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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에서 철마까지

올린이 : 범솥말    2003/05/08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천마에서 철마까지

시행일 : 2003년 5월 4일

누구와 : 자연을 벗삼아 나 홀로

 연휴가 시작된 경춘국도는 아침 일찍부터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 상봉터미널에서 차시간이 맞지 않아 시내 직행버스를 타고 마석 천마산 입구까지 가기로 했다. 그러나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경춘국도는 짜증의 연속이며 더운 날씨에 노면의 열기를 더해 준다.

9시40분이 되어 버스는 평내에 도착하고 천마산 입구까지 가자면 또 20-30분이 더 소요될 것 같아 하차를 결정하고 평내에서 내린다. 시내 건너편에는 전철 복선화 계획으로 주택건설사업이 한창이다. 길도 없는 공사현장을 가로질러 천마산 밑쪽으로 계속 걷는다.

호평동쪽으로 천마산을 오른 적이 없어 들머리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길을 따라 계속 가다보니 10시가 되어 수진사 입구에 도착한다(시내버스가 수진사 입구까지 운행)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350여미터 가니 천마산 매표소가 나온다(10시5분) 매표소를 통과하여 시멘트 포장도로를 지나 계곡 쪽으로 들어서면서 나무다리를 건너면서(10시 14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천마의 집앞을 지나(샘에는 물이 없음) 줄기능선 사거리에 도착한다(10시28분) 반대편은 오남리 저수지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정표에 표기된 대로 오른쪽 헬기장을 향해 가파른 길을 오르기 시작하여 20여분 뒤인 10시52분에 헬기장에 닿는다.

 그런대로 산객을 만난다. 대화는 나누지 않고 인사만 주고받을지라도 친밀감과 정감이 넘친다. 헬기장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헬기장에서 정상능선 조금 못 미친 곳에 크고 멋있는 바위가 있다. 이름하여 임꺽정바위라고 한다. 임꺽정이 활동할 당시 마치 고개를 활동무대로 삼았다한다.

땀을 흘리며 정상 정복을 위해 힘을 내어 11시20분에 정상에 선다. 고진감래라 했듯이 힘써서 오른 만큼 정상에 선 기쁨도 크다. 정상에서 먼저 온 팀과 반가이 인사를 하고 주위 조망을 한다. 동쪽으로 용문산이 보이고 동남쪽 바로 앞에 백봉이 보이고 동북쪽으로는 은두봉과 축령산 서리산의 능선이 길다랗게 자리하고 있다.

지난 늦은 봄, 대성리에서 시작하여 은두봉 - 은두목현 - 무명봉 - 수레너머고개 - 축령산까지 눈 덮인 능선을 헤쳐가며 9시간을 홀로 산행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은두봉 축령산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북서쪽으로 길게 뻗은 긴 능선을 보며 오늘 산행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긴 S자형을 그리고 있는 능선을 따라 철마산까지 1차 계획을 세우고 시간과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주금산으로 해서 베어스타운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2차계획을 세웠다.

 정상에서 조망 중 산메니아 한 분과 산에 대한 정보 및 미담을 주고받는다. 누구나 산에 오면 친근감이 생기고 산 얘기를 나누다보면 먼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처럼 느껴진다.

늘 인터넷에서 산행기를 보는 것이 취미라는 말씀에 좋은 산 다녀오시면 산행기를 써 올려 다른 분들에게 산 소개 및 정보를 드리라고 애써 부탁하지만 글재주를 핑계삼으시며 용기를 가지지 못한다. (그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글을 잘 쓰고 못 쓰는 것은 흠이 되지 않으며 좋은 산 소개하는 것으로 모든 매니아들이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천마산에서주금산까지 계획을 세웠다는 말에 시간이 부족할 텐데 빨리 서두르라고 재촉을 하여 다음에 다시 산에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정상에서 내려선다.

 빠른 걸음으로 내려서 낙엽이 수북히 쌓인 등로를 따라 외로운 산행을 한다. 지난 겨울에도 홀로 산행을 여러 차례 했다. 깊은 산에 갔을 때마다 산짐승(멧돼지)에 대한 두려움이(용문산 동북부 종주, 은두축령종주)있었는데 봄철이라서 그런지 그러한 두려움은 없다.

