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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27 월악산 산행후기

올린이 : hospital    2003/04/29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03.4.27 월악산 산행후기

제목 : 천년사직의 한이서린 월악산을 다녀와서

   

지난 며칠간은 날씨가 좋지 않아 인터넷으로 주간날씨를 몇 번이나 확인한 탓인지 일찍 일어나 하늘부터 올려다보니 쾌청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사실 그 동안 등산을 다니면서도 몇 번이나 월악산을 갈려고 작정하였으나 그때마다 기회를 놓쳐서 이번에는 꼭 가리라 마음먹고 새한솔에 2개의 좌석을 미리 예약해 둔터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교대앞에 도착해보니 봄꽃들 만큼이나 화려한 옷차림을 한 등산객들 사이로 저만치 앞에서 다라이 같은 것을 들고 머뭇거리는(차를 찾는 듯) 분이 눈앞에 나타났다. 얼른 보아 한눈에 새한솔의 명예회장님이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산주를 주시겠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서 다가가 인사를 나눈 후 차에 올랐다.

정각 8시 우리 일행을 실은 관광버스는 출발음을 내며 목적지를 향해 긴 장도에 올랐다. 숨가쁘게 달리는 버스는 5km나 되는 죽령터널을 지나 단양인터체인지에서 등산기점을 향해 쉼없이 달린다. 충주호 푸른 물결이 펼쳐질 즈음 차내에서는 산과 호수가 만나 아름다운 호반을 주변산과 함께 자세하게 안내해 주시는 명예회장님의 약간은 투박하면서도 듬직한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들려온다. 장회나룻터가 눈에 들어오고 왼쪽은 제비봉을 산행할 등산객들이 매무새를 고치고 있다. 건너편에는 단양8경의 하나인 구담옥순봉이 고개를 내밀고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12시 정각  덕주골 입구에서 우리를 실은 차는 헐떡거리는 숨을 길게 토해내고  멈춰섰다. 산행기점인 덕주골 입구는 민박집과 음식점들이 몇 모여서 작은 시설지구를 이루고 있었고 갈색의 둥근 덕주사(德周寺)바윗덩이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둥글게 모여서서 간단한 산행안내와 상견례를 마친 후 12시 10분 산행은 시작되었다. 인원 24명. 국립공원이라 다소 많은 사람들이 찾을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많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산을 속속들이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알았더라면 많이 참석했을것으로 자위하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조금 오르니 덕주공주가 세웠다는 덕주사가 왼쪽으로 나타나고 절 앞에는 안내판과 함께 1m 남짓한 크기의 남근석이 세 개 세워져 있다. 월악산의  음기가 워낙 강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룰려고 세운것이라는 것도 모르는 이는 그져 신기한 듯 눈여겨 보다 지나친다. 풍우에 닳아 희미해진 모습이나 이끼 등으로 보아 적어도 천년은 되었으리라.

제법 넓은 완만한 돌계단길을 한시간쯤 올랐을까. 얼핏 보아 초막같은 자그마한 암자가 하나 우측으로 나타나고 등산객을 위해 설치한 듯 호스로 연결된 시원한 물줄기가 있어 한모금으로 목을 축인 다음 뒤돌아보니 거대한 마애불상이 눈을 내리깔고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애불상인 것이다. 2단 석축위의 갈색이 도는 암벽면에 돋을새김으로 부처상이 새겨져 있었다. 높이가 13미터라니 고려시대에 유행했던 대형불상의 전형으로 보물 제406호로 지정돼있다고 안내판에 적혀있다. 아! 이것이 덕주공주의 상이란 말인가. 한많은 사연을 안고 마의태자와 남매간에 천년사직을 되찾고자 인고의 8년을 견뎌온 곳이 바로 이곳이란 말인가. 갑자기 가슴이 뛰고 숙연해진다. 우리는 마애불상 앞에 두손 모아 합장하고 전설속에 살다간 비운의 주인공 그들에게 후세인의 한사람으로서 명복을 빌며 발길을 재촉한다.

조금 오르니 완만한 길을 뒤로하고 급경사가 앞을 가로 막는다. 급경사 쇠사다리 길은 960.6봉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래도 사다리 위에 나무판자를 깔아놓아 오르기에 한결 좋았는데 아이젠의 흔적이 꽤 많은걸 보니 이 험한 등산로를 겨울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르막 중간에 바위위로 노송이 그늘을 드리운 멋진 쉼터에서 어느분이 건네주신 초콜렛으로 물과함께 재충전하여 눈을 들어 앞을 보니 건너편 능선아래로 군데군데 드러난 대형 바위절벽들이 국립공원의 위용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었다. 급경사길을 올라 서니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식사를 하고 있어서 적당하게 자리잡고 도시락을 열었다. 사실 지난주에 두릅을 많이 따와서 출발할 때 서디카님께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아 포기하고 총무님이 가져온 시든 꼬추(총무님은 시든걸 좋아하나?)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귀한 매실주 한잔으로 신선이 된 느낌으로 점심을 끝내고 일어섰다.

