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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공산 구간종주(제1구간 - 빗속의 진남문)

  올린이 : 진맹익   2003/05/27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팔공산 구간종주(제1구간 - 빗속의 진남문)

팔공산 구간종주(1구간 -빗속의 진남문)


토요일(24일) 휴대폰에 불이난다.
내일 일요일이 총동창회 행사가 있는지라 동기 회장 녀석의 거의
협박에 가까운 통화음이 마음을 산란케 한다.
작년 행사때 우연찮게 마음에도 없는 씨름 선수로 출전했다가
승승장구 결승까지 올라가 도체전 대표인 상대를 패대기치는 대회
최고의 파란을 일으킨 후부터는 매년 심부름이나 허드렛 일을 하던
신분에서 일약 몸값 귀하신 분으로 수직 상승하여 은근히 고무(?)되어
있었던바 동기 회장 녀석의 전화가 통 싫은 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연초록 싱그러운 녹음아래 팔공산의 등날을 밟는 즐거움을 포기
할수가 없어 만만한 사촌 동생을 또 팔아(결혼식이라고) 핑계에 변명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격앙된 동기 회장을 어루만지니 놈은 그래도 찬조는
필수라며 셈 빠른 잇속을 내보인다.
저녁 식사후에 대구 누님댁에 도착하니 매형은 오랜만에 처남과 술잔 기울일
재미에 진지도 거르고 기다리다가 산행 때문에 술잔을 마다하는 처남이
야속해 화풀이 쇰직하게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우중에 웬 산행이냐며....


베란다 너머 빗소리가 가슴을 때려 아린 눈꺼풀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엎치락 뒤치락 괜한 화장실만 들락 거리니 끊은지 3년이 지난 담배가 간절
해지며 심란한 맘 금할길 없다.
그럭저럭 새벽 4시가 되어 이것저것 챙겨 주섬주섬 보따리 만들어
머리맡에 두고 현관문을 밀치니 허어.. 그놈의 비 참 장하게도 온다.
보따리 질질끌며 나서려 하니 아내가 조금만 기다렸다가 비님이 화가 조금
누그러지시면 가랜다.


5시 반이 되어 도저히 참지 못하고 보따리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비는 비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불협화음을 쏟아내며 푸지게 퍼붓고
불어 재낀다. 젠장맞을 ..... 칠곡 동명을 지나 908번 지방도를 따라
한티재를 오른다. 한번도 진남문을 가본적이 없어 왼편을 잘 살피며
천천히 오르는데 어라 웬 비행기가 추락해 나뭇사이에 걸려있네 .
이상도해라 . 뉴스엔 한티재에 비행기 추락 기사는 없던데.... 궁금증을
맍지작 거리며 한참을 오르니 어라... 진남문은 어디가고 한티재 휴게소가 나오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서니 뉴스에 전 통령의 아드님이 10억을 받았네 말았네
참말 국가적인 망신거리를 보도하고 있다. 부끄러운 노릇이다.
조선의 4대 선치 인군으로 꼽히던 정조도 그 아비 사도 세자의 능과 현륭원을 수축하면서
돈이 달렸던지 각도의 영장들에게돈을 올리라 했다. 그때 선전관으로 있던 이만식에게
왕이 한마디 하셨다. 통제사인 너의 숙부 이윤경에게 3000 냥만 보내란 편지 하라고.....
이만식은 이만 저만 딱하게 된게 아니였다. 청렴결백한 그의 숙부가 이를 들어줄 까닭이
없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어명 인지라 이만식은 편지를 썼다. 상께서 엽전 좀 보내랍신다고....


그러나 우려 했던대로 이윤경의 답장은 단호했다.
신하가 사사로이 위에 돈을 보내는 일도 없거니와 설사 시킨신다고 해도 못합니다하고
간해야지 그걸 편지로 쓰는 네놈은 인군도 숙부도 섬길줄 모르는 무식한놈이니 즉시
벼슬을 그만두고 집에서 근신하라고...
나중 정조는 이편지를 대신들에게 돌리며 감탄 하셨고 어진 신하가 있음을 기뻐 하셨다.
참 비교된다. 이윤경 같은 분이 지금 계셨다면 왜 암에푸가 왔을꼬.....


한참을 내려오니 아까 추락한 비행기 오른편으로 진남문 가는 길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어째 저게 안 보였을까?
얼마 안가 왼편으로 진남문 길이 조금위엔 주차장과 혜원정사가 보인다.
아무도 없는 텅빈 주차장에 나 홀로 외로이 서있으니 오늘만은 팔공산 전부가 내것
인겄 같아 마음이 한없이 부유해지는데 차안의 스트레오엔 케논의 피아노 변주곡이
잔잔히 흘러나와 내리는 비와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우선 스패츠부터 하고 배낭 커버 씌우고 윈드재킷 단단히 여미고 차문을 나선다.
차단목을 지나 걷기좋게 깔려있는 자갈을 밟으며 가다 힐끗 뒤를 보니 이젠 10년이
다된 고물 더블캡 내애마가 빗속에 초라하게 서있다.
한100 여미터 올랐나 ? 문득 내가 나무가되고 비가 되고 산이 되었다는 생각에 갑자기
두다리에 힘이 불끈 불끈 솟아 오른다. 온산 팔공산이 내겄이고 내가 팔공산의너른품에
아우러져 나와 산의 경계가 모호해진 겄 같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힘차게 힘차게 출발했다. 어디로 ? 대명동 누나 집으로...


2003년 5월 27일 끝.




#각 구간별 도달거리.

*06 30분 ....진남문 주차장.
*06 45분.....자갈길 100m 지점.

#팔공산 종주 1 구간은 이렇게 짧게 잡았읍니다. 2구간은 6월 중순으로
계획하고 있읍니다. 모두모두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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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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