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산행기 - 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에 올려진 산행기 입니다.

 

  살아 숨쉬는 용의 숨결을 느껴보라!

  올린이 : 윤기웅   2003/05/12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살아 숨쉬는 용의 숨결을 느껴보라!

"계룡산은 웅장한 것이 오관산보다 못하고,수려한 것은 삼각산보다 못하다. 앞쪽에 또 안수가 적고,다만 금강錦江 한 줄기가 산을 둘러 돌았을 뿐이다. 무릇 회룡고조回龍顧祖라는 산세.......내맥 來脈이 멀고 골이 깊어 정기를 함축하였다. 판국 안 서북쪽에 있는 용연 龍淵은 매우 깊고 또 크다. 그 물이 넘쳐서 큰 시내가 되었는데,이것은 개성과 한양에도 없는 것이다."(택리지 복거총론)

신도안의 동쪽 용화사 계곡 입구에서 동학사로 가는 계곡에 있는게 암용추요, 신도안에서 신원사로 가는 계곡의 숫용추 저수지 상류부에 있는게 숫용추이다.

전설에 의하면, 태고때에 용이 살고 있다가 승천할 때에 바위에 생긴 용의 무루팍 자리로써 원형의 깊은 웅덩이(폿트홀:pot hole)를 말하는데 유독 두곳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며 지역주민에 의해 기이한 해석이 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은 지인(知人)의 안내로 계룡대를 통해 숫용추계곡으로 천황봉에 올랏다가 다시 암용추계곡으로 내려오는 행운을 얻었다. 게다가 전날 비가 내린터라 계곡엔 수량이 많아져 용의 힘찬 몸짓을 감상하기엔 더할 나위없이 시기가 적절하여 좋은 산행이 될거라고 기대를 한다.

들머리인 숫용추저수지에 도착하니 몇사람이 산행을 준비하고 있었고 저수지 무넘기에는 연신 물이 두계천으로 시원하게 흘러가고 있다.


< 숫용추 저수지 상류 >

규모가 그리 크지않은 저수지 우측으로 거슬러 오르다보면 곧 상류에 가로질러 설치된 보를 지나며 계곡을 건너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오늘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데다가 이길은 원래 신도안 사람들이 경천장을 가기위해 걸었던 길로써 서문다리 마을까지는 평탄하고 부드러운 길이 이어지므로 산책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짐짓 늑장을 부려가며 주변을 둘러본다.



연둣빛을 간직한 부드러운 숲길에 들어서면서 귓가에는 힘찬 물소리가 듣기에도 시원하게 흐르는 가운데 계곡은 넓어졌다 좁아졌다를 반복 하면서 윗쪽으로 향한다.





잠시 계곡에서 멀어진 길이 갈림길을 지나자 널찍한 소가 보이며 눈앞이 트인다. 계곡 왼쪽에 지어진 정자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눈 앞에 펼쳐지는 비경을 두고 한 상 푸짐하게 차려 점심을 먹는 모습들이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인다.


< 숫용추 폭포의 모습 : 4단으로 떨어진다 >



숫용의 흔적을 찾기위해 좀더 가까이 가보려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 조심스레 오르자 눈앞에 각자(刻字)된 바위가 눈에 들어오는게 아닌가! 올라가서 살펴보니 이전에 종교집단에서 새긴 것으로 보여지는 글귀들이 빽빽하게 한면을 차지하고 있다.


< 바위에 새겨진 글자들 >


< 폭포 상단으로 가는 절벽 >


< 숫용추 폿트홀 >

숫용추에 접근하여 상단부에 오르자 구조가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데, 길이 약 7m,너비 약 2m로 깊이는 약 5m의 이곳은 말그대로 남성의 성기(性器)를 닮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숫용추에서는 부녀자들이,암용추에선 남자들이 치성을 올리는 성기숭배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전날 내린 비가 수량을 더하여 평소보다 많은 물을 흘려 내리며 거친 호흡을 한다. 마치 용이 조화를 부리는 것처럼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꿔가면서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여기엔 옛날의 전설 말고도 주민들이 직접 목도한 신비로운 일도 있다. 1970년대에 임도를 내느라 계룡산이 파헤쳐졌고 어느날 많은 비가 내리자 숫용추에 바위가 무너져 쌓여 제모습을 잃었다고 한다. 용이 살았다 전해지는 이곳에 쌓인 바위를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치울수가 없게되자 주민들은 정성껏 제사를 지내 숫용추가 제 모습을 찾기를 기원하였고,이후 많은 비가 내려 바위가 모두 떠내려가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하니 정말 신비롭지 않은가!


< 용틀임을 본적이 있는가? >


< 숫용추 상단부 >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시원한 경관의 이곳에 머물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심이리라. 오른쪽의 절벽을 올라서야만 등산로와 만나게 되는데 문득 올려다보이는 하늘빛이 곱다.






