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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단독종주 첫 체험기

  올린이 : 바람처럼  2003/05/20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지리산 단독종주 첫 체험기

1. 일시 : 2003. 5. 15∼5. 16
2. 종주코스 : 성삼재 → 세석(1박) → 천황봉 → 장터목 → 백무동 (총 종주거리 : 35.9Km)
3. 종주기

내가 지리산 주능선 종주를 할 생각을 하게 된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회사생활을 하며 15년 넘게 일에만 매달리다보니 40대를 넘기면서 시작된 급격한 체력저하로 쉽게
피로를 느끼곤 하여 이러한 상태가 계속 되어서는 않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에따라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가장 좋은 방법으로 그때그때 여가를 활용한 산행을 하기로 결심했고 그 첫번째로 어느정도
무리가 따르더라도 말로만 듣던 지리산 종주를 해보기로 한것이다. 그리하여 현재 자신의 체력을 시험해
봄으로써 앞으로 계속될 산행에 자신감을 갖고자 하는 것이었다. 즉, 나자신의 체력에대한 시험무대로
삼고자 하였다.
둘째, 지리산은 임진왜란과 동학혁명, 해방이후 휴전까지 근대사의 민족 비극을 고스란히 간직하고있는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설움받고 쫗기던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최후를 이곳 지리산에서 맞이하였고 이런
현장을 직접 둘러봄으로써 아직도 계속되고있는 민족의 아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갖고자
함이었다.

<종주준비>
드디어 기회가 왔다. 회사에서 교대로 시행하고있는 휴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막상 종주결심을 하고나니 설래임과 함께 운동부족인 내가 과연 해낼수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교차되었다.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종주인대다가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잘 알기에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기로 하였다. 인터넷의 한국의산하 싸이트에있는 다른사람의 지리산종주기를 참고하였는데 그중에서도
단독종주기를 중심으로하여 계획을 짜나갔다. 다음으로 산행에 필료한 장비인데 소형 코펠과 버너는 작년에
구입한것이 있었고 이번에 새로이 윈드자켓, 등산화, 배낭, 등산용 긴팔과 바지를 약 2개월에 걸처 구입하였
다. 앞으로 계속될 산행에 대비하여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쓸만한 제품으로 준비하였는데, 회사의 산악회
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동료의 도움으로 매우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었다.
1박2일 일정으로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올라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코스의 각 구간별 거리와 예상시간,
거치게 될 여러봉우리들의 해발 높이를 상세히 기록하였다. 2주전부터 성삼재에서 천왕봉에 있는 주능선상의
산장과 봉우리, 샘터의 모든 지명을 순서대로 암기하고 각구간의 지형을 인터넷으로 사전 숙지하여 출발전에
구간별 경사도와 난이도를 머리속에 훤히 떠올릴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첫날 목적지인 세석산장과
전주에서 구례구역까지의 기차표를 예약하고 회사는 휴가를 냈다. 2일간 휴가였지만 휴무토요일과 일요일
까지 합하면 4일의 여가가 확보되어 1박2일 종주후 2일동안 충분히 피로가 회복되리라 생각되었다.

<출발:전주∼성삼재>
출발전날 저녁 준비물을 모두 배낭에 넣고 들어보니 저울이 없어 달아볼수는 없지만 10Kg이 훨씬넘어 보였다.
아마도 14-5Kg은 되는것 같은데 순간적으로 마른 체격을 지니고 힘도없는 내가 이것을 매고 종주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미 결심한것 실행에 옮기는것만 남았다고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밤에 출발하여야 하기에 잠을 자둘 필요가 있어 10시쯤 잠자리에 들기 시작하였으나 출발시간에 맞추어 깰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질 않았다. 비몽사몽간을 헤아리다 언뜻 정신이들어 시계를 보니 밤 1시가
되었다. 조금 이르지만 어짜피 잠이오지 않을것 같아 출발하기로 하였는데 윗집에 놀러간 아내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잠든 두 아들만 남겨두고 밖에서 문을 잠근체로 집을 나설수 밖에 없었다.
1시20분쯤 택시를 타고 10분만에 전주역에 도착하니 너무 일찍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예약한 기차표를
구입하고 대합실로 갔다. 평일이어서 몇사람 만이 앉거나 누워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를 탈 때까지 1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의자에 누워 자려고 하였으나 벌써 날타리가 달려들어 손등을 무는 바람에 간지러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앉아서 기다리다가 2시36분발 기차에 올라탔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잠을 청했으나 여전히 잠이
오질 않는다.
