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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공룡]
진수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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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공룡]
진수를 맛보다!
[설악공룡] 진수를 맛보다.
1. 산행지 : 설악산 공룡능선
2. 날 자 : ‘03년 5월
16~17일(무박2일)
3. 인 원 : 이온철(나홀로)
4. 준비물 : 2끼분 식사, 간식, 얼음물1리터,
물1.5리터외
5. 코 스 :
소공원매표소-비선대-마등령-1275봉-신선봉-무너미고개-희운각대피소 -양폭산장-비선대-매표소
6. 일 정
5.16일(금) - 22:30 강남고속터미널 심야우등 출발(\20,700) 5.17일(토) - 2:10 속초고속터미널
도착 - 3:00 소공원매표소 통과(택시 \15,000) - 3:40 비선대 직전 휴게소에서 조식(라면/밥/김치) - 4:40
출발 - 5:00 비선대 갈림길 통과 - 8:00 마등령 통과 - 12:20 무너미고개 통과, 희운각대피소
중식(떡라면/김치) - 13:10 출발 - 14:10 양폭산장통과 - 15:30 비선대도착, 휴식 - 17:00
소공원매표소 통과(시내버스로 고속터미널이동\750) - 18:00 강남행 우등고속버스 출발(\18,800) - 21:30
강남고속터미널 도착.
7. 후기
설악공룡으로 산행지를 정했다. 매주 산행하기 보다는 한달에 한 번 정도 장거리
산행을 하는 것이 이즘의 산행스타일이다. 오월의 공룡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산행전 신청멤버들이 자꾸 불어나 모두 7명이나
되었다. 양폭에서 하룻밤 머물며 쇠주 한 잔 하는 일정으로 산행계획을 꼼꼼하게 준비했다.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주간예보를
들여다보니 아뿔싸 17일 토요일에 비가 내린단다. 대체로 주간예보 정도는 잘 맞아들어 가고 있어 난감한 생각과 실망을 한꺼번에
맛본다. 아무래도 인원들에게 다짐과 확인을 받아두는 것이 좋겠다. 우중의 공룡산행은 심적인 중압감을 주기에 충분한 코스인
것이다.
헌데 같은 팀 5명이 너무도 간단하게 산행취소를 통보해왔다. 여자애들과 산행경험이 부족한 친구는 빠져도 되겠으나 전원
취소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달고 가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아예 안가는 것이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심한
배신감이 먼저 느껴진다. 아마도 그 5명의 누구와도 향후 산행을 제의하거나 동행하지 않을 것이다. 어려움도 함께 나누는 의리조차
없는 인간들과 산행을 계획했다는 자신에게 화가 치민다. 산사랑 아우마저도 화요일 점잖게 산행취소를 통보해왔다. 결국은 나홀로 산행이
되었다.
당일종주 산행으로 산행계획을 변경한다. 비가 오더라도 강우량이 많지 않으면 무조건 간다. 그리고 일주일 가는 동안
매일 저녘마다 술자리가 이어진다. 월요일은 월요멤버 술팅이 있고 화요일은 좋은 친구가 사무실 근처왔다고 들려서 채 술기운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한 잔 나누다보니 취해버렸고 수요일은 입가심으로 마신 맥주량이 솔찮게 많았고 목요일은 지방에서 들린 친구와 한
잔,
이제 산행출발일 금요일이 되었다. 오전에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JK형님-처음엔 누구더라 한참 더듬었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공주출신 형님이 동향 아우라고 쇠주 한 잔 하자시는데 거절하거나 연기하기가 곤란했다. 일마치고 약간 서둘러 퇴근하여
이마에서 땀이 떨어질 정도로 부리나케 배낭을 꾸려서 을지로 4가로 나간다. 먼저 술자리로 이동하려시던 형님과 사당동으로 이동,
자리를 잡는다. 한 술 하시는 분과의 술자리에서 몸사리거나 꽁무니를 뺄 수는 없는 일 - 과하리만치 많이 마셨다. 형님의 친구 한
분도 합석하여 부근 노래방에서 버스 시간 맟추기 위해 딱 한곡을 부르자마자 뛰었다.
벌써 취기가 구석구석 퍼져 있어서
택시에서 내려 예매한 버스표 받고 짐칸에 배낭 쳐박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벌써 속초터미널이고 사람들이 내리고
있다. 시계를 보니 두시 약간 넘은 시간이다. 곧바로 택시로 소공원 매표소로 향한다. 비몽사몽 어지럽고 졸립다.
소공원
매표소에 내려 막바로 통과한다. 경방이 완전해제되지 않은 기간이라 그런지 가을 단풍철에서 그 꼭두새벽에 나와서 요금을 챙기던 매표소는
조용하기만 하다. 비선대 올라가는 길은 어둠속에서 랜턴빛 따라 가며 물 흘러가는 소리만 요란하고 적요함 자체다. 비선대 도착하기
전에 망가진 휴게소 터에 탁자와 의자 자리가 있다. 작년 마등령 넘어가는 길에 아침 해먹던 자리다. 라면 끓이고 싸 간 밥 말아 달랑
김치에 한 그릇 먹고나니 졸음이 또 엄습한다. 커다란 후레쉬 든 일행이 지나가고 있다.
