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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공산 속의 가산(902m) * 사진 *

올린이 : 이동준산사랑방    2003/05/08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팔공산 속의 가산(902m) * 사진 *

♠ 팔공산 종주 완결 마지막구간 ♠

산행일시 : 2003. 05. 04 (일) 흐리고 맑음

산 행 지 : 가산산성 진남문-동문-가산(902m)-용바위-가산바위-금화지구

산 행 자 : 꼭지(아내의애명)와

산행거리 : 진남문 ~ 동문 (2.5km)

                동문 ~ 가산 (1.0km)

                가산 ~ 용바위 (0.2km)

                용바위 ~ 가산바위(1.4km)

                가산바위 ~ 금화지구임도(3.0km)에서 원점회귀

     총산행거리 : 16.2km 6시간


아내의 소원 풀어주려고 선운사 가기로 약속해놓고 또 내가 펑크를 낸다.

오후에 손님과의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전 짜투리 시간외에는 시간이

없어서 선운산은 포기한 것이다.

지난주일에 갈려다 장모님 생신이라 내외분 모시고 도두들 호미곶(포항)

가자고 해서 못 가게 됐고, 오늘 또 약속을 어기니 다음주가 지나면

선운사 동백은 떨어져 핏빛을 토해 낼 텐데 이일을 어찌할꼬~~~~!


어제 오후에 아내에게 선운사 못 갈거 같다고 얘기 했더니

『온 동네 선운사 간다고 소문 다 냈는데.... 할 수 없지 머』한다.

여느때 같으면 투정도 부리고 하건만 서운함을 속으로 감추는 것이

투정부리는 것보다 더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내의 기분도 있고 해서 조심스레 얘기를 꺼낸다.

『내일 오전에 마지막 남은 팔공산 구간이나 마무리 할려고 하는데 당신 따라 갈래?』

당연히 따라 나서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그냥 물어본건데

근데 이게 웬일, 따라나서겠다니...


06:25 아침을 대충먹고 도시락없이 아내와 집을 나선다.

아내 기분을 말해주듯 하늘도 찌브덩 흐리고,

연휴임에도 이른 시간이라 도로도 한산해 스산한 느낌이 든다.

시내를 벗어나 송림저수지를 지나 차창안으로 들어오는 상쾌한 산내음을 맡으니

한결 기분도 나아지고 저 멀리 팔공산 자락이 맑은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오니

흐리긴 하지만 오늘날씨는 좋을 거 같다.


06:50 진남문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서너대의 차량이

“나 먼저 왔네”하며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주전에 왔던 곳이지만 모든 것이 또한 새롭게 느껴지는 건 계절의 시간이 또

몇 구비를 돌아 주위 환경을 바꾸어 놓은 때문이리라.

벚꽃대신 잎이 무성한 벗나무, 더욱 프르러진 송림, 몇 일후의 석가탄신일을 위해

혜원정사 절 입구에 주렁주렁 매달린 자비의 연등...


임도로 시작되는 초입에서 넌지시 아내에게 물어본다.

『산을 탈려면 적어도 지리산 종주는 해봐야지 산을 탄다고 할 수 있제

보통 종주할려면 2박 3일은 걸린다는데....』

말 끝을 흐리면서 또 한마디

『있잖아, 하루에 10~12시간을 걸어야 되고 마지막날은 천황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 카던데....』


말은 해놓고도 혹시 무슨 날벼락이 떨어질지 몰라 저 만큼 떨어져 걸으니

『그라믄 우리도 함 해보까?』

『.........,』

전혀 예상외의 대답이 떨어져 난 한동안 멍해있다가

『그람 우리도 이제부터 체력훈련도 하고 실실 준비함 해보재이』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건 어쩔 수 없었다.

조금 후면 그 마음이 또 변할거라는 것을............


임도가 끝나고 등산로가 이어지니 역시 아내의 그 십일조(10분진행하고 1분휴식)가

어김없이 나타난다.

가파른 오름이 시작되자 처음엔 실일조였다가 다음엔 십이조로 바뀐다.

5분오르다 나무둥치에 등어리 붙이고 1분쉬고,

그다음엔 주저앉기 전에 내가 끌어야 하지만,

이때는 절대로 먼저 말을 붙이지 않는다.

