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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을 오르며, 또 오르며 - 청계산 등반 10주년을 기념하여

올린이 : 최정  2003/05/04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청계산을 오르며, 또 오르며 - 청계산 등반 10주년을 기념하여

청계산! 청계산 그는 매주 화요일이면 나에게 다가오는 오랜 친구같이 정답고 편안하게 우리를 맞아준다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옛골행 버스를 타고 청계산 입구에 내리면 수령 200년을 자랑하는 갈참나무와 굴참나무 두 구루가 등산객을 품에 않아줄 듯 그 큰 몸짓으로 인사한다.

배낭을 둘러메고 등산화를 꼭 조이고 많은 두부 집을 지나노라면 샬레아저씨가 두부를 만들던 손을 멈추고 안쪽을 가리키며 친구들이 와 있다고 알려주신다. 십여 명의 친구들이 모닝커피를 마시며 한주일동안 잘 지냈는지 누구는 손주 보느라 못 오고 누구는 아파서 못 온다든지 간단한 안부를 묻고 딱 열시가 되면(십년을 화요일이면 눈이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등산을 시작한다.

계곡과 능선으로 갈라지는 길에서 우리는 진달래 능선을 따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간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등성이에서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파아란 하늘과 병풍처럼 펼쳐진 소나무 숲과 진달래가 만발한 언덕길이며 산자락의 푸르름이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맑은 날 능선에서 바라보이는 서울시내의 높은 빌딩이며 아파트가 왜 그리 작아 보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약하기만한지

계속해서 능선을 따라 올라가노라면 쭉쭉 뻗은 나무사이로 베어 나오는 정적은 우리를 사색의 늪으로 빠져 들게 한다. 나는 이 길을 베토벤이며 모차르트길이라 명명했는데 아름다운 피아노소리와 바이올린 소리가 들릴듯하다. 그 속에서 신희와 내가 웃어젖히는 신나는 웃음소리가 상쾌하기만 하다. 두어 마장 올라가면 우리가 이름 지은 이화마당의 벤치가 기다려준다 그곳에서 땀을 식히며 물병을 꺼내 물을 마시고 친구들이 가져온 오이나 초콜릿, 떡, 과자, 사탕, 과일 등을 맛있게 나누어 먹는데 그 맛이란 일품이다

여기서 오른쪽은 옥녀봉(376미터), 왼쪽은 매봉(585.5미터)으로 갈라진다. 우리는 각자 마음 가는 데로 올라가는데 양쪽 길 다 매력은 있다
아기자기한 옥녀봉에서는 소나무아래 벤치에 앉아 이야기도하고 서울대공원을 보면서 체조도하며 그런대로 쏠쏠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매봉은 수많은 층계를 한참 오르다 보면 공중전화 부스가 나오는데 우린 거기에 이르면 매봉까지 다 올라간 느낌이 들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물 한 모금 먹고 다시 올라가면 돌문바위에 다다른다. 젊음을 되찾겠다고 한바퀴 두 바퀴를 돈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매봉까지는 한숨에 오르게 된다. 매봉이라고 쓴 큰 바위에 새겨진 유치환의 “행복”이라는 시의 일부를 쓰다듬고 시비 앞에 앉아 입속으로 뇌어본다

내 아무것도 가진 것 없건마는
머리위에 항시 푸른 하늘 우러렀으매
이렇듯 마음 행복 되노라

정말 그래! 정말 이렇게 수궁하고 산을 내려오면 금방 잊어버린다.
다시 외어보지만 엉망이 된다. 산을 내려올 때는 오를 때 보다는 쉽지만 다리를 삐끗하면 큰일이라 조심조심 계곡을 따라 마음껏 마음껏 산을 즐기며, 하늘을 보며, 구름을 보며, 나무를 보며, 꽃을 보며, 다람쥐를 보며, 겨울 산의 눈을 보며, 친구를 보며, 나를 생각하고, 남편을 생각하고,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 손녀를 생각하며 또 딸을 생각하고 남은 인생을 생각하며 삶의 참 모습을 생각하며 내려오고 내려오곤 한다.

우리에겐 나무 하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습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답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이런 나무가 되어 주기를 약속하며 “아득가”를 마음속에 읊어 봅니다.

아득히 솟아오른 저 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샬레의 배꽃 방은 우리를 행복으로 폭 젖어들게 한다. 순두부가 맛있거나 맛없거나, 된장찌개, 야채비빔밥 속에 우리의 이야기로 조미료를 대신하며 세계일주를 열 번도 더하고 멋진 노후생활을 설계하며 인생의 뒤안길에서 인생을 관조할 줄 아는 아량을 키우면서 웃고 울고 다시 일주일을 기약한다.
우리의 영원한 대장 혜숙아! 네가 얼마나 빠른 걸음으로 멀리 있는 산, 높이 솟은 봉우리를 이끌고 돌아 돌아 어느새 십년이 흘렀구나! 너로 인해 매봉을 위시해서 북한산, 도봉산, 지리산, 설악산, 경주 남산, 월출산 등등 많이도 다녔구나! 고맙다 혜숙아! 다시 오렌지꽃 향기를 바람에 날리며 이십년, 삼십년 마냥 이어 가잤구나!
이화 등산팀 만만세!

한혜숙 최선자 유경자 김동희 윤수영 김순영 최정자 강신희
김일청 고수경 이향구 한지자 김영자 윤희자 진은숙 정옥자
최명자 주정자 아! 영원히 잊지 않으리 그대들이여!!

2003년 4월 22일 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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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