4시가되니 잠시후 구례구역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있었고 기차는 예정된 4시5분에 정확히 도착하였다.
얼마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구례구역은 행정구역상 전라남도에 위치하는데 구례시는 경상도에 있어 구례역
이라 하지않고 구례로 들어가는 입구라해서 구례구로 지어진 이름인 것이다.
역 앞에는 예상대로 택시가 대여섯대 대기하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삼재까지 택시비 절약을 위해 동행
할 사람을 찿았으나 평일에다가 흐린 날씨 탓인지 성삼재로 향하는 사람이없어 할 수 없이 혼자 택시를 탓다.
역을 빠져나간 택시는 총알처럼 달리더니 어느새 어둠에 쌓인 천은사 국립공원 매표소를 쏜살같이 통과한다.
새벽에 만이 누릴수있는 국립공원 무료입장인 것이다. 성삼재까지오르는 구불구불한 경사로도 평지달리듯
오른 택시가 성삼재에 도착한 시간은 4시30분이었다. 요금을 내려하니 2만5천원으로 알고있던 택시비가
얼마 전부터 3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혼자 온것만도 서러운데 3만원을 다내려 하니 눈물이 나올려고 한다.
그래, 속으로 택시기사도 열심히 벌어서 잘살아 가야지 하며 3만원을 내고 내려 트렁크에서 배낭을 꺼내니
택시는 쏜살갔이 어둠을 뚫고 사라진다. 출발전에 읽어본 산행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장면 이었다.

<성삼재∼노고단산장 : 2Km, 1시간소요(4:30∼5:30)>
5시 도착예정인 성삼재를 총알택시 덕분에 30분이나 일찍도착하였으나 해발 1,090m의 고지에는 가랑비와
함께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심한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급히 윈드자켓부터 꺼내입고
딸린 모자를 쓰고나니 한결 포근해진 느낌이다. 이어서 해드랜턴을 머리에 차고 배낭을 짊어진 다음 노고단
으로 오르는 포장도로를 찼았다. 코재까지는 낮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본적 있어 안개에 쌓인 어둠속에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진입로를 확인 할수 있었다.
드디어 지리산 1박2일 종주의 시작점을 출발하였다.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오르는데 포장이 워낙 잘 되있어
해드랜턴 불빛이 없이도 충분히 갈수가 있어 곧바로 배낭에 넣고 다시 오르기 시작하였다.
새로이 구입한 배낭은 제기능을 확실하게 발휘하였다. 어깨띠가 몸에 부담이 가지않도록 잘되있고 등의
형상에 맞추어 제작되어 착 달라붙는 느낌을 주었다. 문득 종주에 성공할것 같은 예감이 스치고 지니간다.
곧이어 새벽의 맑은 공기와 함께 이름모를 산새소리와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하던 상쾌함이 한순간으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발에서는 저절로 힘이 나는기분이다.
설래이는 마음으로 새소리를 벗삼아 약 30분쯤 오르니 화엄사 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코재에 도착했다.
어느덧 가랑비는 멈추고 서서히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였다. 계곡에서 올라오는 구름이 주위의 산자락을 타고
넘을 때마다 시야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산의 모습이 장관이어서 배낭를 내려 놓는것도 잊는채 서서
얼마간 넋을 잃고 바라만 볼수밖에 없었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장쾌한 장면인가?
다시 포장도로를 계속 올라 노고단 산장을 향했다. 아무도 오르는 이가 보이지않는다. 지금이시간에 종주에
나선 사람은 혼자뿐인것 같았다. 어느정도 워밍업이 되었는지 걷는것 과 호흡이 한결 수월해진 느낌이다.
이윽고 노고단산장에 도착하니 산장에서 자고 일어난 두어 사람이 아침 준비를 위해 취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쉬고있는데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3명이 배낭을 매고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이시간에 종주를 하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그를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다시 배낭을 매고 다음구간을 향하여 나아갔다.

