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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5일 청계산 종주(소요시간 약 5시간 30분) 금토3동- 국사봉(해발
540m)- 이수봉(해발 545m)- 망경대(해발 618.2m)- 매봉(해발 582.5m) - 원지동
모란이 피기까지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리겠다는 영랑의 시가 생각나는 날. 오고 가는 길목엔 갖가지 꽃들의 향연이 벌어지고, 이런 꽃들을 보고 있으면 세월의 기쁨 같은
것, 때론 슬픔 같은 느낌들이 묻어 나온다. 그리고 우리의 몸도 환절기의 변화에 균형을 잃는다.
청계산을 다닌지가 십년이 넘었지만
어찌 청계산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기껏해야 원지동에서 옥녀봉이나 매봉을 올랐을 뿐. 근래에 산을 좀 가까이 하면서 옛골에서 이수봉과 국사봉을
거쳐 금토동에 이르는 길을 알게 되었다. 금토동에서 국사봉에 이르는 길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길로 주말에도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오솔길이 이어진 산행길이다. 몇 년만 지나면 이곳도 또 어떻게 변할지...
평일이면 조용하던 산도 주말이나 휴일만 되면 몸살을
앓는다.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산. 오늘 식목일 우린 청계산 종주라는 것을 생각해 냈다. 금토동에서 국사봉 이수봉 망경대
매봉을 거쳐 원지동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평일 산행만 고집하던 내가 휴일 산행을 하게 된건 오래 전 교직에 있을 때부터 만나오던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치 않는 고3 담임을 맡게 되어 몇 일에 한번씩은 '야자'까지 해야 된다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죽을상을 하는 정희씨 입술이 고단함으로 부르트기 일보직전이다.
휴일이라 원지동은 산을 찾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금토동에 이르렀을 때, 이곳은 산과 들이 아름다운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수양벚나무가 주렁주렁 꽃을 피우는 평화로운
마을을 지나 산길로 들어섰다(오전 10시). 청계산이 좋은 것은 바위보다 흙을 밟고 산을 오를 수 있어 부담 없이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휴일임에도 사람을 거의 만날 수 없는 한적한 오솔길을 오르니 여기 저기 진달래가 한창이다. 묵묵히 찬 겨울을 이겨낸
나뭇가지들이 따뜻한 봄바람에 물기를 머금고, 생명을 뿜어 올리고 있다. 빈 가지들에 달린 그 부드러운 꽃잎들, 마른 땅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연두빛 새 순들... 자연의 순환은 감동이며 신비이다.
땀을 흘리며 가파른 비탈을 힘들게 올라도, 멀리 능선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면 다시 힘이 솟고, 능선을 따라 한참을 더가니 드디어 국사봉에 이른다(오전 11시 20분). 여기서 부터는 제법 사람들이 좀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서두르다 겹으로 신던 등산 양말도 한 켤레 두고 오고, 산행길엔 분신처럼 들고 다니던 스틱도 차에 두고
내려 출발이 좋지 않았는데, 진달래 산길을 오르며 땀을 흘리니 모든 것 다 잊고 명랑한 기분이 된다. 미정씨와 함께, 뒤에 오는 숙이씨와
정희씨를 기다리며 쉬다가, 삼십분 정도 능선길을 걸어 이수봉에 도착하니(12시) 옛골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는 한잔에
이천원씩하는 막걸리를 팔고 있었는데, 잘 먹지 않던 막걸리가 산 위에서는 왜 그리 맛있는지.
청계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는
망경대이다. 이곳은 군부대가 주둔해있어 원래 출입통제 구역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잘 모르지만 청계산을 남북으로 나누던 망경대를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도 남북 해빙 분위기인가, 아무튼 고마울 뿐, 우린 이수봉 조금 더 간 능선 길가에서 점심을 먹고 쉬다가, 망경대를 향해 봄빛
가득한 능선길을 걸었다. 드디어 군부대가 보이고 그 옆에 커다란 바위들로 이루어진 망경대에 이른다(오후 1시 30분).
암봉으로
이루어진 망경대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첩첩산중은 아니었지만, 청계산의 어느 봉우리보다 좋았다. 항상 뒤에 쳐져 오던 정희씨와 숙이씨는 지난번 산행
때도 길을 잃고 맴돌더니, 이번에는 망경대도 못 올라오고 매봉 가는 길로 빠져버렸다. 매봉으로 가는 길에서도 과천쪽으로 길을 잘못들어 한참을
돌아왔다고 한다. 갈림길에선 꼭 싸인을 하는데도, 모르면 좀 물어보며 다닐것이지, 다 큰 어른들 손 붙잡고 다닐 수도 없고... 아마 수다
떨다가 그랬겠지. ^&^
망경대에서 매봉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되었다. 무릎이 좋지 않은 나는 오르막엔 자신
있는데 내리막은 느린 편이다. 나와 짝을 이룬 미정씨는 내리막이든 오르막이든 산을 잘 탄다. 왼쪽 산기슭은 과천 어린이 대공원으로 울타리가
막혀있어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울타리 빈틈 사이로 올라오는 산행객도 만날 수 있었다. 한참을 내려와 매봉으로 가는 길은 또 하나의 산을 오르는
과정이었다. 망경대 가는 길에서 헤어졌던 정희씨와 숙이씨를 매봉 오르막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청계산 종주 길은 그리 쉽지 않았다.
드디어 매봉에 도착(오후 2시 20분). 원지동에서 올라 온 사람들로 매봉은 사람들로 복잡했다. 오래 걸어온 터라 우린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매봉의 커다란 표지석을 보며 주저 앉아 만족감에 젖었다. 내가 앉은 쪽 표지석 뒤에 적혀있는 유치환의 시귀절 -내 아무것도 가진
것 없건마는 머리 위에 항시 푸른 하늘 우러렀으매 이렇듯 마음 행복되노라 -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붉은 진달래꽃을
만져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꾸어 갈 수 있다면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가벼워 질 수 있을까. 표지석엔 유치환의 시
'행복' 중에서라고 써 있는데, 내가 알고 있기론 유치환의 유명한 시 '행복'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로
시작되며, 위의 구절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혹 같은 제목의 다른 시인지는 잘 모르겠다.
매봉에서 원지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이
너무 많다. 사람이 하도 많이 오르니 가파른 흙산이 무너질까 염려되어 계단을 놓았겠지만, 산행중 계단은 내리막이든 오르막이든 너무 싫다. 비는
오래 오지 않았고, 주말 산행객들로 나무와 낙엽이 없는 곳은 흙먼지가 너무 날린다. 비가 와야할텐데... 비 온 후 산에 오르면 푸른 초목들의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돌문바위 앞에 소나무들은 언제 보아도 좋다. 그곳에서 솔바람을 맞다가 원지동으로 내려왔다(3시 30분).
200년이 넘었다는 갈참나무가 입구에서 쉼터를 만들어 주는 이곳에 도착하면 이 동네 명물인 순두부나 콩비지로 식사를 한다. 산행 후의 뿌듯함으로
먹는 식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우리 언제 함께 또 산행 할 수 있을지, 정희 숙이 미정,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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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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