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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래봉 가려다 가야산에 오르니 천상화원이 안부럽네 ~ *극락 사진*

  올린이 : 이동준산사랑방   2003/05/14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바래봉 가려다 가야산에 오르니 천상화원이 안부럽네 ~ *극락 사진*

해의 길 : 2003. 05. 11 (일) 맑음

몸의 길 : 가야산 (해인사 - 마애불 - 석조여래입상 - 칠불봉 - 상왕봉 - 백운동주차장)

            총10km , 6시간

차의 길 : 대구칠곡 - 서대구나들목 - 해인사I.C - 해인사 주차장

헤맨 길 : 20분

마음변한길 : 바래봉 → 가야산

차얻어탄길 : 성주 백운동 - 해인사 주차장


마음의 길


06 : 20 집을 나서니 마음도 따라 나서고..

꼭지(아내) 없는 허전한 옆구리를 달래려고 막내아들을 데리고

서대구 나들목을 지나 88고속도로에 접어든다.

도로 양쪽으로 터널을 이루며 아카시아 꽃이 만개하여 그 꽃잔치에

꿀벌들이 종을 치며 열심히 꽃사이를 누비고 있다.


먹다남은 향내라도 맡고싶어 창문을 활짝 열어 콧숨을 들이쉰다.

성능좋은 자동청소기라  이바람 저바람 다 들어오니

시끄러운 소음과 시원 구수한 냄새 뿐 향긋한 꽃향내는 어딜 갔나..


꼭지는 오늘 인라인인가 뭔가 마라톤대회 자원봉사한다고 가게되어, 어제

부르스황님의 바래봉 철쭉산행 사진을 보고 그 천상화원에 반하여 바래봉 꽃구경을

시켜주려 했더니만 또 꽃구경을 시켜 주지 못한다.

그 소원을 언제나 들어줄꼬~~


꼭지 대신 아들이나 꽃구경 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중간고사 시험 친다고 몇 일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막내를 좋은 곳 구경시켜준다고

살살 달래서 데리고 나선다.

아빠 혼자 쓸쓸할까바 억지로 라도 따라나서는 아들이 고맙긴 하지만,

그래도 허전한 옆구리는 달랠 길 없고 뙤약볕에 하루종일 서 있을 꼭지를 생각하니

천상화원의 꽃구경이 사치스럽다 싶어

영 마음에 걸린다.


『에이! 포기하고 가야산에 육수나 뿌리자..』

혼자 중얼거리며

차창 밖의 아카시아 꽃 터널을 지나는 것만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고

더 마음 변하기 전에 핸들 우측으로,


07 : 05 해인사 I.C로 빠져나온다.

잠시 동안의 눈의 즐거움 보다는 육신의 고행으로 마음의 평온을 얻는 것이 낫겠다 싶어

가야산으로 향한다.

아들놈에겐 바래봉 철쭉의 천상화원에서 오랜만에 여유로운 휴식을 주고 싶지만,

잠시 일신의 안일함 보다는 자신을 이겨내는 지혜를 배워 보는 것도

두고두고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07 : 24 매표소에 이르니 9,600원을 달란다.

『아이고! 와이래 비산교?』했더니 차안을 들여다 보고는

『한 사람은 학생이네』하며 6,800원만 달란다. (주차비 4,000원, 어른입장료 2,800원)

큰 해인사일주문을 지나니 오히려 더 마음이 즐겁다.


08 : 34 해인사를 뒤로 한 채 초입 이정표에 이른다.

전망 좋다는 토사골 능선 방향은 올해부터 2005년 1월 1일까지 자연휴식년제로

등산로가 폐쇄되었다 한다.

전망 좋은 능선길의 아쉬움을 달래고 마애불 방향 극락골(?)로 발길을 돌린다.

이곳에서 마애불까지 2.2km, 정상인 상왕봉까지는 4.2km로 되어있다.


겨울에 신경수님이 수도산 가야산 종주 때 무척 고생하셨다는 산행기를 보고

쉬운 산행이 아니라는 것을 각오는 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한다.

계곡 따라 별 전망도 없는 너덜길을 조릿대(난장이대나무)숲을 벗 삼아 치고 오르니

돌무더기가 쉬어가라며 발목을 붙잡는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성철스님이 말씀 하셨건만

극락은 극락이 아니다.

