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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원재∼중재∼육십령 (백두대간 5-9 소구간) -찜질방에서 찜질하고 그것도 했당께...

올린이 : 산처럼, 2002/05/20 (올린날)
게시판 :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산행지 : 여원재∼중재∼육십령 (백두대간 5-6-7-8-9 소구간)
일 시 : 2002년 5월13일∼14일
날 씨 : 첫날(바람없는 불볕더위). 둘째날(순풍과 하늘파라솔)
인 원 : 나홀로

후 기 : 06시05분발 무궁화호, 첫차인데도 영등포역부터는 빈자리가 없다. 한여름이면 연꽃이 가득피는 방죽이 내려다보이는 초내리 선영에 도착하여 벌초와 성묘를 하고 전주를 거쳐 남원으로 향한다. 오후 7시경 남원에 당도하였으나 산행을 시작하기에는 어중간한 시간이다. 시간 때우기는 찜방이 그만이다. 찜질방을 물어 그곳으로 향한다. 마침 인월, 운봉쪽 부영아파트 단지 앞에 있어 여원재에 접근하기도 편리할 것 같다. 새벽녘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게 여원재에 도착한다.

【첫날】
▶여원재(04:35)→고남산(06:25)→유치재(07:40)→매요리(08:30)→710돌탑봉(09:40)→고속도로(09:57)→복성이재(2:00)→염소목장(2:30)→봉화산(4:00)→산사태지역(6:50)→중재(7:00)◀《산행시간 : 14시간25분》

부산이 고향이면서 남원과 지리산이 좋아 남원에서 눌러살게 되었다는 기사아저씨의 입담을 뒤로하고 표지기가 휘날리는 대간길에 접어든다. 지난번 큰놈과 성삼재에서 이곳까지 눈길속을 뚫고 오던 때와는 달리 새벽녘인데도 포근한 날씨가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한다. 달빛도 없는 숲길에 들어서니 헤드랜턴 불빛이 더욱 밝아 보인다. 먼저 지나가신 대간꾼들의 산행기와는 달리 등로와 표지기의 식별이 용이하다. 주의 할만한 곳은 비석이 서있는 무덤에서 우측 급경사로 떨어지면 갑자기 송전탑이 보이며 개간지가 나타난다. 역시 개간지를 끼고 우측으로 돌아가면 무덤옆에 왠 냉장고 두 대가 있다. 그곳 못미쳐 다시 우측으로 들어서면 비로소 헷갈릴 만한 곳은 벗어난다.

마을 능선을 돌아오는 동안 개새끼들이 엄청나게 짓서 대어 동네 분들께 미안하다. 개소리도 멀어져 가고 적막감속에 거칠어 가는 나의 호흡소리만이 새벽 공기를 가른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고남산 봉우리에 도착하여 무장해제를 하고 뒤돌아보니 지나온 수정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무인 감시카메라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듯해서 소피도 참고 초소를 끼고 왼쪽길로 내려서니 웅장한 한국통신 중계소가 버티고 있다. 콘크리트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두 번째 반사경이 있는 지점에서 다시 진입로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선다. 유치재쯤에서는 88고속도로가 희끗희끗 보이기 시작하고 질주하는 차량 굉음소리도 가깝게 들린다. 논, 밭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매요리 마을에 도착한다. 마주치는 동네 분들께 인사를 하니 미소로 응대들 해주시니 나그네의 낮설음도 사라진다. 매요 휴게소 신순남(67)할머니께서 "오메 대간하는 양반이여? 고남산에서 내려 온당까?" 하시며 무척 반가워하신다. 시원한 지하수에 머리를 감고 먹는 사발면 한 그릇, 정말 끝내준다. 중재까정 간다니까, 할머니 해 저물기 전에 당도하려면 후딱 가란다. 포장도로를 따라 가면 제기공장이 나온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대부분 산행기에는 산길로 올라서는 들머리가 제기공장 "뒤쪽"이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나의 이번 탐방으로는 제기공장을 마주보고 "우측"옆으로 올라서야 된다고 기록하고 싶다. 어째거나 돌탑있는 봉우리(710)를 지나 고속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30여m 차량진행 방향으로 내려가면 지하통로가 나온다. 표지기도 없고 해서 미안하지만 뒤따라오실 분들을 위해서 몇군데 그라스펜으로 낙서(표시)를 해놓고 다시 산길에 접어든다.

말로만 듣던 산불 피해 지역이 시작된다.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은 잿더미 이곳에서도 온 산자락을 실록으로 덮어, 까만 숯덩이만 없다면 불 피해지역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철쭉군락을 뚫고 가기가 만만치가 않다. 다행히 긴소매를 준비해가 팔뚝에 기스를 내지 않고 밀고 나간다. 멀리 돌로 쌓아놓은 아막성터가 보이기 시작한다. 졸지에 성벽이 무너져 내린 곳이 너덜구간이 되어, 밟고 내려가는 마음이 왠지 씁쓸하다. 복원하고 마루금은 우회하면 안될까...? 예정대로 1시전에 복성이재에 도착하였으므로 계속 중재까정 진행을 결정하고 식수확보를 위해 주변을 둘러보고 지도를 봐도 마땅하지 않다.