배낭을 꾸려놓고 잠깐 뒤로 누워 눈을
감는다. 간밤에는 마시지 말았어야 했는데 처음 초대한 술자리를 어찌 박정하게 마다했겠나. 잠시 눈감았다가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비선대 산장지나 구름다리 건너 산행갈림길을 통과한다. 대략 다섯시 직전이었을 게다. 금강굴 올라가는 길을 지나쳐 일단은
한고비를 넘기고보자는 심정으로 초기 오르막을 차분하게 올랐다.
하지만 진작부터 쏟아지는 졸음으로 비선대로 돌아가 잠이나 실컷 자자는
유혹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든다. 길옆에 배낭 벗어놓고 누웠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오늘 산행을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뜻 졸며자고
있는데 남자 두 사람이 또 누워있는 내 앞을 지나간다. 차림새가 약간 헐렁하다. 서울 근교산행에서나 볼 수 있는
차림새들이다.
이십분인가 삼십분인가 누워서 밝아오는 하늘보며 오늘 산행 못한다고 누가 날 죽이겠어-비선대로 당장 내려가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이 정신없이 파고든다. 무박산행이나 밤샘산행을 하면서 오늘같이 힘들고 고통스럽기는 처음이다. 내려갈까 말까 골백번을 궁리하고 머리
파다가 과감하게 일어섰다. 그렇다고 산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 가자. 마등령까지 가서도 못 견디겠으면 그 때 돌아서겠다.
물은
왜 그리 땡기는지 쉴 때마다 물병을 꺼내 벌컥 벌컥 마셔댄다. 앞에서 사람들 두런거리는 소리가 아까부터 나더니 얼마 안가서 일행을
만났다. 모두 네 명이다. 천불동으로 가려다가 길을 몰라 무심코 마등령으로 오르게 된 것인데 공룡을 타는 것도 예정에 없던 일이 된
셈이다. 막걸리를 둬 잔 얻어마시고 나니 이젠 해장까지 하게 되었다. 정신이 좀 나는 것 같았던가...
핏치를 올려 일행을
뒤에서 밀며 올라 마등령 꼭대기 능선에 도착했다. 천만다행하게도 날이 맑고 구름 한 점 없다. 마등령 바위위에 앉아 천화대능선과
멀리 뒤로 화채능선이 이어지고 공룡이 등줄기를 굽이치며 흘러가고 있다. 공사중인 중청대피소의 하얀 지붕과 그 뒤로 우뚝 솟은 대청의 모습도
눈앞에 가깝게 다가온다. 휴지 꺼내 장청소까지 하고나니 컨디션은 그런대로 많이 회복되는 듯 하다. 자 이제 공룡으로
들어가볼까.
이번에는 내가 선두로 나선다. 쉬엄쉬엄 굴곡을 따라 나한봉까지 가서 일행을 기다리는데 속도가 느리다.
안개구름속이나 더듬던 공룡이 오늘은 희미한 가스가 차 있기는 하지만 온통 전신을 다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하는 날이다. 처음 고비는 역시
1275봉 오르막이다. 왼쪽으로 외설악을 가로막는 바위덩어리 안쪽으로 따라올라가는 급한 경삿길. 나름대로는 오버하지 않기 위해 한참씩 숨고르며
올랐는데 뒤따라오는 네남자 일행은 나타날 생각을 않는다. 1275봉이 비스듬한 남북간 중간에 분깃점을 이루고 설악골과 잦은바위골 사이에
릿지능선이 첨탑처럼 만나며 붙어있어 장관을 이룬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걸 혼자보기 아깝지만 이나마도 우중산행을 무릅쓰고자한 작은
보상이 아닐까 자위를 해본다.
1275봉 안부에 배낭내려놓고 높은 곳에 올라 쉬고 있으려니 희운각쪽에서 중년부부 한팀이
올라온다. 마침 신문지에 돌돌말은 카스 오백밀리 캔맥주를 막 땄던 참이었는데 첫모금은 바깥양반에게 마시게 했다. 마흔중반쯤
되어보이는 안주인은 더 시원한게 다음타자를 이어받아 마신다. 봉우리 꼭대기로 부부를 올려놓고도 한참을 더 지나서야 옹기종기 힘들게 따라오던
일행이 도착을 한다. 벌써 쉰지가 삼십분이 넘어간다. 일행의 짐에서 막걸리 한 잔을 얻어먹고는 먼저 일어난다. 봉우리에서
내려오던 부부가 크게 인사를 해온다."카스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 힘차게 손흔들어 답례를 하고 낭떠러지같은 급경사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남자 네분 일행에게는 다음 휴식코스에서 봅시다 했는데 결국은 여기가 끝이었다.