<노고단산장∼임걸령샘 : 3Km, 1시간10분소요(5:40∼6:50)>
다시 출발하자 곧이어 포장도로가 끝나고 오솔길로 접어들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노고단으로 이르는 길목에 도달하니 입구는 닫혀있고 개방시간을 알리는 안내판만이 걸려있었다. 노고단
정상을 잠시 바라보다가 능선의 북쪽 사면을 따라 나있는 등산로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평지와 다름없는
길이어서 15분쯤 가니 길은 다시 능선위로 올라서며 앞에는 탁트인 평지가 나타났다. 예전에 맷돼지가 자주
출몰한다고 해서 돼지평전이라 이름지어진 곳이다. 이곳에서는 멀리 천왕봉까지 지리능선이 한눈에 들어서
야 할 곳이었지만 가까이 있을 반야봉마저 구름에가려 보이지를 않는다. 하지만 좌우 펼쳐진 첩첩산중의
산자락 들이 계곡에서 올라오는 구름에 순간순간 그모습을 드러내는데 장관이 따로 없었다. 평소 살아가면서
남기고 갈것이 무었이 있겠느냐 하는 생각에 사진찍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았
지만 다음에 다시 오게되면 꼭 가지고 와서 비경을 담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주위의 모습에 심취되어 혼자 독박을 쓴 택시비 3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니 일찍이 영원한 행복도 슬픔도 사랑도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살아가면서 슬픔과 어려움이 닥처도 행복과 슬픔은 교대로 찾아오게 되어있으니 크게 낙담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문득 시계를 보니 5시40분을 가라키고있었다. 노고단을 출발할때와 같은 시간이다.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날자 조정하는 단추가 나와 있어 시계가 멈추어 있는 것이다. 노고단에서 배낭을 다시 매면서 시계단추
가 배낭끈에 걸려 빠져있었던 것이다. 급히 꺼놓았던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6시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계를 다시 맞추고 잠시 가다 시계를 보니 제대로 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평편한길을 가다서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한 임걸령 샘에 다다랐다.
그런데 샘에는 50대가 넘어보이는 건장한 사람 2명이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배낭을 싸려 하고 있었다. 아니 나
보다 이곳에 먼저 와있는 사람이 있다니? 물어보니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오늘 세석까지 간다고 한다. 나의
계획가 같은데 아마도 4시 이전에 성삼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여진다.
물 맛이 가장 좋다는 임걸령 샘물을 받아 마시고 먼저온 두사람이 노루목으로 향하는 경사로로 오르는 모습
을 보며 아침식사 준비를 하였다. 아침은 미리 준비해 온 김밥 도시락과 포장김치로 해결하였다. 식사후
샘물로 다가가 물을 마시고 가지고 온 500mm 팻병에 다시 물을 채우고 있느데 어느틈에 나타난 다람쥐가
떨어진 밥풀에 다가와 깨끗하게 먹어치우고 있는 것이다. 그 귀여운 모습을 사라질때까지 마냥 바라보고 서
있었다. 잠시 앉아서 쉬다가 일어나 팔을 앞뒤로 서너번 휘저으며 가볍게 몸을 풀고 다시 배낭을 매었다.
계획한 시간보다 30분 빠른 시간이었다.

<임걸령샘∼토끼봉 : 4.1Km, 2시간10분소요(7:40∼9:50)>
임결령 샘을 뒤로하자마자 곧바로 급경사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제법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등에 땀이
차는것이 이제 제대로 올라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씩 숨을 돌리며 30여분을 오르니 주능선과
반야봉으로 갈림길이 나있는 노루목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길을 잘못들어 반야봉으로 향하게 되면 1시간30분
이상 지체 되느것을 출발하기 전에 미리확인 했었기에 지체없이 주능선길로 접어들었다. 후에 어느정도
체력이 확보되어 다시 종주를 하게되면 그때는 반야봉을 반듯이 둘러가리라 생각하면서….
그때 갑자기 뒤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한명이 반야봉쪽으로 접어들었고 뒤에있는 일행 두명중
한 사람이 그쪽으로 가면 않된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다른 여러 사람의 산행기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어 있지만 왜 이곳 노루목 삼거리에 이정표를 세워놓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멋 모르고 처음
오는 사람이 길을 잘못 들어설 위험이 가장 큰 곳이었다.
다시 걷기시작하여 내리막길을 잠시거쳐 조금 오르다보니 어느새 삼도봉이다. 삼도봉까지는 비교적 쉽게
온것이다. 미리 예상했었지만 여기까지는 크게 어려운 구간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배낭을 내려놓고 삼도봉 바위에 앉아 쉬는데 먼저 와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사탕을 건낸다. 고맙다고 하며
받고나서 알아보니 어제 벽소령에서 1박하고 나와는 반대방향으로 역종주를 하고있는 아주머니였다. 대단한
생각이 들지 않을수 없었다.
