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산행기 - 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에 올려진 산행기 입니다.


 궁예가 울던 산 명성산 근처에서

올린이 : 허경숙   2003/05/06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궁예가 울던 산 명성산 근처에서

3579산행지 : 명성산

참으로 오랫만에 교회 여신도에서 가는 수련회에 동참했다.
교회버스로 평택 8시 40분출발 9시44분 구리시 진입 연인산을 지나
운학산 입구도착 10시31분 5분 휴식
영북면 지나 산정호수 주차장 11시20분 도착

본격적인 산행은 11시30분부터
비선폭포를 지나니 책바위라는 지명이 나오며 험한 길이니 계곡쪽으로 오르자는
누군가의 제안으로 계곡을 끼고 오르다.
이런 속도로 행보하다간 해넘어 갈 것 같아 슬며시 혼자 속도를 내며 일행과 거리를 두었다.

이제 혼자다.
등룡폭포-쌍용폭포(이정폭포)를 지나니 억새꽃밭으로 향하는 두갈래 길이 나온다.
험한길(1.0km) 편한길(1.3km) 숫자만 눈에 들어온다,
잠시 후 있을 고행에 대해선 전혀 무방비의 선택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다(?)


이걸 너덜이라 해야 하나, 그냥 돌 무덤길 이라해야 되나
네발로 벌 벌 벌 (@#$%^&*\) 이런 자세는 정말 처음이다.
나는 무지 심각한데 다른사람이 보면 박장대소할 그림이다.
70도 각도로 형성된 바위 무덤들이 무시무시한 적군처럼 몇 열 종대로 줄지어 서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처음에 조금씩 흐르던 땀이 나중엔 바위에 배어 들어 소금기둥이라도 만들 태세로 떨어진다.
땀을 별로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 하여튼 오늘 임자 제대로 만났구나.
물도 별로 안먹는 체질이라 200ml쥬스하나, 야쿠르트2개, 쌍화탕하나, 물은 준비도 안했는데...


중턱쯤 올랐는데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약간 어지럼증이 났다.
잠시 호흡을 다듬기위해 편안한 바위에 올라 사면을 돌아보니, 왠 횡재
아하 그렇구나! 땀을 흘린 자에게 주어지는 멋진 풍경하나.
(이럴 때마다 디지털 카메라 사야지 하면서도...)

덕분에 위로받고 다시 힘도 얻고. 하늘 처럼 멀어만보이는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군데군데 아름다운 담쟁이 넝쿨이 멋없는 바위를 최상의 분재로 만들고
어여쁜 들꽃이 힘듦을 위로한다.

어쩌다 흙이 보이는 부분엔 구멍이 있다. 혹시 뱀구멍(?) 아닌가 하여 온몸이 오싹하는데...
혼자 산행하면서 염려되는 건 없는데 뱀 만날까봐 무섭다.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건 뱀이다.
그런 섬뜩한 느낌이 땀을 식혀준다.
40여분 동안의 사투(?) 육산 싫어하다 톡톡히 그 값 되받았다.(벗어난 시각12시35분)


땀으로 소금기둥 몇개 더 만들고 조금 더 올라서니 민둥등 억새꽃밭이란다.
허탈하기도 하고, 너덜에서 너무 체력을 소진해 그냥 퇴진할까하다가
그래도 삼각봉까진 가야지.
쵸코파이 하나와 야쿠르트하나로 텅빈 마음채우고.

이젠 비장한 마음이 무거운 다리를 끌고 행군을 한다.
약수터까지

물 귀한 줄 모르고 살았는데...
에이그 정말 바보!! 이거야말로 산 공부다.
쌍화탕 빈병을 헹궈 두병 마시고 한병 물담아 다시 오른다. 날씨는 더운데 정상부엔 민둥산(나무가 거의 없다)이다.

생각 한점(한 여름 산행지론 곤란할 것같다)

반대편 산자락에선 사격연습장이라 총소는 소리 요란하다.

드디어 삼각봉(903M) 1시25분 *체력이 회복됨*
사방을 휘이 둘러 눈이 갈 수 있는데까지 다다르니 선경이 따로 없다.
멀리 능선들이 사진으로 보던 그 감동보다 몇갑절의 감동을 안겨준다.

이런 헤아릴 수 없는 짜릿함 때문에 우리는 이산 저산을 오르는지도 모른다.


명성산 정상부까진 아직 2km가 남았는데 지금 마음같아선 오르고 싶지만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생각해 여기서 접는다.

