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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5월,
4륜구동차량을 처음 구입하여 멋모르고 도전했던 오프로드가
점봉산아래
진동계곡과 방태산아래 아침가리골이었다.
아무런 튜닝도
되어있지 않은 순정차량으로 수해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계곡을
오르내리며죽을 고생은 물론 새차는 온통 상처투성이의 고물차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오프로드는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더 할수록 쉽사리 헤어나오기 어려운 묘한 매력을
갖고 있어 몇
년간 머리 속은 오직 "험한 길"로만 가득차 있었다.
헌데 금년 겨울
눈덮힌 구대관령고개를 넘다 우연히 들여다 본 선자령, 그 눈덮힌 모습이
그렇게 황홀할
줄이야.
허리를 넘는
눈길을 헤치며 겨울산에 그렇게 빠져들고 말았다.
겨울 설악은
물론 오대산,태백산,계방산등등 그렇게 많이도 찾아다녔다.
그리고 이젠
4륜구동차량 대신 두발에 배낭을 둘러멘 허허로움이 되어버렸다.
오프로드는 산에
대한 도전이나 산행은 산이 감싸주는 포용이기 때문이다.
2003년
5월,
몇해전 죽을
고생을 하며 도전했던 오프로드를 감싸안은 점봉산과 방태산이 기억됐다.
전에는
대어들었으나 이젠 안기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5월23일 금요일 밤10시 서울을 출발. 대학 동기 2명을 꼬디겼다. 함께 가자고......
양평,홍천을
거쳐 칠정검문소를 지나 점봉산 들머리 하늘찻집에 정확히 02:00도착.
하늘을 보니
무수히 많은 별.별.별.
헌데 년중
입산통제현수막. 무단 입산시 벌금 20만원이란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휴일엔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산행을 핑계삼은 나물채취꾼들을 실어나른단다.그래서...
도대체 왜들 그
영악스러운 것일까?
산행계획은(밤산행) 단목령- 큰점봉산-작은 점봉산-곰배령-강선리 .
그리고(낮산행)
방태산이었는데.되돌아 나오기가 너무나도 섭섭하다.
동기들 왈
"배운자는 배운자다워야" 한단다. 그래서 되돌린다. 방태산으로...
허지만 몇해전
고생 고생 끝에 만났던 삼거리의 장승들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방태산 휴양림
끝지점에 도착하니 03:30.
잠깐 차속에서
눈을 붙히려 했느나 이폭포 저폭포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해
막걸리로 시간을
보내고 라면으로 이른 아침을 떼운다.
방태산의 새벽은
춥다. 꼬박 밤을 세우고 산을 오를 수 있을까?
동기 두명의
눈은 거의 감긴 듯하다.
06;00
방태산 휴양림 끝지점 들머리에 들자 마자
붉은 매발톱꽃
군락을 만난다.
오프로드로 여러
곳의 오지를 돌아다녀 봤으나
이렇게 많은
군락은 처음이다. 경이로움에 탄성을 지른다.
하필
쥐오줌풀이라는 명칭을 얻었는지 항상 궁금하다.
무슨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는 할텐데...
해학을 즐기는
선조들께서 어련히 합당한 이름을 붙혀주셨을까.
본격적인 방태산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 등산안내
표시판은 널빤지에 간단히 씌여져있다.
방태산(주억봉)
4시간.구룡덕봉 역시 4시간.
초입부터 짙은
숲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하다.
첫 번째 만나는
개울과 그위에 놓여진 통나무 외다리.
이렇게 통나무로
다리를 만들어 놓은 분의 정성에 감사를 드린다.
돌징검다리는
곳곳의 계곡에서 자주 만날 수 있으나
통나무 외다리는
여간해서 만나기 쉽지 않은 것.
다리를 건넘이
너무나도 즐겁다.
두 번째 만나는
통나무 외다리.
불어난 계곡물에
행여 떠내려갈까 다리 한 쪽 끝은 나무에 메어져 있다.