날씨가 금상첨화라고 어디서든
내외설악을 두루두루 구경할 수 있어 쉬는 짬짬이 눈길이 즐겁기만 하다. 용아장성의 늠름한 자태가 가을엔 꼭 한 번 오라고 손짓을 하고
멀리 울산바위라인이 뽀얗게 다소곳이 앉아있다. 신선봉 오르는 길에서 젊은 남녀 한 팀을 만난다."이 길은 처음인데 앞길이
험한가요""그저 열심히 오르락내리락 하면 됩니다" 하니 웃으며 지나간다.
숨이 턱에 닿으면서도 줄기차게 올랐더니 벌써 신선봉이다.
시원한 바람이 파고들어 온몸의 땀을 날려준다. 1275봉 내려서는 안부고개가 너무도 뚜렷하고 내가 언제 저 구비구비를
오르락내리락했나 싶게 뾰족능선이 연이어져 있다. 참으로 비경이로다 비경이야. 이 맛이 아니면 어찌 공룡이라 했을려구. 대간하는 것
같은 남자 두명이 숨차게 올라온다."반대편에서 오면 신선봉이면 다 왔다고 좋아했는데" "저는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건강하게 조심해
운행하십시오" 이제 내려서면 이 공룡과 내설악 외설악의 그림은 수풀속으로 묻히고 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새벽밥 먹고 이미 아까부터
배가 몹시 고픈 참이다.
아마도 날씨가 좋아서 생각했던 시간보다 약간 빠르게 올 수 있었나보다. 무너미고개에 도착하니 정상을
오르내리는 발길이 잣다. 희운각대피소로 올라가 주섬주섬 점심먹을 준비를 한다. 해봐야 라면에 떢국떡 넣어 끓여서 김치에 먹는 것이
전부지만 뜨끈한 국물이 속까지 개운하게 해준다. 팩쇠주 세개중에서 하나를 옆테이블에서 식사하시는 아저씨 한 분께 드리고 나도 한개를
따 마셨다. 라면국물로 배를 채우니 쇠주 생각이 더는 안난다.
식수준비까지 마치고 일어서려니 한시 십분이다. 대청에서
내려오는 날라리 산행팀은 대피소에서 컵라면으로 식사를 때운다. 신발이나 입성들이 보통 소풍나온 사람들 차림이다. 소풍도 대단한
소풍인 것이다. 쇠주 나눈 아저씨가 동행하자고 한다. "뭐 그러시지요 덜 심심하고 좋습니다" 양폭산장 못미쳐서부터 수림이 끝나고
천불동계곡의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리고, 한없이 맑은 물속에 풍덩 빠져들고 싶은 생각이
절로난다.
양폭산장은 그대로 통과하고 계곡을 건너왔다 건너가다보니 귀면암이다. 몸이 피곤하고 어서 비선대에 도착해 옷
갈아입고 좀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산길은 긴 휴식없이 바로 뺐다. 비선대산장 건너가는 구름다리 앞에서 계곡으로 내려가
발씻고 양말과 웃옷을 갈아입으니 쾌적함이 금방 파고든다. 어쨰 날씨가 조금 흐리적해진다 싶었는데 산장밖 벤치에 앉아 막걸리를 한 잔
하려니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한다. 그래 이제부터 올테면 와봐라 오늘 환상적인 공룡능선을 걸었으니
여한없다.
상의트라우저를 꺼내 입고 넓직한 소공원 길을 따라 내려서니 비는 그사이 지나는듯 그쳐 버렸다. 소공원 매표소를
통과하는데 다섯시 약간 안되었다. 몸상태도 그런대로 괜찮고. 아저씨 배낭에서 발렌타인 담아온 작은 병이 나온다. 두 모금씩 하고 한 모금만
더 했으면 하는데 버스가 들어와 부랴부랴 또 배낭챙겨 버스에 올랐다.
속초고속터미널에 도착하니 다섯시 반, 아저씨는 구의동이
집이라 십분 기다려 다섯시 사십분 동서울행 고속으로 출발하시고 난 다시 JK형님의 부름을 받자와 강남으로 가기로 한다. 엇저녘 장비
공수만 받았으면 같이 왔을텐데 내 배낭속만 믿고 모실수가 없어서 냉정하게 접고 혼자 길로 나왔는데 좋은 날씨의 공룡을 혼자 걸은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여섯시 출발한 우등고속이 아홉시 이십여분경 강남터미널에 도착했다. 중간에 소사휴게소에서 우동을 한 그릇 했는데
그리해오 출출한 시간이다. 택시로 을지로사가 형님의 사무실 근처에 가니 열시 다 되었다. 그 시간까지 무료하게 아우와 쇠주 한 잔
하시려고 많이도 기다렸다. 부근에서 목삼겹살과 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이태원으로 끌고가시니 또 따라간다. 어느 맥주집에 들러 발길도
넓으신 형님과 이차도 역시 쇠주로 얼큰하게 먹다보니 여지없이 취기가 오른다.
일요일 소백산 산행가자고 하시는 형님에게
정중하게 하루 푹 쉬어야겠다고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하고 택시에 몸을 실어 집으로 와서 뻗어버렸다. 일주일내내 알콜에 젖어 새벽에
도저히 산행을 못 할 것 같아 포기하려고까지 했었는데 아마도 그랬으면 두고두고 후회를 했으리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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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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