삼도봉을 내려서니 곧바로 내리막으로 치닿는 나무계단이 시작되었다. 이곳 500여개가 넘는 나무계단 또한
산행기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사전에 미리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을 신나게 내려가고 있는데 임걸령 샘
에서 만났던 2명중 한사람이 힘겹게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같이온 일행 한명은 보이지않고 혼자 내려
가고 있었다. 체격은 건장한데 아마도 무릅에 이상이 온것 같았다. 부축을 하고 갈수도 없고해서 하는수없이
먼저 가겠다고 인사를 하고 계속해서 나무계단을 내려 갔다. 나무계단을 다 내려와서 조금가니 뱀사골로
이어지는 화개재에 도달했다. 시간은 정확히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계단을 내려온만큼 토끼봉으로 오르는 급경사 코스가 나오려니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또다시
오르막길을 호흡조절하며 오르기를 30분 가량했을까 전방 시야가 확 트이면서 돌자갈을 깔아놓아 휴식을
하기 좋게 꾸며놓은 토끼봉에 이르렀다. 막상 오르고 보니 토끼봉을 오르는것이 예상했던 것 보다 그리 힘들
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앉으니 먼저 쉬고있던 아주머니가 쌀과자를 권한다. 고마운 마음
으로 받고 나니 대학생으로 보이니 일행 2명이 올라오며 샘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나도 처음 종주를 하고
있었지만 마치 전에 가보기라도 한듯이 명선봉 조금 못미쳐 우측으로 20m쯤 내려가면 총각샘이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인터넷에서 얻은 사전정보 덕이었다. 약 15분가량 충분히 휴식을 취한후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토끼봉∼연하천산장 : 2.4Km, 1시간20분소요(10:10∼11:30)>
토끼봉에서 내리막길을 지나 명선봉으로 나아갔다. 오전까지 연하천에 도착할 계획이었는데 예상보다 순조
롭게 진행되어 마음이 가벼웠다. 명선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크게 가파른 구간없이 주위에는 오직 나무와 숲
으로만 가득 차있을 뿐 다른것은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한참을 가고 나니 등산로가 점차 오르막으로
접어면서 우측으로 높게 선 봉우리가 보인다. 구름에 봉우리 끝은 보이지 않았지만 명선봉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여기 어디쯤에 토끼봉에서 학생에게 알려준 총각샘으로 가는 샛길이 나있을텐데 아무리
살피며 가도 어딘지 알수가 없었다. 길은 조금씩 험해지기 시작하더니 나무계단이 나타났다. 이즈음부터는
조금씩 다리가 땡겨오는것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나무계단을 한참오르고 나니 또다시 나무계단이 시작되는데
이번에는 내리막이다. 게단을 다내려오니 잠시후 연하천 산장이 보였다. 사진에서 본 모습 그대로여서 전혀
낫설지가 않았다. 산장안으로 들어서니 관리인을 제외하고 한사람뿐으로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점심시간
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해 산장에는 모두 3명뿐인 것이다. 오늘은 사람이 없어 침실에서 식사를 해도
된다는 관리인의 말을 듣고 배낭을 풀었다. 점심은 아침과 마찬가지로 김밥 도시락과 포장김치로 해결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오전까지 그런데로 흐리기만 하던 날씨가 가는 비바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일기예보는
오전에 비가 내리다가 오후에 개이는것이었는데 반대로 되가고 있는 것이었다. 산장앞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서있기를 약20여분, 이제 오후 산행에 접어들 시간이 된것이다. 산장 바로앞에 있는 샘에서
식수를 보충한다음 관리인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배낭을 둘러 매고 산장을 나섰다.