이 다리를 만든
분의 멋과 배려가 입가에 미소로 맨돈다.
숲속으로의
방태산 오름길은 계속 이어지고
새벽 숲향이
코끝에 가득하다. 사진을 찍느라 앞선 동기들에
뒤쳐져 혼자
휘적휘적 걷는다.
산길은 역시
포근하다. 전나무 낙엽이 곱게 깔려있는 산길이다.
아! 평화롭다.
저 숲속에 도깨비가 살고 있다면
지금시간(06:20)엔 깨어 있을까.
세 번째 만나는
통나무 다리.
등산화를
통해 느껴지는 통나무의 감촉이 간지럽다.
욕심같아서는
계곡의 폭이 100미터쯤 되어 통나무 다리도 100미터 쯤 되었으면 좋겠다.
스릴을 느껴볼
수 있을텐데... 아마도 다리가 후들거려 쉽게 건너지 못하리라..
짧은 다리는
두렵지 않다. 헌데 긴 다리는 두렵다. 왜일까
내마음이 스스로
지어낸 두려움이다. 마음이란 무엇일까?
출발
1KM지점을 알려 주는 목판.
갑자기 웃음이
난다. 정겨움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비닐끈으로
엉성하게 묶어놓은 모습에서 순수함을 본다.
인위란 얼마나
삭막한가? 인위속에 살다가 순수를 보니 웃음이 난다.
과연 올바른
세상속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
네 번째 통나무
다리는 무너져 있지만 여전히 그 할 바를 다하고 있다.
이 역시 그
누군가의 배려에서 이겠지.
두 손을
양옆으로 뻗치고 일부러 뒤뚱뒤뚱 건너본다..
원래 통나무
다리는 이렇게 놓여야 제맛이 나는 것 아닐런지.
솜방망이 꽃 .
부끄럼 가득한 산골 처녀의 모습이다.
산골처녀라니?
요즘의
젊은이들에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다섯번째
통나무다리를 07:00에 만난다.
이 통나무다리
역시 이웃해있는 나무에 묶여져 있고
이 다리를
건너면 제법 가파른 경사길이 시작된다.
슬그머니 땀이
흐르기 시작. 아무리 산 새벽이라지만 오름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출발
3Km지점. 이제는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급경사를
오르느라 호흡이 무척이나 벅차다.
동기중 한명이
도로 내려갔으면 한다. 혼자만이라도....
오른쪽 무릎의
시큰거림이 부담스러운가 보다.
그러나 이제
거의 다 올라왔는데 왠 소리....
지금까지의
오름이 아까워서라도 끌고 올라간다.
친구는 그 이후
계속 고생했다.
아주 오래전에
쓰러진 듯 고목은 거의 다 삭아져 버렸다.
이웃의 크고
작은 나무들과 풀들과 곤충들, 벌레들은 저 삭아 쓰러진
고목으로 생명을
이어가겠지.
할 바를
다하고, 할 바를 하고 있음이다.
앵초꽃입니다.
앵초꽃에게는 존대를 붙이고 싶습니다.
왜냐구요? 전에
오프로드를 할 때 어느 오지에서 큰앵초꽃을
발견하고는 하도
예뻐 뿌리채 뽑아와 집 화분에 심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꽃은 시들고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커다란 후회를
했죠. 한 생명을 없앴다는 자괴감 때문에......
다시는 그런
어리석은 일이 없을 것입니다.
힘들게 힘들게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특히 앞서가는
저 친구는 무릎의 통증을 참아가며 오르느라
10배는 더
힘들었으리라.
오죽하면 도로
내려갔으면 하는 못된 생각까지 했을까.
드디어 능선엘
올랐다. 고생 끝, 즐거움 시작.
구룡덕봉과
주억봉이 갈라지는 삼거리의 산행표시판.
산이
높아서일까. 이제야 철쭉이 봉우리를 열기 시작한다.
무리지어 핀
붉은 철쭉을 보니 경이스럽기까지하다.
주억봉으로 발
길을 옮긴다.