한참을 가다 두 명의 객을 만난다. 반가움에 인사를 한다. 등산객이 아니라 약초꾼들이다. 긴 철꼬챙이를 손에 들고 다니는 모습이 등산객과는 차이가 많다. 천마산 봉우리에서 벗어나 희미한 등로 이뤄진 사거리에 다다른다(11시47분)(이정표에는 과라리고개인데 썩어도 준치님의 산행기에서는 표기가 잘못되어 있다고 되어 있음) 다시 능선길을 걷는다.

갈 길이 멀어 자리를 잡고 쉴 수도 없다. 날씨는 덥고 산세는 등산하기에 쉽지가 않다. 능선이 수평으로 이어지지 않고 계속 한 봉을 오르고 내리막으로 한 동안 내려서고 다시 한 봉을 오르고 내리막으로 내려서다 보니 체력소모가 많다. 시간이 흐를수록 힘도 들고 날씨 때문인지 목도 많이 마르다. 준치님이 그렇게 당부하셨던 물을 많이 준비하라고 했는데 1.2ℓ밖에 안 가지고 왔고 반을 이미 마셨다. 물을 아끼며 조금씩 입만 추기며 산행을 계속한다.

 시간이 1시를 가르킨다. 마땅한 자리를 잡아 중식을 하며 30여분 휴식을 취한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밥맛도 없다, 갈증만 날 뿐이다. 식사를 끝내고 내리막을 조금 내려서니 준치님께서 가르치는 과라리 고개인 것 같다. 금곡리로 내려서는 길목인 것 같다. 넓게 그늘진 곳에 바람도 그런대로 불어주니 새 힘이 돋는다. 시원하다고 자리 펴고 쉴 수 없다.

갈 길이 멀다. 힘을 내어 오르막을 올라선다. 경악을 금치 못한다. 힘이 쭉 빠진다. 바로 앞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나중에 산행후 보니 그 봉이 철마산 정상이었음)는 가까이에 있으나 아주 깊은 계곡이 가로막고 있다. 너무 깊어 갈 수도 없다. 좌측으로 길게 늘어진 능선은 아주 큰 C자형을 그리며 두개 봉을 만들고 있는데 아득하기만 하다. 더위와 갈증에 시달려 탈진상태다.

 햇빛을 피하여 길바닥에 앉아 고행을 실감한다.

 외로운 길

선답자가 남긴 발자취의

내음을 맡아가며

그 내음속에서 희망을 그린다.

 

 이따금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는

 평온 자체이나

 외로운 고행의 끝은 어디인가

 

 산비탈 양지녁에

이름 모를 야생화는

 엄동설한의 풍상을 이겨내고

 오는 이 가는 이에게 희망을 주는구나

 

 그래 힘을 내자

 누가 시켜서도 아니다.

산이 좋아 산을 찾고 그것으로 기쁨 맛보는 것 그게 전부가 아닌가? 내 자신을 위로하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C자형 능선을 돌아 가파른 길을 오르니 앞이 훤히 트인 봉우리 그것이 철마산 정상이다(3시10분) 넓은 공터도 없고 정상석도 없다. 단지 그리 크지 않은 바위 두 개와 철마산(710m) 표시판이 전부이다.

 금곡리, 진벌리 군부대가 한 눈에 들어오고 장현, 광릉내 진접, 구리까지 조망권에 들어온다. 나무숲 때문에 북쪽의 조망은 그리 좋지 않다. 동남쪽에 천마산은 장쾌하게 뻗어 내린 능선이 몇 구비를 치면서 하늘을 향해 승천하는 용의 형상 처럼 보인다. 준비해 온 식수도 모두 바닥이 나고 갈증은 계속 된다. 높은 능선에는 장관을 이루던 진달래는 시들어가고 철쭉은 겨우내 간직했던 꽃망울을 살포시 내미는가하면 양지바른쪽에는 만개하였다.

비슬산과 지리산 바래봉 능선의 철쭉제로 들썩거리지만 모든 사물은 보는 시각과 생각의 차이가 아닌가? 철쭉제는 참여해보지 않았으니 오늘의 철쭉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시들어 가는 진달래를 몇 잎 따먹으며 탈진에 가까운 체력을 소생시킨다.