막내 놈도 힘들어 하니, 어차피 극락이 없을 바에야 쉬고 가자싶어

잠시 계곡수 옆 바위 옆에서 발목을 내어준다.

여기가 극락인가..


오이 한 조각 입에 물며

계곡수에 눈 담그고 하늘 속 들어가니

흐르는 구름 한 점

반갑다며 손 흔든다.


내 얼굴 빠져들까

스틱 물장구 쳐 인사하고

살랑살랑 난장이 손 잡아끌며

큰 돌 자갈 계곡건너 계속 치고 오른다.


09 : 16 천년 세월의 마애불입상(마애여래상)이 인적이 그리웠다며 슬픈 미소로 반겨준다.

<보물 222호, 9세기경 통일신라로 추정되는 높이 580㎝>

그 모습이 인자한 어머니의 모습이라 평소 효도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한

이 불효를 어이할꼬.

항시 내 마음 부족하니 불효요,

늘 함께 모시지 못하니 그 또한 불효로다.

내 스스로 채찍질하여 죄를 청하고프나 그저 미소 뿐이라..

이 몸 불신도 이었다면 삼천 배라도 드리고프거늘,

그리하면 오름에 마음이라도 가벼우리..


09 : 55 잡초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니 젊은 연인 산행객이 쉬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다정스러워 잠시 눈길을 떼지 못한다.

꼭지는 어디 갔나..

큰돌, 작은돌, 나무뿌리, 비탈길 .. 오만 잡동사니가 또 발목 잡고 늘어지는지라

땀 한사발 빼주니 놓아준다.


10 : 08 석조여래입상에 도착한다.<보물 264호, 9세기경 통일신라-고려초, 높이 210㎝>

잠시 호흡을 정지하고 혹시나 천년의 잠에서 깨어날까 겁나서 조용히 쳐다본다.

웬걸 아쉽게도 장애인 일급이다.

장애 연금은 꼬박꼬박 나오는지 궁금하거만..

없어진 발과 대좌가 천년세월의 인고를 말해주고,


10 : 15 전망좋은 바위에서 또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 암벽의 절경에 도취된다.

지나온 길 바라보니 어찌왔을꼬 기특하고

나아갈 길 바라보니 더 못가겠다고 고개는 뒤로 열중시어하니

앞으로 차렷!  갈 길이 바쁘니 땅만보고 또 오른다.


10 : 40 해발 1,420m (상왕봉 50m, 칠불봉 150m, 백운동 4.25km)이정표에 도착하니

전방에는 깍아지른 상왕봉이 우측에는 칠불봉이 자리잡고 있다.

먼저 칠불봉에 올랐다가 하산길에 상왕봉에 오르기로하고


10 : 50 가야산 칠불봉(1,433m)에 도착한다.

눈길 가는 곳이 금강산이라,

바래봉 천상화원이 부럽지 않다.


그 절경의 아름다움이 시기로 질투를 낳고 질투는 다툼을 낳으니

언젠가 성주군이 자기들 봉우리<칠불봉>가 측량결과 3m가 더 높으니

가야산의 정상은 <칠불봉>이라고 다툰적이 있었다 한다.

하지만,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공식 언급은 없는 상태다.

현재까지는 합천 상왕봉(1,430m)이 가야산 주봉으로 되어있다.


칠불봉 정상 표지석에는[가야산 정상 1,433m]라고 적혀있으니 3m가 더 높은가(?)

뭐가 그렇게 높은 곳으로 오르고자 함인지

이곳 가야산에서 열반하신 성철스님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던가..

성철스님께서 속세를 끊고 이곳 해인사로 출가하실 때 지으신 시가 있으니,


하늘에 넘치는 큰일들은

붉은 화롯불에 한점의 눈송이요

(彌天大業紅爐雪)


바다를 덮는 큰 기틀이라도

밝은 햇볕에 한 방울 이슬일세

(跨海雄基赫日露)


세상만사 무상인데, 그 작은 다툼이 무슨 소용이랴..


11 : 16 가야산 주봉 상왕봉(우두봉 1,430m)에 도착하니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우두봉이라 전해지지만 느끼지 못하고..

바위에 물이 고인 조금마한 우물이 눈에 띤다.

탁한 물속에는 비단개구리가 헤엄을 멈추고 요리조리 눈알 굴리며 불청객을 경계한다.