혹시 철쭉이
아니라 진달래인가?
잎사귀가 없는
것을 보면 진달래같기도 하고 꽃잎의 두터움을 보면
철쭉같기도하고
.....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예쁨을
봄에 굳이 사리분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쁨은 예쁨일
뿐이다.
기분 좋은
능선길.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아래세상에서의
골치아픈 일들이 문득문득 떠오르지만 섬광과
같은 찰라에
사라질 뿐이다.
머리 속은 온통
능선을 걷는 여유로운 즐거움에 가득차있다.
그렇게 편하디
편한 마음으로 능선을 걷다보니 어느새 방태산의 주봉인
주억봉엘
올랐다. 08:30. 정상 표시판이 참으로 소박하다.
들머리 산행
표시판에는 이 곳까지 4시간 소요라고 씌여져 있었으나
2시간 30분
소요.
옅은 안개로
인해 시야가 썩 좋지는 못하지만 진달래( 혹은 철쭉) 군락이
무리지어 그
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울긋불긋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인가?
금년 겨울산에
홀딱 빠져 산행을 시작한 이후 19번째 봉우리이다.
산정을 오를 때
마다 아랫세상의 온갖 것들을 벗어놓고나 또는 내팽겨쳐 놓았으니
오늘 이 곳
방태산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보니
주변에 온갖 것들이 많이도 쌓여있음을 본다.
하기야 나만
벗어놓았겠는가?
정상의 군
시설물 잔해.
버림을 당한
문명의 최후는 저토록 볼쌍사납다.
누군가에 의해
큰 소용에 쓰여 졌겠지만 그 효용이 끝나면
저렇게 폐품으로
버림을 받는 것이 바로 문명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러한 것을 아마도 토사구팽이라고 하지.
진달래 혹은
철쭉으로 둘러쌓인 정상에서 한 잔 막걸리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오늘
새벽 밤을 새워가며 몽땅 마셔 버린 대가로 생수로 대신한다.
이렇게 허전할
수가...
산을 오르며
만난 인천의 박선생도 함께 자리를 했다. 집을 떠난 지 10일째란다.
내일은 설악을
오른다고. 아이고 부러워라.
진달래 혹은
철쭉 군락.
한창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뉘가 본다고.
그냥 그렇게
피어있을 뿐이다. 절대의 가치이다.
자연의 모든
존재는 그렇게 ......일 뿐이거늘 뉘라서 감히
헤아리는가.
가소롭지 아니한가.
주억봉을 지나
능선길은 계속되고 주변의 나뭇가지들은 서로 엉키어 묘한 세상을
연출하고 있다.
이름모를 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마치 잘 가꾸어진 정원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뒤 돌아서
바라 본 주억봉과 능선의 모습
곱다. 암릉이
없는 산길은 재미는 없어도 뒤돌아서 바라보면
부드러운 곡선이
한 복의 선을 닮았고 초가의 선을 닮았다.
한국의 곡선미
이다.
능선가에 핀
이름모를 꽃.
집에 돌아와
김태정씨의 꽃책을 찾아 봤으나 찾을 수 없었다.
막상 찾아봐 알
수 없으면 더욱 궁금해지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사람의 맘이란
참.....묘한 것.
드디어 암릉을
만난다. 심심했던 능선길에 활기가 생긴다.
지루한 산행길에
간혹 이런 맛도 있어야 재미가 있음이다.
헌데 이 친구는
두 개의 배낭을 겹쳐 메어야만 했다.
그 이유는 굳이
밝히지 않기로 한다.
암봉을 비껴서
서있는 고사된 주목들.
많은 주목들이
고사되어있는 곳을 지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수령이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많은 주목들이 고사되어있다.
푸른 숲 사이에
삐죽 삐죽 솟아 있는 고사된 주목들이 안타가움을 더한다.
암릉을 내려서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초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음에....
몇해전 곰배령을
올라 놀라왔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하다.
아. 자연의
신기함이여.