핸드폰으로 기사님께 생사여부 전하고. 조금더 진행하니 갈래길이 나온다.
산안고개 2.2km, 명성산 2.0km
지금시각 1시45분 산안고개쪽으로 방향을잡고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아쉬움!!) 산안고개 방향으로 내려선다.


조금 가파른 흙길을 내려가니 이후론 다시 너덜이다
계곡인가 너덜인가 판가름이 가지 않는 길이다.
흙길 싫어하다 너덜에 * 넌덜머리*가 나는 건 아닌지.

한참을 너덜과 씨름하다보니 계곡수가 나온다. 계곡수 한병으로 갈증 잠재우고.

또 한참 내려서니 고인물에 거품이 있다. 왜일까? 가까이 가보니 백담에서 본 개구리들이
무리지어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무당개구리 본거지 인가보다.
대략 이백마리 쯤 되었다.
한 두마리 있을 땐 이쁘게만 보이더니 떼로 몰려 다니니 징그럽다.
그렇게 많은 개구린 난생 처음본다.


예쁜 길쭉한 종 같은 모양의 꽃이 나무에 달려 있어 무슨 꽃이지? 예쁘기도하네
누구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이름까지 붙였다 *종소리꽃*
그런데, 내려 올 수록 더 많은 나무가 있었다. 군락을 이루며... 한참만에 생각이 났다.
아참! *오색병꽃*이잖아. 내마음대로 지은 이름 다시 버리고. 그래 *오색병꽃*


길가에 나온 도마뱀 심심하니 친구하자고 하더니
내 인상이 맘에 안드는지 다시 숨고.

이름도 모르는 폭포가 나온다.
겹겹이 층을 이루는 모양을 한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살
온갖 힘든 시름 다 떠내려 보낼 기세다.


석공이 작품 만들려다 실패한 것같은 돌덩이 들이 거의 네모반듯한 모양을 지닌채
편안히 자리잡고 있다.


산행중 초입을 제외한 길에서 초소의 군인들외엔 한사람도 배알하지 못했다.
문제를 풀지 못해 정답은 모름이다.

드디어 산안고개
<산행시간:똑 떨어지는 세시간,그중 휴식 20분포함>

군인들이 들것에 돌을 실어 나르고 ,트럭으로 실어나르고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며 내닫는데
그 먼지 몽땅 다 뒤집어 쓰야하나 잠시 고민중인데.
하늘은 여태껏 미루어 놓았던 물방울을 쏟아 놓는다.
(산행 끝난 싯점 딱 맞춰서 비 주신 하나님께 감사)

비 포장길을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입은 노래를 하고 (빗방울은 떨어지는데...)
우산속에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한 여자가 걸어가는데 트럭에 실린 군인 아저씨들은
그래도 여자라고 쳐다보네.

빗방울이 굵어져 행여 그 빗방울 맞고 키 줄어 들까봐 구조신청 전화를 했더니
고맙게도 금방 달려 와준 이권사님과 그 동생
일행을 상봉하니 박수로 몇가닥으로 위로를해준다.
나혼자 저 산등성이 헤매는 사이 저들은 모터보트를 탔다나?
보트도 못타보고 아쉬워서 어떻해요?
난 보트 대신 멋진 산 탔잖아요. 음 그렇게되나?

일동사이판에서 먼지를 떨어내고 한결 개운해진 마음을 태운 버스는 집을 찾아 나선다.
우중을 뚫고 마중나와준 우리편과 집으로. <기분 좋은 영화처럼 해피 엔딩>


하루살이가 길을 안내하려는 것인지
땀냄새를 맡고 주린배 채우려는 건지
왠종일 따라 다녀 성가신데.

내겐 팔이 있고 손이 있어 내저을 수 있건만
건강한 폐가 있어 입김으로 날리건만
문득, 아프리카 기아 어린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파리가 코속으로 눈속을 점령해도
저항할 힘이 없어 저들은 병들어 죽어가는데...
우리가 먹기 싫어 버리는 건 양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저들의 생명을 뺏는 것이다.

내가 산을 오르는 건 산에게 줄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싫은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가져가려고 하는 이기심이라.
산에게 미안해서 산을 멀리 할 수는 없는 일

다만 남들이 아무런 가책없이 버리는 양심들
그것이라도 주워서 산들이 가볍게 숨쉴 수 있게 해야겠다는 결심하나.

보든 말든 버리는 양심과 보든 말든 줍는 일
그것은 산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임을...

홈으로 | 가나다순 | 지역별 | 산행기 게시판

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