 횡포를 부리다가 하늘의 노여움을 사서 아홉 번 벼락을 맞아 죽은 흔적이 웅덩이가 되었다고 한다. 이 전설이 오늘날 우리에게 또 다른 교훈을 안겨 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구정봉에서 천황봉을 바라보는 것이 환상적이나 오늘은 안개에 가려 안타깝다. 구정봉 옆에 널찍한 바위에는 他地에서 오신 단체 산행객들이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산에서 먹는 점심식사의 즐거움을 체험해보지 않는 사람들이 어찌 그 맛을 알겠는가!

이곳에서 마애여래좌불을 보기 위해서는 북서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지리산을 종주 하다가 노루목이나 삼도봉에 도착하면 반야봉을 올라갔다 갈 것인지 고민하듯 이곳 월출산에서도 대부분 사람들이 구정봉까지만 왔다가 천황봉이나 도갑사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 불상을 보러 가는 코스는 항상 적막감이 감돈다.

불상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목 좌우의 바위들은 갖가지 형상으로 천태만상을 이루며 뛰어난 조형성을 갖추고 있어 산 전체가 거대한 수석 전시장이고 조물주가 빚어놓은 조각공원과 같아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20여분정도 호젓한 능선을 타고 내려가니 웅장한 모습으로 조용히 앉자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국보 144호 磨崖如來坐佛像이 나타난다.

높이가 8.6M나 되는 마애여래좌불상은 고려초기 석불이다. 사각형 얼굴에 길게 옆으로 그어진 반개(半開)한 눈, 과장되고 팽창된 도식적인 뺨, 웃음기 없는 근엄한 표정이다. 신체에 비하여 얼굴과 손이 유난히 크게 강조되어 조각되어 있다. 600고지 큰 암벽에 새겨진 불상은 서해 쪽으로 보이는 영암 들판과 영산강의 출렁이는 물줄기를 바라보면서 천년의 세월을 불국정토(佛國淨土)를 염원하고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수고하고 땀흘린 만큼 수고의 대가(代價)를 거둘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곳을 다녀오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힘들게 오르막을 다시 올라오는데, 아까 구정봉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단체 산행객들이 오늘이 부처님오신날이어서 참배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이곳에서 마주쳐 반갑게 인사하면서 서로 즐거운 산행을 기원한다,

구정봉에 도착하니 안개가 걷히면서 건너편에 우뚝 솟아 있는 천황봉을 손으로 잡을 만큼 가까워 보이지만 천황봉을 오르는 길은 그리 쉽지 않음을 한 두 번 와본 길이 아니기에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구정봉에서 바람재로 향하는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다 보니 천황사에서 도갑사 쪽으로 종주하는 몇 사람이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길옆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바람재에서 천황봉으로 오르는 능선은 인내심을 시험하는 길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곳곳에 안전시설을 만들어져 있어 크게 도움이 되지만 예전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아마도 십오육년쯤 될까? 이곳을 오르면서 포기하려고 하는 분이 있어 천황봉에 오르면 소원성취가 이루어진다고 했더니 거의 기다시피 하면서 무사히 정상에 올라갔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다. 어찌 노력하지 않고 좋은 결과만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지금이라도 훌훌 털어 버리자. 무작정 불빛을 쫓아 헤매는 불나비 같은 삶을 청산하고 자아를 찾는 것이 진정한 삶의 가치가 아닐까?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으로 복잡하게 판단하지 말고 좀더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을 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천황봉으로 오르는 길은 그 무엇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직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는 집념과 혼자 힘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실천적 행동만이 그곳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천황봉 200M 표지판이 서있는 곳에서 쇠사다리에서 아들과 함께 내려오는 아저씨 한 분께서 왜 고생스러운 이곳 코스를 타고 올라오느냐고 하면서 「조금만 고생하십시오. 거의 다 왔습니다.」하는 격려의 한마디가 크나큰 힘이 된다.

어떤 사람도 편안함을 느끼면서 이곳을 올라가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 누구도 이곳에 서면 지금 나와 같은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힘들게 월출산 천황봉 정상에 올라가니 많은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어 음식냄새가 코를 찌른다. 신성한 산 정상에서 라면을 끊이는 사람. 怪聲을 지르는 사람, 마치 장날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버려진 빈 물병, 과일 껍질--- 왜들 이럴까? 우리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상에서는 멀리보이는 산들과 영암읍 시가지, 바둑판처럼 구획된 농경지를 조망하면서 한숨을 돌리고 좀더 쉬고 싶지만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통천문을 향해 서둘러 내려가야만 한다. 천황사 방향에서 천황봉을 오르려면 통천문을 거쳐 가야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바위 굴, 이 문을 지나야 비로소 하늘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통천문을 지나 경포대로 내려가는 길과 천황사로 내려가는 갈림길까지는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안전 산행에는 많은 보탬이 되었으나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온갖 힘을 쓰면서 오르내렸던 그 옛날의 낭만들이 사라져 조금은 섭섭한 생각이 든다.

경포대로 내려가는 숲길로 접어드니 너무나 조용하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30여분 내려가면 계곡 물소리가 들리고 폐허가 되어버린 옛 절터가 나온다. 신의대가 울창하여 음침한 절터를 지나면 약수터에 도착한다. 여기서 경포대까지는 2.0 Km가 남았다. 지금가지 내려 왔던 길과는 전혀 다르게 여기서부터는 부드러운 등산로가 이어진다.

계곡 돌 틈에 빨간 동백꽃 한 송이가 떨어져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동백꽃도 이젠 그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아름다운 꽃이 계속해서 피어있다면 과연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그래서 꽃보다 새롭게 피어난 녹음이 더 우리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의 눈에 피로를 가장 적게 주는 색깔이 녹색이라고 한다. 아마도 신록의 색이 녹색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내려오는 길옆 삼나무 숲 그늘아래 야생 녹차나무에서 새잎이 파랗게 피어나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게 한다. 신록이 더해 가는 남도의 5월은 그윽한 향기와 감미로운 맛을 베어나는 茶의 계절이다. 茶는 세 가지 정신이 있어야 한다. 첫째는 茶를 만드는 정성이고, 둘째는 茶를 우려내는 정성이고, 셋째는 茶를 마시는 정성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茶를 마시는 정성이다. 그래서 茶를 마시는 것을 茶道라고 한다. 茶를 마실 때에는 五感을 이용하여야 그 깊은 맛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혀(舌)로 담백한 茶맛을 느끼고 코(卑)로 그윽한 茶香을 맡고 눈(目)으로는 옅은 녹색으로 우러난 茶色을 보며, 손(手}으로 따뜻한 茶의 溫氣를 느끼면서, 귀(耳)로 차를 찻잔에 따르는 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어느덧 갈림길인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제 주차장까지는 1Km 남았다. 계곡물 소리를 벗삼아 내려오니 화장실 옆에 있는 철다리에 건너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 경포대를 기점으로 오늘 4시간20분에 걸친 원점회귀 산행은 구정봉에서 천왕봉까지의 가파른 능선은 남성적인 웅장함을 갖췄으며 경포대로 하산하는 등산로는 완만하여 여성적인 섬세함을 갖췄기에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산행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끝)

〈산행코스〉

경포대주차장 → 갈림길 → 바람재 → 구정봉 → 마애여래좌불 → 구정봉 → 바람재 → 천황봉 → 통천문 → 경포대 갈림길 → 약수터 → 갈림길 → 경포대주차장
(총 소요시간 : 4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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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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