치재 마을까지 뙤약볕에 갔다오는 시간과 체력이 아까워 차라리 남은 물을 아껴 먹기로 하고 내려가던 길을 되돌려 고개턱까지 올라와 건너편 쪽을 우연히 보니 산중턱에 하얀 벌통들이 보이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분명 사람이 있을 것이고, 물도 마실 것이고, 100여m 내려가니 왠놈의 개새끼들이 짓서 대는지 귀가 따가울 정도다. 개농장과 양봉을 하는 가건물에 사람도 있고 물도 있다. 시원한 생수를 보충하고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무려 1시간을 까먹고 말았다.

2시 복성이재 출발 염소목장 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장수군의 동화호댐이 웅장하게 보이고 파란 물도 가득 차있어 풍요로움이 절로 느껴진다. 고도계는 그 수치를 점점 높혀만 가는데 바람은 한 점 없고 내려 쬐는 불볕더위는 봉화산 봉우리를 더욱 멀게만 한다. 특히 봉화산 산불초소 위치는 지도에 나와있는 위치와 정반대 쪽에 있어 지친 사람 헷갈리게 만든다. 날등은 왼쪽 임도를 따라 이름없는 봉우리(944)까지 그늘도 없이 이어진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월경산을 지나치고 말았다. 애당초 마루금은 비켜져 있긴하지만 꼭 봉우리 찍고 가려했는데 아쉽다. 짜∼안, 시커먼 것이 보인다.

저것이 멍고?? 에고∼ 백운산이네 그려∼ 위풍당당하게 떡하니 버티고 서서 "산처럼 네이놈! 여기까정 뭘할라꼬 왔노??" 하는 듯 쳐다보고 있다. 산사태가 지금도 진행을 하는지 풀도 잡목도 없이 뻘건 속살을 드러내놓고 있어 수풀이 우거진 사치재 산불지역과는 대조적이다. 드디어 중재에 도착을 한다. 복성이재에서 물 구하느라 까먹은 1시간 까정 포함해서 무려 14시간30분, 전화연락을 받고 산장 봉고가 빵빵하고 나를 부른다. 주인장이 혹시 산처럼님이 아니십니까? 하고 물어 본다. 맞는데요. 하니 쪽지를 준다. 앞서가신 trekker님께서 이놈이 도착하면 건네주라고 격려의 글과 시원한 막초를 산장 주인장에게 보관해 놓으셨단다.

이 깊은 산골에 뜻밖의 선물을 받아 잊지 못할 대간의 구간이 되었다. 낙향 전까지 부산 메아리 산악회에서 오랜 세월 산을 찾으셨다는 백운산장 주인장 황영대씨와 25구간(즉 25일)으로 일시에 대간을 계획하고 이곳에 와서 몸 멩글기와 실전정보 입수차 여러날째 머물고 있다는 김해 전송남씨와 주거니 받거니 막초에 이바구가 깨구락지 소리와 함께 산골의 밤은 깊어만 간다.


【둘째날】
▶중재(07:05)→백운산(09:20)→선바위고개(10:52)→영취산(11:05)→1005전망대(12:00)→북바위(1:43)→885철탑(2:15)→깃대봉(2:35)→육십령(3:45)◀ 《산행시간 : 8시간40분》

차에서 내려 주인장은 고사리 뜯으러 곧장 산자락에 들어서고, 나는 중재를 향해 농로를 따라 걷는다. 커다란 정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표지기들이 반갑게 아침인사를 한다. 상큼한 풀내음속 아침, 참 행복하다. 멀리서 농부들의 웃음소리도 간간이 들려온다. 줄곧 급사면이라 고도는 금새 수십미터씩 올라만 간다. 첫 번째 전망바위에 도착하여 뒤돌아보니 지리의 영봉들이 망망대해에 떠있듯 한폭의 산수화처럼 내 눈앞에 펼쳐져, 나는 그만 넋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한참을 본다.

높기만 보이던 봉우리도 한걸음 한걸음 속에 어느듯 꼭대기에 서서 다시 한번 지리영봉들을 감상해본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햇볕이 없어 날등 걷기에는 그만이다. 어제는 철쭉의 저항과 갈대의 퇴약볕이라면, 오늘은 하늘파라솔에 넓게 뚫린 조릿대 사이길이 비단길 같기만 하다. 선바위 고개 갈림길 이정표에는 진부령까정 1,105.9Km로 기록되어있다. 하긴 날 정해놓고 이거 시작한 것은 아니닌께 얼마가 남았던들 무슨 상관이냐, 그냥 걷다보믄 언젠가는 거기 가있것지… 비로소 영취산에 도착하여 산객을 만나 반가웠다. 금남호남정맥이 뻗어나간 이곳 영취산은 무령고개가 인접하여 탈출과 접근이 용이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장안산과 백운산이 그다지 멀지않아 연계산행도 당일산행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간간이 나오는 바위전망대는 산객의 쉼터로 그만이다. 특히 북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오동제와 어루진 주변의 경관은 너무 아름답다. 철탑도 보이고 산허리에 뻘건 물체도 보인다. 순탄하던 날등이 깃대봉을 남기고 힘 것 처 올리는 듯 이어지는 급사면이 지루하기도 하다. 비바람에 너덜너덜해진 태극기가 민망스럽다. 이제 마지막 봉우리에서 내려서는 발걸음이 아쉽기까지 하지만, 마주 보이는 덕유영봉들이 새로운 설레임을 안겨준다. 엄청난 굉음을 들으며 내려선 육십령, 길건너 할미봉 들머리를 확인하고 다음을 기약해본다.
끝으로 육십령에서 전주까정 태워주신 전주덕진 제일교회 장로님(도자기 납품업) 정말 고맙습니다.

산 처 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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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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