정상에서 능선으로 이동하며 3팀의 산객을 만난다. 정다운 인사를 나누며 안전산행을 기원한다. 진벌리 군부대 군인들이 산행을 나섰다. 대대장인 듯한 중령모를 쓴 분을 선두로 소대장 3명과 함께 줄을 지어 능선과 능선을 오르는 장병들이 땀을 흠뻑 적시며 산행을 한다. 수고하는 군장병에게 인사를 나누고 대대장은 어디서부터 오느냐? 긴 산행에 감탄하며 대견스럽게 생각했지만 나는 대대장 이하 많은 장병들이 대견스럽게 생각한다. 체력단련과 정신무장을 위해 무더운 날 자원해서 등산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군장병들과 헤어져 27년 전 군생활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헬기장이다. 약간 높게 느껴지는 것이 786m 봉인 것 같다(3시35분) 잠시 조망을 한다. 북동쪽 바로 뒤 축령산과 서리산이 아주 가까이 보이고 산아래 마을과 마을이 아주 평온한 모습이다.

 계속 앞으로 진행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산세는 오르막과 내리막은 연속인가보다. 피로도 누적되고 물을 먹지 못해 갈증이 심해지면서 한 봉을 오를 때마다 힘이 무척이나 든다. 한 동안을 가다보니 또다시 헬기장을 만난다.(4시48분) 햇빛 가리개도 아무 표시도 없는 헬기장에서 멀리 보이는 주금산을 바라보며 자신을 잃는다. 식수라도 있다면 부지런히 주금산을 가보겠지만 식수도 없고 거리도 무척이나 멀게 느껴진다.

진벌리쪽 능선과 바로 아래 절벽이 대단하다. 팔야리쪽 골프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제 결정을 해야 한다. 주금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뒤쪽으로 200-300m 온 뒤 아주 희미한 계곡 하산길(일반 등산객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로 방향을 잡는다. 한참을 내러오다 길이 갈라진다.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팔야리 골프장으로 갈 것 같다.

 길도 없는 능선 하나를 지나 계곡으로 내려선다. 지난 5월1일 이 계곡으로 집사람과 철마산을 오르다가 중도에 내려 간 적이 있어 길을 알고 계곡에 물도 많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무리하게 계곡으로 내려 와 목마른 갈증을 해소한다. 한낮 땡볕에 달구어진 몸을 계곡 깨끗한 물에 담그고 피로를 씻는다. 아직 물이 차다. 살을 에리는 듯한 차가움이 뻐마디까지 스며든다. 계곡 물을 2ℓ는 마셨나보다. 새 힘이 솟는다.

계곡에서 가로질러 능선에 닿고 다시 좌측으로 내려선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진벌리 양어장 앞에 내려서 큰길을 따라 동네 중앙 종점 슈퍼에 들러 캔맥주를 단숨에 들이키며 9시간 산행을 마무리짓는다. (산행시 갈증으로 탈진상태에서 산에서 내려가면 캔맥주를 마셔야겠다라고 한 내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 천마에서 철마까지 계획

이번 산행을 준비하면서 썩어도준치님께서 올리신 무모한 장난꾸러기들(2001.71) 산행기를 몇 번을 읽고 참고했습니다.

서파행 시외버스가 강변터미널에는 없고 상봉터미널에서 6시50분과 9시30분에 있어 주금산부터 시작하려 했던 계획을 차시간을 못 맞추어 천마산부터 시작했습니다.

 청량리(경동시장)에서 시내 직행버스가 마석뱡향이나(765번, 765-1번) 내촌 광릉내 방향(707번)을 타고 가면 편리합니다. 불루스카이님의 산행기에서 비추천을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것도 제 불찰이고 준치님께서 식수준비를 당부하셨는데 식수도 1.2ℓ밖에 준비하지 않은 것도 큰 미스였습니다.

체력에 자신을 갖는 다해도 아무도 없는 산행에는 체력만을 믿어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체력의 한계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점심식사 한 것이 체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소화제는 준비했지만 물이 없어서 소화제를 먹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힘든 산행을 하면서 준치님이 존경스러워지더라고요.

 준치님이 산행기 올리실 때 56세이시면 올래 58세이실텐데 길고 길 34㎞를 혼자도 아니고 다른 분들을 이끌고 하루에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 초인적인 것 같더군요. 천마에서 철마, 주금까지 산행을 계획하시는 님들께서는 필히 식수 많이 준비하시고 체력안배에 각별한 주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그리며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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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