<연하천산장∼벽소령산장 : 4.4Km, 1시간50분소요(12:30∼14:20)>
연하천 산장 앞마당은 철책으로 둘러 쌓여 천왕봉으로 가는 길이 눈에 뛰지 읺는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철책
한쪽 끝으로 가니 등산로를 알리는 표식이 서있어 천왕봉으로 방향을 잡고 나아갔다. 길은 산림보호를 위해
쳐 놓은 철책을 따라 평지로 이어져 있었다. 조금 지나자 좌우에 대나무로 가득찬 오솔길이 나타난다. 완전히
산에 파뭍힌 기분이들었고 사람들이 이래서 산를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가니 완경사 내리막
길로 접어드는데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갈수 있었다. 그런데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빗방울이 점점 심해지며
날씨가 갈수록 않좋아 지는 것이다. 윈드자켓이 방수와 방풍효과를 다해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지금까지
구입한 옷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형제봉에이르자 다시 크고 작은 돌로 형성된 너덜지대가 나오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었다. 이제
조금씩 걷는데 힘이들기 시작한다. 잠시 쉴만한 바위를 골라 앉아 준비해온 오이를 반토막 잘라 먹으니 순간
적으로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산행중 힘이들때 오이가 얼마나 좋은것인가 새삼 느껴졌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종주길에 나서 한참을 가고나니 길이 좀 좋아진다 싶었는데 갑자기 벽소령 산장이 오른
쪽에 나타났다. 물을 꺼내 마시고 몸을 풀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임걸령샘에서 만났던
사람이 나타나서 자기와 같이 오던 사람을 보았냐고 묻는다. 연하천부터 이곳 벽소령까지 아무도 못만났다고
하니 조금 실망하는 표정이다. 같이온 동료를 뒤에 놔두고 혼자 먼저 온것이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벽소령산장∼세석산장 : 4.6Km, 2시간50분소요(14:40∼18:45)>
휴식과 함께 몸을 좀 풀고 나서 벽소령을 출발했다. 여기부터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세석산장까지는 힘든구간
이라 알려져있으나 시간이 오후2시40분을 가리키고있어 계획한 5시30분 아니 늦어도 6시 까지는 도착하리라
생각되었다. 가랑비였지만 비바람은 게속되고 있었다. 한동안 평지로된 넓은길이 계속되었다. 이곳이 바로
임도구나 생각하며 소풍하는 기분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임도가 끝나고 길은 능선의 북쪽사면으로 접어들
면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쳤다. 바위로 된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그러다가 또다시 내리막길이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다. 이때부터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다리가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몇번을 가다쉬다 하며 바위를 건너기도 하고 급경사에 설치된 받줄을 잡고 기어오르기 하였다.
이제는 내리막길이 나오는것이 두려워졌다. 반듯이 그이상의 오르막길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희비애락이 반복되는 사람의 생애와 어찌도 그토록 똑같다고 생각되었다. 얼마를 왔는지 갑자기 넓은 마당이
앞에 나타나며 거기에 샘이 있는 것이다. 선비샘이었고 샘을보고서야 덕평봉에 온것을 알게되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샘물로 목을 축이고 나서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이제는
칠선봉과 영신봉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간식으로 가지고온 쵸코렛을 꺼내 한조각
물었다. 두개를 가지고 왔는데 하나는 그대로 있고 하나는 아직도 반이상이 남아 있었다.
또다시 걷기시작하는데 길이 갈수록 험해지고 곳곳에 받줄이 걸려있는 급경사가 계속 되었다. 줄을잡고
힘겹게기어 오르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더 올라가 보니 두명이 80리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배낭을 매고 역시 힘겁게 내려오고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나자 벽소령까지 얼마나 남았냐
고 묻는다. 내가 벽소령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2시간가량 걸렸다고 하니 그사람도 세석산장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2시간정도 걸렸다고 한다. 서로가 대략 중간지점 마주친 것이었다. 그들이 지나치고 나서 생각하니
세석산장까지는 앞으로 2시간을 더 가야하는것 아닌가? 그런데 시간은 4시반을 가리키고 있으니 어디선가
계획보다 1시간가량 지체되어 있는 것이다.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이었다.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종주계획을 세운 종이를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 거리를 확인해보니 분명 덕평봉에서 영신봉까지는 2Km로 되어
있는데 2시간을 더가야 하다니…. 그렇다면 한시간에 겨우 1Km밖에 못간다는 말이 아닌가?
이제는 몸도지쳐 발이 잘 옮겨지지 않고 있었다. 순간 오늘 종주는벽소령산장에서 멈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곳에 도착했을때가 2시20분이었으니 갈 길을 앞에 두고 멈출수가 없는것이 당연했다.
