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자락에도 이젠 여름이
□ 산행일시 : 2003. 5. 18 (일) □ 산 행 자 : 나홀로
□ 날 씨 : 구름 많았다가 오후 점차 갬
□ 산행코스
삼공리주차장(02:30)→매표소(02:35)→백련사(04:00)→향적봉(05:30), 향적봉과 향적봉 대피소에서
20분간 휴식후 5시 50분 출발→중봉(06:10), 아침식사후 6시 30분 출발 →동엽령(07:30)→무룡산(09:00), 10분 휴식후 9시
10분 출발→삿갓재대피소(09:50), 참샘(60m 아래)에서 식수보충후 10시 출발→삿갓봉(10:35), 5분 휴식후 10시 40분
출발→월성재(12:00), 점심식사후 12시 30분 출발→남덕유산 도착(13:25), 10분간 휴식 후 13시 35분 하산→영각사
매표소도착(15:00)
□ 산행거리 : 총 26.1㎞
삼공리매표소→백련사(5.6㎞), 백련사→향적봉(2.5㎞), 향적봉→남덕유산(14.8㎞), 남덕
유산→영각사매표소(3.2㎞)
□ 소요시간 : 12시간 30분(휴식,식사시간 1시간 45분
포함)
□ 준 비 물
배낭, 모자, 스틱, 장갑, 우의, 바지, 자켓, 양말, 티샤스, 튀긴 주먹밥 2끼분, 생수 (500㎖ 3개),
포카리스웨트(500㎖ 1), 사과 1개, 사탕 1봉지, 자유시간 1봉지,영양갱 2개, 스틱, 상비약, 수건, 휴지외 기타 소품 등
□ 산행후기
매일 한번씩 산사이트에서 산행기를 읽어보면 존경스럽고 놀라운 분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일반 평지를 걷는것도 아닌데
험하디 험한 산길을 어떻게 저렇게 빨리, 또 먼길을 산행할까 싶고, 또 읽을수록 재미있는 문장력 등 나는 도저히 따라갈수 없지만 산행기를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5월 17일 미리 예약한 영동행 오후 4시 15분 기차를 부산 구포역에서 타고 드디어 덕유 산 종주길 장도에
올랐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지가 몇 달 안되어 덕유산을 종주한다는 것이 내한테는 무리겠지만 결심은 이미 선 것을 어찌하랴! 1주일전 부터
가슴이 설레었는데 마침내 떠나는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영동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저녁 7시 30분 삼공리(무주구천동)행 버스를 타고 삼공리 버스주차장에 9시 10분
도착하여 새벽 2시에 민박집 주인에게 모닝콜을 부탁하고 여장을 풀었다.
ㅇ 삼공리주차장 02:30 출발
새벽 2시 30분 어둠을 헤치고 보무도 당당히 민박집을 출발하여 매표소를 간단히 통과(관리인이 없어 2,600원
벌었다.). 새벽에 올라가는 산행객이 좀 있겠다 싶었는데 아무도 없어 나홀로 산행이 되었다. 이때까지 다른산을 몇 번 종주했지만 항상
나홀로였다.
나홀로 산행의 묘미는 단체산행에서의 기다림이 필요없고 앞서가는 사람에게뒤처지는 부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 개념도
크게 염두에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산행 구비마다 산천도 두루 구경하면서 쉬고 싶을 때 쉬고 계속 가고싶을 때 갈수있는 장점도 있어 나홀로
산행도 때로는 괜찮을 것 같다.
숲속이 생각보다는 크게 어둡지 않았다. 헤드랜턴과 손 전등을 번갈아 켜고 꺼면서 우측으로는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소리와 좌측으로는 고요함에 무슨 새소린지 모를 규칙적인 소리를 들으면서 호젓한 도로와 산길을 걸어 부지런히 올라갔다.
도로 군데군데 포장을 위해 공사중이었는데 포장길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히 백련사로 올라가면서 몇군데 화장실을
통과할때는 옛날 어르신들이 이야기해준 귀신 이야기가 생각나 때론 겁도 났지만 이젠 어쩔도리가 없었다. 백련사 일주문을 뒤로하여 올라가니
대웅전에는 스님의 새벽 예불과 함께 불자 몇 명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ㅇ 백련사 04:00 도착, 출발
대웅전 우측의 등산로라 씌여있는 조그마한 나무다리를 건넌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초입부터 나무계단을 밟으면서
산행이 시작되었는데 향적봉 정상까지 줄곳 나무다리와 돌다리의 연속이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안개비를 맞으면서 올라가니 힘든줄도 모르겠고 공기 또한 도시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다. 조금씩 가다가 심호흡을 한번씩 크게 해보면서 공기를 마셔본다. 언제 이런 공기를 또 마셔보겠나 생각을 하면서... 오늘 이렇게 일찍
올라온 것은 사실 정상에서의 일출을 보기위해서인데 구름속에 묻혀 전혀 볼수가 없었다.
