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과 관악산을 오르며 |
올린이 : 벽소령,
2002/05/13 (올린날)
게시판 :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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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주운 몇가지 생각들을 정리했습니다. 시간되시면 그저 미소로써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20대 젊은 시절에도 그랬지만, 젊은 나이라고는 할 수 없는 요즈음도 산에서 배우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산은 나에게
겸손하게 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것은 아무리 작은 일이나 하찮은 사람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겸허하게 대하라는 교훈이다.
지난 주일 청계산에 갔을 때만해도 그렇다. 나는 예전에 늘 오르던 산이었기에 산행에 앞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나는 몸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었고, 수건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 또한 산행에서는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물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청계산은 겨우
528미터의 얕은 산이고 산행 시간이라야 두시간이면 족했기 때문이었다. 또 산중턱에는 약수터가 있었고 코스도 단순해서 특별히 산행을 위한 준비는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얕보고 산행에 오른 청계산에서 나는 7월 땡볕과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얼마나 혼났는지 모른다.
청계산쯤이야- 하고 자만했던 나에게 산은 호된 수업료를 요구했다.
또 등산 코스는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어느 산이나 대개
처음은 대개 등산로가 가파르다. 그래서 산행에 나선 사람들은 산행 초기에 벌써 지치기 일쑤다. 올라야 할 산 정상을 쳐다보면 까마득하다. 숨은
턱에 차오르고 발은 천근처럼 무거워진다. 이쯤에서 쉬지 뭐. 꼭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나. 그만 포기해버릴까 하는 유혹이 찾아온다. 이 생각 저
잡념으로 겨우겨우 <깔딱고개>라고 불리는 지점에 오르면 등산로는 다소 완만해지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인생도
그렇찮은가! 죽는 날까지 한 평생 승승장구하는 사람은 없다. 성공했는가 하면 좌절과 실패가 따르고 이게 끝인가 하면 새로운 희망의 찬스가
찾아오는 게 인생이다. 이것이 산이고 이것이 인생이다.
어제 등산했던 관악산 코스도 그랬다. 사당 역에서 연주대를 향해 출발한
산행코스는 남현동 남성교회를 지나 진입로에 접어들자마자 몹시 가파른 편이었다. 가파를 뿐만 아니라 오르막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 코스가
나로서는 초행이고 나의 초보 등산실력으로는 정말 벅찬 코스 같았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으나 몇번이나 중도 포기할까 생각했다. 이제 나이는
속일 수 없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30분을 지날 때쯤 하산하는 사람에게 물으니 연주암까지는 아직 4분의 1도 못 올라왔다는 게
아닌가!
하지만 명색이 모임의 주체인 사람이 일행을 놔두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몇번을 쉬면서 쥐가 날 것 같은 다리를 이끌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오르다보니 한 시간 정도부터는 중간중간 내리막길이 나타나곤 해서 연주대 정상까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산은 어느 산이나 정상 직전이 가장 가파르고 위험하다. 내가 올랐던 관악산 정상이 그랬고 월악산, 북한산, 대둔산, 청계산 등이
그랬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인생에 비교하면 정상은 <성공>을 뜻한다. 그러니까 성공으로 오르는 마지막 순간이 그만큼 힘들다는
교훈을 산은 주고 있는 셈이다.
산에는 또한 등산 코스가 여러 곳 있다. 등산지도에 나와 있는 공식적인 코스 말고도 실제로
등산인들이 오르고 내려가는 숨은 코스가 많다. 어느 코스는 출발 지점이 벼랑에 가까울 정도로 위험해보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수월한 코스도 있고,
어떤 코스는 출발은 쉬웠는데 가면 갈수록 암벽과 급경사로 산행이 힘들어지는 코스도 있다. 또 어떤 산길은 코스가 끝난듯해서 되돌아오려고 하다보면
숨은 코스가 나타나고, 지름길인듯 해서 선택한 코스는 우회하는 코스보다 훨씬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수가 많았다.
인생의 코스
역시 그렇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돌아보면 꼭 그랬다. 나는 20대-30대 직장생활에서 정말 잘나가는 세월을 보냈다. 나는
실력있는 편집장이었고 유능한 부장이었다. 인기 연예인들이 몰려들었고 유명한 디자이너들과 놀았으며 성형외과 의사들은 내게 모두 부탁을 하러
왔었다. 그런 그들을 나는 늘 도와줄 수 있었다. 직장에서 유능한 편집자로 성공한 나는 곧 독립해서 <손쉬운 사업>이라고 손댔던
사업에서 엄청난 실패를 하고 만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끝났구나> 하고 손을 털려고 했을 때 내게는 그야말로 기적적인 활로가
나타났다.
그래서 나는 중단했던 산행을 시작했고, 산에 오를 때마다 열심히 찾기만 한다면 등산 코스처럼 인생에도 <새로운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산지기(2000. 7. 수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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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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