하는수 없이 다시 능선길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길이 아니라 크고 작은 바위덩어리로 이어지는 급경사
와 급하강 코스가 계속 되었다. 10분이상 쉬지않고 가기가 힘들어 또다시 가다 쉬다를 반복했다.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힘을 모두 쏱아붓지 않고서는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일곱 선녀가 서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칠선봉이라고 하는 봉우리가 있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영신봉은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힘에겨워 다시 배낭을 내리고 바위에 앉아 쉬는데 졸음이 오면서 눈이 감겨온다.
깜박 졸은 느낌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10분정도는 지난것 같았다. 마침 배낭안에 있는 오이가 생각나서
꺼내 먹으니 찬기운에 정신이 다시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눈보라치는 한겨울이나 악천후
에서 이러한 상황을 맞으면 여지없이 조난을 당하고 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마지막 힘을 다해 가보자 하며 다시 출발했다. 한동안을 또다시 오르내리면서 점차 고도를 높여가는데
앞에 봉우리가 나타나는 것같아 올라가보면 또다른 오르막길이 나오며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오르막길 철재 다리가 나타나 다리난간을 손으로 잡아끌며 힘겹게 오르니 그위에 또다른 철재 다리가 나온다.
눈앞이 가물거리기 시작한다. 겨우겨우 올라 다시 바위 경사길을 오르내리고 얼마를 왔을까 갑자기 봉우리에
올라서더니 앞에는 내리막길 나무계단이 나타났다. 기어이 영신봉에 오르고 세석산장으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에 이른 것이다. 언듯 시계를 보니 오후 6시35분이었다. 이곳에서 산장까지는 10분 밖에 안걸리는것으로
되어있으니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나무계단을 뛰다시피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갈수록 고지대에 넓게
펼쳐진 세석평전이 눈에들어오더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세석산장이 나타났다. 시간은 오후 6시45분으로
정확히 10분만에 뛰어내려온 것이다. 결국은 이때 지친몸으로 급히 뛰어내려 온 것이 무릅에 충격을 주어
다음날 하산길에 애를먹게 하고야 말았지만….
산장 관리사무실을 찾아가 예약을 확인하고 모포 2장을 받아 침실로 들어갔다. 모포를 먼저 펼쳐 잠자리를
만들어 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며 취사장과 샘으로 내려가는 길을 확인했다. 산장에 와있는
사람은 대략 30명도 안돼 보였다. 저녁준비를 하고 몸도 앃어야 하는데 너무피곤해서 잠시 누웠다 나와야겠
다고 생각하고 침실안으로 들어갔는데 파카를 입고 양말도 신은체로 그대로 잠이들고 말았다.

<세석산장∼장터목산장 : 3.4Km, 1시간40분소요(7:20∼9:00)>
간밤에 어렴풋이 들린 소음에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3시 인데 벌써 산행을 하려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곧바로 잠들어 다시 깨어보니 6시30분이다. 예정보다 30분 늦게 일어났지만 오늘은 천왕봉을 오른후 백무동
으로 하산하는 코스여서 충분하리라 생각 되었다. 자고난 덕분인지 몸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고 어제 저녁도
않먹고 그대로 잠이들었는데 별로 배고푼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침 준비를 위해 버너를 키는데 스위치를 여러 번 눌러도 불이 붙지를 않아 라이터로 몇번 갖다대 겨우 불을
붙일 수 있었다. 어느정도 열을 받아야 켜지는것 같았다.
햇반과 3분카레로 아침식사를 하는데 평소 아침을 안먹서 그런지 밥이 잘 먹히지를 않았다. 이제부터는 꼭
아침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식사를 마치고 취사장을 나와 휴식을 취하는데 밤새 날씨는 개여 구름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볼수 없었던 햇빛이다. 시야도 확 트여서 멀리까지 잘보였다.
배낭을 매고 다시 종주길에 나섰다. 세석산장을 뒤로하고 능선으로 오르는 잘 정돈된길을 따라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넓은 평원에 아늑히 자리잡은 세상산장이 그림처럼 펼쳐져있고 어제 힘겹게 오른 영신봉의
모습이 마주칠듯이 가까이 보였다. 저봉우리를 넘기가 그렇게도 힘들었단 말인가?
다시 오르는데 우측으로 늪지가 보였다. 이렇게 높은 고지에 늪지가 있는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였다.