기압골이 하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라 다를까..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잠시 숨을 고르고는

혼자서 중얼거리는 건지 나보고 들으라는 건지

『지리산 종주 안할란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그저 빙긋이 웃어 줄 뿐이다.

내리막 내려갈 때나 하산 시엔 또 그 마음이 바뀔 테니까...ㅎㅎ


07:50 동문에 도착하여

동문 출구를 지나 우측으로 가산바위 용바위방향으로 향한다.

식수로 사용한 듯한 작은 샘터에는 주인이 바뀐 상태다.

벌써 올챙이가 물장구치며 놀고 있고 덜 깨어난 개구리 알이 금방이라도

올챙이로 튀어 나올 듯이 선명한 모습으로 꿈틀대고 있다.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있건만

산벗나무는 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붉은 빛의 꽃송이를 다 털어내지 못하고

봄을 아쉬워하는 꿀벌에게 단물 쓴물 다 뽑아 주느나 여념이 없다.


등산로 주위에는 애기똥풀이 무척 많다.

이것도 양창순님 덕분에 배운 것이지만 ....

마침 잘되었다 싶어 꽃잎 하나 따서 아내에게 건네며

『우리 스무고개 하자, 이게 머하고 달믄거 같노, 꽃 이름 함 마차바라』

아내는 꽃을 요리조리 쳐다보고 머리를 까닥까닥 이쪽 지쪽 굴려보며

『구렁이 꽃, 지렁이 꽃, 작대기 꽃...』


더 있다간 무슨 이름이 튀어 나올지 몰라 말을 가로막는다.

『참내 바라바라, 꽃 이름 짓는 사람들이 그렇게 지저분하고 무식한 이름 안 부친다.』하며

아내에게 핀잔을 준다.

『마 이건 애기똥풀이라 카는기다. 이건 내 생각인데 노란 꽃잎은 애기 궁둥이고

쪼로록 튀어나온 한 개의 요 꽃 순은 아 똥하고 달믄거 같재?』

그제야 아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08:20 그렇게 웃다보니 가산(902m)에 도착한다.

지난번에도 이곳에 들렀지만 안개로 인하여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은

조망이 참으로 좋다.

멀리서 고요한 농촌의 한 폭의 그림이 다가오고, 희미한 연기를 따라 묻어나는

농민들의 바쁜 일손이 눈에 선하여 옛 시골의 정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다.

표지 석은 없지만 주위에서 제일 높고, 위치상으로도 정상으로 간주된다.

이럴 때 또 생각나는 분이 있다.

좋은 그림이 있을 땐 모두에게 보여주려고 배낭에 고이 주워 담는다는 허경숙님,

난 배낭에 담는 대신 찰칵찰칵 카메라에도 담고,

가슴에도 담고, 눈 속에도 넣고, 그래도 모자라면

뒤에 오는 사람이 주워오게 그냥 흘리고 간다.


08:25 용바위에 도착하니

이곳의 조망 또한 엎어져 안기고 싶을 만큼 좋은 곳이다.

여기에 정자를 짓고 낮잠을 청한다면 신선이 부럽지도 않을 뿐더러

구렁이가 여기서 낮잠을 잔다면 용이 되어 승천할 것 같은 명당바위이다.

바위가 생긴 것이 용의 머리 같다고 아내는 찬사를 보낸다.

<유선대>로 더 진행할려니 등산로가 위험하다는 표지판을 보고 아내는 그냥 돌아가잔다.


08:40 중문을 지나 성안분지에 도착하니

우측에 제법 잘 다듬어진 큰 연못이 있다.

아내는 이 높은 곳에 웬 연못이 있냐며 의아해 한다.

안내판이 없어 알 수 없지만 연못 아래에 또 연못이 있고

연못 속에는 하나의 작은 섬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섬에다 정자를 지으면 또 신선이 안 부럽겠네~~


섬에는 소나무가 물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나무는 수상식물이 아닌데..

연못 둑에 피어난 산벗꽃은 마지막 봄 잔치를 즐기며 아쉬움을 달래고

초여름의 시샘을 싣고서 하얀 꽃잎은 물위에서 뱃놀이를 한다.


떨어진 꽃잎이 아니라면 아래가 하늘인지 위가 하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명경지수 맑은 물빛이다.

