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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푸르른 5월 첫날, 계룡산 관음봉에 서다

올린이 : 최상현, 2002/05/01 (올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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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과 30일에 꽤 많은 비가 왔다. 봄 가뭄으로 마음으로 많은 고생을 해왔던 농민들이 한 시름 놓게 되었고, 저수율이 낮아 걱정하던 수자원당국도 조금은 안도할 수 있게 되었다.

5월 1일, 푸른 5월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날은 근로자의 날이라서 많은 직장에서 쉬는 날이다. 나의 직장은 쉬는 날은 아니지만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체력단련'을 갖게 되었다. 여느 때 같으면 체육관에서 배구를 하거나 운동장에서 소프트볼을 하는 정도로 때웠지만, 이번에는 어느 분의 아름다운 마음이 감동하여 가까운 계룡산 등산을 가기로 했다.

여러 번 가보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이 산이다. 오늘 산행은 동학사에서 은선폭포를 거쳐 관음봉까지 가기로 한다. '춘 동학, 추 갑사'라는 말이 있듯이 동학사 계곡은 봄이 아름답고 그래서 계룡산 8경 중 다섯째가 '동학사 계곡의 신록'이다.

이틀간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려 공기도 맑고 계곡의 물도 상당히 불어 물소리가 요란하다. 이런 날을 골라 오기도 쉽지 않다. 여름 같았으면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하루 종일 피서를 즐겨도 아깝지 않을 날이다.

몇 주를 동네 앞산에 산책만 했었고 지난 주말에는 몸살을 앓았기 때문에 정상까지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여진다. 그래도 우리 직장에서는 내가 산을 잘 다니는 사람 몇 중의 하나로 알고 있는데 이 좋은 날 적당히 산보나 하고 말기는 영 못마땅하다.

우선 은선폭포까지 가기로 한다. 거기서 컨디션이 괜찮으면 나머지 돌밭길을 도전해보기로 한다. 은선폭포에는 폭포를 정면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전망대 시설이 새로 설치되었다. 마침 수량도 풍부하여 오랫만애 폭포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은선폭포 위에 있는 산장에서부터는 다소 지루한 돌밭이다. 힘도 많이 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만두긴 너무 아깝고, 몸의 상태도 생각보다 덜하다. 그래도 오랫만의 산행이라 숨이 차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다리에는 피곤한 기색을 느낄 수 없다.

지루한 돌밭, 경치도 별로다. 그저 하늘이 보이기만을 고대하면서 전진 또 전진이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발걸음을 세며 오른다. 마침내 관음봉 고개.. 이제 100여 미터만 오르면 관음봉이다.

스스로를 대견해하면서 관음봉에 오른다. 젊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여럿이 있다. 바위 한쪽에 정답게 앉아 김밥을 먹는 커플이 아름답다. '오늘 수업 땡땡이치고 계룡산 왔어'라고 친구와 통화를 하는 대학생이 불량학생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늘 같은 날 수업 한시간 빼먹은 것보다 이곳에 온 것이 더 유익할 거요'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관음봉에서의 전망은 장쾌하기 그지 없다. 동쪽으로는 내가 올라운 동학사 계곡이 기다랗게 뻗쳐 있고 계곡 건너에는 갑하산, 장군봉, 우산봉의 능선이 버티고 있다.

동학사 계곡 남쪽에 뻗어있는 쌀개봉, 천황봉이 논산시 연산면으로 길게 뻗쳐 용의 꼬리를 이루고, 동쪽으로는 천왕봉, 황적봉으로 이어진다.

관음봉에서 자연성릉을 지나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리고 그 너머 신선봉, 임금봉,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동학사 북쪽 능선도 아름답다.

관음봉에서 눈길을 서북쪽으로 돌리면 공주시가지가 부분적으로 보이고, 시야갸 좋으면 북동쪽으로 멀리 청원군 강내면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관음봉에서 서쪽으로는 갑사지구와 계룡 저수지가 보인다. 이틀동안 내린 비로 저수지가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바라만 봐도 흡족하다.

문필봉과 연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거쳐 서남쪽을 바라보면 신원사지구로부터 펼쳐진 평야지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논산시 상월면이다. 이곳에는 옛날 정감록의 전설을 따라 정도령이 나타나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운다는 얘기가 있다. 이곳 출신으로 우리 가문에 시집오신 할머니 한 분은 지금도 정도령을 기다리신다.

햇볕도 좋고 바람도 좋고 신록도 아름답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내려오면서 올라올 때의 모든 피로는 잊고 오늘의 작은 성취로 마음이 흐뭇하다.

[산행 시정표]

- 14:30 동학사 아래 청정원 식당 도착, 주차
- 14:40 동학사 주차장
- 14:50 매표소 입구 (준비 및 휴식)
- 15:00 매표소 출발
- 15:50 은선폭포
- 16:30 관음봉

- 16:45 관음봉 출발
- 17:05 은선폭포
- 17:30 동학사
- 17:55 주차장
- 18:05 청정원 식당, 저녁 식사 후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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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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