잠시후 능선위에 오르니 산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가뿐한 느낌이 들게 하였다. 조금 더 가니 평지와
오르막길이 몇번씩 교차되면서 촛대봉에 이르렇고 가까이 제석봉과 천왕봉 정상이 보인다. 물을마시고 다시
길을 제촉하여 곧바로 연하봉을 지나고 20여분을 더 가서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사방으로 등산로가
나있어 항상 붐빈다는 곳이지만 오늘은 대여섯 사람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장터목산장∼천왕봉 : 2Km, 1시간10분소요(9:10∼10:20)>
장터목에서 오르는 길은 급한 돌계단 오르막길로 시작되었다. 계단을 오르다 힘들면 조금씩 쉬면서 다시
오르곤 하였다. 정상이 가까워 오면서 이제 내리막길은 없고 오르는 길 뿐이다. 계단을 다오르고 조금더가니
잘 조성된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지며 주위에는 고사목이 여기저기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좀처럼 보기힘든
장면이다.
이윽고 제석봉을 알리는 표식이 나타났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배낭을 내려놓고 뒤돌아보니 어제 하루종일
걸어왔던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러온다. 멀리 노고단과 반야봉이 보이고 중간 중간에 많은 봉우리들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순간 어제 저토록 기나긴 능선길을 나자신이 홀로 걸어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제는 구름과 비바람에 가려 멀리 보이지 않아 바로앞에 있는 봉우리만 보일듯 말듯한 상태에서
종주를 했던 것이다.
휴식을 마치고 이제 마지막 남은 최고봉인 천왕봉으로 향했다. 정상을 앞에두니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곧바로 지쳐 오르니 통천문이 나타나고 철계단을 갈지자로 오르는데 머리조심 경고문구가 붙어 있었다.
통천문을 빠져나오자 얼마 지나지않아 드디어 천왕봉(1,915.4m) 정상에 올라섰다. 시간은 오전 10시20분.
정상에는 4명이 미리 올라와 있었는데 인사를 하고나자 잠시후 2명이 하산을 하고 다른 두사람도 곧이어
하산을시작해 정상에는 나혼자만 남게 되었다. 한국인의 기상 이 새겨져있는 돌비석 조금 뒤쪽으로 발을 딛고
겨우 올라설수 있을만한 넓이의 바위가 있는데 그바위가 정상에서도 가장 높은 곳이었다. 그곳에 올라서서
천천히 돌면서 사방을 바라 보았다.
남쪽으로 중산리에서 올라오는 계곡이 보이고 동으로는 대원사로 내려가는 능선이, 북으로는 잠시후 하산을
하려는 백무동 계곡, 서쪽으로는 아스라히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 수많은 봉우리와 첩첩이 둘러쌓인
산자락들…. 아! 이곳이 바로 어머니의 산이로구나.

<천왕봉∼장터목산장 : 2Km, 1시간소요(10:40∼11:40)>
정상에서 20분간 머무른뒤 10시40분부터 하산하기 시작했다. 잠시후 통천문 철계단을 역으로 내려오고
탁트인 고사목 지대를 지나 제석봉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때부터 오른쪽 무릅이 조금씩 시끈거리기 시작해
왼쪽 발에 무게중심을 두며 오른쪽발은 가급적 힘을 들이지 않고 내려오기시작했다. 잠시후 장터목으로 내려
가는 돌계단에 다시 이르고 계단 내려와 산장에 도착했다. 조금 휴식을 취하는데 햇빛이 제법 내리쫴기
시작해 어제부터 계속입고 있던 윈드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점심은 가지고 온 라면을 끓여 해결했는데 라면 끓이는 실력은 수준급이어서 적당한 물의 양은 한눈에 알아
보고 준비하여 식사를 마치는데까지는 불과 15분도 체 안걸렸다.
이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백무동 향하는 마지막 하산길 만이 남아 있는데 3시간만 내려가면 되는 거리였다.

<장터목산장∼백무동 : 5.8Km, 4시간40분소요(12:30∼17:10)>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장터목 산장 뒤쪽에서 시작되어 잠시 동으로 향하다가 이내 북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돌로 이루어진 하산길이다. 약 30분 가량 지났을까 천왕봉에서 내려올때 왼쪽다리에 힘을 실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왼쪽 무릅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아까와는 반대로 오른쪽발에 힘을 실으면서 걸을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한참을 내려오는데 가끔씩 정상으로 오르는 사람을 만날수가 있었다.
옆에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시작 했는데 물흐르는 소리를 들으니 조금 기분이 시원해 지는 느낌이다.