ㅇ 향적봉 05:30 도착, 05:50 출발
일출을 보지못한 아쉬움을 달래보면서 향적봉 정상에 올라오니 날씨가 산 아래하고는 달랐다. 싸늘한 날씨에 가져간
자켓을 걸쳐 입었다. 언제나 사람이 끊이지않는 향적봉 정상이 오늘은 아무도 없었다. 향적봉에서 바라본 남덕유산방향 산아래의 운해가 일대
장관이었다. 얼른 사진 1컷트하고 올라온 기념으로 흔적을 표시한 후 대피소에 내려가 식수를 보충하고 곧바로 중봉으로 출발하였다.
중봉으로 출발하는 발걸음이 여느때보다 상쾌하다. 구름이 잔뜩 끼였지만 오늘 날씨가 산행하기는 아주 좋은 것 같다.
오늘 산행이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맑은 새벽 안개비를 맞아서 였을까?
ㅇ 중봉 06:10 도착, 06:30 출발
아무튼 상쾌하고 맑은 기분으로 중봉에 도착하여 집에서 정성들여 준비해준 튀긴 주먹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저 아득히
멀리 보이는 남덕유산 자락을 한번 힐껏 보면서 또다시 출발하였다. 중봉에서 직진하면 오수자굴을 거쳐 백련사로 향하고 우측길로 내려가면 동엽령으로
가는 길이다. 중봉은 향적봉에 묻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높이가 1,594m나 되는 고봉이라 할수있다. 중봉에서 동엽령 가는길엔 나무 계단길도
있고 약간 가파랐는데 이른 새벽이어서 그런지 산행객이 몇 명 없었다.
향적봉에서 중봉과 덕유평전을 지나 동엽령, 무룡산, 삿갓봉, 월성재에서 마지막 남덕유산으로 연결되는 덕유산 능선은
너무나 광활하여 단전을 통해 크게 심호흡을 하면 가슴이 활짝 트이는 것같이 조망이 너무도 좋다. 아침 햇살이 구름에 가리어 볼수 없었지만 양
사방의 준봉은 그야말로 그림과 같았다.
쉬엄쉬엄 백암봉에 올라오니 정상 비석옆에 1인용 야영텐트가 있었다. 참 앙증맞기도 해라! 한사람이 눕기도
어려운 그런 작은 텐트였다. 어느 산꾼이 정상에서 야영을 했나? 기침을 해도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아무 기척이 없었다. 비석옆 움푹파인 공간이
야영장소로는 기가 막히게 좋게 보였다. 야심한 밤에 이런데서 야영할수 있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부러워보였다. 나는 언제 저렇게 해볼수 있을까...
구름속에 숨은 햇살이 서서히 제모습을 드러내는걸 보면서 동엽령으로 향한다. 이제는 땀방울이 송이송이 맺히기 시작한다. 덥다.
ㅇ 동엽령 07:30 도착, 출발
중봉에서 동엽령 가는동안 한사람도 못만났다. 동엽령에서 무룡산까지 이름모를 봉우리를 몇 개 넘는 사이 많은 시간이
흘렀다. 거리상으로는 반환점이 넘은 것 같은데 시간상으로는 반이나 왔는지 모르겠다.
ㅇ 무룡산 09:00 도착, 09:10 출발
무룡산에서 서울에서 오신 여자두분과 잠시 환담. 여자 두사람이 덕유산을 종주한다니 내가 생각하기에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얼굴을 보니 힘든 표정이 전혀 없었다. 남덕유와 장수덕유(서봉)를 바라보면서 서로간에 1컷트하고 10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몸상태
중간점검. 아직은 이상이 없다. 무룡산을 내려와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삿갓재 대피소가 저 아래 보였다.
ㅇ 삿갓재 대피소 09:50 도착, 10:00 출발
삿갓재 대피소의 좌측 계단길을 60m만 내려가면 참샘이 있어 식수는 거기서 보충하면 될 것 같고, 끝까지 종주하는데
무리다 싶으면 좌측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으니 대피소에서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삿갓재 대피소는 여느 다른 대피소보다 시설은 괜찮은 것 같았으며 요즘은 산행객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예약을 하지
않아도 여기서 숙식은 해결될 것 같다. 삿갓재대피소에서 다시 약간 가파른 길로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삿갓봉이 나온다.
