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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홀로 한라산, 백록담의 푸른 물

  올린이 : 배상열  2003/05/13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나 홀로 한라산, 백록담의 푸른 물.

나 홀로 한라산, 백록담의 푸른 물.....

내일 새벽 한라산 등반 계획이 있는데도...
서귀포 부둣가 맨 마지막 집 [해녀들 포장마차]의 그 싱싱한 해삼, 멍게, 전복
때문에 술과 밤이 깊어만 간다.
요리 조리 피하고 빼어 보지만 어디 그렇게 되는 게 술자리인가?..
부어라 마시자.... 마시고요, 마셨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니 새벽 이른 시간...
4시에 모닝콜을 부탁하고 서둘러 잠자리로....
같이 가기로 한 옆방의 동료들은 인기척조차 없는 채로 부랴부랴 나선다(4시 20분)
택시는, 차가울 정도로 신선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구불구불 잘도 달린다.
5.16도로 돌아가는 길모퉁이 두어 곳에서 노루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옆자리 승객보다 더 신나하는 기사양반..
이 길을 노루만나는 재미로 달려간단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밤에 20여 마리는 만났는데
요즈음은 그렇지 못해서 아쉬웁다나....

2003년 5월 10일 (토요일)
4시 55분 (성판악 매표소), 성판악 -- 백록담(9.6Km)
제주도 몇 번을 술과 낭만으로 끝냈었고, 한라산 등반을 아쉬움과 기대로 남겨
놓았었는데 바로 지금 이 시간이로구나...
매표소도 매점도 주위도 온통 조용 조용하기만...
기사 아저씨는 전조등을 켠 채로 나의 갈 길을 밝혀주신다. 참 좋은 사람이 더 많은 세상....
물 한컵 마시고 배낭을 조이고 첫발 시작..
지금부터 백록담까지 나 홀로 산행... 바로 이 맛...
후레쉬 불빛이 맑기도 하다.
발정기가 된 노루의 울음인가?... 마치 짐승 잡는 소리 같은 “괴성”이 기분을
산만하게 만든다.
국립공원 등산로가 다 그렇듯, 길 잃을 염려는 무방한 길을 따라 간다.

5시 30분 (해발 900m) 성판악 2.2Km지점
성판악이 무엇인가? 나무판자로 마치 성을 둘러친 것같이 수직절벽이 병풍같이
500여m를 둘러치고 있다는데... 보지는 못했음..
양옆이 숲으로 이어 지는 길.
낮이면 참 지루할 것 같다.
토실토실한 까마귀들, 밤보다 더 새까만해서 앉은 자리를 보이고 마는 까마귀 녀석들..
왜 그리 소리는 큰가.. 니네는 잠도 없니??..

5시 47분 (해발 1000m)
숲에 가려 간간이 내 비치던 하늘이 조금씩 틔어간다.
걷는 길 등뒷쪽 하늘에는 밝은 빛이 선명해져 온다.
더 이상 후렛쉬가 무용지물로 변한다.


6시 23분 (사라악 약수)
철철 넘쳐 나오는 약수물, 두어 잔을 이빠이 들이킨다.
아직까지 머리를 멍멍하게 만드는 주독이 풀려나가는 것이 확실히 감지된다.
이런 물로 술을 빚으면 맛이 좋겠지... 그래서 삼다수가 잘 팔리는가??..
어제 마셨던 순백색병의 [제주도순한소주]가 생각난다.

6시 40분 (성판악 6.1Km 지점)
튼튼하게 만들어 놓은 [나무평상 벤치]에 걸터앉는다.
빵 한 조각을 떼어내서 먹는다. 그런대로 맛이 난다.
지루하게 걸어온 평지길이 이제는 조금씩 오르막으로 변하는가 보다.

7시 10분 (진달래밭 대피소)
아쉽다, 그 많고 훌륭했을 진달래꽃들이 다 지고 말았다.
직원 숙소에 약한 인기척이 있는 듯싶은데, 내다보지 않는다.
마당 한가운데 서서 평원의 고요함과 한창때의 진달래군락을 그려본다.
13:00시 이후에는 이곳에서 백록담까지 등반을 통제한다는 프랭카드 글씨가
크게만 보인다.
이후부터는 약간 오르막에다가 바위와 돌로된 너덜길이라서 발에 속도가 나질 않는다.
역시 제주도는 돌이 많기는 많은 모양...