한참을 더 힘겹게 내려오다 보니 참샘에 이르렀다. 하산길의 절반을 내려온것이다. 샘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병에 물을 채워 배낭에 넣었다. 시계를 보니오후2시반을 지나고 있었다. 왼쪽무릅이 아파 예상보다 훨씬 지체
되어 걱정이 되는데 마침 위에서 두사람이 내려오고 있어 백무동에서 막차가 몇시까지 있냐고 물으니 저녁
7시까지는 있을거라고 하여 조금 안심이 되었다.
다시 아픈 무릅을 이끌고 하산을 시작하여 천천히 내려오고있는데 학생 한명이 아버지와 함께 올라오면서
샘이 얼마나 가야 있냐고 물어 300m 정도만 올라가면 참샘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이제는 지리산에서 다른
사람에게 위치를 알려줄수 있는 상황이 된것이다.
그러나 왼쪽무릅은 힘을 전혀 주지 않고 내려오고 있는데도 점점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동바위에 이르자
왼쪽무릎을 전혀 굽힐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4시45분, 아직도 1.8Km를 더 내려
가야 했다. 이때부터는 걸어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반은 큰돌과 주위의 나무를 잡으며 기다시피 내려가게
되었는데 10분이상 지속하기가 힘들었다. 그야말로 정상적으로 걸리는 시간보다 3배는 지체 되는 것 같았다.
가금씩 하산하는사람들이 성큼성큼 앞서서 내려가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 어린시절 동내
뒷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올때는 그야말로 평지에서 뛰다시피 내려오곤 하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느덧 길은 점점 완만해지기 시작하더니 내려올수록 오솔길처럼 변해간다. 이때부터는 무릅을 굽히지않고도
걸을수 잇어 어느정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 걷다 보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백무동
야영장이 나타나고 그아래로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보였다. 이제야 겨우 다왔구나 하며 한숨을 돌린뒤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고 10분정도 쉬며 다리도 주무르고 무릅도 만지곤 하였다.
시간은 오후 5시가 되었는데 계획한 시간보다 2시간이 지났고, 정상적으로 3시간이면 되는 하산길을 아픈
무릅을 이끄며 4시간반만에 가까스로 내려온 것이었다. 이럴때 스틱이 있었으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텐데
생각하며 장비의 중요성이 확실히 느껴졌다.
앞에 보이는 가게로 가서지리산 등산로가 새겨져있는 파란 손수건을 기념으로 2천원에 사고 버스 시간을
물으니 자세히 알려준다. 10분쯤 더 내려가면 버스종점이 있다고 하여 그곳에 도착하니 5시10분이다.
이로써 성삼재에서부터 시작된 1박2일간의 지리산 단독종주를 처음으로 마치게 되었다.

<도착:백무동∼전주>
백무동 버스종점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르자 5시30분에 출발했다. 버스가 백무동 골짜기를 빠져나와
국도에 이르자 오전에 올랐던 천왕봉이 높이 시야에 들어왔다. 두어번 온적이 있는 실상사 앞을 지나 버스가
인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6시 정각. 요금 1,400원을 지불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전주로 가는 차표를 끊기
위해 매표창구로 가서 시간을 물으니 마침 6시10분차가 있어 바로 차표를 구입하고 조금 기다린 후에 바로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6시45분에 남원 터미널에 도착하여 승객을 하차시키고 다시 출발하여 전주에 도착하니
7시50분이 되었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터미널 앞의 중국집으로 가서 볶음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나와
바로 택시에 올랐다. 송천동으로 간다고 목적지를 말하고 잠시 있는데 택시가 잘가다가 갑자기 서신동 다리
위로 좌회전하여 가는 것이다. 기사에게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삼천동으로 간다고 한다. 송천동을 삼천동으로
잘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마지막까지 우여곡절을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기사는 곧바로 방향을 틀어
송천동으로 향하고 집에 도착하니 요금 4,300원이 나왔는데 잠시 엉뚱한 곳으로 간 탓에 4,000원만 받겠다고
하여 요금을 지불하고 내렸다.

<후기:지리산 종주에서 배운점>
자연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를 알고 세상을 살아가며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갖도록 하자.
산이 우리에게 보여준 깨끗함과 건강의 소중함을 알도록 하자.
지리산의 수많은 골짜기에서 생을 마감한 서러운 자들의 넑을 돼새기고 민족의 아픈현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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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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