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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최고의 명산은 구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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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최고의 명산은 구봉산
어제 오후 구봉산엘 다녀왔다. 자전거를 타고 가수원을 지나 은아 아파트 단지에 들어갔다.은아 아파트 길에는 소매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한
빵집에서 도너츠를 구입했다. 얼마 후 아직 손바닥만큼 남아 있는 논이 나타났고 아스팔트 길을 걸어 빼울 약수터에 도달했다. 자전거를 약수터 옆
터에 세워놓고, 빼울 약수터에서 약수를 물통에 넣은 뒤 드디어 오르기 시작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능선에 도달했다. 저기압이라 하늘엔 구름이
끼었으나 엊그제 내린 비로 천하는 씻은 듯이 깨끗하여 사방의 명산들이 코 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했다.
아! 그 푸른 기운을 뭐라
말하랴? 녹색에 빠졌다고 말하랴? 청색에 젖었다고 이르랴? 아름답고 신비로운 기운에 휩싸여 능선을 걷는 것도 잊고 사방의 경관을 바라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보문산이 저토록 아기자기했던가? 식장산이 저토록 의기양양했던가? 계족산 능선이 저토록 푸근했던가? 아! 서대산은 참으로 웅대하게
버티고 있구나! 저건 또 뭔가? 저게 바로 대둔산 아닌가? 오호라! 계룡산도 빼놓을 수 없구나! 계룡산아, 너는 충청도의
진산이렸다!
구봉산은 대전 최고의 명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발 264미터 밖에 안 되는 높이임에도 이 산을 그 어떤 높은
산보다 높이 칠 수 있는 이유는 이 산이 솟구친 모양이 매우 장엄하며 연달아 솟은 여러 봉우리들에서 발산되는 힘이 계룡산의 자연성릉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산의 매력은 처음에 와서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 산은 광주의 무등산,대구의 팔공산에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다.
이 산의 능선은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이 산은 대전이라는 대도시와 그 반대편의 녹색 자연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이 산에 올라서면 대전의 광대한 건물군이 눈에 들어오는가 하면 갑천 상류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산악군을 거느린
논산쪽의 자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조망은 계족산과 보문산을 훨씬 능가한다. 갑천이 휘돌아 흐르는 풍경은 안동 하회마을에 있다는 낙동강
굽이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대도시 대전의 개발이 이 청정지역에 미치는 바람에 구봉산의 절경이 크게 훼손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전쪽 구봉산에는 광활한 농경지가 펼쳐져 있었고, 산자락에는 과수원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아파트촌이 들어섰고, 산 바로
아래에는 남부 순환 고속도로가 건설되었다. 산능선에서 자동차 소리가 다 들린다. 옛 정취는 사라져버렸다. 구봉산만큼 높이 솟구친 아파트 촌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고향이 산산이 깨져버렸다. 누가 이 마음 알랴!
그럼에도 이 산이 대도시
대전의 팽창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는다.이 산이 있음으로써 대전이 흑석동 쪽으로 침투하는 것이 저지되고 있지 않은가? 이
산에서 대전을 등지고 흑석동 쪽을 바라보면 이 산의 위대성과 풍요로움을 확인할 수 있다. 호남선이 보이고 기적 소리가 들린다. 기차는 괴곡
터널을 통과해 호남으로 달린다. 나는 그 기차를 보며 다시 산들의 짙푸른 기운에 감탄한다. 바람은 또 얼마나 시원한가? 덥지 않은 날에 바람까지
부니 몸이 날아갈 것 같다. 우화등선이다! 이 산 바로 밑까지 아파트가 들어섰으나 이 산 반대편은 이토록 푸르러 수십 년 뒤에도 변치 않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면 계족산과 보문산도 인공의 침략을 물리치고 있는 산들 아닌가? 산이 있음으로써 인간의 마음 속에 "여기까지만
개발하라"는 소리없는 경고가 깊이 메아리치고 있는 게 아닌가?
이젠 정상이다. 육각정인가? 팔각정인가? 하필이면 정상에다 이런
건물을 세워놓았나? 좁은 정상에 그토록 덩치 큰 건물을 세워놓으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보문산과 계족산에도 있는 정자가 구봉산에도 있다니. 정자
없는 정상은 볼 수 없단 말이냐. 누구 발상인지? 정자를 세워놓아야 풍치가 있을 거라 생각했나? 오히려 지저분하고 유치하다.
벌써
정상이라니 가슴이 다 시원하다. 정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앉아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전망좋은 바위가 있다. 나는 그 바위에 앉아 한시간
이상이나 자연을 보며 즐거워했다. 서대산 정상에는 구름이 좀 끼어 있다. 대둔산은 여인네의 치마주름처럼 매혹적이다.
나는 이 산의
끝까지 주파할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실제 주파했다.거기가 어디인지 정확히 모른다. 나는 지명에는 자신이 없고,관심도 적다.내가 하산한 지점이
방동 저수지와 아주 가깝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곳에서 걷고 또 걸었다. 221번 버스 종점까지 가서 221번 버스를 탔다. 구봉산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아까 언급한 바대로 구봉산의 형상의 장엄함과 봉우리의 힘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에 밀어닥친 엄청난
개발은 계족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려버리는 바람에 그 훌륭한 모습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버렸다. 그놈의 아파트 단지 때문에 속상하다.
나는 은아 아파트 앞에 있는 육교에서 내렸다. 빼울 약수터까지 걸어서 자전거를 끌고 집에 돌아갔다. 아! 즐거운 날이었다. 내가
걸었던 그 길과 내가 보았던 그 푸른 산들은 아마 10년쯤 지나 아련한 기억으로 나를 즐겁게 할 것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자연과의 혼연일체로서의
희열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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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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