덩달아 내 마음도 맑아지고, 이곳까지 따라온 더러운 마음과 생각들을

다 털어내고 깨끗하게 씻어가고픈 심정이다.

 

08:50 가산바위(845m)에 도착하여

3m정도의 철계단을 오르니 또 함성이 터져 나오는데 입이 슈욱 ~

먼저 온 선행자 부부가 쉬고 있었다.

『반갑심더 일찍 오셨네요』 하고 인사를 건네니

그분들보다 먼저 온 사람도 있었다며 그분들은 한티재로 벌써 떠났다고 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산이 무었이길래 이렇게 꼭두새벽에 사람들을 산으로 내몬단 말인가....


이곳의 조망 또한 예사롭지 않다.

80평정도의 편편한 바위가 사방을 휑하니 시야를 열어주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막힘이 없고..

바위 중간 5m정도의 구덩이 아래로는 신라 때 도선(道詵)스님이 산의 지기를 다스리고자

소와 말의 형상을 한 쇠를 만들어 구덩이아래에 묻었다던 전설이 있는데

간간히 희미한 햇빛이 그때의 전설을 토해내는 듯 안을 비추며 스며들고 있다.


가산바위를 내려와 학명리쪽 하산 이정표(팔공산에서 안내하는 마지막 이정표)를 지나

계속 능선으로 희미해지는 산길 따라 진행한다.

무명의 작은 성문이 나타나고 성문 바깥쪽을 힐끗 보니 등산로는 있지만 하산하는

내리막길이라 무시하고 앞으로만 나아간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 무명 성문이 금화지구에서 임도로 가산바위 오르는 입구였다.

이대로 나아가면 어디로 내려서는지 알 수 없지만 그냥 능선 따라 끝까지 가기로 한다.

300년이나 된 산성의 돌무더기가 계속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고,

그 위로 희미한 길을 따라 진행하여 산성 길을 벗어나


09:13 애기나리의 작은 흰 꽃으로 덮인 무덤을 지나니

최근에 누군가 다녀간 듯 부산 산악회 리본(마지막)이 보인다.

아마 그분도 이쪽으로 하산한 것 같다.

낙엽은 쌓여서 발목까지 감아대니 바지가 먼지투성이가 되고,

잔가지는 갈길 바쁜 나를 자꾸 낚아챈다.


그래도 군말 않고 따라오는 아내가 신기할 정도다.

그냥 서방님이 가는 길이니 가다가 죽어도 따라간다는 듯이..

참으로 미안하다.

가산바위 이정표 끝나는 지점에서 하산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종주의 목적이

아니지 않는가.


이럴 땐 신경수님이 생각난다.

항시 두 분이 등산로도 분명찮은 이런 험한 길을 따라

맥을 짚어 가시는 분이 아니시던가.

그러다가 산에서 진짜 배도 타보시고........

앞으론 좋은 길로 편안하게 두 분이 관광 삼아 다니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가만히 보니 이젠 계속 내리막이다.

아내가 왜 조용한가 했더니 내리막이라 특유의 십일조가 필요 없기 때문인거 같다.ㅎㅎ

그 와중에도 이 꽃 이쁘다며 나 보라고 부른다.

한 송이 카메라에 담고 보니 각시붓꽃 이였다.

무척이나 귀한 꽃~,, 울 꼭지만큼이나 이쁘네~^^


09:40 전망 좋은 바위가 나타나고

둘이서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주위를 훑어본다.

양쪽으로 짙푸른 계곡만이 보일뿐 어딘가 에도 인가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저 아래 꽤 잘 다듬어진 임도가 보이고 산 능선은 그곳에서 끝이 나버렸다.

새머리 만들어 좋은 생각 함 해보려고 이마 흔들며 요리조리 팍팍 굴려봐도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고,

내 종주도 여기서 끝나려나..

입에 들어가는 사탕 맛이 우째 씁쓰레 하다.


09:50 드디어 임도가 보이고

계속 진행할려니 아차, 절개지가 가로막아 약간 우회하여 임도에 내려선다.

이곳저곳 둘러봐도 아무런 이정표도 없다.