7시 40분 (백록담 1Km 전)
머리를 들어보니 오르는 길이 보이고 뒤를 돌아보면 한라산을 한 아름으로 내려다
볼 수 있다.
한가로운 평원.. 간간이 들리는 노루들의 노랫가락...
나무계단을 한참동안 올라간다.. 계단 폭을 와 이리 넓게 만들었노..

8시 05분 (한라산 동능 정상)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곳이 몇 군데 있다는 데, 백록담도 그 중에 하나가
아닐까??..
날씨까지 쾌청,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나 혼자 즐기려니 공연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것이 한라산의 묘미일 듯싶다.
지리산, 설악산에서도 밀려드는 인파로 어떻게 이런 기회가 있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밥을 먹어야지.. 어젯밤에 그래도 마련해 둔 것이 참 다행이구먼....
김밥 한입 넣고 백록 한번 쳐다보고..
이제사 한 사나이가 꼭대기에 올라붙는다.
인사를 나누고 보니 옆 동네에서 수십 년을 같이 살고 있는 산을 좋아하는 사나이였다.
기념사진 몇 장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사나이와 나의 ‘이구동성’ 아!! 내려가기 정말로 싫다이이....

9시 00분 (관음사 쪽으로 하산 시작), 백록담 -- 관음사(8.7Km)
멀리서 보면, 마치 머리에 두른 왕의 모자인 듯한 왕관릉을 옆으로 내려간다.
한라산을 2-3일에 한번씩 오르내린다는 한 아저씨가 평지 길을 가듯이 올라온다.
한라산을 오를 때는 성판악 말고, 이 쪽 관음사 코스로 올라오란다.
관음사코스는 올라오면서 한라산 풍광을 제대로 즐길 수가 있다나...
그리고 내려 갈 때, 가끔씩 뒤를 돌아다보고 즐기면서 가란다.
이 말을 등반이 끝나고 나니 실감할 수 있었다.
숲 속을 아무런 재미도 없이 마냥 오르는 성판악코스는 지루하기 이를 데 없었으니...
계곡 구경, 바위 구경, 깊은 계곡 속으로 내려서 돌기도하고, 다시 오르내리는
묘미가 있는 관음사 코스이기 때문에...

9시 33분 (용진각 대피소)
유령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음산한 대피소...
한라산 대피소들의 특징은 으스스하다는 것, 냄새가 난다는 것..
죽을 정도가 아니면, 들어가기가 무척이나 망설여질 것이라는 것 등이랄까??
삼각자로 잰 듯한 삼각봉을 지나간다. (9시 46분)
어저께 제주도 날씨는 추워서 떨리기 까지 하더니만 오늘은 시원, 후끈...

10시 43분 (빈집, 대피소) 탐라계곡 대피소???
이때쯤 되니까, 단체를 이루는 산행꾼들이 올라온다.
한 아주머니 왈, 아니 언제 올라와서 벌써 내려갑니까? 부럽지룡...
이제부터는 그냥 그렇게 보통 산행으로 생각하고 내려간다.
벼르고 벼른 한라산 종주길이지만 너무 감격만하면, 촌스러울 것 같고,
이 시간에도 열심히 평가 작업에 골몰하고 있을 동료들을 생각해서도 묵묵히 가야지...

11시 38분 (관음사 주차장)
관음사는 한참을 내려가야 있던데.. 여기를 관음사 주차장이라니...
이 곳은 택시 보기도 힘들고, 사스 덕분??에 신혼부부가 제주도로 몰리는지
쌍쌍이 타고 가는 차들을 불러 세울 수도 없고...
다리에 힘은 남아있고, 산천이 끝내주고, 한 시간 정도... 그래 걷자....
신비의 도로에서 물병을 굴리며 노는 어른들을 보고 간다.
제주도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 참 깨끗하구나...
한참을 기다려 버스에 오르니, 산천경계구경은 뒤로 하고 몰려오는 잠,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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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