ㅇ 삿갓봉 10:35 도착, 10:40 출발
삿갓처럼 생겨 삿갓봉이라 했는지 삿갓봉 정상에서 하늘을 보니 아침의 구름은 온데간데없이 맑은 하늘만 보였다. 사방
봉우리들의 조망 역시 장쾌하기 이를데없었다. 백두대간팀과 휴식을 취하면서 산에 대한 서로간의 정보를 교환하였다. 젊은 사람들이었는데 첫째와 셋째
토요일에 서로만나 구간별로 종주를 하는 모양인데 나는 언제 저렇게 할수 있을까? 백두대간과 정맥 구간별 종주하는게 나의 산에 대한 마지막 목표라
할수 있는데 언젠가는 기회가 오지 않겠나 생각을 해본다.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니 많이 온것도 같은데 남덕유산 정상은 아직도 멀게 느껴지고 아주 거대하게
보여진다. 새벽 2시 30분부터 쉬지않고 걸어서 그런지 삿갓봉을 지나 내려오면서부터 오른쪽 무릎이 서서히 아파온다. 아직 갈길은 먼 것 같은데
말이다. 처음에는 상쾌하게 출발했는데 앞으로 힘든 산행이 될것같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삿갓봉을 내려오면서 아픈 다리로 남덕유산까지의 몇 개가 있는 봉우리들을 바라보니 갈길이 아득하다. 우측 아픈 다리를
이끌고 쉬엄쉬엄 가다보니 그래도 거리는 좁혀지는지 어느새 월성재다. 남덕유산이 이제 1.4㎞ 남았다.
ㅇ 월성재 12:00 도착, 12:30 출발
금방 도착할 것 같은 거리인데 그 거리가 아주 멀게 느껴지는 건 웬일일까? 정상이 아닌 우측 무릎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하산할수도 없다. 황점으로 내려갈수도 있지만 버스가 언제 있을지도 모르는 사항이고 그래도 벼르고 벼르던 덕유산 종주인데
예서 말수는 없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저 까마득히 높게 보이는 남덕유산을 한걸음 한걸음 치고 올라갔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역시
힘들었다. 30분 거리를 한시간이상 걸었다. 무릎은 점점더 아파오고 이제는 무릎을 구부리기도 힘들었다. 이를 악물고 한걸음씩 드디어 정상 바위가
보인다.
우측 바로 앞에 힘차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서봉인가? 2월달에 왔을땐 구름과 눈발로 한치앞도 볼 수 없어 몰랐는데,
지금보니 서봉이 아주 가까웠다. 눈 짐작으로 남덕유산과 높이가 비슷했다.
ㅇ 남덕유산 13:25 도착, 13:35 하산
아! 나도 드디어 해냈구나. 비록 다리는 아프지만 기뻤다. 2월달에 올라보고 거의 3개월만에 남덕유를 다시 밟아보니
감개무량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당초 계획으로는 시간만 되면 서봉까지 갔다 오려고 했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서봉엘 못가보는게 못내 아쉬웠지만
이만큼 온것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지나온 봉우리들을 다시한번 바라다보았다. 희미한 구름으로 인하여 저 멀리 중봉있는데는 볼수없었지만 저 먼데서
여기까지 왔나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했다. 몇 달전만 해도 내가 감히 종주를 어떻게 하겠나 했는데...
정상에서 10분쯤 쉬다보니 이제는 내려갈일이 꿈만 같았다. 저 공포의 철계단과 영각사 매표소까지의 너덜지대를
한쪽다리로 어떻게 가나? 아찔했다. 함양행 2시 15분 버스는 도저히 탈 수 없고 4시 45분 버스를 타려면 시간은 많이 남아 천천히 스틱에
의지하여 계곡물에 발도 담가보는 여유를 부리면서 매표소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종주를 몇 번 해봤지만 덕유산 종주는 새벽 2시 30분부터 장장 12시간 30분간 이때까지의 산행중 최장시간이었고
산꾼도 아닌 내한테는 덕유산 종주가 힘들었다고 할수 있었다. 이것으로 덕유산 종주는 무사히 마쳤다. 이번 산행중에 느낀 것은 나도 할수있다는
것과 장거리 산행시에는 평소 꾸준한 체력안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영각사에서 함양까지 함양에서 진주로 진주에서 부산 서부터미널로 터미널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앞 정류소에 내려 마지막 도보로 집에 도착하니 육체적으로는 힘든 하루였지만 한편으로는 보람있고 만족할만한 산행이었다고 스스로 자위해 보면서
황홀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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