단지 <이곳은 광산 지역이므로 토사 등 위험요소가 많아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금함. -관리인-> 라는 경고판이 떡 버티고 있을 뿐이다.

에고, 나는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계속 다음 능선으로 진행하려고 시도 했으나 좌 우 어느 쪽도 등산로는 없어진지 오래다.

이곳저곳 헤집다 보니 시간만 10-20분이 흐르고

마침 올라오는 봉고차량이 있어 세워 물으니 이곳 임도 따라 내려가면

금화저수지가 나온단다.

아하~~!  이제 감이 온다.


여기서 결론은,

팔공산 종주는 이곳 금화지구 능선 임도에서 가산과 한티 재를 거쳐 능선이 끝나는

관봉(갓바위) 까지로 결론을 내고 만다.

올해 3월 23일 팔공산 종주 3차,4차구간을 시작으로 2차구간, 오늘 마지막

1차구간을 마무리하고 끝을 맺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다.

 

10:14 임도 따라 100m정도 내려오니

가산바위3.54km, 한돔부락3.5km, 불당부락3.35km 이정표가 보인다.

처음 듣는 부락명칭이라 무시하고 임도 따라 하산하면 금화계곡,금화저수지가 나온다니까

그 방향으로 하산하려다가 교통이 없어 너무 불편할 것 같아 원점회귀 하기로 한다.


아내는 왔던 길 또 가야 되냐며 투정이지만 우리차가 주차장에 있으니 차라니 이편이

나을 성 싶고 다른 우회 길로 오르니 힘도 덜 든다며 설득시킨다.

『차라리 택시비로 맛있는 거 사줄게 응?』

우는 애기 사탕 줘서 달래듯이 살살 달래서 이젠 임도 따라 가산바위로 향한다.

임도로 우회하여 오르다 보니 시간은 내려올 때 보다 40분이 더 소요된다.


11:30 가산바위 아래로 우회하여 중문을 지나

왔던 임도 대신 남포루 방향의 우회 등산로 따라 진행하니

우측엔 금방 버리고 간 듯한 쓰레기가 온 사방에 흩어져 있다.

사람은 없고 양심만 버려져 있으니 갑자기 고시조가 생각나 즉석에서 꿰맞춰본다.


산천은 의구하되 등산객은 간데없고

양심이 버려져 있으니 주워갈까 하노라.


길재 선생님이 갑자기 지하에서 나와 호통 치실까 겁나서 글을 바꾸기로 한다.


보든 말든 버리는 양심이 있지만

보든 말든 줍는 양심,

그것이 산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임을....

           ~ 허경숙님 산행기에서 ~


12:50 드디어 진남문 주차장에 도착한다.

『머 묵고 싶노?』

아내에게 물으니 오리 생고기 사달란다.

『그래 알다, 가~~~자.』

푸근한 마음으로 식당으로 향해 하산주겸 종주 자축주로 산사춘 한 병을 시킨다.

나 한잔, 꼭지 한잔 .......

  오늘은 안주(?)도 푸짐하고

  님도 옆에 있으니

  선운사 동백이 안 부럽다 ~~          * 산사랑방 *

 

 

  [산행 초입 임도.  멀리 보이는 중앙 끝머리가 정상]

 

  [꼭지의 십일조 - 10분 오르다 1분 쉬기]

 

  [큰 애기나리 군락지]

 

  [애기 똥풀]  사진은 양창순선생님 홈피에서 슬쩍  ~^^

 

 [가산산성 동문1]

 

  [가산산성 동문 2]

 

  [가산 정상에서 바라본 농촌풍경]

 

   [용바위에서 바라본 조망 1]

 

   [용바위에서 바라본 조망 2]

 

    [용바위에서 바라본 조망 3]

 

      [산성 중문]

 

  [성안분지 연못1]

 

  [성안분지 연못 2]

 

  [성안분지 연못 3]

 

  [학명리 하산 이정표]

 

  [가산바위 1]

 

  [가산바위 2]

 

 [무명문 -서문?-]

 

  [각시붓꽃]

 

  [임도 3거리의 이정표]

 

  [금화지구방향 임도]

 

  [ 보든 말든 버리는 양심이 있지만, 보든 말든 줍는 양심, 그것은 산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 허경숙님 산행기에서 ]

 

 * 산사랑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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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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