960.6봉 부근에서 총무이사님이 건네준 소금으로 전해질을 보충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그저 두루뭉실 할 뿐이며 거대한 암봉이 눈앞에 나타났다. 바로 영봉이다. 영봉 밑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양 옆에는 굵은 참나무들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 헬레포트를 지나 안부에 자리잡은 초소옆에는 삼거리 표지판이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동창교에서 오르는 사람들과 만나지는 곳이다. 영봉 바로 아래에서 길은 우측으로 돌아 열려 있었다. 군데군데 낙석방지용 펜스와 쇠계단으로 연결되어 동절기 산행 땐 더욱더 주의를 요할 것 같다. 영봉직전 마지막 긴 계단은 정말 힘이 들었다. 중간에 지쳐서 계단에 앉아버린 사람도 있었다. 비가 온 뒤라 미끄러운 바윗길을 메어놓은 로프와 쇠난간에 힘을 기대어 정상에 올라섰다. 출발한지 꼭 3시간 만이었다. 그리넓지 않은 정상은 전체가 속리산 문장대 마냥 안전을 위해 펜스를 설치해 두었다. 영봉에서의 조망은 남쪽으로 보이는 만수봉, 포암산, 주흘산, 대미산, 황장산 등 월악산 인근의 1000급 봉우리들이 저만치에 버티고 섰다. 아! 이곳이 그렇게도 오고 싶었던 월악산 정상이란 말인가. 그렇게도 한많은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전설을 품에안고 있는 산이란 말인가. 날씨는 맑았지만 황사와 호수의 안개로 아스라이 보이는 충주호를 배경삼아 서디카님의 기념촬영 몇 컷으로 아쉬움을 남기며 하산을 재촉했다.

아! 이 몇 분간의 희열을 맛보기 위해 이곳까지 달려왔는데....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것이라고 생각하며 내려오니 신륵사 2.8km 표지판이 눈앞에 다가왔다. 우리가 하산하는 길이다. 오른길이 힘든 만큼 내려오는 길도 다리를 무겁게 한다. 일행 한분은 대퇴부 근육경련이 일어나 계단에 주저앉은 모습도 보인다. 얼마쯤 내려왔을까 쏴 하는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비온 뒤라 계곡물은 너무나 깨끗해서 욕심 같으면 물줄기를 부산으로 돌려놓고 싶다. 신륵사가 얼마남지 않았다. 젖은 땀이라도 씻어야 겠다는 생각에 개울로 들어가 흘린 땀을 훔치고 돌아서니 신륵사가 눈에 들어온다. 고찰이라 개축공사가 한창이다. 지나가는 객이라 들러지 못하고 마음으로 합장하고 발길을 재촉하니 냇가를 따라서 난 포장된 길옆에 부드러운 쑥이 탐스럽게 자라있어 쑥떡이나 해먹어볼까 하고 집사람과 함께 캐고 있는데 저 멀리 촌로 한분이 '여보시오 그쑥 못먹어요' 하고 소리를 쳐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방금 제초제를 쳤다고 한다. 아뿔싸 제초제라면 쥐약, 청상가리, 와 함께 3대극약이 아니던가. 엉겁결에 캔 쑥을 다 버리고나서 장갑을 코에대고 냄새를 맡아보니 전혀 약 냄새가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 싹이 조금씩 올라오는 길옆에 누가 돈을 들여 제초제를 친단 말인가 생각해보니 괜히 속은 것 같은 생각에 어쩐지 마음이 시큰둥해졌다.

그런 생각으로 아스팔트 길을 내려오는데 길옆 보건지소 안에 핀 이름모를 꽃이 너무 예뻐서 보고 있노라니 뒤따라온 서디카님이  한컷 찰칵해 주심에 금방 기분전환이 되어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벌써 하산주가 돌고 있었고 새한솔 특유의 가오리 무침이 맛을 발휘하고 있었다. 아침에 명예회장님이 들고온 바로 그 가오리 무침이였다. 오후 6시경 갈길 바쁜 우리일행은 하산주를 대충 끝내고 유서깊은 월악산을 뒤로하며 발길을 재촉하여 부산을 향했다.
돌아오는 차내에서 총무님은 약속을 지킨다고 매실주를 주셨는데 다음에 무얼로 보답할까 생각하다보니 자는둥 마는둥 차는 10시 30분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교대앞에 도착하여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일일이 악수하며 함께 한 여러분들과 안녕을 고했다. 오늘 하루 정말 즐거운 산행이였다. 오늘 수고해주신 명예회장님과 집행부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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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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