신기하기도 해서 바라보고 있으니

때마침 이곳에 들른 등산객부부의 정상(?)에서의 부부싸움이 시작된다.


아내 : 이 우물은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우비정이라 한답니다.

남편 : 바라바라, 당신이 물이 마르는지 안 마르는지 맨날 와 봤나?.

아내 : 1년전에 왔을 때도 물이 안 마르던데

     지금도 물이 안 말랐으니 그 말은 진짜지.

남편 : 1년에 함 와봤다고 그 물이 여태까지 안 마르고

     그냥 있을 줄 아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애교 넘치는 부부의 사랑싸움이 듣기 좋아서 한 마디 거든다.

『저는 이 나이가되어서야 이제 처음 왔는데 물이 가득이니

1년 전에도 물이 가득이었다면 진짜겠네요』하고 웃으며

여자분 편을 들어준다.

싸움은 웃으며 끝나고..


11 : 25 점심을 먹기엔 약간 이른시간이지만 그늘이 없긴 해도 전망이 좋은 이곳이

하산길 보다 더 나을 성 싶어 배낭을 풀어헤친다.

도시락 콩밥에다,상추며,쌈된장,배추김치,무김치,장어구이,깻잎무침,..

꼭지의 정성이 한없이 쏟아져 나온다.

펼쳐놓으니 상왕봉 바위가 좁아지나,

대신 새벽에 이 도시락을 준비한 아내의 정성이 넓은 우두봉에 넘쳐흐른다.


때마침 부부등산객이

『그늘도 없고 어디서 밥 먹을까』 하고 자리를 찾기에

『여긴 어차피 그늘이 없으니 이곳에서 같이 먹읍시다.』하고, 한 발짝 물려서며

자리를 권한다.

그런데 이것도 좋은 인연이라,

마침 그 분들의 일행이 같이 오지 못하는 바람에 밥은 있는데 반찬이 하나도 없단다.

오히려 우리가 반찬을 같이 먹을 수 있는 구세주를 만난기분이다.


막내와 둘이 먹기엔 너무나 아깝고 양도 많은지라 남기면 어쩌나 했는데

이반찬 저반찬 내어드리니 상추가 맛있다며 도시락 준비한 아내의 정성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흐믓한 마음에 받는 것 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평범한 진리에 마음은 더 부풀고.

구미 해평에서 농사짓고 정미소 하시는 분이라니 가까운 이웃이 아닌가.


11 : 50 상왕봉을 출발해 해인사로 원점회귀할려니 백운동 계곡 하산 길의 비경이

눈과 마음을 잡아당기는지라

이것저것 생각 할 겨를 없이 얼른 백운동으로 내려선다.

앞을 보나, 뒤를 보나, 양쪽 옆을 보나, 절경의 연속이라

눈 아래로 고정 못해 하마터면 끝보이지 않는 철계단에 다이빙 할 번 한다.


철계단, 돌계단, 통나무계단, 판자계단, 자갈계단.. 많고 많은 계단 다 지나

소너덜, 중너덜, 대너덜, 왕너덜.. 오만 너덜 다 지나고나니

이젠 내어줄 땀도 없는지라


12 : 40 맑은 계곡수 옆 바위 하나 골라잡고 잠시 쉬기로 한다.

신발 벗고, 양말 벗고, 얼음처럼 찬 물속에 발담그니,

떠내려 오는 낙엽이 발가락 간질이며

뱃놀이 하자고 춤들을 춘다.

하루의 피곤도 씻기우고

극락길의 고행이 더 보람이 되고


12 : 50 적막 감도는 백운암 절터로 내려와

백운3교, 2교, 1교 .. 많은 다리 거꾸로 다 지나고 나니


14 : 00 성주 백운동 매표소에 내려선다.

매표소앞 화단엔 은방울꽃이 요방울 조방울 흔들며 하산인사 건네 오고

옆의 둥글레도 덩달아 살랑살랑

그 모습이 넘 예쁜지라 꿰맨 보따리 다시 풀어 사진으로 담아 간다.


주차장에 내려서니 대중교통 어디갔노.

택시도 없고, 버스도 없고..

에헤라!  이때는 손이 최고다 싶어, 차 한대 오길래 손 번쩍 올린다.

일발에 성공 !

마음씨 고운 어르신의 배려로 차 얻어 타고 해인사 주차장까지..         - 산사랑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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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