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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지리산 산행 꿈꾸니 이루어지더이다(2003.4.22~23,사진8점)

올린이 : 산순이   2003/04/29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사량도 지리산 산행 꿈꾸니 이루어지더이다(2003.4.22~23,사진8점)


몇 달전부터 사량도 지리산에 대한 산행기를 읽으며 꼭 가보고 싶은 곳 우선 순위로 정하고 자료를 수집하던 차, 제주도 갈 일이 생겼다. 하루만 시간을 더 낸다면 통영에서 제주도 갈 수 있는 배가 있으니 오매불망 그리던 섬산행을 할 수 있을성 싶었다.

온갖 잔꾀를 굴려 계획을 짜고 여정을 맞추길 한 달여. 드디어 출발이다. 일은 뒷전이요 완벽한 등산차림으로 출발하는 내 폼을 직장에서 본다면...

07:30 대전 동부터미널에서 통영행 첫 버스(14600원)를 타고 출발. 사량도를 거쳐 제주도로의 긴 여정이 비로서 시작된 것이다. 날씨는 염려와는 달리 남으로 내려갈수록 맑아졌다.

10:35 도산면을 통과하며 가오치선착장가는 손님을 위해 잠시 정차해 준다. 가오치 쪽이 배가 자주 있다는 것은 알지만, 배낭외에 짐이 있고 내일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제주도행 배를 타야하기 때문에 그쪽에 짐을 맡기기로 한다.

10:45 예상보다 통영에 일찍 도착했다. 처음와 보는 곳이기도 하고 오후 2시에 사량도행 배가 있어 통영을 구경하기로 한다. 그 유명한 굴밥도 먹어보고. 

11:00 바다가 한 눈에 조망되는 조각공원에 택시(2000원)로 이동. 택시기사분께 굴밥으로 유명한 곳을 전해듣고 내리니 시원하고 짭잘한 해풍이 너무좋다. 태생이 바닷가라 그런지 바닷내음을 맡으면 온 몸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크진 않지만 활짝핀 철쭉과 함께 잘 정돈된 공원을 한바퀴 돌아 본다.

11:50 통영굴밥(5000원)과 마주하다. 굴돌솥밥(6000원)을 먹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안된단다. 혼자 다니면 이게 불편하다. 밥맛이 꿀맛이다. 향긋한 굴이 국에도 김치에도 밥에도 들어있다. 양이 작은게 좀 흠이다. 내가 너무 많이 먹는 편인지도.

13:00 주변을 구경하며 여객터미널에 천천히 걸어 도착. 로커에 짐을 넣으려니 열쇠가 하나도 없다. 벽면 안내판에 바로 옆 파출소에서 짐을 보관해 준다고 쓰여있다. 그럼 더 안심이지. 오른쪽으로 조금 돌아가니 파출소가 보였다. 친절히 날씨예보까지 전해듣고 산행에 필요한 짐 외에는 모두 맡겼다.

13:50 터미널 앞 시장을 구경하고 돌아오니 표를 팔고 있다. 여행객이나 등산객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늦은 시간이고 배도 하루에 한 편 뿐이라 이 쪽 터미널은 잘 이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14:00 2000 사량호(5500원)에 승선. 항을 빠져나오니 여러 섬을 지나기도 하고 대기도 한다. 배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들은 모든 손님을 다 아는 듯 대하신다. 나만 빼고.

15:20 사량도 금평항에 도착. 조사한 것과는 달리 돈지행 버스를 20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주위에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다. 어떡하나. 계획은 시간상 돈지까지 가서 지리산을 오른 뒤 옥동에서 일박하고 아침 8시 배에 맞춰 옥녀봉으로 하산하는 새벽산행을 계획했었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일몰과 일출을 다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20분이 지난 뒤 버스가 오긴 왔는데 오후 5시 반이 되야 내지로 출발 한단다. 특별히 단체 손님이 없으면 이 시간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잠시 망막해졌다.

15:45 계획을 변경하여 옥녀봉을 오른 뒤, 시간이 늦어지면 옥동으로 탈출하기로 한다. 버스 기사님과 동네분의 걱정을 뒤로하고 발길을 재촉한다. 면사무소와 유스호스텔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 하산하는 사람을 많이 스치게 된다. 한줄금 땀을 빼고나니 발아래 쪽빛 바다가 펼쳐지고 금평항이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다.

16:30 옥녀봉도착. 표지석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고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돌이나 쇠로 만들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무슨 전설이나 사연이 있는 모양이다.

17:10 가마봉 도착. 산세나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만큼, 등로도 예사롭지 않다. 초심자나 노약자, 어린이는 매우 주의가 요구되는 험한 구간이다. 로프에 매달리기, 수직사다리, 암벽오르기, 있을건 골고루 다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옥동에서 올라왔다는 몇 분이 길이 생각보다 너무 험하다며 그대로 하산하시며 같이 하산할 것을 권한다. 천태산 이 후 오랜만에 즐기는 스릴이라 중간에 포기하기 아까웠고, 아까 파출소에서 들은 일기예보가 내일 비라는 것도 맘에 걸렸다. 할 수 있다면 오늘 돈지까지 종주하는 것이 좋을 듯 하여 계속 진행한다.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조그마한 어촌들이 어스름히 기우는 해와 함께 그림처럼 아름답다.

18:00 불모산은 우회로를 택했다. 아무래도 30분 정도의 시간이 아쉽다. 버스만 기다리지 않고 바로 출발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는다. 여기부터 지리산까지는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로 길이 매우 부드럽고 수월했다.

18:30 지리산 정상도착. 멀리 섬인지 육지인지 수묵화와 같은 한 폭의 동양화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가마봉 이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해 이 산에서는 완전히 혼자라는 기분에 조금 쓸쓸해진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이 고독을 즐길텐데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니 하산을 서둘러야겠다.

19:40 완전히 어두어진 산길을 랜턴으로 밝히며 내려오니 조그마한 학교가 보이고 마을이 시작된다. 돈지다. 조금 무리는 하였지만 무사히 종주를 끝내니 무척 뿌듯하다. 민박할 곳을 찾기위해 마을 어귀로 나오니 마침 동네분들이 모여 있다. 이 밤에 산에서 내려오느냐고 깜짝 놀라신다. 한 분의 안내로 민박(15000원)을 정하고 식사 (5000원, 이건 내가 알아서 드림)를 부탁하니 반찬이 없다고 하시면서도 기꺼히 준비해 주신다. 이 시간에 마을에서 식사할 곳은 없다고 하시면서. 아무도 없는 방 중 한 곳을 골라 짐을 풀고 사워를 했다. 느끈해진 다리가 매우 기분이 좋다. 방만 따뜻하면 했는데, 주인아주머니의 배려로 데여 죽는 줄 알았다. 덕분에 피로가 완전히 풀렸다.

다음날 비소리에 잠을 깼다. 어제 끝까지 종주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7시 금평행버스 시간에 맞추어 마을 어귀에 나서니, 바로 눈앞이 바다요 마을 뒤쪽으로 안개에 싸인 지리산이 신비롭다. 마을 아주머니들이 단체 목욕을 가시는지 모두들 목욕통을 들고 계시는게 재미있다. 7시 조금 넘어 경적소리를 울리며 버스(1600원)가 들어왔다. 금평까지 비포장 도로도 많은지 차가 매우 흔들렸다. 40분 정도 걸려 금평항에서 도착. 8시발 통영행 배(5500원)를 타니 벌써 사량도가 나의 기억 한 켠을 차지하는 듯 아름답게 아롱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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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