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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에 버리고 온 나

올린이 : 허경숙    2003/05/01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백담에 버리고 온 나

시10분 공도를 출발한 버스가 성남에 진입하자마자 차들이 주차장을 만든다.
한참을 아기걸음하던 버스가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8시50분

몇바퀴 헤매다 백담행 차표를 손에 쥔다.
출발시간 9시40분
베이커리에서 페스츄리를 몇개 사고 이온음료 한병사서 챙겨넣고
마치 마라톤대회라도 출전하는 양 시간을 겨누고.
드디어 백담을 향해 시작의 실마리를 푼다.

동서울을 출발한 버스가 7분후 구리시 진입- 13분후 남양주땅에 팔당을 끼고 돌아 -40분후
양평으로 -용문터널을지나- 1시간16분후 홍천터미널-2시간후 인제-12시20분 백담 도착



표지판을 본 후 10여분 올라가서 2600원 입장료 내고 통과
마냥 걷고 싶은데, 시간이 마음을 서두르게 한다.
내게 시간은 돈이 아니라 생명이다.

너른 버스안에 기사님과 마음속에 백담을 담아 한껏 부풀어오른
여러사람몫의 내가 왼쪽 창곁으로 자리해서 몇 구비 돌아 오른다.

마음은 벌써 시린 물속에 잠겨있는데......
이제 그 구속의 틀을 벗어나 자유를 만진다.

생명을 아끼려 보폭이 넓어진다.
고개는 초입부터 왼쪽밖에 모른다.
이따금 눈을 들어 안개에 눌린 풍광을 쫓는데...
산이든, 그 속에 뿌리내린 나무든, 눈이 시리도록 맑은 물이든, 온통 마음을 빼앗는 저 돌 까지
그리움만 남길 그림들이다 .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했는데,
황금을 마다하고 저 너른 바위 하나를 가지고 싶은 이 마음을 누가 어리석다 할 것인가?


아무도 없는 길 모퉁이에서 계곡물빛을 닮은 개구리를 만난다.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운 빛깔을 하고 있을까?
개구리를 징그러워 했던 내가 괜시리 부끄럽다.

몇걸음 옮기니 다람쥐가 길을 가로지른다.
안뇽, 다람쥐! 너까지 산빛을 닮아 아름답구나.

여기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표현력의 한계를 탄식하게한다.
머리끝까지 쮸뼛해지는 이 전율을......
저 시린 빛깔들을 진공포장 상태로 간직할 수 있을까?
다시, 이 언저리를 헤매게 될 때 까지만이라도...

*두꺼비에게 헌집 주고 새집 달라*는 사람들은 영악함을 부끄러운줄 모르고 노래하는데.
자연은 비바람에 찢겨진 헌 꽃잎 땅에 떨구더니
아기 손톱같은 어여쁜 잎새를 가지끝마다 매달아 준다.

나는 바보다.
받은 것을 잘도 잊어버리고,
* 제 밥그릇만 차지하면 만족하는 강아지처럼*
비굴함에 굴복하는 처신을 당연으로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안타까워

넉넉함을 배우려 산을 오르는데
베낭을 풀어 놓는 순간부터 기억상실증이라는 이름속에 내가 버려진다.
작은 일에 쉽게 분노하고, 분노를 의분으로 착각하면서
인내라는 단어가 처음부터 기억에서 빠져나간 삶을 사는데...

산구비 돌아가며 어두워진 마음을 넓디넓은 산자락에다 안기고
또 한구비 돌며 사람과 사람사이 이어주는 사랑을 한점줍는다.
이토록 사랑하고픈 마음이 진함에도 그 사랑 전하지 못해 아침부터 얼굴 붉히며
마음이 갈라진다.


*백담사*
어느 절에서든 느끼는 고요함과 적막함이 비속에 더욱 애절하게 전해오고
작은 방 하나에 좁은 마음 담고 살았을 그 세월을
누구 탓할 사람없어 그 속에 갇혔었나?
그는 이제 백발 성성한 노인되어 가진 건 통장에 거금 삼십만원이란다.
말못하는 아기도 웃을 일이지만...
그냥 그렇게 사는게 그 노인네의 방식이라면 누가 험구하랴?
백담사에서의 부질없는 느낌이 왔던 산길 다시 내려가라는데...


내려 가는 길
저 산과 이 산이 마주보며 멋진 그림하나 그려내고
한나절 외로 꼬인 고개 풀어 주려 이젠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라네

사람의 아름다움이야 금방 시들해지지만
억겁의 세월을 두고 묵어온 그 풍광
변해도 저리도 아프도록 고운데......
사람이 변덕을 부리지만 않으면
이 산하는
영원한 기쁨의 안식처가 될 것임을 누가 의심하랴.

산길은 자꾸 내려가고 , 시간도 나를 내쫓는데
마음은 다시 그 곳에 머물고 싶어 기어이 물가를 찾아 내려서게한다.


몽글몽글해진 돌을 만지며,
이담에 늙어 이곳에 와서 몸 붙일까?
큰 바위에 올라서 부서지는 물의 아픔을 헤아린다.

물가에서의 삼십분은 세속에서의 일주일이다.
삼십분 동안 버릴 것 다버리고
씻을 것 다 씻고
이제 다시 세상으로 돌아간다.

비는 종일 날 떠나지 않고
비오는데 뭐가 그리좋으냐고 빙글거리는데
어쩌면 우리 아저씨 표정하고 똑같을까?

내가 다시 갈 곳은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구나?
이런 행복한 고민은 나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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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