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른다는 것은 도전과 모험의 시작이다.
그 가운데서도 바위에 오르는 일은 또 다른
모험의 세계에 대한 그리움과 강한 바램으로
위험속에서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멋진
행위임에 틀림없다.
자주 북한산에 오르면서 깎아지른 듯한
암벽에 매달린 바위꾼들의 시원스런 오름짓을
보고
늘 호기심을 갖고 있던 터에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함께 했던 산악회 악우들의 추천과 함께
더 멋지게 살기 위해 마흔 여덟의 찬란한
봄을 맞으러 등산학교 정규과정에 입교를
하였다.
오늘은 등산학교 수료등반으로 인수봉을
만나러 가는 날.
인수봉아래에서 야영을 하고 신새벽 어둠을
헤치고 인수 대슬랩 출발점에 도착하니
새벽 6시.
흰 속살을 내 보이며 까마득히 솟아오른
바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가슴은 벅차 올랐다.
그것은 두려움과 함께 끝냈을 때의 쾌감을
함께 느끼는 계산된 모험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특공대 교관처럼 날렵한 강사의 칼날 같은
주의사항을 듣고 장비착용 후 되감기 8자매듭으로
선등자로프에 내 허리를 묶었다.
네번째 피치까지는 슬랩과 크랙으로 이어진
평이한 바위사면을 가딛기와 틈새를 이용한
손과 발의 잼으로 붙어 올라왔지만 이번
피치의 확보지점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흘러내리는 사면에 두발을 붙이고 몸을
뒤로 젖혀 팽팽한 확보줄에 매달려서 선등자빌레이에
이어
후등자의 추락을 버티어내느라 허리가
끊어질 듯 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의대길을 등반하는
다른 조의 동료가 미끄러져 잠시 추락하는
모습은
옆에서 보기에도 아찔하다.
다섯번째 피치의 시작은 가파르게 치솟은
크랙으로 이어진 길.
세컨드로 등반하면서 틈새 벌리기와 발끝세우기,
잼 그리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올랐지만
다 올라왔을 때쯤 팔이 굳어지는 펌핑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 다시 이어지는 한 피치는 선등을 하고
나서 작은 덤불 숲을 지나 마지막 참기름바위를
넘고나니
그렇게도 오르고 싶었던 인수정상에 정오쯤
도착했다.
땀으로 얼룩진 얼굴에는 두려움과 안도감이
묘하게 교차되어 있었지만
이곳까지 왔다는 자체가 대단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조원들의 격려와 반복된 교육훈련이 없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2002년 봄날을 모두 바친 한국산악회등산학교.
배우고자하는 간절한 열정으로 바위를
오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았고
사람사이의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었으며
또한 암벽등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삶의
여유와 자유를
만끽하면서 즐기는 아주 진지하고 흥미로운
스포츠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수봉!
그 바위 정상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뜻밖에도 20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바위공간이
있었으며
건너편으로 보이는 백운대를 사이에 두고
그 동안 교육장소였던 만경대암벽과 이어지는
숨은벽릿지의 숨결이 전해졌고 저 멀리
선인봉과 만장봉과 함께 아기자기한 오봉이
그림처럼
눈앞에 가득했으며 화려한 봄날 북한산의
정취는 눈이 시리도록 고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