< 절벽 오름길에서 보이는 숫용추 >


신록이 푸르른 숲길을 지나다가 툭터진 너른암반에 나서게 되면 오후의 햇살이 따끈하게 온몸을 감싸주며,간간히 보이는 물길은 여전히 용틀임을 하고있는데...









숲사이로 얼핏 터지던 천황봉을 향한 조망은 너른 암반이 전개되는 서문다리마을에 이르러서야 한눈에 들어온다.




< 숲사이로 살짝 보이는 천황봉 >


< 서문다리 암반 : 왼쪽의 철탑이 있는 봉우리가 천황봉이고 오른쪽의 바위산이 머리봉 >

계곡의 수량이 제법되므로 직접 건너지 못하고 용천령 다와서 서문다리 마을쪽에 이르면 스러진 돌담만이 그 옛날의 터를 지키고 있으며,마을뒤로 이어진 산길은 머리봉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다. 다시 계곡을 건너면 잠깐의 너덜길을 지난다음 머리봉까지 비알이 굳굳이 이어진다. 중간에 전망바위에 이르면 양화저수지를 비롯한 상월면 일대가 잘 보이고 금남정맥이 이어지는 향적산의 능선이 잘 조망된다. 날은 좋았지만 뿌옇게 보이는 것은 어쩔수 없는 봄날씨의 특성!


< 상월들판 >


< 왼쪽 위의 뾰족한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 >

머리부분이 온통바위인 머리봉에 올라서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는 가운데 가야할 천황봉쪽을 바라보면 용틀임은 땅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머리봉에서 내려오면 작은 절벽지대가 펼쳐지고 이를 조심스레 내려가면 천연석문인 문다래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커다란 바위사이로 길이 나있다. 이는 신도안이 도읍지가 되었을 때 자연스레 서쪽의 문이 되는데 자연이 피조물로 준비한 것을 본다면 경이롭지 않은가?





문을 통과하여 오를 때 왼쪽을 바라보면 또 한번 놀랄 수 있다. 왜냐면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인간의 뜻으로 이뤄지는 후천세계가 오면 크게 표호하는 모습으로 일어나서 악惡,탁濁,박薄으로 대변되는 혼돈(카오스 : chaos)를 몰아내고 인간의 신성(神聖)을 회복하도록 경책 해주는 자연의 스승이 아닐까한다.



천황봉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힘을 갈무리하는 중이다. 정상에 있던 통신탑도 조금 아랫쪽으로 이전되었고,옛날 산중심에 뚫렸던 지하 벙커도 황토로 메꿔졌으며 또한 곳곳에 복토작업이 한창이다. 곧 맥(脈)이 통하면서 모여진 기(氣)가 크게 쓰여질 날을 기다리면서 계룡은 하루하루를 이렇게 일구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 중계소를 돌아 내리면 콘크리트 계단이 이어지면서 아랫쪽의 헬기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헬리포트 못미쳐 오른쪽으론 백암동계곡으로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서있지만 암용추계곡은 헬기장 초입에서 왼쪽으로 가야한다. 습기를 머금어 미끌어지기 쉬운 흙길은 줄로써 구획되어 있으며 번갈아 좌우로 가는 내리막이며 계곡수의 소리가 크게 들릴 즈음에 계곡을 넘으면 천황봉의 공사에 사용되는 곤돌라가 닿는 기지에 내리게 된다.



이어지는 길은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가게되는 콘크리트 포도로써 암용추 저수지까지 계속 이어지는데 산허리를 넘는곳에서 계곡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내려선다. 제법 떨어졌지만 여전히 우렁찬 기운을 느끼며 족적이 희미한 옛길을 따라 내리다 보니 잡초 우거진 옛날의 집터들이 상당히 눈에 띄고있어 화려했던 과거의 영화를 생각해본다. 풋풋한 풀향기를 느끼며 드디어 계곡이 나타났고 조금 뒤 `천황봉 5km`란 이정표를 지나는데 오름길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넘어서 이어지고 있었다. 잠시의 내림 끝에 상수도 보호구역 팻말이 있는 암용추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물보라에 살짝 피어난 안개가 신비감을 더해준다.



숫용추폭포 아래에는 용굴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신비감을 더해주는데 굉음을 내며 흐르는 물줄기의 용틀임을 보노라면 가슴까지 시원함을 느낀다.


< 용굴의 모습 >


< 용굴에 새겨진 글자 >



암용추를 지나면 곧 용동저수지 상류의 다리를 건너게되고 저수지를 따라가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가는길. 하룻동안 계룡산을 오르내리며 과연 계룡의 진면목을 보았을까? 경치로 따지면 용틀임을 비롯한 무수한 절경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부호를 떠올리는 이유는 계룡(鷄龍)이 상징하는 바가 산체(山體 )와 자연 현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신성(神聖)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날이 올때까지.. 부지런히 닦고 깨쳐야 할일들이 화두처럼 남는다.


홈으로 | 가나다순 | 지역별 | 산행기 게시판

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