어릴적 소풍을
가 왕릉 잔디에서 구르던 생각이 난다.
구르고 싶다.
구르고 싶다. 초원을 구르고 싶다.
암릉 건너편이
바로 초원지대.
무슨 곳이라고
이야기는 들었으나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푸른초원이라는 것 외에는....
하기야 그
불리움이 어떠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태초의 불리움이
아니라 분별심에 의한 허명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아니 이 곳에서
봄구슬봉이를 만나다니.....
마치 어릴적
불알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더구나 한
송이가 아니라 군락 지어 피어 있음에 어릴 적 친구
모두를 만난
듯싶다.
헌데....
괜히 사진을 올리는 것은 아닐까. 기우이기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편한 곳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아래 세상을
바라본다. 부처가 되어 무엇이 보이는가.
탐, 진, 치
3독이 보이는가
아니 그냥
초원에 앉아있을 뿐이다.
초원에서 온
길을 되돌아 본다.
아름다운
방태산, 부드러운 곡선의 방태산. 온갖 푸르름이 가득찬 방태산.
지루하지 말라고
짧은 암릉도 있는 넓은 가슴의 방태산.
하늘의 꽃밭을
일군 방태산.
내려가야 할 발
길이 무겁다. 내려가기가 싫다. 꼭 내려가야만 하는 것 일까?.
곰취로 착각하면
큰일. 노란 꽃을 피운 동의나물 군락이다.
내려오면서 보니
동의나물의 대궁이 뜯겨진 흔적이 많다.
먹을 수 없는
독초인데....
방태산의
산사태. 9부능선부터 무너져 내려있다. 두려움이......
초원에는 십자의
갈림길이 있다. 주억봉에서의 방향에서
왼쪽으로는
약수(개인약수?)로 내려가는 길.
오른쪽으로는
방태산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
똑바로 작은
봉우리를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역시 방태산 휴양림 방향.
원점 회귀한다면
반드시 작은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가야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산사태로
험하게 무너져 버린 무명의 방태산계곡을 타고 내려와야한다. 무려 3시간 30분이나 걸렸다.
12시 30분에
초원을 출발하여 4시에 겨우 휴양림 입구에 도착했으니 그 어려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옳을까.
무너진 계곡을
내려 오느라고 완전 탈진. 더구나
이런 돌밭을
또한 40분가량 지나야 한다.
무려 여섯
번이나 뒤로 자빠져야만 했다.
몇해전
아침가리골 오프로드에서도 죽을 고생을 했는데
그 연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가 보다.
방태산 날머리.
길이 보이자 그럴 수 없이 반갑다.
이젠 다
내려왔구나 하는 안도감에 그나마 남아있던 힘마져
몽땅 빠져
버린다.
그러나 이
곳에서부터 휴양림 입구까지는 또 30여분.
길을 잘못잡았던
죄(!)값을 톡톡히 해야만 했다.
그리고
후기.
아무런 사전
예비 조사도 없이 무작정 오른 산행이었다.
산을 오르기 전
반드시 들러보았던 "한국의 산하" 싸이트조차
들여다 보지
않았다.
몇해전의
오프로드 역시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대어들어 많은 고생을 했는데
이번 산행도
묘하게 같은 전철을 밟은 꼴이 되고 말았다.
특히 지도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산행 내내 부담이 되었다.
근교의 산도
지도를 지니고 올랐는데 명색이 그래도 강원도의 산인데
빈 손으로
오르다니..... 싸지. 싸.
돌아오는 길엔
진동계곡의 두무대 송어회집에서 송어회와 소주한잔을 하며
동기들의
"다시는 밤10시에 출발하지 못하겠다"는 불평과 불만을 들어야했다.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며 소나기가 내린다.
만일 산사태로
무너진 계곡에서 이 소나기를 만났더라면.... 끔찍하다.
온 길을 되집어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경.
꼬박 24시간의
여행과 산행이었다.
헌데 다시
방태산 생각이 간절하니 무슨 연유에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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